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351화 — 말은 사람보다 먼저 나를 기억했다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351 / 37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알렉산드로스가 죽은 뒤 나는 서쪽으로 가지 않았다.

바빌론에서는 사람들이 왕의 시신보다 다음 왕을 먼저 계산하고 있었다.

누가 군대를 가진다.

누가 재정을.

누가 아이 왕의 보호자.

누가 어느 사트라피.

나는 그 계산을 이미 너무 많이 봤다.

왕이 죽으면 왕위가 빈다.

비어 있는 자리는 사람을 부른다.

내 옛 왕국에서 수십 년을 들여 만든 후계 규칙이 떠올랐다.

알렉산드로스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혹은 시간을 만들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름]

나는 동쪽으로 갔다.

박트리아.

소그디아.

정복군이 지나간 길을 거꾸로.

몇 년 전 타르칸과 함께 다녔던 목초지를 찾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도시는 주소가 있다.

초원 사람에게는 계절이 주소였다.

“그 사람들 어디.”

오아시스 상인에게 물으면.

“북쪽.”

“어디 북쪽.”

“풀이 있는 데.”

답답.

강.

구릉.

샘.

올해 비.

지난겨울 눈.

그걸 알아야.

나는 세 번 잘못 갔다.

왕의 길을 수천 리 다닌 사람이

친구 천막 하나 못 찾았다.

좋았다.

네 번째.

말 떼.

연기.

낮은 천막.

사람들이 나를 봤다.

처음엔 모름.

내가 쓰던 이름을 말했다.

두 사람이 얼굴을 찌푸렸다.

“누구.”

세월은 몇 년뿐.

그들에게 나는 정복군 따라 떠난 외지인 하나.

당연.

그때 말 한 필이 다가왔다.

갈색.

왼쪽 귀 끝이 조금 찢어진 말.

타르칸이 처음 내 자세를 고칠 때 탔던 녀석.

이름 발음은 지금 정확하지 않다.

[모름]

말이 내 앞에 멈췄다.

냄새를 맡았다.

어깨.

손.

그리고 코를 밀었다.

나는 웃었다.

“너는 알아?”

사람들이 그제야 웃었다.

“아.”

한 남자가 말했다.

“말 못 타던 사람.”

내 업적.

좋았다.

타르칸은 그날 야영지에 없었다.

남쪽 오아시스.

다음 날 돌아왔다.

나를 보자 첫 말.

“아직 살아?”

“응.”

“왕은?”

“죽었어.”

“그 젊은 왕?”

“응.”

타르칸은 잠깐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알렉산드로스는 세상 중심이 아니었다.

“그래서 왔어?”

“응.”

“왜.”

나는 준비한 답이 있었다.

말 배우려고.

그런데 실제 입에서는 다른 말.

“머물려고.”

타르칸이 나를 오래 봤다.

“얼마나.”

이 질문.

나에게는 위험하다.

“모르겠어.”

그가 웃었다.

“당신은 맨날 모른대.”

소크라테스가 들었으면 좋아했겠다.

야영지는 내가 기억하던 것과 조금 달랐다.

아이 하나가 컸고,

노인 하나가 없었다.

말 수.

양.

천막 위치.

사람.

몇 년이면 이동공동체도 바뀐다.

나는 없는 노인을 물었다.

죽었다.

병.

지난겨울.

간단.

또.

나는 떠나 있는 동안 죽었다.

이게 이동하는 삶의 대가.

돌아오면 빈자리.

타르칸은 내가 서쪽에서 가져온 작은 금속칼보다

소금과 바늘 비슷한 물건에 더 관심을 보였다.

“이건 좋아.”

“왕 이야기 안 궁금해?”

“죽었다며.”

끝.

정복자의 죽음보다 바늘.

사람 삶의 중심은 다르다.

타르칸은 내가 가져온 서쪽 물건을 천천히 훑었다.

작은 은 조각.

좋은 칼날.

유리 비슷한 장식.

정확한 재질을 지금 단정하고 싶진 않다.

그가 제일 먼저 집은 건 바늘이었다.

“이게 제일 비싸.”

“은보다?”

“겨울에 옷 찢어지면 은으로 꿰매?”

또.

가치는 상황.

왕궁에서는 금띠.

초원에서는 바늘.

나는 그 차이가 좋았다.

아이들은 내가 가져온 동전 비슷한 물건의 얼굴을 보고 웃었다.

“누구.”

“왕.”

“왜 얼굴 넣어.”

“자기 돈이니까.”

“돈이 왕 거야?”

질문.

나는 대답을 길게 하려다 그만.

아이들은 이미 관심을 잃고 던지듯 돌려줬다.

동전의 왕 얼굴은 오아시스에서는 권력과 신용.

여기서는 낯선 남자 그림.

정치 상징도 시장 밖에 나오면 힘이 줄어든다.

밤이 깊어지자 타르칸은 알렉산드로스 이야기를 조금 더 물었다.

“정말 인도까지.”

“응.”

“왜.”

“더 가고 싶었나 봐.”

“뭐가 있는데.”

“그게 궁금했겠지.”

타르칸이 불을 보며 말했다.

“말이 지치면 멈추지.”

“군대가 그랬어.”

“왕은 말보다 늦게 배웠네.”

나는 웃었다.

그 한 문장이 히파시스 전체보다 정확하게 느껴졌다.

사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의지보다 함께 가는 몸이 정한다.

타르칸은 알렉산드로스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정복한 땅이 누가 차지할지엔 큰 관심이 없었다.

“여기까지 군대 또 와?”

그것만.

정치가 실제 위험이 될 때 중요.

내가 장군 이름을 늘어놓자 손을 들었다.

“그 사람들 말 몇 마리.”

모름.

“그럼 아직 상관없네.”

좋았다.

나는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사를 몰라도 하루가 돌아가는 장소에 온 느낌이었다.

당시 나에게는 그게 휴식이었다.

다음날 새벽 가축을 내보낼 때

갈색 말이 다시 내 쪽으로 왔다.

나는 사과 하나도 없었고,

작은 곡물만.

손바닥.

말이 먹었다.

타르칸이 멀리서 말했다.

“사람보다 말한테 먼저 뇌물.”

“말이 먼저 알아봤잖아.”

“그러니까.”

나는 말 목을 쓰다듬었다.

정복군에서는 말이 군수품으로 번호와 표식.

여기서는 개체.

누가 성격을 알고,

어느 겨울을 났는지 기억.

나는 이런 기억 방식이 좋았다.

내가 다시 여기 온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왕과 제국은 사람을 큰 단위로 기억한다.

초원은 말 한 필의 나쁜 버릇까지 기억한다.

나는 한동안 작은 단위로 살고 싶었다.

그날 밤 천막 밖에서 말을 묶는 일을 도왔다.

손이 서툴렀다.

매듭.

타르칸이 고쳤다.

“또 처음부터.”

“기억해.”

“그럼 왜 이래.”

“손이 잊었나 봐.”

실제로.

기억과 기술은 다르다.

몸도 다시 배워야.

나는 갈색 말 등에 손을 올렸다.

따뜻함.

말이 고개를 돌려 내 소매를 물었다.

사람들은 내 이름을 잠깐 잊었지만,

말은 먼저 다가왔다.

나는 그걸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신의 징조가 아니라.

여기서 다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징조.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