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22화 — 손주의 질문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손주가 내 나이를 묻기 시작했다.
어린아이 질문은 피하기 어렵다.
“할아버지 몇 살이야?”
나는 말했다.
“많이.”
“얼마나.”
“아주.”
“숫자로.”
세나가 옆에서 웃었다.
나는 손주를 봤다.
“모르겠어.”
손주는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는 알아.”
“응.”
“할머니도.”
“응.”
“왜 할아버지는 몰라.”
좋은 질문.
나는 아주 오래전 나이를 세려다 네라에게 놀림받던 일을 떠올렸다.
큰물.
흉년.
아이 출생.
사람 죽음.
그걸 이어붙이며 나이를 계산하던 시절.
“너무 오래 세다가 헷갈렸어.”
내가 말했다.
손주는 눈을 크게 떴다.
“얼마나 오래?”
세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만 괴롭혀.”
손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엄마보다 먼저 태어났어?”
“응.”
“할머니보다?”
“응.”
“할머니 엄마보다?”
나는 잠깐 멈췄다.
세나가 나를 봤다.
손주는 계속했다.
“더 전?”
“응.”
“그럼 엄청 늙었네.”
“그런데 얼굴은.”
아이는 내 얼굴을 손으로 잡았다.
“안 늙었어.”
나는 웃었다.
그렇게 간단했다.
아이에게는 신비가 아니라 퍼즐.
세나는 나중에 말했다.
“이제 가족한테 숨길 수는 없겠네.”
“이미 딸은 알아.”
“손주도 곧.”
“얼마나 말해.”
“사실만.”
그게 답이었다.
내가 죽는지 모른다.
왜 그런지 모른다.
상처가 빠르게 낫는다.
늙는 속도가 아주 느리다.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 모른다.
손주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
몇 해 뒤 손주는 더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럼 나도?”
이번 질문은 아팠다.
“모르겠어.”
“엄마는?”
“조금 느릴 수도.”
“할머니는.”
“보통 사람보다 건강했지만.”
세나는 말했다.
“나는 나야.”
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나.”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정확했다.
유전은 가능성.
운명 아님.
우리는 손주를 관찰하지 않기로 노력했다.
정말 노력했다.
아이 몸을 연구 대상처럼 보는 시선.
그건 이미 사무와 이라 때 버리기로 한 습관이었다.
한번은 손주가 다쳤다.
깊진 않았다.
며칠 뒤 거의 나았다.
나는 보지 않는 척했다.
딸이 말했다.
“아버지, 보고 있잖아.”
“조금.”
“그만.”
나는 웃었다.
세대가 나를 감시했다.
그게 좋았다.
손주는 시장보다 물길을 좋아했다.
테멘이 살아 있었다면 좋아했을 것이다.
물이 왜 여기로 가는지.
돌 하나 옮기면 뭐가 바뀌는지.
질문이 많았다.
나는 테멘 후계자들에게 데려갔다.
“가르쳐줘.”
한 사람이 말했다.
“약속지기 손주라서?”
나는 바로 말했다.
“아니.”
손주가 말했다.
“내가 배우고 싶어서.”
좋은 답.
그날부터 손주는 물길 따라다녔다.
나는 따라가고 싶었다.
안 갔다.
집에 돌아와 세나에게 말했다.
“나 잘했지.”
세나는 웃었다.
“뭘.”
“안 따라갔어.”
“그걸 자랑해?”
“어려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인정.”
손주는 어느 날 나에게 아주 다른 질문도 했다.
“할아버지는 죽는 사람 부러워?”
나는 놀랐다.
“왜 그런 걸 물어.”
“엄마가 할아버지는 오래 산다고 해서.”
딸이 또 어디까지 말했는지는 나중에 물어보기로 했다.
나는 오래 생각했다.
“가끔.”
손주가 눈을 크게 떴다.
“왜.”
“끝이 있으면 선택하기 쉬울 때도 있으니까.”
“무슨 선택.”
“뭘 할지.”
손주는 이해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나도 완전히 이해하는 데 오래 걸렸다.
시간이 무한하면 모든 걸 나중으로 미룰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람.
기회.
