ORIGINAL FICTION
제29화 — 해안의 다섯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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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벤은 도시만 있는 영지가 아니었다.
카엘은 직접 다섯 마을을 돌기로 했다.
첫째.
염전마을 세란.
주민 대부분이 소금으로 먹고살았다.
문제는 물.
마실 물이 부족했고 염전주가 우물까지 관리했다.
둘째.
어촌 브리카.
배는 많았지만 부두가 작아 큰 어획은 다른 항구에 팔았다.
셋째.
습지농촌 벨란.
땅은 비옥했지만 홍수 때마다 절반이 잠겼다.
넷째.
시장촌 오렘.
교차로에 있어 장사는 잘됐지만 통행세를 세 군데에 냈다.
다섯째.
옛 항구마을 마라벤 구항.
한때 중심지였지만 퇴적과 전쟁으로 쇠락.
카엘은 하루에 하나씩 봤다.
처음에는 해결책이 눈에 바로 보였다.
세란에는 공공우물.
브리카에는 부두.
벨란에는 제방.
오렘에는 통행세 통합.
구항에는 준설.
문제는 모두 돈이었다.
또 돈.
카엘은 마르코를 노려봤다.
“왜 모든 해결책 끝에 당신이 있지?”
마르코가 말했다.
“세상에 돈 드는 문제가 많아서.”
“싫군.”
“저도 기사님 검 드는 문제는 싫습니다.”
카엘은 각 마을 대표들에게 우선순위를 하나씩 고르게 했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세란 사람들은 우물보다 세리교체.
브리카 사람들은 부두보다 해적경비.
벨란은 제방보다 종자대출.
오렘은 통행세보다 야간치안.
구항은 준설보다 시장허가.
카엘은 놀랐다.
“왜 다 내가 생각한 거랑 다르지?”
리사라가 말했다.
“거기 사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카엘은 기분이 조금 상했다.
그런데 맞았다.
벨란 농민에게 제방은 장기문제.
올해 심을 씨앗이 없는 게 당장 문제.
브리카 어부에게 큰 부두보다 밤에 배를 훔쳐가는 해적이 문제.
카엘은 계획을 다시 짰다.
즉시 가능한 것.
돈 적게 드는 것.
나중에 할 것.
그리고 주민이 직접 할 수 있는 것.
베란 토르가 습지농촌 제방 문제를 맡았다.
난민캠프에서 우물 파던 기술자.
카엘은 그를 정식 공공사업 기술자로 고용했다.
베란은 말했다.
“제방보다 물길부터 바꿔야 합니다.”
리사라가 번역했다.
카엘이 물었다.
“왜?”
베란은 흙을 손에 쥐고 설명했다.
강을 완전히 막으면 다른 쪽이 터진다.
물이 빠질 길을 만들어야 한다.
카엘은 제국 기술서를 떠올렸다.
직선 제방.
높은 둑.
베란 방식은 달랐다.
“둘 중 뭐가 맞지?”
“여기서는 이거.”
카엘은 그 대답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같은 기술도 장소가 바뀌면 답이 달라진다.
일주일 뒤 카엘은 영지 우선사업을 발표했다.
1. 지역경비대 확대.
2. 세리개혁.
3. 곡물창고 수리.
4. 주요 물길 정비.
5. 부두 준설 1차.
모든 걸 한 번에 하지 않았다.
다섯 마을 순회 마지막 날, 카엘은 주민대표들을 한자리에 불렀다.
각자 가장 급한 문제 하나씩.
세란 염전마을 — 세리.
브리카 어촌 — 해적.
벨란 농촌 — 종자.
오렘 시장촌 — 야간치안.
구항 — 시장허가.
카엘은 칠판 비슷한 널판에 다 적었다.
“전부 해줄 순 없습니다.”
웅성거림.
카엘이 계속했다.
“그래서 같이 정합니다.”
리사라가 번역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봤다.
영주가 결정을 묻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다.
카엘은 각 사업의 비용과 기간을 설명했다.
