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0화 — 첫 번째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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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안개가 강 위에 내려앉았다.
카엘은 말에서 내려 진흙을 손으로 만졌다.
말이 빠질 정도는 아니었다.
“기병 통과 가능.”
그가 말했다.
리사라가 뒤에서 대꾸했다.
“아까도 말씀드렸는데요.”
“확인은 해야죠.”
“저를 못 믿습니까?”
“지도를 못 믿는 습관이 생겨서.”
리사라가 웃었다.
그들은 우회로를 따라 라디르군 보급대 뒤로 돌아갔다.
카엘에게 주어진 병력은 기병 쉰.
목표는 보급대 차단.
싸움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보급수레만 잡고 후퇴한다.”
카엘이 명령했다.
“병사들과 맞붙지 마라. 길을 막고 말만 풀어.”
부관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적을 안 죽입니까?”
“죽이면 다시 살릴 수 없잖아.”
“예?”
“수레는 가져올 수 있어.”
부관은 이해를 포기한 얼굴이었다.
작전은 놀라울 만큼 잘 됐다.
라디르군은 정면의 사힌군을 막느라 병력을 대부분 강가에 배치했다.
뒤쪽 보급대는 경비가 약했다.
카엘의 기병대가 안개 속에서 나타나자 수레꾼들이 먼저 도망갔다.
경비병 이십여 명이 저항했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카엘은 한 병사의 창을 검으로 쳐냈다.
상대는 열일곱 살쯤 된 소년이었다.
눈이 겁에 질려 있었다.
카엘이 검을 목에 겨누자 소년은 무기를 떨어뜨렸다.
“항복.”
카엘이 아르케시아어로 말했다.
소년은 못 알아들었다.
리사라가 멀리서 외쳤다.
소년이 두 손을 들었다.
전투는 십 분도 안 돼 끝났다.
죽은 사람은 세 명.
부상자는 열둘.
잡힌 사람은 스물일곱.
카엘은 예상보다 적은 피로 끝난 것에 안도했다.
그런데 포로를 조사하면서 기분이 이상해졌다.
대부분 농민이었다.
“병사가 아니라고?”
카엘이 물었다.
리사라가 한 중년 포로와 대화했다.
“보름 전에 징집됐대요.”
다음 사람.
“얘는 열흘.”
또 다음.
“세금을 못 내서 대신 끌려왔답니다.”
카엘은 포로들을 훑어봤다.
전문병사는 네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농부, 대장장이 견습, 목동.
“라디르를 지지합니까?”
그가 물었다.
리사라가 번역했다.
포로들이 서로 쳐다봤다.
한 사람이 대답했다.
“왕이 누가 되든 상관없답니다.”
리사라가 말했다.
“집에 가고 싶대요.”
카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오 무렵, 강가에서는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
보급이 끊긴 라디르군은 진형을 유지하지 못했다.
작전 전날 밤 카엘은 쉰 명의 명단을 직접 확인했다.
귀족가 둘째 아들도 있었고, 농가 출신 기병도 있었다.
한 병사는 말이 아팠다.
카엘은 그를 빼려 했다.
“괜찮습니다.”
병사가 항의했다.
“말이 괜찮지 않아.”
“제 말입니다.”
“그래서 더 쉬게 해야지.”
“전공에서 빠집니다.”
카엘은 잠시 그를 봤다.
전공.
자기도 그걸 얻으러 여기 왔다.
“다음에도 싸움은 있을 거다.”
“그걸 위로라고 하십니까?”
“최선을 다했다.”
병사가 웃었다.
카엘은 이런 대화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배워가고 있었다.
새벽 우회기동에서는 리사라가 동행하지 않았다.
카엘은 처음으로 그녀 없이 현지 안내인과 움직여야 했다.
간단한 말은 외웠지만 세밀한 지시는 손짓으로 해야 했다.
길 하나를 잘못 들어 십 분을 잃었다.
카엘은 짜증이 났지만 누구 탓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못 알아들은 것이다.
보급대를 덮쳤을 때도 모든 것이 계획처럼 흘러가지는 않았다.
적 경비병 하나가 도망치지 않고 나팔을 불었다.
카엘은 그를 막으려 달려갔고 말에서 거의 떨어질 뻔했다.
부관이 대신 병사를 제압했다.
“괜찮습니까?”
“봤지?”
“뭘요?”
“내가 멋있게 떨어질 뻔한 거.”
부관이 웃음을 터뜨렸다.
긴장이 조금 풀렸다.
전투 뒤 포로들을 묶을 때 카엘은 부상자부터 치료하게 했다.
제국 병사가 불평했다.
“적입니다.”
“그래서 피 색이 다르냐?”
병사는 입을 다물었다.
카엘 자신도 그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몰랐다.
아마 에드윈과 며칠을 같이 다닌 탓이었다.
승리 후 사힌군 본대와 합류했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보급수레를 빼앗긴 라디르군 일부가 후퇴했고, 전선이 움직였다.
