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4화 — 노예상들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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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전투 중 도망간 줄 알았다.
라디르군 포로 열세 명.
사힌군에서 잡힌 적병 여덟 명.
이틀 사이 행방이 묘연해졌다.
카엘은 포로관리 장부를 확인했다.
“이송.”
한 줄.
목적지는 없었다.
“이게 뭡니까?”
담당 병사는 눈을 피했다.
“상급 명령입니다.”
“누구 명령?”
“바르하 경 측 사람들.”
카엘은 이를 악물었다.
바르하는 이미 민간인을 잡아간 귀족이었다.
그런데 사힌 편에도 비슷한 사람들이 있었다.
카엘은 사힌의 진영 안쪽에 임시로 설치된 포로우리로 갔다.
에드윈이 거기 있었다.
수도사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
“늦으셨습니다.”
“몇 명?”
“스물하나.”
“어디로 갔습니까?”
에드윈이 북쪽을 가리켰다.
“상단에 넘겼다고 합니다.”
카엘은 믿을 수 없었다.
“포로를?”
“노예로.”
“사힌은 노예시장 폐쇄를 약속했습니다.”
“아직 왕이 아니니까요.”
에드윈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카엘은 사힌을 찾아갔다.
왕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막으십시오.”
카엘이 말했다.
사힌은 얼굴을 찌푸렸다.
“쉽지 않습니다.”
“전하의 진영 안에서 벌어졌습니다.”
“바르하 가문은 아직 내 직속이 아니에요.”
“그럼 전하 이름으로 싸우는 이유는 뭡니까?”
사힌이 카엘을 똑바로 봤다.
“그들도 내가 왕이 되면 얻을 게 있으니까.”
“그게 사람 파는 권리입니까?”
“아니.”
사힌의 목소리도 낮아졌다.
“그래서 증거가 필요합니다.”
카엘은 탁자를 쳤다.
“사람 스물한 명이 사라졌습니다.”
“그걸 누가 팔았는지, 누가 샀는지, 어느 법을 어겼는지 증명해야 합니다.”
“전하가 명령하면 되잖습니까.”
사힌은 한숨을 쉬었다.
“카엘.”
처음으로 왕자의 목소리가 지쳐 있었다.
“내가 오늘 바르하 가문을 적으로 돌리면 그 병사 삼백이 라디르에게 갑니다.”
“그래서 놔둡니까?”
“그래서 잡을 수 있게 증거를 만들자는 겁니다.”
카엘은 화가 났다.
사힌이 비겁해 보였다.
그런데 리사라가 옆에서 말했다.
“전하 말이 맞아요.”
카엘이 그녀를 돌아봤다.
“당신까지?”
“사람을 되찾는 게 목적이지 화내는 게 목적은 아니잖아요.”
카엘은 입을 다물었다.
리사라는 이미 노예상단 이동경로를 알고 있었다.
상단은 포로들을 북쪽 장터로 옮기는 중.
제국군이 직접 체포하면 외교문제.
사힌군이 움직이면 내분.
“그럼 누가?”
카엘이 물었다.
리사라가 에드윈을 봤다.
에드윈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교회.”
일광교는 제국 내에서 노예매매를 금지했다.
그리고 제국 상인 보호구역 안에서 거래되는 노예는 교회재판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카엘은 눈을 깜빡였다.
“그게 됩니까?”
상단을 따라잡기 전 에드윈은 교회법 사본을 수십 번 확인했다.
카엘이 물었다.
“확실합니까?”
“아니요.”
“뭐라고요?”
“법에는 확실한 게 적습니다.”
에드윈은 손가락으로 문장을 짚었다.
“제국 상단이 제국 보호권 안에서 거래하는 사람을 불법 노예화하면 교회재판이 개입할 수 있다.”
“그럼 되는 거잖습니까.”
“‘제국 보호권 안’이 어디까지인지 판례가 갈립니다.”
카엘은 이마를 짚었다.
“그냥 칼로 구하는 게 빠르겠군.”
리사라가 말했다.
“그리고 다음 상단이 또 오겠죠.”
카엘은 입을 다물었다.
현장에서 에드윈은 놀랍도록 냉정했다.
평소의 온화한 수도사와 달랐다.
상단주가 소리쳤다.
“당신에게 내 수레를 열 권리가 없다!”
에드윈은 답했다.
“당신 상단은 아르케시아 특허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특허는 권리만 주지 않습니다.”
그는 교회법과 상업특허 문서를 동시에 펼쳤다.
“제국 상인을 보호받는 자로 만들면서 제국법의 적용대상으로도 만듭니다.”
상단주는 얼굴을 굳혔다.
