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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8화 — 발견한 사람들

제국은 길을 따라왔다 · 8 / 20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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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엘은 싸우지 않았다.

정확히는,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어둠 속에서 횃불을 여러 곳에 나누어 들게 하고 말발굽 소리를 일부러 크게 냈다. 리사라는 계곡 아래로 내려가 바르하군에게 제국 본대가 이미 뒤를 막았다고 전했다.

거짓말이었다.

적 지휘관은 믿었다.

아니, 믿고 싶어 했다.

예순 명으로 제국 기병대와 싸우는 것보다 포로를 버리고 도망가는 편이 나았으니까.

밤중에 바르하군이 빠져나갔다.

카엘은 추격하지 않았다.

명령은 상황 확인이었다.

적을 쫓아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묶여 있던 사람들을 풀어준 뒤 그는 불가에 앉았다.

리사라가 옆에 와 지도를 펼쳤다.

“이거.”

그녀가 말했다.

카엘이 고개를 들었다.

“왜요?”

“버리세요.”

“황실 측량국 지도입니다.”

“그러니까요.”

리사라는 자신의 가방에서 접힌 천을 꺼냈다.

천 위에는 먹으로 강과 마을, 길과 신전, 우물까지 그려져 있었다.

카엘은 입을 다물었다.

“이건 누가 그렸습니까?”

“우리 집안 상단에서 쓰는 지도.”

“얼마나 됐습니까?”

“계속 고쳐요.”

카엘은 황실지도를 옆에 놓았다.

황실지도에서 빈 곳이 리사라 지도에서는 빽빽했다.

마을.

목초지.

묘지.

장터.

계절에 따라 쓰는 길.

심지어 산 사이의 작은 샘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는데.”

카엘이 중얼거렸다.

“왜 우리 지도에는 없지?”

리사라는 그를 바라봤다.

“당신들한테 필요 없었으니까.”

카엘은 순간 반박하려다 멈췄다.

“그 말은 좀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뭐가요?”

“우리가 일부러 지운 것처럼 말하잖습니까.”

리사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일부러 지웠다고 안 했어요.”

그게 더 이상했다.

“그럼?”

“그냥 안 그린 거죠.”

카엘은 한동안 두 지도를 바라봤다.

제국 지도는 깔끔했다.

큰 강.

큰 도시.

국경.

주요 도로.

리사라 지도는 지저분했다.

작은 길이 서로 겹치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표식이 있고, 어느 마을 사람들만 쓰는 숲길도 있었다.

제국 지도는 보기 좋았다.

리사라 지도는 살기 좋았다.

“우리가 세라드를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카엘이 말했다.

“알아요.”

구조한 사람들 중에는 카엘이 전날 지나온 촌장의 조카도 있었다.

형을 찾던 농부의 가족은 없었다.

카엘은 그 사실을 직접 말하려 했지만 언어가 부족했다.

결국 리사라가 대신 전했다.

농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카엘에게 고개를 숙였다.

“왜 인사하지?”

“적어도 찾아봤으니까요.”

카엘은 그게 더 불편했다.

자기가 해준 건 거의 없었다.

해방된 사람들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는 제국군에 감사했고.

누군가는 사힌의 병사들에게 감사했고.

누군가는 그냥 집으로 가고 싶어 했다.

한 노파는 제국 깃발을 보고 침을 뱉었다.

카엘의 병사가 화를 냈지만 리사라가 말렸다.

“아들이 예전에 제국 상인 경비대에게 죽었대요.”

“우리 군이 아니잖아.”

“저분한테는 그 깃발이 같아 보이겠죠.”

카엘은 반박하지 않았다.

지도 이야기는 그날 밤 더 길어졌다.

리사라의 상단 지도에는 길 옆에 작은 기호들이 있었다.

“이건?”

“우물.”

“이건?”

“말을 바꿀 수 있는 집.”

“이건?”

“겨울에는 못 쓰는 길.”

카엘은 감탄했다.

“황실 측량관보다 낫군.”

“목적이 다르니까요.”

리사라는 말했다.

“그 사람들은 군대가 움직일 길을 그렸을 테고, 우리는 돈이 움직일 길을 그렸어요.”

카엘은 지도를 다시 봤다.

같은 땅을 그렸는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가 되었다.

그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농부가 그린 지도는 또 다를까?”

리사라가 카엘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놀리는 표정이 아니었다.

“아마도요.”

“그럼 어떤 게 진짜지?”

“다 진짜 아닐까요?”

카엘은 그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애매했다.

그런데 반박할 말도 없었다.

이후 사힌에게 불려갔을 때, 카엘은 자신의 황실지도를 접어 가방 안쪽에 넣었다.

리사라가 그걸 보고 물었다.

“이제 버리셨어요?”

