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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화 — 둘째 아들에게 남은 것

제국은 길을 따라왔다 · 1 / 20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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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장례가 끝난 뒤, 아르덴 가문의 사람들은 울음을 멈췄다.

정확히는, 울어야 할 시간이 끝났다.

검은 천이 걷히기도 전에 집사 오웬은 식당의 긴 탁자 위에 서류를 올려놓았다. 촛농이 굳은 봉인에는 아르덴 가문의 문장, 작은 매와 세 줄의 물결이 찍혀 있었다.

카엘은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어릴 때는 저 문장이 언젠가 자신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열 살 무렵까지였다.

“읽겠습니다.”

오웬이 낮게 말했다.

형 레온은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얼굴은 장례 내내 그랬듯이 굳어 있었다. 그는 이제 이 집의 주인이었다. 아버지의 의자에 앉지는 않았지만, 아무도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힐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웬은 상속 내용을 하나씩 읽었다.

성채.

주변 마을 네 곳.

남쪽 숲의 벌목권.

방앗간.

강 건너 포도밭.

봉신 여섯 집안에 대한 권리.

모두 장남 레온에게 갔다.

카엘은 놀라지 않았다.

아르케시아의 법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 작은 영지는 나누면 더 작아지고, 더 작은 영지는 결국 기사를 먹여 살릴 수 없게 된다. 영지를 지키려면 영지를 나누지 않아야 했다.

합리적인 법이었다.

둘째 아들이 아니라면.

“차남 카엘 아르덴에게는.”

오웬이 잠깐 숨을 고르자, 카엘은 자신도 모르게 등을 폈다.

“아르덴 성의 사용권과 연간 은화 백이십 닢의 연금. 고인의 전투마 한 필. 장검 ‘회색새벽’. 판금갑옷 한 벌. 그리고 수도 서부 기사단에 추천서를 남기셨습니다.”

끝이었다.

카엘은 잠시 기다렸다.

혹시 한 줄쯤 더 있나 해서.

없었다.

오웬이 문서를 접었다.

바깥에서 겨울바람이 창문을 두드렸다.

레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카엘.”

“괜찮아.”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러니까 괜찮다고.”

형의 얼굴이 더 굳었다.

카엘은 웃으려 했지만 입꼬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은화 백이십 닢.

굶지는 않을 돈이었다.

잘만 쓰면 작은 집 하나를 빌리고, 말 한 필을 먹이며, 기사라고 불리면서 살아갈 수도 있었다.

평생.

누군가의 기사로.

누군가의 성문을 지키고, 누군가의 전쟁에 나가고, 언젠가 운이 좋으면 누군가의 딸과 결혼해 그 집안의 작은 봉토를 받을 수도 있었다.

아버지는 그를 버린 것이 아니었다.

할 수 있는 만큼 챙겨준 것이다.

그게 더 답답했다.

“내가 나눠줄 수도 있어.”

레온이 말했다.

카엘은 고개를 들었다.

“남쪽 숲 일부라도.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네가 그런 말 하는 걸 말렸겠지.”

“하지만.”

“형.”

카엘이 이번에는 제대로 웃었다.

“영지가 둘로 갈리면 세금은 두 배로 걷어야 해. 병사는 반으로 줄고. 방앗간 수리할 돈도 없어질 거야.”

카엘은 어린 시절 한 번 아버지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왜 형만 영지를 받습니까?”

그때 그는 열한 살이었다. 어린 카엘에게는 말 두 필이 있는데 왜 하나를 나눠 가지면 안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정도로 단순한 문제였다.

아버지는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봄 파종을 앞둔 밭으로 카엘을 데려갔다.

“저 농가가 올해 씨앗을 얼마나 빌렸는지 아니?”

“모릅니다.”

“저 방앗간 수차를 다시 고치는 데 드는 돈은?”

카엘이 고개를 저었다.

“저 성벽 북쪽이 겨울마다 무너지는 건?”

또 몰랐다.

아버지는 말했다.

“땅이라는 건 지도를 잘라 갖는 게 아니다. 사람과 빚과 수리할 지붕까지 같이 가지는 거다.”

그리고 아주 오래 카엘을 바라봤다.

“내가 너희 둘에게 반씩 주면, 너희는 둘 다 가난한 영주가 될 거다. 그러면 가난해지는 건 너희 둘만이 아니야.”

그때 카엘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늘은 이해했다.

그래서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상속문서가 낭독된 뒤 친척 몇 명이 형 레온에게 인사를 하러 몰려갔다. 조금 전까지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던 사람들이 새 영주에게 웃으며 충성을 맹세했다.

카엘에게 온 사람은 노기사 베른 하나뿐이었다.

아버지와 서른 해를 함께 싸운 사람이었다.

“검은 좋은 걸 받았군.”

그가 회색새벽의 손잡이를 두드렸다.

“예.”

“말도.”

