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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25화 — 하렌의 마지막 협상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125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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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렌이 마지막으로 큰 협상에 나온 날은 비가 왔다.

그는 예전보다 훨씬 느리게 걸었다.

사람들이 자리를 내줬다.

하렌은 싫어했다.

“나 아직 안 죽어.”

나는 웃었다.

“누가 뭐래.”

“얼굴이.”

모두 내 얼굴을 읽었다.

이번 협상은 강 상류 새 공동체와 물 사용 문제였다.

젊은 대표들이 대부분 이야기했다.

하렌은 거의 듣기만 했다.

중간에 한번 끼어들었다.

“저 말 틀렸어.”

모두 조용해졌다.

옛 물길 하나가 계절 따라 방향이 바뀐다는 점.

젊은 사람은 몰랐다.

테멘과 비슷한 순간.

오래 산 사람의 경험.

다만 하렌은 그 말을 하고 바로 덧붙였다.

“직접 확인해.”

자기 기억만 믿지 말라고.

나는 놀랐다.

우리 문화가 조금 바뀐 것이다.

오래된 사람 말도 확인.

기록.

현장.

협상은 잘 끝났다.

하렌이 돌아가는 길에 내게 말했다.

“이제 나 빼.”

“왜.”

“피곤해.”

“다음에도 와.”

“싫어.”

나는 붙잡고 싶었다.

참았다.

“알았어.”

하렌은 웃었다.

“배웠네.”

그 말이 좋았다.

며칠 뒤 나는 하렌 쪽 공동체에 갔다.

공식 일이 아니라.

그냥 만나러.

우리는 처음 물 문제로 싸웠던 강가에 앉았다.

“당신 그때 진짜 싫었어.”

하렌이 말했다.

“나도.”

“말 너무 많았어.”

“당신도.”

그는 웃었다.

“그래도 안 싸워서 다행이지.”

“몇 번 싸울 뻔했잖아.”

“사람 안 죽였잖아.”

완전히는 아니다.

피값 사건.

전쟁.

그래도 서로 공동체끼리 전면전은 안 했다.

하렌은 물을 봤다.

“당신은 언제까지 할 거야.”

또.

“모르겠어.”

“예전엔 그 말 싫어하더니.”

“이제 좀 좋아해.”

하렌이 내 얼굴을 오래 봤다.

“나보다 오래 할 것 같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까.

“당신 진짜 안 늙지.”

질문.

나는 이번에는 숨기지 않았다.

“거의.”

하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어.”

“무섭지 않아.”

“조금.”

“그런데.”

“내가 이제 늙어서 별거 다 봤잖아.”

그 답이 웃겼다.

“신이라고 생각해?”

“아니.”

하렌은 바로 말했다.

“당신 틀리는 거 너무 많이 봤어.”

나는 크게 웃었다.

테멘 다음으로 최고의 방패였다.

하렌이 말했다.

“문제는 우리 애들이지.”

“왜.”

“당신 실패 못 봤잖아.”

정확했다.

“말해줘.”

“뭘.”

“내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그건 쉽지.”

우리는 오래 이야기했다.

첫 물 협상.

내 성급함.

그의 고집.

잘못 붙잡힌 사람.

전쟁.

하렌은 몇 이야기를 내가 기억한 것과 다르게 말했다.

또 기억 충돌.

나는 기록을 남겼다.

[기억]

[하렌의 기억]

둘 다.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는 건 모름.

그게 마지막 긴 대화였다.

하렌은 그 뒤 몇 해 더 살았다.

공식 협상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죽었을 때 나는 장례에 갔다.

이번에는 ‘다음 세대도 부탁해’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기들 길을 만들 것이다.

하렌은 나에게 친구이자 상대였고,

그 역할 그대로 끝났다.

하렌의 후임은 하렌과 전혀 달랐다.

젊었다.

말이 적었다.

처음부터 기록을 가져왔다.

하렌은 기억과 관계로 협상했다.

후임은 수량과 조건.

나는 처음에는 답답했다.

