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12화 — 흙으로 만든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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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서 첫날 내가 한 실수는 자루를 잘못 든 게 아니었다.
숫자를 잘못 읽은 것.
정확히는 숫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작은 점토 조각들이 있었다.
모양이 다름.
둥근 것.
뾰족.
납작.
한쪽에 눌린 표식.
나는 아이 장난감쯤으로 봤다.
점심 전에 창고 책임자가 말했다.
“세 개.”
나는 자루 세 개를 옮겼다.
그가 화냈다.
손에 든 점토를 가리켰다.
나는 다시 세었다.
자루 종류가 달랐다.
같은 ‘세 개’가 아니라
특정 곡물,
특정 양.
표식 조합.
나는 한참 봤다.
“이걸로 알아?”
책임자가 나를 바보처럼 봤다.
“뭘.”
“곡물.”
“보이잖아.”
나한테는 안 보였다.
그날 처음으로 일투를 만났다.
젊은 기록 보조자.
[추정]
정확한 이름은 불확실하다.
손톱 밑에 항상 마른 점토가 끼어 있었다.
그는 내가 토큰을 뒤집어 보는 걸 보고 웃었다.
“외지인.”
“다들 그 말 하네.”
“맞잖아.”
그는 점토 조각을 놓았다.
하나.
둘.
셋.
다른 모양.
“이건.”
보리.
다른 건 기름.
양털.
완전히 일대일은 아니었다.
지역과 창고에 따라 표식도 조금 달랐다.
또.
기록도 보편 언어가 아니다.
배워야.
나는 금방 외울 거라 생각했다.
오래 살았으니까.
틀렸다.
다음 날 두 개를 헷갈렸다.
일투가 말했다.
“머리 나빠?”
나는 기분이 나빴다.
“아니.”
“그럼 왜.”
“비슷하잖아.”
“안 비슷해.”
전문가는 늘 그렇다.
그에게는 차이가 선명.
나한테는 흙덩이.
세나는 숫자를 보면 사람을 놓치지 말라고 했다.
여기 사람들은 숫자를 흙으로 잡아놓고 있었다.
사람 기억 밖에.
나는 fascin—.
그 현대 단어를 쓰지 않겠다.
그냥 계속 보고 싶었다.
일이 끝난 뒤 일투에게 물었다.
“가르쳐줘.”
“돈.”
탈라랑 같은 도시.
“얼마.”
그는 웃었다.
“술.”
가능.
그날 밤 탈라 숙소에서 일투에게 술을 샀다.
점토 조각 몇 개.
그는 탁자 위에 늘어놨다.
“이건 자루.”
“이건 양.”
“이건 날짜?”
날짜라는 말보다 계절·달 표식.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좋았다.
왕궁에서는 내가 모르면 사람들이 긴장했다.
여기서는 일투가 웃었다.
“그것도 몰라?”
“응.”
“서쪽 사람들 뭐 해.”
“싸워.”
그가 크게 웃었다.
나는 거짓말은 안 했다.
실제로 많이 싸웠다.
며칠 뒤 창고에서 내가 직접 수량 표식을 맞췄다.
책임자가 아무 말 안 했다.
칭찬 없음.
그게 오히려 좋았다.
일투는 퇴근 뒤 작은 젖은 점토판을 내밀었다.
토큰을 안 넣고,
표식을 판에 직접 눌러 남기는 방식.
“왜 이게 더 좋아.”
내가 물었다.
“안 잃어버리잖아.”
토큰은 떨어질 수 있다.
판은 한 덩어리.
나는 손가락으로 눌린 흔적을 만졌다.
흙.
사람이 만든 자국.
마르면 남는다.
“얼마나 오래.”
“안 깨지면.”
일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몰랐다.
수천 년 뒤 어떤 흙판이 사람보다 훨씬 오래 남는다는 걸.
나도 그때는 몰랐다.
그냥 생각했다.
사람은 곡물을 잊어도
흙은 숫자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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