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1화 — 구해야 할 사람들

제국은 길을 따라왔다 · 11 / 20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북쪽 하늘이 붉었다.

처음에는 노을인 줄 알았다.

카엘은 말을 달리다 고개를 들었고, 해가 이미 반대편으로 기울었다는 걸 깨달았다.

“불입니다.”

리사라가 먼저 말했다.

멀리 능선 너머로 검은 연기가 솟고 있었다.

전령이 앞에서 길을 잡았다.

“세 마을 중 가장 큰 곳이 저쪽입니다!”

카엘은 뒤를 돌아봤다.

기병은 스물여덟.

10화에서 돌아오지 못한 병사와 부상자를 빼고 남은 전부였다.

사힌의 본대는 남쪽 강가에 있었다. 제국 지휘관의 명령은 명확했다.

상황을 확인하고 돌아올 것.

본격적인 추격이나 교전은 금지.

카엘은 말고삐를 쥔 손에 힘을 줬다.

“적 규모는?”

“정확히 모릅니다. 백 이상이라는 보고도 있고, 오십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포로는?”

“사람을 끌고 갔다고 합니다.”

카엘이 리사라를 봤다.

“가장 가까운 마을부터.”

그들이 도착했을 때 집 다섯 채가 이미 전부 타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물에서 물을 퍼 나르고 있었다.

한 아이가 길 한가운데 앉아 울고 있었다.

카엘은 말에서 뛰어내렸다.

“적은?”

리사라가 묻고, 주민이 대답했다.

“동쪽으로 갔답니다. 두 번째 마을 쪽.”

“몇 명?”

대답이 길었다.

리사라가 얼굴을 굳혔다.

“쉰에서 일흔 정도. 기병은 적고 대부분 보병.”

“우리보다 두 배군.”

부관이 말했다.

카엘은 불타는 집을 바라봤다.

“사람을 얼마나 데려갔지?”

리사라가 다시 물었다.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열일곱. 여자 여섯, 아이 셋.”

부관이 낮게 욕했다.

카엘은 지도를 펼쳤다.

마을은 세 곳.

바르하군은 동쪽으로 이동 중.

본대로 돌아가 지원을 요청하면 적어도 반나절.

그동안 저들은 포로를 데리고 더 깊숙이 들어간다.

“우리는 정찰 명령만 받았습니다.”

부관이 말했다.

“알아.”

“본대에 보고하고 기다리는 게 맞습니다.”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불타는 집 옆에서 노인이 물동이를 나르고 있었다.

손이 떨렸다.

아이 하나가 카엘을 올려다봤다.

“저 아이가 뭐라고 하지?”

리사라가 잠깐 듣고 말했다.

“언니를 찾아달래요.”

카엘은 눈을 감았다.

명령은 쉬웠다.

돌아가라.

보고하라.

지원군을 기다려라.

그렇게 하면 아무도 카엘을 책망하지 않는다.

그 사이 포로가 사라져도.

“기병 열 명은 여기 남는다.”

부관이 놀라 봤다.

“기사님.”

“부상자와 마을 사람 보호. 나머지는 두 번째 마을까지 간다.”

“싸우실 겁니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상황을 본다.”

부관은 한숨을 쉬었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리사라가 말에 올랐다.

카엘이 그녀를 보았다.

“당신은 여기 남아도 돼.”

“통역 없이 가시려고요?”

“위험할 수 있다.”

“저번에도 위험했어요.”

“이번엔 적 숫자가 더 많아.”

“그럼 통역관도 더 필요하겠네요.”

카엘은 포기했다.

두 번째 마을은 이미 비어 있었다.

집은 불타지 않았지만 사람은 없었다.

우물 옆에서 피 묻은 천 조각을 발견했다.

카엘은 말에서 내려 땅을 살폈다.

바퀴자국.

말발굽.

사람 발자국.

동쪽.

“수레가 있군.”

부관이 말했다.

“포로들을 태운 걸까요?”

리사라는 고개를 저었다.

“잡아간 사람은 걸렸을 가능성이 커요. 수레는 곡물.”

“왜?”

“사람보다 곡물이 더 무겁잖아요.”

카엘은 잠시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그럼 빠르진 못해.”

“네.”

“쫓는다.”

부관이 바로 말했다.

“명령 위반입니다.”

카엘이 그를 돌아봤다.

“안다.”

“보고서에는 어떻게 쓰실 겁니까?”

“있는 그대로.”

“그게 더 무섭습니다.”

카엘은 웃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그들은 바르하군 후미를 발견했다.

예상보다 많았다.

칠십 가까이.

수레 세 대.

포로들은 맨 뒤에 묶여 걸었다.

카엘은 언덕 위에서 한참 내려다봤다.

기병 열여덟.

적 칠십.

정면전은 어리석었다.

“오늘 밤 야영할 겁니다.”

리사라가 말했다.

“곡물수레가 있으면 어둠 속 이동은 어렵죠.”

카엘은 지형을 살폈다.

한쪽은 얕은 강.

다른 쪽은 숲.

적은 길 위에서 기다란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싸우지 않고 사람만 빼올 수 있을까.”

부관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봤다.

“방법이 있습니까?”

카엘은 아직 몰랐다.