“하렌은 이런 때.”

말하려다 멈췄다.

그 사람은 하렌이 아니다.

세나가 늘 말하던 것.

다음 사람에게 전 사람 방식 강요하지 말기.

후임은 말했다.

“하렌이 이렇게 했다는 건 알아요.”

“그런데.”

“지금은 다르니까.”

좋았다.

조금 서운했다.

하렌 시대가 끝났다는 증거.

첫 큰 물 협상에서 후임은 하렌보다 강하게 자기 공동체 몫을 주장했다.

나는 화가 났다.

곧 깨달았다.

하렌과 오래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그쪽 양보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새 대표에게 그 빚은 없다.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설명했다.

밭.

가축.

물높이.

표식.

몇십 년 된 협정도 사람 바뀌면 이유를 다시 공유해야 했다.

기록은 연결을 도왔지만,

관계까지 자동으로 상속하진 않았다.

“왜 이 조건이 있어요.”

후임이 물었다.

나는 하렌 첫 협상 이야기를 했다.

상대 밭을 직접 보러 갔던 것.

그는 말했다.

“그럼 이번에도 가죠.”

우리는 또 걸었다.

새 밭.

새 집.

강 흐름도 조금 달랐다.

오래된 조건 중 일부는 실제로 낡아 있었다.

수정했다.

나는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전통’은 과거 사람과의 약속을 그대로 지키는 게 아니라,

현재 사람과 다시 이유를 확인하는 일일 수 있다.

하렌 장례 뒤 그의 후임이 내게 작은 물건을 줬다.

하렌이 쓰던 물 표식 조각.

“왜 나한테.”

“당신한테 주라고 했대요.”

나는 받기 싫었다.

가족 것은?

그들은 다른 개인 물건을 가졌다.

이건 공동 협상 때 쓰던 것.

역할 물건.

나는 공동 기록소에 두자고 했다.

후임이 동의했다.

설명에는 하렌 이름을 남겼다.

첫 물 협상 대표.

오래된 친구라고는 쓰지 않았다.

그건 내 개인 기록에.

공적인 역사와 개인 기억.

또 나눴다.

하렌이 공식 자리에서 빠진 뒤 그의 후임과 나 사이에는 몇 번 큰 충돌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가축 물 문제.

후임은 자기 쪽 몫을 더 요구했다.

나는 기존 합의를 들이밀었다.

그가 말했다.

“그건 하렌이 한 거죠.”

“공동체가 한 거야.”

“그때 우리 상황과 지금 다르잖아.”

나는 화가 났다.

오래 지켜온 약속을 쉽게 버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 기록을 다시 읽었다.

합의에는 분명 상황이 크게 바뀌면 다시 본다고 적혀 있었다.

내가 잊고 있었다.

오히려 후임이 기록 정신을 더 잘 지킨 셈.

다음 회의에서 내가 먼저 인정했다.

“내가 옛 약속 붙잡았어.”

사람들이 놀랐다.

후임도.

“다시 보자.”

조건을 업데이트했다.

그날 이후 나는 오래된 합의를 인용할 때 한 줄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 합의가 만들어진 조건이 지금도 같은가.

역사는 권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족쇄도.

오래 산 나는 과거를 더 많이 안다는 이유로 과거에 더 쉽게 붙잡힐 수 있었다.

하렌이 죽은 뒤 한동안 강 건너 갈 때 허전했다.

그의 집 앞을 지나면 멈췄다.

가족은 계속 살았다.

후임 대표는 다른 집 사람.

좋았다.

대표직이 가문으로 가지 않았다.

어느 날 하렌 손자가 나를 봤다.

“할아버지가 당신 진짜 싫어했다던데.”

나는 크게 웃었다.

“맞아.”

“근데 친구였다며.”

“그것도.”

손자가 이해 못 한 얼굴.

나는 말했다.

“둘 다 될 수 있어.”

정치는 가끔 그런 관계를 만든다.

싫어하면서 믿는 사람.

싸우면서 같이 사는 사람.

하렌은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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