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31화 — 왕이라고 부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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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새 직위에 이름을 붙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다른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 쪽 말이 아니었다.
북쪽에서 온 상인 하나가 나를 보며 말했다.
“왕.”
정확한 소리는 지금 우리가 쓰는 ‘왕’과 달랐다.
[추정]
뜻은 가까웠다.
여러 마을 위에 서서 전쟁과 약속을 정하는 사람.
나는 바로 고쳤다.
“아니야.”
상인은 웃었다.
“뭐가.”
“왕 아니야.”
“그럼.”
내 직위의 긴 이름을 설명했다.
여럿 앞에 서서 공동 문제를 조정하는 사람.
상인은 다 듣고 말했다.
“왕이네.”
주변 사람들이 웃었다.
나는 안 웃었다.
처음에는 외지인만 그랬다.
그들 입장에서는 편했다.
내부 구조를 모른다.
대표가 여러 명이고,
군사권이 별도이고,
공동부담을 혼자 못 쓰고,
각 마을 내부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설명은 길다.
짧은 단어 하나면 된다.
왕.
나는 그 단어를 싫어했다.
왜인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왕이 되면 사람이 달라지는 것 같아서?
세습이 따라올 것 같아서?
내가 땅과 사람의 주인이 되는 것 같아서?
아마 전부.
세나는 말했다.
“남이 뭐라고 부르는 건 다 못 막아.”
“우리 사람도 쓰면.”
“그때 말해.”
그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아이들이 먼저였다.
전쟁 놀이를 하며 누군가 외쳤다.
“내가 왕!”
다른 아이가 말했다.
“아니, 약속지기가 왕이지.”
나는 옆을 지나가다 멈췄다.
“아니야.”
아이들이 놀랐다.
“왜.”
“왕 아니야.”
한 아이가 물었다.
“그럼 왕이 뭐야.”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또 이 질문.
왕이 뭔데.
세나는 집에서 듣고 웃었다.
“당신도 모르면서 싫어해.”
“알아.”
“뭘.”
“왕은.”
말이 막혔다.
나는 라쿰 쪽 중심지 지도자를 생각했다.
북쪽 복속 세력.
옛 상인들이 말한 먼 도시의 지배자들.
형태가 다 달랐다.
세습하는 사람도.
선출 비슷한 것도.
무력으로 차지한 사람도.
의례와 연결된 사람도.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외부는 이미 나를 그 범주에 넣었다.
내부에서는 아직 저항했다.
공동회의에서 일부 대표가 말했다.
“외부 문서에 왕이라고 적어도 그냥 두죠.”
나는 반대했다.
“왜.”
“편하잖아.”
“편한 게 문제야.”
사람들이 나를 봤다.
나는 설명했다.
외부 기록에 계속 왕이라고 남으면,
다음 세대는 우리가 처음부터 왕국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약속지기.
대표 회의.
각 공동체 자율.
그 모든 과정이 사라진다.
젊은 대표 하나가 말했다.
“후대 사람이 뭘 생각하든 지금이 중요하지 않아요?”
좋은 반론.
나는 잠깐 멈췄다.
역사를 통제하려는 또 다른 습관일 수도 있었다.
“지금도 영향 있어.”
내가 말했다.
“어떤.”
“외부가 나한테만 얘기하려고 해.”
실제로 그랬다.
왕이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외교 상대는 다른 대표를 장식처럼 봤다.
“왕이 결정하면 되지.”
이 말이 늘었다.
그래서 나는 외부 협상에서 일부러 다른 대표에게 첫 발언을 줬다.
한 사절은 짜증냈다.
“왕이 있는데 왜.”
나는 말했다.
“없으니까.”
그는 나를 보며 웃었다.
“그럼 당신 뭐야.”
나는 대답했다.
“설명 길어.”
사람들이 웃었다.
왕이라는 단어를 두고 첫 번째 실제 문제가 생긴 것은 사절 숙소에서였다.
멀리서 온 상인 무리가 우리 기록 담당에게 물었다.
