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6화 — 다렌

제국은 길을 따라왔다 · 16 / 20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보복은 새벽에 왔다.

바르하 가문을 지지하던 지방병 일부가 케라계 마을을 습격했다.

사힌이 자신들의 귀족을 체포한 것에 대한 분풀이였다.

전략적 의미는 없었다.

그래서 더 끔찍했다.

카엘은 연기 냄새를 맡기도 전에 비명부터 들었다.

마을 가장자리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적 숫자?”

“서른쯤!”

이번에는 카엘 병력이 더 많았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기병은 양쪽으로 갈라진다. 도망길부터 끊어.”

부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엘은 마을 중심으로 달렸다.

집 하나가 불타고 있었다.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창을 든 병사가 아이를 끌고 가려 했다.

카엘이 말을 부딪치듯 들이밀었다.

병사가 넘어졌다.

카엘은 말에서 뛰어내려 검자루로 그의 얼굴을 쳤다.

“무기 버려!”

병사는 못 알아들었다.

리사라가 뒤에서 외쳤다.

병사가 창을 놓았다.

전투는 길지 않았다.

습격자들은 조직된 군대가 아니었다.

몇 명은 죽고 대부분 도망쳤다.

마을에는 시체가 남았다.

카엘은 불타는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을 잡아당겼다.

“안 돼!”

“안에 사람이!”

리사라가 외쳤다.

카엘은 젖은 천을 얼굴에 두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열기가 얼굴을 때렸다.

바닥에 사람이 하나 쓰러져 있었다.

성인 여성이었다.

카엘이 끌어냈다.

숨은 붙어 있었다.

그리고 구석에서 소리가 났다.

아이.

열두 살쯤.

남자아이였다.

팔에 화상을 입고 있었다.

카엘이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

에드윈이 치료를 시작했다.

“이름?”

리사라가 물었다.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다렌.”

그날 오후 카엘은 마을 피해를 조사했다.

사망 열한.

중상 일곱.

집 여덟 채.

가축 상당수 도난.

카엘은 숫자를 적었다.

그러다 멈췄다.

다렌이 근처에 앉아 있었다.

아이의 부모는 둘 다 죽었다.

카엘은 장부를 덮었다.

에드윈이 말했다.

“친척을 찾고 있습니다.”

“없으면?”

“교회 보호소.”

다렌은 리사라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잠시 후 리사라가 카엘에게 말했다.

“아까 물어본답니다.”

“뭘?”

다렌이 제국 깃발을 가리켰다.

“저 깃발 아래 서면 사람을 지킬 수 있냐고.”

카엘은 당황했다.

“나는 제국군이야.”

리사라가 번역했다.

다렌은 다시 말했다.

“자기도 들어갈 수 있냐고.”

“나이가 몇인데.”

“열셋.”

카엘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다렌 얼굴이 굳었다.

“나중에.”

카엘이 덧붙였다.

다렌은 치료를 받는 동안 거의 울지 않았다.

오히려 어른들이 더 많이 울었다.

카엘이 왜 그런지 묻자 에드윈이 말했다.

“아이는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나중에 올 수도 있죠.”

카엘은 다렌과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며칠 동안 매일 들렀다.

빵을 가져다주고.

검을 보여달라고 하면 보여주고.

한 번은 다렌이 카엘 검을 잡으려 했다.

“안 돼.”

다렌이 무슨 말인지 몰라 손을 더 뻗었다.

카엘은 검집째 건넸다.

다렌은 양손으로 들었다가 무게 때문에 거의 떨어뜨렸다.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본 뒤 카엘은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

가족을 잃은 아이가 자기 검을 보고 웃는 게 좋은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에드윈이 말했다.

“영웅이 되지 마십시오.”

“무슨 뜻입니까?”

“저 아이에게.”

카엘이 그를 봤다.

“구해준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죠.”

에드윈은 낮게 말했다.

“사람은 자기를 살려준 사람을 너무 쉽게 옳다고 믿습니다.”

카엘은 그 말에 기분이 묘해졌다.

