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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44화 — 네 번째 세대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144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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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손주가 태어났을 때 세나는 거의 걷지 못했다.

그래도 아이를 안았다.

손이 떨렸다.

딸이 옆에서 받쳤다.

손주가 걱정했다.

“떨어뜨리면.”

세나가 화냈다.

“너도 안 떨어뜨렸어.”

사람들이 웃었다.

나는 조금 떨어져 서 있었다.

증손주.

내 딸의 손주의 아이.

세나와 나 사이에서 시작한 가족이 네 세대 아래로 내려갔다.

나는 같은 얼굴.

거울이 없어도 이상함을 알 수 있었다.

세나.

딸.

손주.

증손주.

그리고 나.

한 방에 있으면 시간 자체가 내 몸을 피해가는 것 같았다.

증손주가 태어난 날 외부 사절도 있었다.

그는 축하 선물을 보냈다.

문구는 예상대로.

‘왕가의 새 아이.’

나는 한숨을 쉬었다.

딸이 말했다.

“이제 포기해.”

“세습 아니야.”

“알아.”

“사람들은.”

“사람들도 점점 알아.”

정말 그랬다.

우리 내부에서는 왕의 증손주라고 자동 권한이 생기지 않았다.

손주도 물길 일을 자기 힘으로 했다.

딸은 시장.

증손주는 그냥 아기.

하지만 외부는 왕조처럼 봤다.

계보가 보이니까.

사람은 왕이 있으면 왕가를 상상한다.

세나는 증손주 손을 만졌다.

“작네.”

나는 말했다.

“당신 손도.”

세나가 노려봤다.

아직 싸울 힘은 있었다.

좋았다.

며칠 뒤 가족이 다 모여 식사했다.

세나는 거의 먹지 못했다.

그래도 맛을 봤다.

손주는 자기 아이 때문에 정신없었다.

딸은 손주한테 잔소리.

나는 그걸 보고 웃었다.

“왜.”

딸이 물었다.

“나한테 하던 거 똑같아서.”

딸은 화냈다.

세나가 웃었다.

세대는 반복하면서 달라졌다.

증손주를 안고 있는데 누군가 밖에서 나를 찾았다.

왕에게 급한 일.

북쪽 경비 문제.

나는 아이를 딸에게 넘기려 했다.

세나가 말했다.

“진짜 급해?”

멈췄다.

사람에게 확인했다.

오늘 안이면 됨.

“그럼 조금 있다.”

왕이 된 뒤 처음으로 공적 문제를 가족 시간 뒤로 미뤘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이런 장면을 의식적으로 반복했다.

왕의 일이 모든 삶을 먹지 않게.

증손주는 내 손가락을 잡았다.

아주 작은 손.

또.

몇 세대를 살아도 새 아이 손은 늘 새로웠다.

증손주가 태어나고 얼마 뒤 나는 가족 계보 비슷한 걸 한 번 그려봤다.

이유는 정치가 아니라 내가 헷갈려서였다.

누가 누구 아이.

누가 누구와 함께 사는지.

몇 세대가 겹치다 보니 이름이 많아졌다.

딸이 그걸 보고 말했다.

“이거 왕가 계보 아냐?”

나는 바로 지우려 했다.

세나가 막았다.

“가족 기록이지.”

“후대가 왕가라고 보면.”

“당신 또 후대.”

나는 손을 멈췄다.

가족 계보를 안 남기는 것도 이상하다.

왕이 아니라도 사람은 가족을 기록한다.

문제는 그 기록이 정치적 후계표처럼 읽힐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옆에 직위는 적지 않았다.

그냥 관계.

부모.

아이.

배우자.

죽음.

이동.

딸은 말했다.

“이게 더 좋아.”

“왜.”

“사람처럼 보여.”

맞았다.

왕가 족보가 아니라 가족 기록.

증손주가 자라서 이걸 보면 자기 위치를 알 수 있다.

왕위 순서가 아니라.

세나는 자기 이름 옆에 작은 표시를 하나 넣었다.

길.

“뭐야.”

“내가 길 다녔다는 거.”

딸은 시장 표식.

손주는 물길.

나는 뭘 넣을지 고민했다.

세나가 말했다.