시대.
모두 사라진다.
내 시간만 길 뿐.
나는 손주에게 말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너무 오래 미루지 마.”
손주가 말했다.
“할아버지 바다 아직 안 갔잖아.”
정확한 반격.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세나는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고 하루 종일 웃었다.
나는 가족을 통해 계속 같은 공부를 했다.
사랑과 소유를 구분하는 것.
세대가 늘수록 더 어려워졌다.
◆손주가 물길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내가 정말 참기 어려운 순간들이 왔다.
한번은 돌을 잘못 놓았다.
물이 옆으로 샜다.
나는 멀리서 보고 바로 고치러 가려 했다.
담당자가 손을 들었다.
“오지 마세요.”
“왜.”
“자기가 고치게.”
손주가 내 쪽을 봤다.
표정이 억울했다.
나는 멈췄다.
그 아이는 직접 돌을 빼고,
다시 놓고,
흙을 더 채웠다.
두 번 실패.
세 번째에 됐다.
나는 속으로 첫 번째부터 답을 알고 있었다.
말하고 싶었다.
끝나고 손주가 말했다.
“할아버지 알고 있었지.”
“응.”
“왜 안 말했어.”
“배우라고.”
“화났어.”
“미안.”
“그래도 다음에도 말하지 마.”
나는 웃었다.
“알았어.”
사무가 자기 집 벽을 만들 때 나에게 했던 말과 같은 구조.
세대가 돌고 있었다.
며칠 뒤 손주는 나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어릴 때 실수 안 했어?”
주변 사람들이 다 웃었다.
나는 일부러 아주 자세하게 말했다.
“많이.”
물길 망가뜨린 것.
길에서 물주머니 샌 것.
다른 언어 잘못 말해 맞을 뻔한 것.
도둑한테 물건 뺏긴 것.
손주는 크게 웃었다.
“진짜?”
“응.”
“근데 왜 다 잘하는 척해.”
나는 충격받았다.
“내가 언제.”
주변이 더 웃었다.
그날 이후 손주와 있을 때는 성공 이야기를 일부러 줄였다.
아이들은 사람을 위에서 내려온 존재로 보기 쉽다.
특히 자기 태어나기 전 시간이 너무 길면.
손주에게 나는 이미 ‘항상 있던’ 사람이었다.
그게 신격화의 가장 작은 버전일 수 있었다.
가족 안에서도.
그래서 나는 오래된 사진도 없는 시대에 이야기로 어린 시절을 만들어줘야 했다.
“나도 아이였어.”
손주는 처음엔 믿지 않았다.
“거짓말.”
“왜.”
“얼굴 똑같았을 것 같아.”
“아니야.”
“어떻게 알아.”
질문이 날카로웠다.
내 어린 얼굴 기억은 이미 흐렸다.
부모도 오래전에 죽었다.
네라가 기억해주던 시절도 끝났다.
“모르겠다.”
내가 말했다.
손주가 웃었다.
“봐.”
그 순간 이상하게 서글펐다.
내가 정말 아이였다는 사실을 증명할 사람이 더 이상 없었다.
기억도 흐려진다.
몸은 젊다.
기록은 거의 없다.
수백 년 뒤 내가 ‘태어난 적 없는 존재’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세나는 말했다.
“그래도 태어났잖아.”
“증명 못 해.”
“그게 왜 중요해.”
“사람들이.”
세나가 내 말을 끊었다.
“당신은 맨날 사람들 생각.”
“직위 있으니까.”
“집에서는 빼.”
그 말이 맞았다.
그날 저녁 손주와 같이 밥 먹었다.
아이가 물었다.
“할아버지 어릴 때 뭐 좋아했어.”
나는 생각했다.
강.
진흙.
외지인 짐.
먼 곳 이야기.
“멀리 가는 거.”
“지금도?”
“응.”
“그런데 왜 안 가.”
나는 웃지 못했다.
아이 질문은 자꾸 핵심으로 들어왔다.
“갈 거야.”
“언제.”
“모르겠다.”
손주가 말했다.
“또.”
세나가 크게 웃었다.
나는 둘에게 둘러싸여 졌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