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25화 — 하렌의 마지막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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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렌이 마지막으로 큰 협상에 나온 날은 비가 왔다.
그는 예전보다 훨씬 느리게 걸었다.
사람들이 자리를 내줬다.
하렌은 싫어했다.
“나 아직 안 죽어.”
나는 웃었다.
“누가 뭐래.”
“얼굴이.”
모두 내 얼굴을 읽었다.
이번 협상은 강 상류 새 공동체와 물 사용 문제였다.
젊은 대표들이 대부분 이야기했다.
하렌은 거의 듣기만 했다.
중간에 한번 끼어들었다.
“저 말 틀렸어.”
모두 조용해졌다.
옛 물길 하나가 계절 따라 방향이 바뀐다는 점.
젊은 사람은 몰랐다.
테멘과 비슷한 순간.
오래 산 사람의 경험.
다만 하렌은 그 말을 하고 바로 덧붙였다.
“직접 확인해.”
자기 기억만 믿지 말라고.
나는 놀랐다.
우리 문화가 조금 바뀐 것이다.
오래된 사람 말도 확인.
기록.
현장.
협상은 잘 끝났다.
하렌이 돌아가는 길에 내게 말했다.
“이제 나 빼.”
“왜.”
“피곤해.”
“다음에도 와.”
“싫어.”
나는 붙잡고 싶었다.
참았다.
“알았어.”
하렌은 웃었다.
“배웠네.”
그 말이 좋았다.
며칠 뒤 나는 하렌 쪽 공동체에 갔다.
공식 일이 아니라.
그냥 만나러.
우리는 처음 물 문제로 싸웠던 강가에 앉았다.
“당신 그때 진짜 싫었어.”
하렌이 말했다.
“나도.”
“말 너무 많았어.”
“당신도.”
그는 웃었다.
“그래도 안 싸워서 다행이지.”
“몇 번 싸울 뻔했잖아.”
“사람 안 죽였잖아.”
완전히는 아니다.
피값 사건.
전쟁.
그래도 서로 공동체끼리 전면전은 안 했다.
하렌은 물을 봤다.
“당신은 언제까지 할 거야.”
또.
“모르겠어.”
“예전엔 그 말 싫어하더니.”
“이제 좀 좋아해.”
하렌이 내 얼굴을 오래 봤다.
“나보다 오래 할 것 같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까.
“당신 진짜 안 늙지.”
질문.
나는 이번에는 숨기지 않았다.
“거의.”
하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어.”
“무섭지 않아.”
“조금.”
“그런데.”
“내가 이제 늙어서 별거 다 봤잖아.”
그 답이 웃겼다.
“신이라고 생각해?”
“아니.”
하렌은 바로 말했다.
“당신 틀리는 거 너무 많이 봤어.”
나는 크게 웃었다.
테멘 다음으로 최고의 방패였다.
하렌이 말했다.
“문제는 우리 애들이지.”
“왜.”
“당신 실패 못 봤잖아.”
정확했다.
“말해줘.”
“뭘.”
“내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그건 쉽지.”
우리는 오래 이야기했다.
첫 물 협상.
내 성급함.
그의 고집.
잘못 붙잡힌 사람.
전쟁.
하렌은 몇 이야기를 내가 기억한 것과 다르게 말했다.
또 기억 충돌.
나는 기록을 남겼다.
[기억]
[하렌의 기억]
둘 다.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는 건 모름.
그게 마지막 긴 대화였다.
하렌은 그 뒤 몇 해 더 살았다.
공식 협상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죽었을 때 나는 장례에 갔다.
이번에는 ‘다음 세대도 부탁해’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기들 길을 만들 것이다.
하렌은 나에게 친구이자 상대였고,
그 역할 그대로 끝났다.
◆하렌의 후임은 하렌과 전혀 달랐다.
젊었다.
말이 적었다.
처음부터 기록을 가져왔다.
하렌은 기억과 관계로 협상했다.
후임은 수량과 조건.
나는 처음에는 답답했다.