“제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겁니까?”

“기사님.”

에드윈이 웃었다.

“그건 이미 여러 번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카엘도 웃었다.

그러나 다렌에게 제국은 그날 이후 오랫동안 옳은 것이 되었다.

며칠 뒤 다렌의 친척 한 명이 발견됐다.

어머니 쪽 먼 삼촌.

다른 케라 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는 다렌을 데려가겠다고 했다.

카엘은 안도했다.

교회 보호소보다 가족이 나았다.

떠나는 날 다렌은 카엘을 한참 바라봤다.

말이 통하지 않아 리사라가 옆에 섰다.

다렌이 물었다.

“제국은 어디 있습니까?”

카엘은 발레드라 방향을 가리켰다.

다렌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제국 깃발을 가리켰다.

리사라가 번역했다.

“이게 있는 곳은 다 제국이냐고.”

카엘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아니.”

다렌은 이해하지 못했다.

카엘은 다시 설명했다.

“저 깃발을 들고 있다고 다 제국 땅은 아니야.”

리사라가 번역했다.

다렌은 또 물었다.

“그럼 왜 여기 있어?”

카엘은 아주 간단한 질문 앞에서 대답이 길어질 것 같았다.

사힌을 돕기 위해.

노예상을 막기 위해.

벨로르를 견제하기 위해.

제국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전쟁이 끝난 뒤 항구를 지키기 위해.

모두 사실이었다.

“도우러 왔다.”

결국 그렇게 말했다.

다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답을 믿었다.

카엘은 그 믿음이 무거웠다.

훗날 다렌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제국에 끝까지 충성했다.

제국이 자신에게 처음 준 설명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신뢰는 훗날 카엘이 어떤 설명을 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성인이 되면.”

다렌이 떠난 뒤 카엘은 불탄 마을을 한 번 더 돌아봤다.

집터마다 작은 표식이 놓였다.

사망자 이름을 적은 나무판.

케라 사람들은 망자를 묻는 방식도 사하르와 달랐다.

에드윈은 장례에 참여하려다 한 노인에게 거절당했다.

“왜?”

카엘이 물었다.

리사라가 말했다.

“자기 방식으로 보내고 싶대요.”

에드윈은 순순히 물러났다.

카엘이 놀랐다.

“선교사라면서요.”

“죽은 사람한테까지 설교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에드윈은 멀리서 조용히 기다렸다.

장례가 끝난 뒤 그는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약과 식량을 나눴다.

아무도 개종을 요구받지 않았다.

카엘은 그 모습을 보며 제국과 일광교를 같은 것으로 생각해왔다는 걸 깨달았다.

겹치는 부분은 많았다.

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사람도, 제도도, 믿음도.

세상을 나누는 선은 생각보다 자주 어긋났다.

리사라가 번역했다.

다렌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카엘은 그날의 대화가 한 아이 인생 전체를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다렌에게는 제국이 추상적인 제도가 아니었다.

마을을 불태운 건 현지 귀족병.

자기를 불에서 꺼낸 건 제국 기사.

치료한 건 제국 종교의 수도사.

그 경험은 어떤 정치이론보다 강했다.

며칠 뒤 마을을 떠나기 전 다렌이 카엘을 찾아왔다.

작은 나무조각을 내밀었다.

케라식 부적이었다.

“뭐지?”

리사라가 번역했다.

“길 잃지 말라고.”

카엘은 받았다.

“고맙다고 해줘.”

다렌은 직접 제국어로 말했다.

“감사.”

발음은 서툴렀다.

카엘이 웃었다.

“잘했어.”

말에 올라 마을을 떠난 뒤 리사라가 말했다.

“애가 당신을 아주 좋아하네요.”

“아이들은 사람 보는 눈이 아직 부족하니까.”

리사라가 웃었다.

카엘은 부적을 가방에 넣었다.

훗날 다렌이 제국군 장군의 제복을 입고 카엘 맞은편에 서게 될 때까지,

그 부적은 버려지지 않았다.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