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1화 —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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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벤은 지도보다 작았다.
그리고 냄새는 지도보다 심했다.
카엘은 말을 세우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작은 포구.
낡은 목책.
반쯤 무너진 부두.
습지에서 올라오는 비릿한 냄새.
멀리 보이는 창고 셋 중 하나는 지붕이 내려앉아 있었다.
리사라가 옆에서 말했다.
“축하해요.”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영지 받으셨잖아요.”
“이걸?”
“문서상으로는요.”
카엘은 포상문서를 다시 꺼냈다.
마라벤 변경령.
글자만 보면 제법 그럴듯했다.
실제 마라벤은 말 그대로 변경이었다.
도로는 진흙탕이었고, 도시라고 부르기엔 집이 적었다.
그런데 사람이 많았다.
장부에는 2,812명.
눈앞에는 이미 그보다 훨씬 많아 보였다.
부두 주변만 해도 수백 명이 움직였다.
어부.
염전 노동자.
짐꾼.
상인.
아이들.
심지어 성벽 밖에는 임시 움막까지 이어져 있었다.
카엘이 말했다.
“왜 장부랑 이렇게 다르지?”
리사라는 말에서 내렸다.
“세금 피하려고 등록 안 한 사람.”
“또?”
“전쟁 난민.”
“또.”
“노예.”
카엘이 얼굴을 굳혔다.
“여기도?”
“항구가 있으면 사람도 사고팔죠.”
에드윈이 뒤에서 말했다.
“진료소부터 만들죠.”
마르코는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저 부두.”
“왜?”
“수심이 얕아졌습니다.”
카엘은 바다를 봤다.
“어떻게 알아?”
“큰 배가 밖에 떠 있잖습니까.”
실제로 상선 두 척이 부두가 아니라 먼바다에 정박해 작은 배로 짐을 옮기고 있었다.
마르코가 말했다.
“퇴적입니다. 강에서 흙이 내려와 항구를 막은 거죠.”
“고칠 수 있나?”
“돈 있으면.”
카엘은 포상문서를 접었다.
“그 말은 이제 그만 듣고 싶은데.”
마르코가 웃었다.
마라벤의 전임 관리가 쓰던 관저는 성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돌집이었다.
문짝은 삐걱거렸고, 지붕 한쪽은 비가 샜다.
카엘은 거기서 첫 보고를 받았다.
현지 서기 세 명.
경비병 열두 명.
세리 다섯.
부두관리인 하나.
그리고 창고지기 둘.
그중 가장 젊은 서기가 하심이었다.
말랐고 긴장한 얼굴.
제국어를 서툴지만 정확하게 썼다.
카엘이 장부를 펼쳤다.
“인구 2,812.”
하심이 눈을 피했다.
“예.”
“맞나?”
침묵.
카엘이 다시 물었다.
“정확히 몇 명이지?”
하심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리사라가 사하르어로 짧게 말했다.
그제야 하심이 입을 열었다.
“모릅니다.”
카엘은 어이없었다.
“모르는데 숫자는 왜 있어?”
“전임 영주가 마지막으로 승인한 숫자입니다.”
“언제?”
“여섯 해 전.”
카엘은 눈을 감았다.
“그 뒤엔?”
“그 뒤에도 같은 숫자를 썼습니다.”
“왜?”
하심은 대답하기 전에 주변 세리를 봤다.
카엘은 그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다들 나가.”
세리들이 굳었다.
“지금.”
사람들이 나가고 하심만 남았다.
카엘이 말했다.
“이제 말해.”
하심은 손을 모았다.
“숫자가 늘면 세금도 늘었습니다.”
카엘은 잠시 이해하지 못했다.
리사라가 먼저 알아들었다.
“등록인구를 적게 유지하면 상급기관에 낼 세금은 줄고, 실제 주민한테는 예전 기준 이상으로 걷을 수 있었겠네요.”
하심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엘은 장부를 내려다봤다.
공식 인구 2,812.
실제는 아마 5천 이상.
차이는 사람의 숫자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수입이었다.
“세금은 누가 정하지?”
“왕실 기준세가 있고, 지역 부과가 있습니다.”
“지역 부과는?”
“세리와 영주가…”
하심은 말끝을 흐렸다.
카엘은 일어났다.
창밖으로 마라벤이 보였다.
자기 첫 영지.
관저에 짐을 푼 첫날 저녁, 카엘은 마라벤 지도를 벽에 걸었다.
제국군이 쓰던 지도였다.
강어귀.
목책.
작은 부두.
다섯 마을.
끝.
리사라가 자기 상단 지도를 꺼내 옆에 걸었다.
마을은 열둘.
작은 나루 셋.
염전 여섯 곳.
우물.
시장.
심지어 습지 안 계절길까지 있었다.