카엘은 그 순간 깨달았다.
법은 칼과 달랐다.
칼은 상대를 이기면 끝난다.
법은 상대가 같은 규칙을 인정하는 순간 힘을 가졌다.
그러나 그 힘에도 한계는 있었다.
포로 일곱 명은 문서가 없었다.
누가 잡았는지 증명도 불가능했다.
상단주는 끝까지 그들을 넘기지 않았다.
에드윈은 입술을 깨물었다.
카엘이 낮게 말했다.
“밤에 빼옵시다.”
에드윈이 그를 봤다.
“기사님이 그런 말도 합니까?”
“옳은 일이라면서.”
“옳은 일을 하겠다고 모든 규칙을 깨면, 다음 사람이 자기 옳음을 이유로 우리 규칙을 깨겠죠.”
카엘은 화가 났다.
“그럼 저 일곱은?”
에드윈은 오래 침묵했다.
“기억해야죠.”
그 대답은 카엘이 원한 답이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에 에드윈은 구해낸 사람 열넷을 한 명씩 확인했다.
가족.
고향.
잡힌 장소.
몸 상태.
카엘은 물었다.
“교회에서 다 돌봅니까?”
“가능한 만큼.”
“가능한 만큼이라는 말 많이 하시네요.”
“현실이 자주 그 정도만 허락하니까요.”
그중 한 여자는 고향으로 돌아가길 거부했다.
리사라가 이유를 물었다.
남편이 자신을 빚 때문에 노예상에게 넘겼다고 했다.
카엘은 충격을 받았다.
“그게 합법입니까?”
리사라가 말했다.
“지역에 따라.”
에드윈은 여자를 교회 보호소로 보내겠다고 했다.
카엘은 또 법을 고치면 된다고 생각했다.
리사라가 그 표정을 보고 먼저 말했다.
“전부 한 번에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왜?”
“지금 당신 권한도 아니니까.”
카엘은 인정하기 싫었지만 맞았다.
자신은 제국 기사였다.
왕도 아니고 법관도 아니었다.
누군가를 구할 수 있을 때와, 구조를 바꿀 수 있을 때는 달랐다.
그 차이가 답답했다.
에드윈은 말했다.
“답답한 건 좋은 겁니다.”
“왜요?”
“답답하지 않은 사람은 보통 아무것도 바꾸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카엘은 피식 웃었다.
“수도사님은 위로를 이상하게 합니다.”
“기도보다 이쪽이 잘 먹힐 때가 있습니다.”
그날 밤 카엘은 자신이 언젠가 땅을 갖게 되면 적어도 그 땅에서는 사람을 사고파는 시장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마라벤이라는 이름도 제대로 알기 전이었다.
하지만 훗날 그는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구하지 못한 사람을 잊지 않는 것 역시 제도를 바꾸는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을.
상단에서 풀려난 한 노인은 카엘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했다.
카엘은 이유를 몰라 리사라를 봤다.
“그냥 감사하다는 뜻이에요.”
노인의 손은 거칠고 가벼웠다.
카엘은 손을 잡았다.
노인은 아무 말 없이 한참 놓지 않았다.
카엘은 그 순간 일곱 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열넷을 구했다는 사실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받아들였다.
둘 중 하나만 진실인 게 아니었다.
에드윈이 말했다.
“법은 잘 쓰면 검보다 멀리 닿습니다.”
그들은 상단을 추격했다.
전투보다 법률이 먼저였다.
에드윈은 현장에서 상인들에게 제국 상권 안의 불법 노예거래 중지를 명령했다.
상단주는 비웃었다.
“여기는 사하르 땅입니다.”
에드윈이 문서를 펼쳤다.
“이 수레의 소유주는 아르케시아 상단입니다.”
상단주의 얼굴이 굳었다.
“물건이 제국 소유면 제국법을 따릅니다.”
카엘은 그 말의 아이러니를 느꼈다.
사람을 물건으로 취급한 계약이 오히려 사람을 풀어주는 법적 근거가 됐다.
실제로 전부 풀어줄 수는 없었다.
문서가 없는 사람.
어디에서 잡혔는지 증명 못하는 사람.
다른 상단 소유로 넘어간 사람.
스물한 명 중 열넷을 되찾았다.
일곱은 찾지 못했다.
에드윈은 성공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카엘도.
돌아오는 길에 리사라가 말했다.
“전부 구하지 못했다고 실패한 건 아니에요.”
카엘은 대답했다.
“전부 못 구했는데 성공이라고 하기도 싫어.”
리사라는 잠시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카엘은 처음으로 배웠다.
옳은 일도 완전하게 할 수 없는 날이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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