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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6화 — 전쟁 중인 왕국

제국은 길을 따라왔다 · 6 / 20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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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지도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었다.

카엘은 항구에서 출발한 지 이틀 만에 부상병 행렬과 마주쳤다.

수레 여섯 대.

말에서 떨어진 기사.

팔에 피 묻은 천을 감은 창병.

맨발로 걷는 현지 농민들.

제국군 군의가 수레를 세우고 상처를 살폈다.

“누구 편입니까?”

카엘이 물었다.

통역을 맡은 임시 서기가 답했다.

“사힌 전하 쪽입니다.”

“저 농민들도 병사입니까?”

“어제까지는요.”

“오늘은?”

서기가 어깨를 으쓱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입니다.”

카엘은 전쟁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르덴 국경에서도 소규모 전투를 경험했다.

하지만 거기서는 누가 어느 영주의 사람인지 대체로 분명했다.

여기는 달랐다.

사하르 귀족 한 명은 사힌 편이었고 그의 조카는 라디르 편이었다.

같은 마을에서도 신전파와 상인파가 갈렸다.

벨로르 무기가 라디르군에 들어왔고, 아르케시아 군량은 사힌군에 들어갔다.

카엘은 자신들이 단순히 왕 하나를 세우러 온 게 아니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저녁에 지휘관은 명령을 내렸다.

“사힌 전하의 본대와 합류한다. 내일 협곡을 넘어간다.”

“적은?”

“라디르 측 지방귀족군. 약 천오백.”

“우리 쪽은?”

“사힌군 이천. 제국군 육백.”

카엘이 숫자를 계산했다.

충분했다.

문제는 지형이었다.

“협곡이 좁습니다.”

그가 지도를 가리켰다.

“기병을 쓰기 어렵겠는데요.”

지휘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통역관이 필요한 거다. 현지 안내인과 제대로 말할 사람이.”

다음 날 아침, 카엘은 사힌의 임시 야영지에 도착했다.

처음 본 왕자는 생각보다 젊었다.

서른 초반.

화려한 왕자복 대신 가벼운 갑옷을 입고 있었고,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얘기했다.

카엘은 그런 태도를 마음에 들어 했다.

사힌이 제국 지휘관에게 말했다.

“북쪽 길은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왜요?”

“라디르가 이미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우리가 가진 지도에는 그 길이 가장 빠릅니다.”

사힌이 웃었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겠지요.”

카엘은 그 말에 잠시 멈칫했다.

회의가 끝난 뒤 지휘관이 그를 불렀다.

“카엘.”

“예.”

“내일부터 왕자 측 연락을 맡아라.”

그날 저녁 카엘은 사하르 군의 배치를 처음 가까이서 봤다.

제국군처럼 같은 장비를 쓴 군대가 아니었다.

왕실 기병.

도시 민병.

귀족 사병.

사원에서 보낸 궁수.

남부 부족에서 온 창병.

각자 깃발도 달랐다.

“이걸 한 군대라고 부릅니까?”

카엘이 임시 서기에게 묻자 서기가 말했다.

“전쟁 중에는요.”

“평소에는?”

“서로 싸우기도 합니다.”

카엘은 왜 사힌이 중앙군을 원한다는지 조금 이해했다.

동시에 왜 그 일을 제국군의 도움으로 하려는지도.

부상병을 확인하러 갔을 때 한 현지 군의관이 카엘을 붙잡았다.

“당신들 약품.”

임시 서기가 통역했다.

“더 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우리 쪽 것도 넉넉하지 않아.”

군의관은 뭔가 길게 말했다.

“뭐라고?”

“내일 전투에서 제국병만 다칠 거라고 생각하냐고요.”

카엘은 잠시 말이 막혔다.

결국 약품 일부를 넘겼다.

제국 군의는 불평했지만 에드윈은 카엘을 지지했다.

이 작은 결정도 장부에는 남았다.

누가 얼마나 썼고, 누가 승인했는지.

카엘은 점점 깨달았다.

전쟁의 대부분은 검을 휘두르는 시간이 아니었다.

사료를 배분하고.

약을 나누고.

길을 고르고.

누구에게 무엇을 줄지 정하는 시간이었다.

사힌의 젊은 장교 한 명과 대화하면서는 더 복잡한 얘기를 들었다.

“라디르 전하는 나쁜 분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사힌 편입니까?”

“라디르 전하의 사람들이 싫어서요.”

“그럼 라디르 쪽 병사들도 같은 이유로 사힌을 싫어할 수 있겠군.”

장교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제 좀 이해하시는군요.”

카엘은 그날 밤 일지에 한 줄을 썼다.