카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두 지도를 봤다.
“또네요.”
리사라가 말했다.
“뭐가?”
“빈칸.”
카엘은 웃지 못했다.
동방에 와서 가장 자주 본 것이었다.
없는 땅이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땅.
“마라벤 사람은 몇 명인지 아무도 모르고.”
카엘이 말했다.
“길도 지도마다 다르고.”
“영주님이 알아야죠.”
“영주가 다 알아야 하나?”
“아뇨.”
리사라는 바로 대답했다.
“누가 아는지 알아야죠.”
카엘은 그녀를 봤다.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 날 그는 관청 사람들을 한 명씩 불렀다.
하심은 장부.
부두관리인 자라드는 조수와 항로.
염전노동자 출신 감독은 소금.
나이 든 어부 카렘은 해안.
사원 서기는 마을가계와 묘지.
카엘은 질문만 했다.
각자 말은 조금씩 달랐다.
어떤 길은 누군가에게 중요했고 다른 사람에겐 쓸모없었다.
마을 이름조차 서로 달리 부르는 곳이 있었다.
그날 밤 카엘은 지도에 새로 선을 그리지 않았다.
대신 이름 옆에 사람을 적었다.
항구 — 자라드.
세금 — 하심.
습지 — 베란을 찾아볼 것.
염전 — 세란 마을 장로.
리사라가 봤다.
“이게 무슨 지도예요?”
“누구한테 물어볼지 지도.”
리사라는 잠시 웃었다.
“그건 꽤 쓸모있겠네요.”
카엘은 처음으로 영주라는 자리가 모든 걸 아는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책임지는 자리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땅.
첫날부터 장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리사라가 말했다.
“실망했어요?”
카엘은 그날 밤 아버지의 오래된 말을 떠올렸다.
땅은 지도를 잘라 갖는 게 아니다.
사람과 빚과 수리할 지붕까지 같이 가지는 것이다.
마라벤은 정확히 그 말 같았다.
관저에 딸린 창고에는 수리하지 않은 갑옷 열세 벌과 부러진 창이 쌓여 있었다.
“이건 왜 있지?”
하심이 말했다.
“전임 영주가 군대를 늘리려고 사놓은 겁니다.”
“왜 안 고쳤고?”
“돈이 없어서.”
카엘은 웃었다.
정말 모든 게 돈이었다.
그는 갑옷을 고쳐 경비대에 주라고 했다.
새로 사는 것보다 싸다.
하심은 또 망설였다.
“규격이 다릅니다.”
“사람마다 맞추면 되잖아.”
“제국식 아닙니다.”
카엘은 멈췄다.
“여긴 제국군이 아니지.”
그 한마디가 작지만 중요한 변화였다.
카엘은 마라벤을 자기 고향 영지의 복사본으로 만들 수 없었다.
군대도.
세금도.
시장도.
사람도 달랐다.
관저 부엌에서는 사하르식 음식 냄새가 났고, 경비병 절반은 제국어를 못했다.
카엘은 밤마다 사하르어 공부를 계속했다.
리사라가 발음을 고쳐줬다.
“그건 ‘세금’이 아니라 ‘장례’예요.”
“비슷하잖아.”
“전혀 안 비슷해요.”
카엘은 머리를 감쌌다.
“영주가 주민한테 장례를 걷겠다고 하면 재밌겠군.”
“세리들이 좋아하겠네요.”
둘은 웃었다.
그렇게 마라벤 첫날들이 흘렀다.
정치적 대의보다.
언어.
지붕.
장부.
냄새.
진흙.
사소한 것들이 더 많았다.
카엘은 오히려 그게 좋았다.
전쟁보다 현실 같았다.
카엘은 잠시 생각했다.
“조금.”
“돌아가고 싶어요?”
“아니.”
카엘은 장부를 다시 펼쳤다.
“오히려 잘됐어.”
리사라가 눈썹을 올렸다.
“뭐가요?”
“문제가 뭔지 하나는 알았잖아.”
그날 오후 카엘은 첫 명령을 내렸다.
마라벤 전면 인구조사.
하심이 놀랐다.
“전부요?”
“전부.”
“시간 오래 걸립니다.”
“그래도.”
리사라가 물었다.
“세금부터 올리려고요?”
카엘이 그녀를 봤다.
“아니.”
그리고 장부 첫 페이지를 뜯었다.
2,812라는 숫자가 적힌 페이지였다.
“우선 몇 명이 사는지부터 알아야지.”
그날 밤 비가 내렸다.
관저 지붕에서는 세 군데나 물이 샜다.
카엘은 대야를 놓으며 생각했다.
아버지 말이 맞았다.
땅은 지도 한 장이 아니었다.
사람.
빚.
수리할 지붕.
그리고 거짓말하는 장부까지.
그게 영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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