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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24화 — 가장 오래된 사람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124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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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렘이 죽었다.

갑작스럽지는 않았다.

몇 해 동안 몸이 약해졌다.

시장에 덜 나왔다.

젊은 상인들이 일을 맡았다.

그래도 죽음은 갑작스러웠다.

사람은 죽는 날까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전날까지 말했는데,

다음 날 없다.

아렘 장례에는 시장 사람이 정말 많이 왔다.

그에게 빚진 사람.

싸운 사람.

물건을 배운 사람.

그가 욕한 사람.

모두.

나는 장례 자리에서 웃기도 했다.

누군가 아렘이 세나와 처음 싸운 이야기를 했다.

“값 바꿨잖아.”

사람들이 흉내 냈다.

세나도 웃었다.

그러다 울었다.

아렘이 죽은 뒤 시장은 멈추지 않았다.

딸 세대.

젊은 상인.

기록자.

사람들이 계속 거래했다.

아렘이 만든 일부 방식은 남았다.

일부는 이미 바뀌었다.

그게 정상.

문제는 나였다.

테멘.

아렘.

처음 정착지에 왔을 때 나를 그냥 외지인으로 알던 사람이 또 하나 사라졌다.

하렌도 늙었다.

세나도.

나는 시장 한쪽에 앉아 사람들을 봤다.

대부분 나를 처음부터 약속지기로 알았다.

내가 짐 나르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 실패를 직접 본 사람도 줄었다.

48화 밭.

54화 경비 혼란.

초기 물 협상.

그걸 직접 기억하는 세대가 사라지면,

내가 들려주는 실패 이야기만 남는다.

그 순간 실패조차 내가 통제하는 서사가 될 수 있다.

“기록.”

세나가 말했다.

“뭐.”

“아렘 죽어서 또 그런 얼굴.”

“알아.”

우리는 초기 기록을 더 공개했다.

특히 내가 틀린 기록.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정리.

젊은 사람들이 놀랐다.

“진짜 약속지기가 밭 망가뜨렸어요?”

“응.”

“사람들이 안 쫓아냈어요?”

나는 웃었다.

“고쳤으니까.”

“그러면 영웅이네.”

또.

실패도 영웅담.

나는 머리를 짚었다.

세나가 말했다.

“그냥 둬.”

“왜.”

“사람이 해석하는 건 못 막아.”

“그래도.”

“원본 남겼잖아.”

그게 최선이었다.

직접 기록.

당시 증인.

피해.

보상.

나중 이야기는 달라도 원본이 남으면 누군가는 볼 수 있다.

아렘 장례 뒤 하렌이 나를 찾아왔다.

“이제 우리 중 누가 제일 오래됐지.”

그가 물었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렌이 웃었다.

“당신이지.”

정치 경력으로.

거주 기간으로.

외형 나이가 아니라 실제 시간으로.

그 말이 무거웠다.

나는 처음으로 공동체에서 가장 오래된 정치적 기억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건 권력이다.

과거를 내가 제일 많이 안다.

사람들이 묻는다.

“예전에는 어떻게 했어.”

나는 답한다.

그 답이 관행이 된다.

기록이 있어도 사람은 살아 있는 기억을 더 쉽게 찾는다.

그래서 일부러 말했다.

“기록 봐.”

가능하면 내 기억보다.

내 기억도 틀린다.

아렘이 살아 있었다면 웃었을 것이다.

“이제 장부가 당신보다 위네.”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아렘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시장에 나온 날,

사람들은 그를 앉혀두려고 했다.

그는 싫어했다.

“나 장사하러 왔어.”

“뭘 팔아.”

“말.”

사람들이 웃었다.

정말 그날 아렘이 한 일은 거의 말뿐이었다.

젊은 상인이 값을 너무 낮게 부르면 욕하고,

창고 사람이 자루를 잘못 놓으면 지적하고,

딸 세대에게 예전 시장 이야기를 했다.

세나는 옆에서 말했다.

“이제 테멘 됐네.”

