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7화 — 틀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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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우리가 당신들을 보호하겠다’가 아닙니다.”
여자가 말했다.
카엘은 말 위에서 굳었다.
그 앞에는 현지 촌장이 서 있었다.
뒤에는 무장한 마을 사람 스무 명.
그리고 카엘 옆에는 방금 도착한 통역관이 있었다.
짙은 검은 머리를 뒤로 묶은 젊은 여자.
나이는 카엘과 비슷하거나 조금 아래.
간단한 여행복에 작은 단검을 찼고, 말은 카엘보다 훨씬 편하게 탔다.
“뭐라고?”
카엘이 낮게 물었다.
“방금 하신 말을 그대로 옮기면.”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
“‘우리가 이제 당신들의 주인이다’에 가깝습니다.”
카엘은 눈을 감았다.
그가 배운 사하르어 문장은 항구에서 급하게 외운 것이었다.
뜻은 분명히 ‘제국군이 당신들을 지켜주겠다’고 들었다.
“책에는—”
“누가 쓴 책인데요?”
카엘은 대답하지 못했다.
여자가 촌장에게 빠르게 말을 건넸다.
분위기가 조금 풀렸다.
카엘은 말에서 내려 그녀를 따로 불렀다.
“리사라 사하린?”
“네.”
“조금 일찍 왔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 일찍 부르셨으면 좋았겠죠.”
카엘이 그녀를 바라봤다.
리사라도 똑바로 봤다.
“통역관이 원래 이렇게 말합니까?”
“틀린 말을 맞다고 번역해드리는 게 제 일은 아닙니다.”
카엘은 한숨을 쉬었다.
“좋습니다. 그럼 정확히 물어봐주십시오. 바르하 귀족군이 어디로 갔는지.”
리사라는 촌장과 대화했다.
말이 길었다.
카엘은 중간중간 아는 단어를 찾으려 했지만 거의 못 알아들었다.
잠시 후 리사라가 말했다.
“북쪽이 아니라 서쪽 계곡으로 갔답니다.”
“우리 지도에는 길이 없는데.”
“있어요.”
“어디에?”
리사라가 카엘 손의 지도를 보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지도에는 없네요.”
카엘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 길로 기병이 갑니까?”
“비가 안 왔다면요.”
“어제 비 왔습니다.”
“그럼 절반쯤은 말에서 내려야 할 겁니다.”
“적보다 빨리 갈 수 있나?”
“적이 수레와 포로를 끌고 있다면.”
리사라가 잠시 계산했다.
“가능합니다.”
카엘은 그녀를 다시 봤다.
“상인 가문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길도 압니까?”
리사라는 길을 안내하는 동안 카엘을 시험하듯 질문을 던졌다.
“저 밭은 누구 겁니까?”
카엘이 주변을 봤다.
“마을 사람들?”
“반은 신전 땅, 반은 세 집안 땅.”
조금 뒤.
“저 우물은?”
“마을?”
“네 마을이 공동으로 씁니다.”
“그럼 누구 소유죠?”
리사라가 그를 빤히 봤다.
“왜 꼭 한 사람이 소유해야 하죠?”
카엘은 입을 다물었다.
“제국법에서는 관리주체가 있어야 합니다.”
“물이 그 법을 아나요?”
“물은 세금을 안 내니까.”
이번에는 리사라가 웃었다.
둘의 대화는 계속 그런 식이었다.
카엘은 리사라가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왜 통역 일을 합니까?”
“돈 주니까.”
“가문이 상단을 운영한다면서요.”
“가족 돈과 제 돈은 다르죠.”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는 반대 안 합니까?”
“제가 안 들으면 됩니다.”
“사하르에서는 딸이 그렇게 해도 됩니까?”
리사라가 고개를 돌렸다.
“아르케시아에서는 안 됩니까?”
카엘은 또 졌다.
계곡을 지나던 중 한 농부가 일행을 막아섰다.
남자는 제국 기병을 보고 겁먹었지만 리사라에게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말했다.
“뭐랍니까?”
“바르하군이 자기 형을 끌고 갔대요. 포로들 중에 있는지 찾아달랍니다.”
“우리는 정찰 중입니다.”
리사라는 그대로 번역했다.
남자의 얼굴이 무너졌다.
카엘은 그 표정을 보고 덧붙였다.
“찾아보겠다고 해.”
리사라가 그를 봤다.
“찾을 수 있을지 모르는데요.”
“그러니까 찾겠다고가 아니라 찾아보겠다고.”
리사라는 번역했다.
남자는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다시 출발한 뒤 리사라가 말했다.
“말을 꽤 조심해서 하네요.”
“아까 한 번 크게 틀렸으니까.”
“배우긴 배우네요.”
“칭찬입니까?”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카엘은 미소를 참았다.
적 야영지를 발견한 뒤에는 오히려 리사라가 조심스러워졌다.
“서른 명으로 예순 명을 속이겠다고요?”
