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48화 — 왕 없이 돌아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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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가 죽은 뒤 나는 일부러 왕 일을 줄였다.
슬퍼서 도망친 건지,
세나 부탁을 지키려 한 건지,
둘 다.
공동회의는 다른 조정자가 진행했다.
외부 사절도.
기록 확인도.
나는 꼭 필요한 항소와 외교만.
처음 몇 주는 사람들이 불안해했다.
“왕 안 와요?”
“왜.”
“그냥.”
그냥.
사람들은 왕이 있는 풍경에 익숙했다.
없는 것 자체가 이상.
나는 그걸 깨고 싶었다.
어느 날 약속의 집 근처까지 갔다가 안 들어갔다.
안에서 회의 소리.
논쟁.
웃음.
결론.
나 없이.
문 밖에서 듣고 있다가 스스로가 우스워졌다.
몰래 감시하는 왕.
그냥 돌아갔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세나도.
그 침묵이 아직 낯설었다.
딸은 자기 집이 있었다.
손주도.
나는 혼자 사는 시간이 다시 생겼다.
길 위 첫날 밤과 비슷하면서 전혀 달랐다.
그때는 미래가 비어 있었다.
지금은 과거가 너무 많았다.
며칠 뒤 딸이 와서 말했다.
“아버지 괜찮아?”
“응.”
“거짓말.”
가족의 언어가 이어졌다.
나는 웃었다.
“조금.”
“뭐 할 거야.”
“모르겠어.”
“떠나?”
세나 마지막 부탁.
바로 떠나지도,
바로 남지도.
“아직.”
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좋았다.
왕 일을 줄인 첫 달에 가장 큰 실수는 외부 협상에서 나왔다.
새 담당자가 상대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통행 부담을 줄이는 대신 우리가 경비 구간을 더 맡는 조건.
처음에는 작은 교환처럼 보였다.
나중 계산하니 우리 부담이 훨씬 컸다.
사람들이 말했다.
“왕이 있었으면.”
나는 그 말을 싫어했다.
“내가 있어도 틀릴 수 있어.”
“그래도 이런 건.”
담당자도 크게 낙담했다.
사임하겠다고 했다.
나는 막았다.
“왜.”
“제가 망쳤잖아요.”
“고쳐.”
우리는 상대와 재협상했다.
다행히 완전히 확정 전이었다.
조건 수정.
담당자는 다음 회의에 다시 나갔다.
이번에는 더 준비.
성공.
사람들이 말했다.
“왕이 뒤에서 봐줬으니.”
나는 화냈다.
“본인이 한 거야.”
이런 식으로 왕이 없는 성공도 왕에게 돌아오기 쉬웠다.
나는 담당자 이름을 공식 기록에 더 분명히 남겼다.
누가 협상했고,
누가 수정했는지.
왕은 최종 확인만.
반대로 내가 없는 동안 좋은 결정도 있었다.
공동 창고 배치.
내가 예전부터 미루던 문제.
젊은 담당자들이 새 방식으로 바꿨다.
화재 위험 줄고 운반 편함.
나는 돌아와서 놀랐다.
“왜 진작 안 했어.”
그들이 말했다.
“왕이 예전 배치 좋아하잖아요.”
나는 충격.
내 취향이 규칙처럼 작동하고 있었다.
“앞으로 물어보지 말고 바꿔.”
“진짜?”
“당신 권한이면.”
그날부터 ‘왕이 좋아하는 방식’과 ‘공식 규칙’을 구분하려는 교육도 생겼다.
왕 없이 돌아가는 날은 단순 부재 훈련이 아니었다.
왕의 습관이 제도에 숨어 있는지 찾는 시간이 됐다.
나는 일부러 며칠씩 약속의 집에 안 갔다.
나중에는 한 계절 일부를 다른 지역 순회에 썼다.
각 공동체를 직접 보는 명목.
중앙에 없는 시간 만들기.
중앙은 돌아갔다.
내가 돌아오면 사람들이 보고했다.
예전에는 세세하게 다 듣고 싶었다.
이제는 핵심만.
모르는 일이 늘었다.
불안했다.
그리고 자유로웠다.
어느 밤 혼자 집에 돌아와 생각했다.