왕위계승전쟁에는 왕자보다 왕자 주변 사람이 더 많다.

다음 날 지휘관이 그에게 구조 임무를 내렸을 때, 카엘은 전투보다 먼저 마을과 포로 수를 물었다.

지휘관은 잠시 그를 보더니 대답했다.

“변했군.”

“온 지 사흘 됐습니다.”

“그래서 빠르다는 거다.”

며칠 동안 카엘은 사힌의 야영지가 작은 왕국처럼 움직이는 것을 지켜봤다.

아침에는 전쟁회의.

정오에는 귀족 청원.

오후에는 군량배분.

밤에는 세금과 빚.

왕자가 검을 잡는 시간보다 사람 말을 듣는 시간이 더 길었다.

한 번은 남부 귀족 두 명이 같은 마을의 세금을 서로 자기 권리라고 주장했다.

사힌은 족보와 옛 문서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판결을 내렸다.

한쪽은 만족했고 다른 쪽은 불만이었다.

카엘이 나중에 물었다.

“누가 옳았습니까?”

사힌이 말했다.

“둘 다 절반씩.”

“그럼 왜 한쪽 손을 들어줬습니까?”

“전쟁 끝나기 전에 마을을 둘로 찢을 순 없으니까.”

“법은?”

“전쟁 뒤에 다시 볼 겁니다.”

카엘은 그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날 그 마을에서 군량수레가 정상적으로 도착했다.

카엘은 법과 통치가 완전히 같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사힌은 그런 점에서 카엘보다 훨씬 능숙했다.

카엘은 옳은 답을 찾으려 했고.

사힌은 사람들이 다음 날까지 같이 살아갈 답을 찾았다.

그 차이는 훗날 둘의 우정만큼이나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었다.

“제가 사하르어를 못 합니다.”

“그래서 통역관을 붙이는 거다.”

“누굽니까?”

지휘관이 천막 밖을 턱으로 가리켰다.

“오늘 늦게 온다.”

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멀리서 말 한 필이 달려왔다.

전령이었다.

“북동쪽 촌락 세 곳이 불탔습니다!”

야영지가 술렁였다.

“누가?”

“라디르 측 바르하 귀족군입니다. 식량을 가져가고 사람들을 끌고 갔습니다.”

사힌의 표정이 굳었다.

“노예로?”

전령이 고개를 숙였다.

카엘은 밤마다 사하르어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물.

길.

멈춰라.

친구.

적.

감사합니다.

문제는 발음이었다.

임시 서기가 카엘의 말을 듣더니 배를 잡고 웃었다.

“뭐가 그렇게 웃기지?”

“‘물을 달라’고 하시려다가 ‘염소와 결혼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카엘은 책을 덮었다.

“비슷하지도 않잖아.”

“기사님 귀에는요.”

카엘은 다시 책을 폈다.

“한 번 더.”

서기가 웃음을 멈췄다.

“진짜 배우시게요?”

“통역관이 없을 때마다 염소와 결혼할 순 없으니까.”

그날 카엘은 단어 열다섯 개를 외웠다.

다음 날에는 아홉 개만 기억했다.

하지만 그 아홉 개가 전혀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에게 능력이란 처음부터 아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채로 남아 있지 않는 쪽에 가까웠다.

카엘은 본능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사힌이 지휘관을 바라봤다.

“내일 기다릴 수 없습니다.”

제국 지휘관이 냉정하게 답했다.

“본대를 움직이면 협곡 입구를 비웁니다.”

“내 백성이 끌려가고 있습니다.”

카엘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때 사힌이 말했다.

잠들기 전 그는 외운 사하르어 단어를 다시 중얼거렸다.

길. 물. 멈춰라. 고맙다.

아직 문장은 만들지 못했다.

그래도 카엘은 만족했다.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남을 다스리겠다고 나서는 것보다는, 아홉 단어라도 아는 편이 나았다.

“소규모 기병대만 보내십시오.”

지휘관의 시선이 카엘에게 향했다.

카엘은 아주 싫은 예감이 들었다.

“카엘.”

역시나였다.

“기병 서른을 데리고 확인해라. 싸우지 말고. 상황만 보고해.”

카엘이 고개를 숙였다.

“명령 받았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출발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통역관은 아직 오지 않았다.

카엘은 임시 서기를 데려가려 했지만 지휘관이 막았다.

“걔는 본대에 필요하다.”

“그럼 누가 통역합니까?”

“길에서 합류할 거다.”

“누군데요?”

지휘관은 이름을 확인하려고 종이를 펼쳤다.

“리사라 사하린.”

카엘은 그 이름을 처음 들었다.

그리고 세 시간 뒤,

그 이름의 주인에게 첫마디부터 망신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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