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5화 — 세금은 누구의 것인가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과부 이름은 나멜이었다.
남편이 전쟁에서 죽었다.
밭은 작았다.
올리브 나무 열두 그루.
보리밭 조금.
문제는 지역유력자 오라스가 그 땅을 자기 소유라고 주장한다는 것.
“문서 있습니까?”
카엘이 물었다.
나멜은 낡은 종이를 내밀었다.
사하르어.
리사라가 읽었다.
“남편이 아버지에게서 상속받았다는 증서예요.”
“그럼 끝난 거 아닌가?”
리사라가 다른 문서를 봤다.
“아뇨.”
오라스 측에는 세금납부기록이 있었다.
최근 5년.
나멜 남편이 전쟁 간 동안 오라스가 세금을 대신 냈다.
현지 관습상 장기체납 토지는 세금납부자가 점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
카엘은 머리가 아팠다.
“남편이 전쟁 갔는데 세금 못 냈다고 땅을 뺏어?”
오라스 대리인이 말했다.
“대신 냈습니다.”
“왜?”
“토지가 버려져 있었으니까요.”
나멜이 울면서 뭔가 말했다.
리사라가 번역했다.
“남편이 돌아오면 갚기로 했대요.”
“증인?”
마을노인 둘.
둘 다 나멜 편.
하지만 오라스 쪽은 문서가 있었다.
카엘은 제국법을 떠올렸다.
전쟁복무 중인 병사의 재산은 보호받는다.
배우자는 대리권을 가진다.
그 법을 적용하면 간단했다.
“제국법 적용.”
리사라가 그를 봤다.
“여긴 사하르입니다.”
“내 영지는 제국보호권 안이잖아.”
“그렇다고 사하르법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카엘은 짜증이 났다.
좋은 법이 있는데 왜 못 쓰나.
리사라는 말했다.
“쓰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어떤 근거로 쓰는지를 정하라는 거죠.”
카엘은 사힌 왕실 법령을 뒤졌다.
전후 안정화를 위해 제국관리령에서 사법 특례를 허용한 조항.
찾았다.
리사라가 확인했다.
“이걸 쓰면 가능하긴 해요.”
카엘은 판결했다.
나멜 토지 반환.
오라스가 낸 세금은 향후 3년 동안 나멜이 분할상환.
전쟁복무자의 배우자 재산권 인정.
관청 기록.
오라스 측은 반발했다.
“외국법입니다.”
카엘은 말했다.
“여기선 오늘부터 적용한다.”
그 말이 끝나자 리사라가 아주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재판은 끝났다.
나멜은 카엘 손을 붙잡고 울었다.
카엘은 기분이 좋았다.
분명 좋은 판결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오후 리사라가 말했다.
“기분 좋죠?”
“왜 그렇게 말해?”
“정답 찾은 사람 얼굴이라.”
카엘은 웃었다.
“틀렸나?”
“결과는 좋아요.”
“그럼?”
리사라는 법정기록을 가리켰다.
“오늘 당신은 처음으로 제국법이 현지법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어요.”
카엘의 웃음이 조금 사라졌다.
“나멜 땅을 지키려고.”
“알아요.”
“잘못했나?”
“모르겠어요.”
리사라는 솔직했다.
“다만 다음 사람이 같은 권한으로 나쁜 법을 적용할 수도 있겠죠.”
카엘은 기록을 봤다.
좋은 법.
좋은 결과.
그래도 권한은 남는다.
그는 처음으로 조금 불편해졌다.
저녁에는 세금공청회가 열렸다.
카엘은 세금종류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세.
문세.
도선세.
방앗간세.
염전세.
통행세.
종류가 너무 많았다.
“세율을 낮추고, 납부를 단순화하겠습니다.”
상인들은 환영했다.
나멜 사건 이후 비슷한 소송이 일곱 건 들어왔다.
전쟁 중 남편이 죽은 과부.
아버지 땅을 이어받은 딸.
오래 농사 지었지만 문서가 없는 소작인.
카엘은 처음처럼 제국법을 바로 들이밀지 않았다.
리사라와 현지 판관 둘을 불렀다.
“사하르 법에서 보호할 방법부터 찾아.”
한 판관이 말했다.