“아뇨.”

“왜요?”

“틀린 지도도 어디가 틀렸는지 알면 쓸 수 있으니까.”

리사라는 작게 웃었다.

본대로 돌아가기 전날, 해방된 포로 몇 명이 불가에 모였다.

리사라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카엘은 조금 떨어져 앉았다.

한 남자는 라디르 편 귀족의 농민이었다.

다른 여자는 사힌 편 지역 출신이었다.

바르하군은 편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잡아갔다.

“왜?”

카엘이 물었다.

리사라가 통역했다.

“돈.”

답은 짧았다.

전쟁은 노예상에게 좋은 시장이었다.

군대는 포로를 만들고, 난민을 만들고, 가족을 흩어놓았다.

누가 왕이 되는지는 노예상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카엘은 사힌이 노예시장 폐쇄를 약속한 이유를 조금 더 이해했다.

동시에 그 약속 하나로 전쟁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 생각했던 자신의 단순함도 느꼈다.

포로 중 노인이 카엘의 검을 가리키며 무언가 말했다.

리사라가 웃었다.

“당신 검이 너무 깨끗하대요.”

“무슨 뜻이지?”

“아직 큰 전투를 많이 안 해봤다는 뜻.”

카엘이 검집을 봤다.

“맞는데.”

노인이 다시 말했다.

리사라가 잠시 망설이다 번역했다.

“깨끗할 때 좋은 검이라고.”

카엘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전쟁이 더 진행된 뒤에야 뜻을 알게 될 것 같았다.

“그건 마음에 드네요.”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리사라가 피식 웃었다.

“당신들이 우리를 발견한 날이 우리가 당신들을 처음 본 날은 아니죠.”

“제국을 알고 있었습니까?”

“네르바 상인들은 아스테론까지 가요.”

“나도 들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도 스무 살 때 갔다 왔어요.”

카엘이 놀라 그녀를 봤다.

“당신 아버지가?”

“왜요?”

“아니.”

리사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또 그 얼굴.”

“무슨 얼굴?”

“우리가 배를 탄다는 걸 처음 들은 사람 얼굴.”

헤어지기 전 리사라는 자기 지도 한 장을 베껴 카엘에게 줬다.

“원본은 못 줘요.”

“상단 자산?”

“네.”

“얼마짜리인데?”

“당신 말보다 비싸요.”

카엘은 노크가 들었다면 화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대신 자기 황실지도를 내밀었다.

“그럼 이것도 가져가.”

리사라가 황당해했다.

“왜요?”

“우리 쪽이 뭘 보고 움직이는지 알아야 당신도 덜 놀랄 거 아냐.”

리사라는 잠시 망설이다 지도를 받았다.

서로의 지도 한 장씩.

별것 아닌 교환이었다.

그러나 카엘은 이상하게도 그 일이 조약보다 공평하게 느껴졌다.

각자 자기 세계를 상대에게 조금 내준 것 같아서였다.

리사라는 지도를 접으며 말했다.

“이거 나중에 엄청 비싸게 팔 수도 있겠네요.”

카엘이 바로 손을 뻗자 그녀는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농담이에요.”

“상인 농담은 믿을 수가 있어야지.”

카엘은 얼굴을 문질렀다.

“아직 일주일도 안 됐습니다.”

“그럼 빨리 배우는 편이네요.”

그건 처음 듣는 칭찬이었다.

카엘은 웃었다.

다음 날, 그들은 구조한 사람들과 함께 본대로 돌아왔다.

사힌은 보고를 듣고 카엘을 오래 바라봤다.

“명령은 정찰이었지요?”

카엘은 리사라에게 받은 지도를 자기 지도 위에 포개봤다.

강줄기는 대체로 같았다.

문제는 강 사이였다.

제국지도에서 아무것도 없는 공간마다, 리사라 지도에는 사람이 있었다.

그날부터 카엘은 지도에서 빈칸을 볼 때마다 ‘아무것도 없다’가 아니라 ‘내가 모른다’고 읽으려 했다.

“그렇습니다.”

“전투는 하지 않았다?”

“한 명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포로는 구했다.”

“적이 도망갔습니다.”

사힌이 웃었다.

“좋은 변명이군.”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왕자는 리사라 쪽을 봤다.

“사하린 가문의 딸이 여기서 뭐 하나 했더니.”

리사라가 고개를 숙였다.

“통역했습니다.”

“그것만?”

“대체로요.”

사힌은 둘을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두 사람 다 내일 저녁 내 식탁으로 오십시오.”

카엘이 물었다.

“왜입니까?”

“내 왕국을 도우러 온 제국 기사가 내 땅이 그려지지 않은 지도를 들고 다니더군.”

사힌의 눈에 웃음이 있었다.

“좀 더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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