“하렌은 이런 때.”
말하려다 멈췄다.
그 사람은 하렌이 아니다.
세나가 늘 말하던 것.
다음 사람에게 전 사람 방식 강요하지 말기.
후임은 말했다.
“하렌이 이렇게 했다는 건 알아요.”
“그런데.”
“지금은 다르니까.”
좋았다.
조금 서운했다.
하렌 시대가 끝났다는 증거.
첫 큰 물 협상에서 후임은 하렌보다 강하게 자기 공동체 몫을 주장했다.
나는 화가 났다.
곧 깨달았다.
하렌과 오래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그쪽 양보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새 대표에게 그 빚은 없다.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설명했다.
밭.
가축.
물높이.
표식.
몇십 년 된 협정도 사람 바뀌면 이유를 다시 공유해야 했다.
기록은 연결을 도왔지만,
관계까지 자동으로 상속하진 않았다.
“왜 이 조건이 있어요.”
후임이 물었다.
나는 하렌 첫 협상 이야기를 했다.
상대 밭을 직접 보러 갔던 것.
그는 말했다.
“그럼 이번에도 가죠.”
우리는 또 걸었다.
새 밭.
새 집.
강 흐름도 조금 달랐다.
오래된 조건 중 일부는 실제로 낡아 있었다.
수정했다.
나는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전통’은 과거 사람과의 약속을 그대로 지키는 게 아니라,
현재 사람과 다시 이유를 확인하는 일일 수 있다.
하렌 장례 뒤 그의 후임이 내게 작은 물건을 줬다.
하렌이 쓰던 물 표식 조각.
“왜 나한테.”
“당신한테 주라고 했대요.”
나는 받기 싫었다.
가족 것은?
그들은 다른 개인 물건을 가졌다.
이건 공동 협상 때 쓰던 것.
역할 물건.
나는 공동 기록소에 두자고 했다.
후임이 동의했다.
설명에는 하렌 이름을 남겼다.
첫 물 협상 대표.
오래된 친구라고는 쓰지 않았다.
그건 내 개인 기록에.
공적인 역사와 개인 기억.
또 나눴다.
하렌이 공식 자리에서 빠진 뒤 그의 후임과 나 사이에는 몇 번 큰 충돌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가축 물 문제.
후임은 자기 쪽 몫을 더 요구했다.
나는 기존 합의를 들이밀었다.
그가 말했다.
“그건 하렌이 한 거죠.”
“공동체가 한 거야.”
“그때 우리 상황과 지금 다르잖아.”
나는 화가 났다.
오래 지켜온 약속을 쉽게 버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 기록을 다시 읽었다.
합의에는 분명 상황이 크게 바뀌면 다시 본다고 적혀 있었다.
내가 잊고 있었다.
오히려 후임이 기록 정신을 더 잘 지킨 셈.
다음 회의에서 내가 먼저 인정했다.
“내가 옛 약속 붙잡았어.”
사람들이 놀랐다.
후임도.
“다시 보자.”
조건을 업데이트했다.
그날 이후 나는 오래된 합의를 인용할 때 한 줄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 합의가 만들어진 조건이 지금도 같은가.
역사는 권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족쇄도.
오래 산 나는 과거를 더 많이 안다는 이유로 과거에 더 쉽게 붙잡힐 수 있었다.
하렌이 죽은 뒤 한동안 강 건너 갈 때 허전했다.
그의 집 앞을 지나면 멈췄다.
가족은 계속 살았다.
후임 대표는 다른 집 사람.
좋았다.
대표직이 가문으로 가지 않았다.
어느 날 하렌 손자가 나를 봤다.
“할아버지가 당신 진짜 싫어했다던데.”
나는 크게 웃었다.
“맞아.”
“근데 친구였다며.”
“그것도.”
손자가 이해 못 한 얼굴.
나는 말했다.
“둘 다 될 수 있어.”
정치는 가끔 그런 관계를 만든다.
싫어하면서 믿는 사람.
싸우면서 같이 사는 사람.
하렌은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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