하지만 돌아갈 생각도 없었다.

밤이 되자 바르하군은 강 옆에 야영했다.

카엘은 병사를 셋씩 나눴다.

한 조는 말을 몰고 북쪽에서 소리를 낸다.

한 조는 불화살 몇 발을 곡물수레 근처에 쏜다.

나머지는 포로 쪽.

“수레를 태우겠다고요?”

리사라가 물었다.

“안 태워.”

“불화살인데요?”

“수레 옆 땅에 쏜다.”

“그걸 적들이 알아줄까요?”

“알아주면 실패지.”

리사라는 잠시 그를 보더니 웃었다.

“이제 제국 기사 같지 않은 작전을 잘 짜네요.”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신호가 올랐다.

북쪽에서 말발굽 소리.

남쪽에서 불화살.

바르하군이 혼란에 빠졌다.

“제국군이다!”

누군가 소리쳤다.

실제보다 훨씬 많은 병력이 온 것처럼 보였다.

카엘과 여섯 기병은 숲을 돌아 포로 쪽으로 접근했다.

경비병 둘이 있었다.

한 명은 바로 도망갔다.

다른 한 명은 창을 들었다.

카엘이 검을 뽑았다.

짧은 충돌.

창이 튕겨나갔다.

병사는 넘어졌다.

카엘은 검끝을 목에 대지 않았다.

“가.”

리사라가 번역했다.

병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뛰었다.

마을에서 떠나기 전 카엘은 구조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게 했다.

부관이 물었다.

“왜요?”

“나중에 가족 찾을 때 필요하잖아.”

“우리가 행정관입니까?”

카엘은 잠시 멈췄다.

“아직은 아니지.”

리사라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아직은?”

카엘은 자기도 모르게 나온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름을 적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사하르식 이름은 가문명과 출신지, 아버지 이름이 붙는 경우가 있었고, 케라 사람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카엘의 서기관은 계속 철자를 물었다.

한 노인은 자기 이름을 적는 것보다 손자의 이름부터 적으라고 했다.

“왜?”

리사라가 번역했다.

“자기는 늙었고 손자는 오래 살아야 하니까.”

카엘은 그 말을 듣고 장부 첫 줄을 바꿨다.

구조자 명부.

전쟁 중에는 숫자가 빨랐다.

사망 열한.

부상 일곱.

포로 열일곱.

그러나 그 숫자 속에서 누가 누구였는지 나중에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카엘은 밤늦게까지 이름을 확인했다.

그 모습을 본 리사라가 말했다.

“기사님은 사람보다 장부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장부가 사람 잊지 않으려고 있는 거 아닌가?”

리사라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쓰면요.”

그 말 역시 오래 남았다.

포로들의 줄을 끊었다.

“달려!”

리사라가 외쳤다.

아이 하나가 넘어졌다.

카엘이 안아 말 위에 올렸다.

멀리서 바르하군이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후퇴!”

기병들이 포로들을 감싸고 숲으로 들어갔다.

화살 몇 발이 날아왔다.

하나가 카엘 말 옆을 스쳤다.

다른 하나가 병사 어깨에 박혔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한참 뒤 추격 소리가 사라졌다.

카엘은 말을 세웠다.

포로를 세었다.

열일곱.

전부 있었다.

부상병 하나.

죽은 사람은 없었다.

카엘은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리사라가 말했다.

“명령 위반으로 잡혀가실 수도 있겠네요.”

“알아.”

“후회합니까?”

카엘은 말 위의 아이를 내려주었다.

아이는 곧 엄마에게 달려갔다.

“아직은.”

그날 밤 본대로 돌아왔을 때 제국 지휘관은 카엘을 기다리고 있었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카엘 아르덴.”

“예.”

“내 명령이 뭐였지?”

카엘은 말을 멈췄다.

사힌도 옆에 서 있었다.

주변 장교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카엘이 대답했다.

“상황을 확인하고 돌아오라는 명령이었습니다.”

“그런데?”

“확인했습니다.”

지휘관의 눈썹이 움직였다.

“그리고 포로도 데려왔군.”

“예.”

“싸우지 말라고 했을 텐데.”

“전면전은 하지 않았습니다.”

“말장난 하지 마라.”

카엘은 입을 다물었다.

잠시 침묵.

지휘관이 한숨을 쉬었다.

“내일 아침까지 반성문 써.”

카엘은 놀랐다.

“그걸로 끝입니까?”

“뭘 바라나? 채찍?”

사힌이 웃음을 참았다.

지휘관이 덧붙였다.

“다음엔 명령을 어기기 전에 최소한 살아 돌아올 계획부터 세워.”

“세웠습니다.”

“그러니까 더 화나는 거야.”

카엘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천막을 나오자 사힌이 따라왔다.

“카엘.”

“예, 전하.”

“고맙습니다.”

카엘은 고개를 저었다.

“전하의 백성입니다.”

사힌이 한동안 그를 보았다.

“바로 그 말을 하는 제국인이 많지 않아서요.”

카엘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밤 그는 반성문 첫 줄을 이렇게 썼다.

명령을 위반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줄에서 한참 멈췄다.

무엇을 후회한다고 써야 할지 몰랐다.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