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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화 — 바다가 끝나지 않는 곳

제국은 길을 따라왔다 · 4 / 20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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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은 예고하지 않았다.

사흘째 밤, 카엘은 침상에서 굴러 떨어졌다.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누군가 비명을 질렀고, 위층에서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갑판으로!”

함장의 목소리가 천장을 뚫고 내려왔다.

카엘은 갑옷 대신 셔츠 차림으로 올라갔다.

바다는 검었다.

하얀 파도만 번개가 칠 때마다 뼈처럼 드러났다.

선원 하나가 밧줄에 매달려 있었다.

카엘은 생각할 틈도 없이 달려가 그를 끌어올렸다.

기사 훈련이 바다에서는 별 쓸모가 없었다.

검도.

말도.

창도.

할 수 있는 건 밧줄을 잡고 넘어지지 않는 것뿐이었다.

마르코는 기둥에 몸을 묶고 화물 목록을 외치고 있었다.

“약품 상자 네 개! 측량기 두 상자! 잉크는 포기해!”

“사람부터 챙기시오!”

카엘이 소리쳤다.

“사람이 죽으면 장부에 적을 종이라도 있어야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르코 역시 선원 하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새벽이 되어서야 바람이 약해졌다.

갑판에는 부서진 통과 밧줄이 널려 있었다.

에드윈은 다친 사람을 꿰매고 있었다.

카엘은 손바닥이 찢어진 것도 그제야 알았다.

“기사님.”

에드윈이 천을 던졌다.

“손.”

“다른 사람부터.”

“다른 사람 다 했습니다.”

카엘이 손을 내밀었다.

에드윈은 상처를 씻으며 말했다.

“육지에서는 갑옷이 사람을 살리고, 바다에서는 오히려 죽입니다.”

“배웠습니다.”

“첫 번째입니까?”

“뭐가요?”

“자기 전문분야가 아무 소용 없는 곳에 떨어진 거.”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그랬다.

오후 무렵, 망루에서 외침이 들렸다.

“배!”

멀리 작은 돛 하나가 보였다.

폭풍에 돛대가 부러진 상선이었다.

함장은 잠시 망설였다.

일정이 늦어질 수 있었다.

물도 넉넉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방향을 틀었다.

상선에는 여덟 명이 살아 있었다.

세 명은 중상을 입었고 한 명은 열병이 있었다.

그들을 데려온 뒤 카엘은 이상한 말을 들었다.

“물.”

현지 상인이 말했다.

폭풍이 지나간 뒤 피해를 확인하는 데 하루가 걸렸다.

돛 하나가 찢어졌고 물통 두 개가 깨졌다. 음식은 큰 피해가 없었지만, 종이 상자 일부가 젖었다.

마르코는 젖은 계약서를 햇빛에 널어놓고 거의 장례식 같은 얼굴을 했다.

“사람은 다 살았는데 뭘 그렇게 봅니까?”

카엘이 묻자 마르코가 말했다.

“사람이 다 살아서 이제 이걸 볼 여유가 생긴 겁니다.”

에드윈은 구조한 현지 선원의 열병을 살폈다.

그 과정에서 카엘은 상인 이름이 ‘아지르’라는 걸 알았다.

“아스테론에서는 뭘 팔았습니까?”

“향료. 푸른 염료. 진주 조금.”

“제국 물건은?”

“철도구, 유리, 양모.”

아지르는 카엘의 안내서를 보고 웃었다.

“이거 오래됐네요.”

“얼마나?”

“적어도 십오 년.”

카엘은 책의 발행년도를 확인했다.

정확했다.

“제국 측량국에서 가장 최신판이라고 했는데.”

“당신들한테는 최신이겠죠.”

아지르는 자기 짐에서 작은 장부를 꺼냈다.

거기에는 아르케시아 항구의 관세와 환율, 선박 수리비가 세밀하게 적혀 있었다.

카엘은 페이지를 넘기다가 자신이 자란 지역 근처 도시 이름까지 발견했다.

“이곳도 압니까?”

“직접 가진 않았습니다. 사촌이 갔죠.”

“왜 우리 쪽에는 당신들 정보가 이렇게 없지?”

아지르는 잠시 생각했다.

“필요가 없어서?”

카엘은 그 말을 듣고 리사라를 만나기 전부터 이미 같은 질문의 답을 한 번 들은 셈이었다.

저녁에는 함장이 카엘에게 손상된 물 배급 계산을 도와달라고 했다.

“왜 저한테?”

“부관 후보라며.”

카엘은 예상 항해일과 남은 물통을 계산했다.

하루 배급을 조금 줄여야 했다.

상인들은 불평했고 병사들은 더 크게 불평했다.

카엘은 그날 처음으로 생각했다.

장부에서 작은 숫자 하나를 줄이는 일은 쉽다.