“싸우는 것보다 낫잖습니까.”
“실패하면?”
“그땐 뛰어야죠.”
“저 말 느린데.”
카엘이 그녀의 말을 봤다.
“아까 잘 탄다면서.”
“잘 타는 것과 말이 빠른 건 다르죠.”
카엘은 잠시 진지하게 고민했다.
리사라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설마 지금 작전을 바꾸려고요?”
“통역관이 잡히면 곤란하니까.”
마을에서 빠져나오기 전, 촌장은 카엘에게 작은 빵을 하나 건넸다.
카엘은 받지 않으려 했다.
“먹을 게 부족해 보이는데.”
리사라가 번역했다.
촌장은 다시 길게 말했다.
“손님에게 아무것도 안 주면 자기 체면이 상한답니다.”
“내가 받으면 저 집 아이들이 덜 먹잖아.”
“그것까지 포함해서 체면이에요.”
카엘은 난감했다.
제국이라면 거절이 예의일 수 있었다.
여기서는 거절이 상대의 가난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결국 빵을 받았다.
대신 자기 식량주머니에서 말린 고기를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촌장은 처음에는 화를 냈다.
리사라가 한참 설명하고 나서야 표정이 풀렸다.
마을을 나온 뒤 카엘이 말했다.
“그냥 선물 하나 주는 것도 이렇게 어렵나?”
“사람 사는 게 원래 그래요.”
“제국에서는 안 그래.”
“제국에선 귀족 선물에 아무 의미도 없나요?”
카엘은 생각했다.
당연히 있었다.
누가 누구보다 먼저 잔을 들었는지.
어떤 자리에 앉았는지.
검집에 어떤 보석을 넣었는지.
“있군.”
“그러니까.”
리사라가 웃었다.
“처음 보는 규칙만 미개해 보이는 법이에요.”
그 말은 카엘에게 꽤 깊게 박혔다.
“기사님.”
“왜.”
“그 정도로 걱정해주시면 월급을 더 달라고 해야겠네요.”
카엘은 그제야 그녀가 놀리는 걸 깨달았다.
“저쪽 장터에 세 번 갔습니다.”
“왜?”
“장사하러요.”
“뭘?”
“염료.”
카엘은 생각을 접었다.
“앞장서십시오.”
리사라는 눈썹을 올렸다.
“통역관에게요?”
“길을 아는 사람이 앞에 가야죠.”
처음으로 그녀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아주 조금.
비웃음이 줄었다.
그들은 두 시간 동안 좁은 계곡을 달렸다.
정확히는 반은 달리고 반은 말을 끌었다.
적 야영지를 내려다보며 카엘은 병사들을 둘로 나눴다.
절반은 산등성이에서 횃불을 들고 이동.
나머지는 계곡 입구에서 말발굽 소리를 최대한 크게 낸다.
“우리가 백 명처럼 보여야 한다.”
부관이 물었다.
“백 명이면 저들이 도망가겠습니까?”
“모르지.”
“그런데요?”
카엘은 아래 수레를 가리켰다.
“저들도 우리 숫자를 모른다.”
리사라가 말했다.
“거짓말은 제가 해야겠네요.”
“정확히는 과장.”
“제국어로는 다른 단어인가 봐요?”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리사라는 작게 웃고 말에서 내렸다.
그녀가 혼자 적진 가까이 내려가는 걸 보자 카엘은 갑자기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사라.”
그녀가 돌아봤다.
“위험하면 바로 돌아와.”
“이제야 좋은 명령을 하네요.”
그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카엘은 그 순간 처음으로 통역관을 ‘필요한 인력’ 이상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생각은 일단 미뤘다.
카엘은 진흙에 빠진 장화를 세 번이나 뺐다.
리사라는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다.
“이 길 자주 다닌 것 맞습니까?”
카엘이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마차 타고요.”
“그걸 먼저 말했어야죠.”
“물어보시진 않았잖아요.”
카엘은 이 여자가 마음에 안 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매우 필요하다고도 생각했다.
해가 지기 직전, 선두가 멈췄다.
아래 계곡에 불빛이 보였다.
바르하 귀족군.
수레 네 대.
묶인 사람들.
카엘은 병력을 세었다.
적은 예순 정도.
자신들은 서른.
싸우지 말라는 명령이 떠올랐다.
리사라가 낮게 말했다.
“보고만 하시려고요?”
카엘이 그녀를 봤다.
“명령은 그렇습니다.”
“저 사람들이 밤새 이동하면 내일은 못 잡아요.”
“압니다.”
“그럼?”
카엘은 한동안 아래를 바라봤다.
기사로서 가장 쉬운 일은 명령을 따르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결과까지 명령이 책임져주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가 천천히 말했다.
“리사라.”
“네.”
“저 사람들에게 우리가 몇 명으로 보일까요?”
리사라가 처음으로 제대로 웃었다.
“그건 번역할 필요 없는 질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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