“말 많은 사람.”

가족 모두 웃었다.

결국 내 이름 옆에는 아무 표식도 안 넣었다.

왕.

약속지기.

농부.

사냥꾼.

너무 많았다.

그 빈칸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사람 하나를 직업 하나로 줄이지 않는 자리.

가족 기록은 공동 기록소가 아니라 딸에게 맡겼다.

공적 계보가 되지 않게.

그럼에도 후대에 일부가 복제된다.

왕가 자료로.

역사는 사적 기록도 결국 가져간다.

당시에는 그저 가족이 자기 관계를 잊지 않으려고 만든 표였다.

그날 밤 세나가 말했다.

“봤지.”

“뭘.”

“세상은 당신 없어도 다음으로 가.”

“응.”

“가족도.”

“응.”

“그러니까.”

그녀는 잠깐 숨을 골랐다.

“당신이 다 붙잡으려 하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마지막 부탁 중 하나가 될 줄은 알았다.

그래도 당시에는 대답만 했다.

“알겠어.”

세나는 말했다.

“거짓말.”

우리는 웃었다.

증손주가 태어난 뒤 외부에서는 축하 사절이 더 많았다.

이제 정말 왕조가 생겼다고 생각한 듯했다.

“네 세대.”

어떤 사절이 말했다.

“왕가가 튼튼하네.”

나는 싫은 얼굴.

딸은 이미 포기.

“아버지, 그냥 받자.”

“뭘.”

“말.”

세나는 웃을 힘이 있던 날 말했다.

“왕가라고 부른다고 직위 주는 건 아니잖아.”

맞았다.

가족을 숨길 수도 없다.

중요한 건 권한.

우리는 증손주 출생 관련 선물도 같은 기준으로 처리했다.

크면 기록.

정치적 기대 있으면 거절.

평범하면 가족이 받음.

증손주 부모는 불편해했다.

“우리 아이인데 왜.”

정당했다.

나는 미안했다.

“내 직위 때문에.”

“그러니까 아버지가 문제네.”

딸이 말했다.

나는 졌다.

왕의 가족이 된다는 건 원하지 않은 공적 관심을 감당하는 일이었다.

그 부담을 줄이는 것도 왕 책임.

가족 행사에 경비를 최소화했다.

외부 사절 참석도 제한.

출산과 이름 정하는 일에 공동체가 끼어들지 못하게.

그런데 사람들은 밖에서 축제를 했다.

자발적으로.

왕의 증손주.

“하지 마.”

내가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기뻐하는 걸.

세나는 말했다.

“놔둬.”

“왕조 축제 같잖아.”

“사람들이 먹고 놀고 싶은 거겠지.”

실제로 그랬다.

곡물 조금.

음료.

노래.

정치적 충성식이라기보다 핑계 있는 잔치.

나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자 사람들이 더 왕실 행사처럼 느꼈다는 말도 들었다.

뭘 해도 의미.

포기.

며칠 뒤 증손주를 안고 약속의 집 근처를 걸었다.

사람들이 깊게 인사했다.

아이에게도.

나는 한 사람에게 물었다.

“왜 아이한테.”

그는 당황했다.

“왕 가족이니까.”

“아이는 아무것도 안 했어.”

“그래도.”

바로 이 ‘그래도’가 세습의 씨앗.

나는 공개적으로 아이에게 특별 예절 필요 없다고 말했다.

효과는 반반.

일부는 편하게.

일부는 더 공손.

세습은 법보다 문화에서 먼저 자랄 수 있었다.

그래서 교육과 실제 기회 분산이 중요했다.

증손주가 자랄 때쯤,

왕 가족이 아니어도 기록·경비·시장·외교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교육 모임을 더 넓혔다.

다섯 공동체 바깥에서도 일부 참여.

왕조를 막기 위해 국가 교육이 커지는 아이러니.

세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좋네.”

“뭐가.”

“애 하나 태어나서 다른 애들 공부 늘었네.”

나는 웃었다.

가족 특권을 줄이려다 공공 제도가 커졌다.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그날 밤 증손주가 울었다.

손주와 딸이 번갈아 안았다.

나는 멀리서 봤다.

왕가가 아니라 가족.

그렇게 기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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