“예.”

“그럼 됐다.”

카엘이 웃었다.

“베른 경도 참 위로를 못하십니다.”

“위로할 일이 아닌데 왜 위로하냐.”

베른은 카엘 옆에 서서 레온을 바라봤다.

“네 형은 오늘부터 세금 걱정에 잠을 못 잘 거고, 넌 오늘부터 뭘 할지 걱정에 잠을 못 자겠지.”

“어느 쪽이 낫습니까?”

“둘 다 해본 적 없어서 모르겠다.”

그가 씩 웃었다.

“하지만 하나는 말해줄 수 있어.”

“뭡니까?”

“영지가 없는 기사는 자유롭다.”

카엘은 비웃었다.

“돈도 없습니다.”

“자유란 원래 그런 거야. 가진 놈보다 잃을 게 없는 놈에게 더 많지.”

그날 밤, 카엘은 자기 방의 물건을 정리했다.

책 열두 권.

옷.

아버지가 준 작은 계산판.

훈련용 단검.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 만들어준 낡은 목도리.

한 사람이 스물넷까지 살아온 흔적이 상자 두 개에 들어갔다.

그 사실은 상속문서보다 더 선명했다.

이 집은 오래도록 카엘의 집이었지만, 이제는 레온의 영지였다.

카엘은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다른 곳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저녁 무렵 레온은 카엘의 방으로 찾아왔다.

상자 두 개가 열린 채 바닥에 놓여 있었다.

“정말 가는구나.”

“아직 합격도 안 했어.”

“너는 갈 때 쓰는 짐을 싸고 있는데?”

카엘은 목도리를 접어 상자에 넣었다.

레온은 한동안 문가에 기대 서 있었다.

“아버지가 널 싫어해서 이렇게 한 게 아니야.”

“알아.”

“네가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셨다.”

카엘이 손을 멈췄다.

“그건 형한테 하면 안 되는 말 아닌가?”

“나도 들었어.”

레온은 웃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그러더라. 나는 이 집을 지키는 데 맞고, 너는 다른 걸 해야 한다고.”

카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을 직접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왜 살아 있을 때 말하지 않았을까.

왜 죽은 뒤에야 형의 입으로 들어야 하나.

“다른 게 뭔데?”

“그건 말 안 하셨어.”

“역시 아버지답네.”

둘은 잠시 웃었다.

레온은 창밖을 보았다.

“돌아올 거지?”

카엘은 대답을 바로 하지 못했다.

“모르겠어.”

형의 얼굴이 굳었다.

카엘은 덧붙였다.

“돌아오더라도 여기 살러 돌아오진 않을 것 같아.”

그 말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말하고 나서야 카엘 자신도 놀랐다.

아르덴은 고향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의 삶이 시작될 곳은 아닐 것 같았다.

레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네 집을 만들어.”

카엘이 웃었다.

“쉽게 말하네.”

“형이니까.”

레온이 입을 다물었다.

그건 아버지가 평생 하던 말이었다.

카엘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법은 정확했다.

그래서 카엘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날 오후, 그는 아버지의 마구간으로 갔다.

전투마 ‘노크’는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 다부졌다. 카엘이 코를 쓰다듬자 말은 익숙하게 손바닥을 밀었다.

“너랑 검 하나라.”

마구간지기가 멀찍이서 눈치를 봤다.

카엘은 낡은 안장을 확인했다.

“갑옷은 무겁고.”

노크가 콧김을 뿜었다.

“나도 알아.”

말하고 나니 조금 우스웠다.

카엘은 말 옆에 기대 섰다.

스물넷.

기사가 되기에는 늦지 않았다.

하지만 평생 남의 기사로 살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 같았다.

그때 성문 쪽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집사 오웬이 마구간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황실 봉인이 찍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도련님.”

“이제 도련님도 아니잖아.”

“제 입은 오래돼서 쉽게 안 바뀝니다.”

오웬은 종이를 내밀었다.

“아침에 전달됐는데 장례 때문에 미뤘습니다.”

카엘은 봉인을 뜯었다.

첫 줄은 형식적인 문구였다.

두 번째 줄부터 눈이 멈췄다.

동방 세라드 원정군 추가 모집.

기사, 서기관, 측량사, 군의, 상인, 기술자.

전쟁이 끝난 뒤 확보될 지역의 행정과 방위를 담당할 인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카엘은 천천히 아래로 읽었다.

급료.

전공에 따른 포상.

그리고 맨 마지막 줄.

토지와 작위는 공훈에 따라 지급될 수 있음.

그는 그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

오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실 생각입니까?”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성 너머로 아르덴의 겨울 들판이 보였다.

어릴 때부터 알고 있던 밭.

어릴 때부터 알고 있던 숲.

평생 살아도 자기 것이 될 수 없는 땅.

그는 손에 든 종이를 접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바다 건너라면,

자기 몫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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