베란은 제방비.
마르코는 부두비.
하심은 세입.
마을대표들은 서로 처음으로 다른 마을 문제를 들었다.
세란 장로가 말했다.
“우리 우물보다 브리카 해적이 먼저입니다. 해적이 소금배도 털어갑니다.”
브리카 어부는 답했다.
“그럼 염전길도 같이 순찰합시다.”
오렘 상인은 말했다.
“야간경비를 우리 시장뿐 아니라 길 전체로.”
카엘은 흥미롭게 들었다.
서로 문제를 따로 보면 경쟁.
연결하면 공동해결이 가능했다.
결국 첫 공동사업은 지방순찰대.
다섯 마을이 일부 비용을 나눠 부담.
왕실·영주가 나머지.
카엘은 그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다 내는 것보다 낫네.”
재정관이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순찰대원은 각 마을 추천.
다렌 같은 현지 청년이 훗날 이런 조직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종자대출.
영주창고 곡물을 씨앗으로 빌려주고 수확 후 같은 양에 소액 추가상환.
마르코는 이자가 너무 낮다고 했다.
카엘이 말했다.
“농민한테 돈 벌 생각 아니야.”
“그럼 손실은?”
“세금으로 돌아오겠지.”
마르코는 잠시 계산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카엘은 처음으로 영지가 기업과 다르다는 감각을 얻었다.
모든 사업에서 직접 이익을 남길 필요는 없다.
사람이 잘살아 세금기반이 커지면 된다.
아버지가 작은 영지를 쪼개지 말라던 이유도 조금 더 이해됐다.
영지는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연결된 경제였다.
다섯 마을 공동순찰대 첫 훈련은 엉망이었다.
마을마다 무기가 달랐다.
창.
활.
낚시창.
심지어 큰 몽둥이.
카엘은 제국식 훈련을 시키려 했다.
다렌을 떠올리며.
그런데 라심이 보낸 노병 한 명이 말했다.
“전부 같은 병사로 만들 필요 없습니다.”
카엘은 고개를 돌렸다.
“왜?”
“도적 잡는 데 중보병 대형 쓰실 겁니까?”
맞는 말.
노병은 역할을 나눴다.
어부는 해안.
목동은 말.
사냥꾼은 추적.
시장사람은 정보.
카엘은 또 배웠다.
균일함이 항상 조직력은 아니었다.
각자 잘하는 걸 연결할 수도 있었다.
순찰대는 처음 한 달 동안 도적보다 술 취한 상인을 더 많이 잡았다.
그래도 길은 조금 안전해졌다.
특히 밤 이동이 늘었다.
오렘 시장의 장사시간이 길어졌다.
카엘은 순찰대 비용 일부가 늘어난 시장세로 돌아오는 걸 봤다.
마르코가 말했다.
“이제 이해하시죠?”
“뭘?”
“치안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일 때도 있습니다.”
카엘은 그 표현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날부터 카엘은 세입을 단순히 걷는 돈이 아니라 어디에 써야 더 큰 기반이 생기는지 보기 시작했다.
재정이 조금씩 정치가 되고 있었다.
사힌 조언 때문이었다.
리사라가 말했다.
“많이 참았네요.”
“칭찬 맞지?”
“이번엔.”
마지막 날 카엘은 구항 언덕에 올랐다.
퇴적된 강어귀가 보였다.
낡은 부두.
작은 시장.
습지.
그런데 위치는 좋았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
내륙에서 오는 길도 있었다.
“여기.”
카엘이 말했다.
리사라가 물었다.
“왜요?”
“제대로 만들면 커질 수 있겠는데.”
마르코가 뒤에서 말했다.
“이제야 보셨군요.”
카엘은 그를 노려봤다.
“알고 있었어?”
“처음부터.”
“왜 말 안 했지?”
“직접 알아차린 영주가 더 오래 갑니다.”
카엘은 짜증이 났지만 웃었다.
그날 처음으로 마라벤이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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