“관습법을 넓게 해석하면 가능합니다.”
“그럼 그걸 써.”
리사라가 카엘을 봤다.
“제국법이 더 강한데.”
카엘은 웃었다.
“지난번에 당신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제가 말을 너무 많이 해서.”
“권한이 남는다고.”
리사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카엘은 현지법으로 해결 가능한 사건은 현지법을 우선하고, 보호가 부족한 경우에만 제국특례를 쓰는 원칙을 만들었다.
그건 작은 변화였다.
그러나 이후 마라벤 법정의 성격을 크게 바꿨다.
현지인은 외국법에 지배당한다는 느낌을 덜 받았다.
제국계 정착민은 자기 법도 사용할 수 있었다.
복잡했다.
하심은 장부를 정리하며 말했다.
“법이 두 개라 더 힘듭니다.”
카엘이 말했다.
“사람이 두 종류가 아니잖아.”
하심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엘은 자기 말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저 한 법으로 모두를 밀어넣는 것보다 지금이 덜 나빠 보였다.
그날 시장세 공청회에서는 상인들이 세율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카엘은 대신 세금종류를 줄이겠다고 했다.
“총액은?”
한 상인이 물었다.
카엘은 솔직했다.
“크게 줄진 않습니다.”
웅성거림.
“그런데 왜 좋아해야 합니까?”
“뇌물 덜 줘도 되니까.”
웃음이 터졌다.
상인 몇 명은 박수를 쳤다.
세리들은 안 웃었다.
카엘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개혁은 누군가에게 이익이고 누군가에게 손실이었다.
모두가 좋아하는 개혁이 있다면 아마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개혁일 가능성이 컸다.
세리들은 굳었다.
농민 일부는 오히려 불안해했다.
세금감면제도를 만들자 첫 번째 신청자가 예상과 달랐다.
오라스 집안 소작농.
남편이 병으로 쓰러져 올해 세금을 못 낼 상황.
카엘은 바로 감면하려 했다.
하심이 막았다.
“증명 필요합니다.”
“아픈 게 보이는데.”
“영주님이 직접 보는 사람만 감면하면요?”
카엘은 멈췄다.
맞았다.
자기 눈에 보이는 사람만 돕는 건 제도가 아니었다.
감면 기준을 만들었다.
중증질환.
군복무.
재난.
부양가족 급증.
마을대표와 관청서기의 공동확인.
리사라는 말했다.
“거짓신청도 생길 겁니다.”
“알아.”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지.”
첫해 거짓신청은 실제로 있었다.
친척끼리 병자증언.
가축 죽었다고 허위신고.
카엘은 화가 났다.
하심은 담담했다.
“제도가 생기면 이용하는 사람도 생깁니다.”
“그럼 어떻게?”
“잡고, 고치고, 계속 써야죠.”
카엘은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하심은 영웅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행정은 그런 사람이 더 오래 살렸다.
카엘은 그를 정식 서기관장 보조로 승진시켰다.
하심은 놀랐다.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많습니다.”
“장부 잘 보는 사람이 누군데.”
하심은 잠시 말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카엘은 말했다.
“감사 말고 일 잘해.”
리사라가 옆에서 웃었다.
하심도 조금 웃었다.
마라벤 관청은 그렇게 조금씩 카엘 개인의 관청이 아니라,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는 조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 노인이 말했다.
“예전에는 세리에게 부탁하면 조금 깎을 수 있었습니다.”
카엘은 당황했다.
“그건 부패잖습니까.”
리사라가 번역했다.
노인은 대답했다.
“가난한 해에는 그 부패 덕분에 살았습니다.”
카엘은 또 막혔다.
제도가 공정해지면 예외가 줄어든다.
예외가 사라지면 누군가는 더 힘들어진다.
카엘은 즉석에서 한 조항을 추가했다.
흉년·질병·군복무 가구에 대한 공식 감면제도.
하심이 기록했다.
리사라가 말했다.
“이제 좀 낫네요.”
“당신은 칭찬이 늘 조건부야.”
“정치가 원래 그래요.”
카엘은 그날 밤 처음으로 세금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해했다.
누가 정하고.
누가 걷고.
누가 깎아주고.
누가 예외가 되는지.
그 모든 게 권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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