사힌은 카엘에게 작은 은제 패를 수여했다.
전공의 증표였다.
카엘은 그것을 손에 쥐었다.
바라던 것이었다.
이런 것을 쌓으면 언젠가 땅과 작위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낮에 만난 포로들이 눈에 밟혔다.
그들 중 하나는 카엘보다 나이가 많았다.
다섯 아이의 아버지라고 했다.
다른 한 명은 혼인한 지 세 달.
소년은 열일곱.
다음 날 풀어주거나 교환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답만 돌아왔다.
카엘은 승전연의 고기와 술이 이상하게 목에 걸렸다.
리사라가 그를 찾아온 것도 그때였다.
“영웅님.”
“놀리지 마.”
“은패까지 받으셨던데요.”
“당신 지도 덕분이었어.”
“제 지도 아니고 우리 상단 지도.”
“그럼 상단에 전공을 나눠줘야겠군.”
“현금이면 좋아할 겁니다.”
카엘은 웃다가 다시 포로 쪽을 봤다.
리사라는 눈치챘다.
“처음 죽는 사람을 봤어요?”
“아니.”
“처음 이겼습니까?”
카엘은 잠시 생각했다.
“아마.”
“어때요?”
“생각보다 기분이 안 좋아.”
리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그날 밤 카엘은 형에게 편지를 썼다.
레온에게.
첫 줄을 쓰고 한참 멈췄다.
무엇부터 적어야 할지 몰랐다.
세라드의 도시는 생각보다 크다.
전쟁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현지인은 제국어를 한다.
자기 통역관은 자신보다 지도를 잘 본다.
첫 전투에서 이겼다.
사람 셋이 죽었다.
이 모든 걸 한 장에 넣으면 형이 무슨 말을 할까.
결국 이렇게 썼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음 문장.
첫 전공을 세웠다.
그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한참 뒤.
여기는 우리가 배운 곳과 많이 다르다.
카엘은 펜을 멈췄다.
마지막에는 별 의미 없는 날씨 이야기를 적었다.
편지를 접으면서 자신이 중요한 얘기를 거의 쓰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리사라가 말한 ‘뜻을 번역하는 일’이 생각났다.
어쩌면 편지도 번역이었다.
자기가 겪은 것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바꾸는 일.
그는 아직 그걸 잘하지 못했다.
북쪽 마을의 화재 보고가 들어왔을 때 편지는 책상 위에 그대로 있었다.
카엘은 봉인도 하지 못하고 뛰어나갔다.
나중에 돌아와 보니 잉크가 완전히 말라 있었다.
그 편지는 다음 배편으로 발레드라에 보내졌다.
레온은 훗날 그 짧은 문장을 오래 기억하게 된다.
여기는 우리가 배운 곳과 많이 다르다.
“뭐가?”
“계속 좋기만 했다면 좀 무서웠을 것 같아서.”
그 직후 북쪽 마을들이 불탔다는 전령이 들어왔다.
승전연은 즉시 끝났다.
사힌은 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제국 지휘관들은 지도를 펼쳤다.
카엘도 따라갔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 영웅이었던 그는 다시 작은 부관이 되었다.
그 사실이 묘하게 안심됐다.
사힌군이 강을 건넜고 제국군 중보병이 중앙을 밀었다.
결국 라디르 측 지방군은 후퇴했다.
전투는 승리였다.
명백한 승리.
사힌은 저녁에 카엘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했습니다.”
제국 지휘관도 말했다.
“전공으로 기록하겠다.”
병사들이 술을 마셨다.
누군가는 카엘을 영웅처럼 떠받들었다.
카엘도 기뻐해야 했다.
첫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다.
자기가 선택한 우회로가 전투를 바꿨다.
그런데 밤이 되자 그는 포로들이 있는 울타리 쪽으로 갔다.
낮에 항복한 소년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리사라가 따라왔다.
“왜 여기 있어요?”
“그냥.”
“승전연 안 갑니까?”
“저 애.”
카엘이 소년을 가리켰다.
“우리랑 싸운 이유가 세금 못 내서라더군.”
“네.”
“우리가 이겼고.”
“네.”
“그럼 저 애는 졌나?”
리사라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카엘이 쓴웃음을 지었다.
“질문이 이상하지.”
“조금.”
“나는 우리가 옳은 편이라고 생각했어.”
리사라가 그를 바라봤다.
“아직도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옳은 편에 있다고 해서 반대편 사람이 다 틀린 건 아니죠.”
카엘은 포로들을 다시 봤다.
그날 그는 첫 전공을 얻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승리와 옳음이 같은 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멀리서 전령의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외침이 야영지를 가로질렀다.
“북쪽 세 마을이 불탔습니다!”
“바르하 귀족군이 주민들을 끌고 갔습니다!”
사힌의 천막에 불이 켜졌다.
카엘은 검을 집어 들었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누가 옳은 편인지 생각할 시간도 없을 것 같았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