아렘은 화냈다.

“그 노인이랑 같다고 하지 마.”

모두 웃었다.

나는 그 장면을 오래 기억한다.

사람은 늙으면서 자기가 싫어하던 사람을 닮기도 한다.

아렘은 숫자보다 사람 얼굴을 더 많이 보기 시작했다.

“저 집 요즘 힘들어.”

“저 상인 거짓말할 때 코 만져.”

이런 경험.

장부에는 안 나오는 것.

그는 젊은 상인들에게 기록만 믿지 말라고 했다.

세나가 만족한 얼굴이었다.

“이제야.”

아렘은 말했다.

“당신 때문 아니야.”

끝까지.

그가 죽고 난 뒤 시장 대표를 새로 정하는 과정이 있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내 딸을 후보로 올렸다.

나는 바로 회의에서 빠졌다.

세나도.

딸은 화냈다.

“왜 둘 다 나가.”

“당신 일.”

“그래도.”

“우리가 있으면 사람들 눈치 봐.”

딸은 이해했지만 기분 나빠했다.

결과는 딸이 아니었다.

다른 상인이 뽑혔다.

나는 안도했다.

그리고 아주 조금 서운했다.

부모는 복잡하다.

딸은 오히려 좋아했다.

“대표 싫어.”

“왜.”

“장사 못 하잖아.”

아렘 같았다.

새 시장 대표는 딸보다 나이가 많았고 경험도 많았다.

그는 첫날 내게 와 말했다.

“도와주세요.”

나는 말했다.

“필요하면.”

“매번.”

“안 돼.”

그가 웃었다.

“아렘이 말했어요.”

“뭐라고.”

“약속지기한테 물으면 답은 주는데 잔소리도 같이 온다고.”

아렘은 죽고도 나를 놀렸다.

좋았다.

시장 한쪽에는 아렘 이름을 붙이자는 말도 나왔다.

나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의 가족이 싫어했다.

“아버지가 그런 거 싫어했을 텐데.”

결국 붙이지 않았다.

대신 아렘이 처음 쓰던 오래된 표식 하나를 시장 기록소에 보관했다.

설명과 함께.

개인 숭배가 아니라 역사.

그 차이를 지키려고 했다.

몇 년 지나 사람들은 그 표식 의미를 모르게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기록이 남았다.

아렘이 사라진 뒤 시장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누구도 더 이상 내가 처음 창고에 들어왔을 때를 기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렘은 알고 있었다.

짐꾼이던 나.

말을 조금 하던 외지인.

창고 자루 사이에서 그의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주던 사람.

그 증인이 사라졌다.

나는 어느 날 새 시장 대표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 뭐였다고 생각해.”

그는 당황했다.

“약속지기 아니었어요?”

“아니.”

“그 전엔.”

“창고 일도 했어.”

그가 웃었다.

“진짜?”

또.

사람들이 내 과거를 믿지 않는다.

나는 시장 한쪽에서 실제로 자루를 들어봤다.

젊은 사람이 말했다.

“굳이요?”

“예전에 했어.”

“이제는 다른 일 하잖아요.”

맞았다.

과거를 재현한다고 과거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나는 자루를 내려놨다.

아렘의 부재를 인정했다.

나를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하던 증인은 계속 줄어든다.

기록으로 보완할 수는 있어도,

살아 있는 기억과 같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더 자주 초기 기록을 공개했다.

사람들에게 나를 낮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처음부터 지금 모습이었다는 착각을 막기 위해서.

아렘 장례 뒤 나는 시장을 혼자 걸었다.

처음 그를 만났던 창고 자리는 여러 번 고쳐졌다.

냄새도 달랐다.

사람도.

그런데 자루 아래 받침을 두는 습관은 그대로였다.

쥐와 습기 때문.

아렘이 가르친 것.

이름 없이 남은 기술.

나는 그런 유산이 가장 오래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내 이름을 기억하는 것보다,

자기가 누군지 몰라도 쓰는 방식.

그게 더 깊은 흔적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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