그 숫자가 사람 입에 들어가는 물이라는 사실만 잊으면.

아지르는 구조된 다음 날부터 갑판을 돌아다닐 정도로 회복했다.

그는 제국 배의 구조를 유심히 살폈다.

“뭘 봅니까?”

카엘이 물었다.

“돛 배치.”

“당신들 배와 다릅니까?”

“조금.”

“어느 쪽이 낫습니까?”

아지르가 웃었다.

“바람에 따라요.”

그 대답은 카엘이 원하는 종류가 아니었다.

“모든 질문에 그렇게 답합니까?”

“장사꾼이라서요.”

아지르는 난간에 기대 세라드 쪽을 가리켰다.

“도착하면 조심하세요.”

“전쟁 때문에?”

“전쟁도.”

“또?”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이 많고, 사람이 많으면 규칙도 많습니다.”

“우리는 무질서한 곳이라고 배웠는데.”

아지르가 피식 웃었다.

“우리도 아르케시아 사람은 전부 기사라고 배웠어요.”

카엘은 자기 옷을 내려다봤다.

“나는 기사인데.”

“그래서 첫날엔 우리 선생이 맞았다고 생각했죠.”

둘은 함께 웃었다.

아지르는 조금 뒤 진지하게 말했다.

“사하르는 지금 전쟁 중이지만 전쟁 전에도 나라였습니다. 법도 있었고 세금도 있었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관리도 있었죠.”

“그건 나라의 증거인가?”

“싫어하는 관리가 있다는 것보다 확실한 증거가 있습니까?”

카엘은 크게 웃었다.

그날부터 그는 세라드 안내서를 읽을 때마다 페이지 한쪽에 작은 표시를 했다.

확인 필요.

도착했을 때 그 표시는 절반이 넘었다.

제국어였다.

발음은 조금 달랐지만 분명했다.

카엘이 물통을 건넸다.

남자는 몇 모금 마신 뒤 숨을 돌렸다.

“감사합니다.”

카엘은 놀라 물었다.

“제국어를 하십니까?”

남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조금.”

“아르케시아에 가본 적이 있습니까?”

“세 번.”

카엘은 더 놀랐다.

남자는 카엘의 표정을 보고 웃었다.

“왜요?”

“아니.”

물 배급을 줄이자 바로 싸움이 났다.

병사 하나가 상인에게 물통을 더 샀고, 다른 병사가 “돈 있는 놈만 마신다”고 소리쳤다.

함장이 카엘에게 해결을 맡겼다.

카엘은 고민 끝에 개인 간 물 거래를 금지했다.

마르코가 반대했다.

“시장으로 두면 필요한 사람이 더 높은 값을 내고 가져갑니다.”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돈 있는 사람이겠지.”

“돈을 낼 만큼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논리면 가난한 사람은 목말라도 덜 필요한 겁니까?”

마르코가 입을 다물었다.

카엘은 선원과 승객 모두에게 같은 기본량을 정하고, 환자와 작업자는 추가 배급을 받게 했다.

완벽한 해결은 아니었다.

오히려 밤에는 몇 사람이 몰래 물을 거래했다.

카엘은 그걸 알고도 전부 잡아내지 못했다.

그는 그날 처음 배웠다.

규칙을 만드는 것보다 사람들이 그 규칙을 따르게 만드는 일이 더 어려웠다.

“우리도 배가 있습니다.”

“그런 뜻은—”

“알아요.”

남자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처음 오는 분들은 다 비슷한 얼굴입니다.”

카엘은 조금 민망해졌다.

“어디서 제국어를 배웠습니까?”

“아스테론에서 장사했습니다.”

“수도까지?”

“네.”

“얼마나 오래전에?”

그날 밤 카엘은 물 배급표 끝에 자기 이름도 적었다. 기사라고 더 받을 수 없게 하기 위해서였다.

다음 날 아침, 자기 몫의 물이 적다고 느꼈다.

그제야 병사들이 왜 불평했는지 조금 더 이해했다.

규칙은 만드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불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간 건 열두 해 전.”

카엘은 머릿속의 지도를 떠올렸다.

세라드에서 아스테론까지.

그동안 자신은 세라드를 지도 가장자리의 미지의 땅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열두 해 전에 이미 자기 수도의 거리를 걸었다.

상인이 물었다.

“기사님은 우리 쪽 말 하나라도 압니까?”

카엘은 입을 다물었다.

상인이 빙긋 웃었다.

“그럼 이번에는 제가 먼저 발견한 셈이군요.”

그날 저녁, 카엘은 배에 있던 세라드 안내서를 다시 펼쳤다.

첫 장 제목은 이랬다.

동방 발견지 안내.

그는 잠시 바라보다가 책을 덮었다.

바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카엘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세계는 이미 조금 작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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