“왕에게 바칠 물건 어디 둬.”
기록 담당이 당황했다.
“공동 선물인가요, 개인 선물인가요.”
상인은 이해하지 못했다.
“왕 선물이 공동이랑 달라?”
우리 쪽 사람들은 이제 달랐다.
공동 선물.
직위 수행과 관련된 공식 선물.
내 개인 선물.
세나와 가족에게 주는 것.
구분이 있었다.
상인은 머리를 긁었다.
“왕이면 다 왕 거 아닌가.”
그 말이 내가 가장 두려워한 것이었다.
나는 직접 나가 설명했다.
“공동 창고는 내 거 아니야.”
“왕인데?”
“그래도.”
“길도?”
“아니.”
“벽도?”
“아니.”
“군대도?”
“아니.”
상인은 점점 웃었다.
“당신 거 뭐 있어.”
나는 생각했다.
집 일부.
내 칼.
옷.
푸른 펜던트.
“개인 물건.”
그가 말했다.
“가난한 왕이네.”
사람들이 웃었다.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가난해서가 아니라 구분이 살아 있어서.
다만 외부 상인은 기록에 나를 ‘가난한 왕’이라고 남겼을 수도 있다.
후대 학자는 검소한 군주라고 해석할 것이다.
실제 이유는 개인 재산과 공동 재산 분리.
이런 사소한 오해가 역사 이미지를 만든다.
며칠 뒤 내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겼다.
공동 회의소 지붕 수리.
사람 하나가 말했다.
“왕이 고치면 되지.”
나는 물었다.
“왜 내가.”
“왕 집이잖아.”
“아니.”
그 사람은 약속의 집을 내 궁전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수리 비용 기록을 공개했다.
다섯 공동체가 얼마씩 냈는지.
건축할 때 누가 일했는지.
내 개인 몫은 다른 사람과 같은 수준.
“이거 봐.”
사람이 말했다.
“그래도 왕이 쓰잖아.”
“다 같이 써.”
“왕이 제일 많이.”
맞았다.
나는 회의가 많으니 실제 사용량이 많았다.
그 사실이 또 소유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회의소는 지역별 모임에도 더 개방했다.
시장 분쟁.
교육.
외부 상단 숙박.
내가 없어도 쓰게.
몇 달 뒤 아이들이 비 오는 날 그 안에서 놀고 있었다.
관리자가 쫓아내려 했다.
나는 말렸다.
“망가뜨리지만 않으면.”
아이들은 중앙 자리 근처에서 뛰었다.
높은 의자에도 올라갔다.
나는 웃었다.
그 모습을 본 외부 사절이 놀랐다.
“왕 자리인데.”
한 아이가 말했다.
“허리 아픈 사람 자리예요.”
사람들이 웃었다.
좋았다.
상징을 가장 잘 평범하게 만드는 건 생활이었다.
그날 저녁 세나에게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왕좌 점령했어.”
“왕좌라며.”
“의자.”
세나가 웃었다.
“벌써 졌네.”
나는 인정했다.
“응.”
왕이라는 단어와 싸우는 것보다,
그 단어가 실제 권한을 먹어치우지 못하게 하는 쪽이 중요했다.
그걸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내부 기록에는 외부가 나를 왕에 해당하는 말로 불렀다는 사실도 그대로 적었다.
지우지 않았다.
대신 옆에 주석을 붙였다.
당시 내부 공식 직위명은 다름.
미래 사람이 판단하게.
내가 모든 해석을 결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내가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는 남길 수 있었다.
며칠 뒤 손주가 물었다.
“왕이면 뭐가 나빠.”
나는 말했다.
“나쁜 건 아니야.”
“그럼 왜 싫어.”
“내가 아닌 걸로 불리는 게 싫어.”
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사람들이 그렇게 보면.”
“그래도.”
“그럼 사람들 틀린 거야?”
나는 오래 생각했다.
“아직은.”
손주는 웃었다.
“나중엔 맞을 수도 있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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