세나가 있었다면 좋아했을까.
아마.
“이제 좀 없어지는 법 배우네.”
그런 말을 했을 것 같다.
정확한지는 모른다.
[추정]
나는 그 상상에 웃었다.
죽은 사람 목소리를 너무 정확하게 만드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세나가 실제로 뭐라고 했을지는 없다.
그냥 내가 지금 필요로 하는 말을 세나 입에 넣을 수 있다.
그래서 기록에는 추정이라고 남긴다.
슬픔도 기억을 왜곡한다.
왕 없이 돌아가는 기간 동안 처음으로 내가 다른 공동체에서 며칠 머문 적도 있다.
공식 순회는 아니었다.
그냥 가고 싶었다.
세나 죽은 집을 잠깐 벗어나고 싶어서.
딸에게 말했다.
“며칠.”
“어디.”
강 위쪽.
옛 물길.
테멘과 마지막으로 걸었던 곳.
혼자 가지 않았다.
경비 둘.
하지만 왕 행렬처럼 하지 않았다.
가서 처음 본 것은 묻힌 둑 자리였다.
91화.
테멘이 보여준 실패 지도.
돌은 더 깊이 묻혔다.
젊은 물길 담당자는 이제 중년.
그가 말했다.
“여기 아직 기억나요?”
“응.”
“왕이 직접 봤던 곳이라고 애들한테 말해요.”
나는 웃었다.
“테멘이 보여준 곳이라고 해.”
“그것도 해요.”
좋았다.
그 마을에서 며칠 자며 사람들 생활을 봤다.
중앙에서 듣는 보고와 다르다.
길 수리 불편.
공동부담 체감.
왕명 전달 지연.
어떤 규칙은 기록상 잘 작동하지만 현장에서는 귀찮았다.
한 노인이 말했다.
“왕은 모르지.”
내가 옆에 있었다.
그는 나를 못 알아봤다.
“뭘.”
내가 물었다.
“이 길.”
“왜.”
“중앙 사람들은 지도만 봐.”
나는 웃음을 참았다.
“왕한테 말해.”
“말해봤자.”
가슴이 찔렸다.
다음 날 내가 왕이라는 걸 알았을 때 노인은 얼굴이 하얘졌다.
“죽여.”
내가 말했다.
그는 정말 죽을 것 같은 표정.
“농담.”
주변이 웃었다.
나는 물었다.
“뭐가 불편한지 다시 말해.”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기록했다.
중앙에 돌아와 관련 담당자에게 전달.
하지만 바로 고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현장 대표가 같이 보게.
결과적으로 일부는 수정됐다.
일부는 유지.
좋았다.
이 여행 덕분에 왕이 중앙에만 있으면 보고서가 현실을 필터링한다는 걸 다시 배웠다.
왕이 없어도 중앙은 돌아가야 하고,
왕은 가끔 중앙 밖에서 현실을 봐야 한다.
둘 다 필요.
며칠 뒤 집에 돌아왔을 때 빈 집이 덜 무서웠다.
세나가 없는 사실은 같았다.
내가 조금 움직였을 뿐.
슬픔은 장소를 바꾼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모양이 바뀐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왕 역할을 줄인 동안 놀라운 일이 생겼다.
일부 기능은 더 잘 돌아갔다.
외부 사절 접대는 새 담당자가 더 능숙했다.
기록 비교도.
시장 문제도.
반대로 큰 공동체 갈등에서는 결정이 늦었다.
사람들이 다시 나를 찾았다.
나는 모든 문제로 돌아가지 않았다.
정말 필요한 것만.
이 과정이 사실상 왕권의 범위를 다시 줄이는 개혁이 됐다.
세나가 살아 있을 때 계속 하던 일.
그녀가 죽고 나서야 더 과감하게 했다.
아이러니.
“왕이 없어도 되는 날을 늘리자.”
내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 봤다.
“왜 왕인데.”
“그래야 다음 왕도 사람이지.”
다음 왕.
처음으로 내가 자연스럽게 쓴 표현.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다음 왕.”
누군가 반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있어야지.”
이 문장이 149화로 이어진다.
왕이 죽지 않아도,
다음 왕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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