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20화 — 아직 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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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가 회복한 뒤 공동대표들은 약속지기 직위 자체를 다시 정리하자고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역할이 너무 많아졌다.
외교.
공동회의.
항소 조정.
비상 연결.
가뭄·홍수 같은 위기.
전시조정.
외부 사람 눈에는 이미 하나의 최고직처럼 보였다.
내부에서는 제한이 많았지만.
“이걸 계속 약속지기라고 부르는 게 맞아?”
하렌 후임 대표가 물었다.
하렌도 이제 회의에 덜 나왔다.
나이가 들었다.
그의 후임이 더 자주 왔다.
또 세대 변화.
사람들은 새 이름을 제안했다.
‘앞의 사람.’
‘여러 마을의 지킴이.’
‘첫 대표.’
나는 모두 싫었다.
“그냥 약속지기.”
세나는 말했다.
“이름보다 실제가 중요해.”
맞았다.
결국 이름은 크게 바꾸지 않았다.
대신 구조를 정리했다.
각 공동체 내부 자율.
공동 문제만 상위회의.
약속지기는 상위회의 진행·외교·위기조정.
상시 군사권 없음.
공동 곡물 단독 사용 불가.
항소는 복수 대표와 같이.
중간 검토.
후임 교육.
가족 자동 승계 금지.
기록 공개.
지팡이는 공동 보관.
이 정도면 왕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날 라쿰 쪽 새 사절이 왔다.
우리 규칙 설명을 들었다.
“복잡하네.”
“응.”
“그래서 당신이 제일 위지.”
“아니.”
“그럼 누가.”
“없어.”
그는 웃었다.
“항상 그 말.”
나는 짜증이 났다.
“진짜야.”
그는 주변 대표들을 봤다.
“전쟁 나면.”
“전시조정자.”
“누구.”
사람들이 나를 봤다.
“외교.”
나.
“큰 분쟁.”
나와 대표들.
“곡물 위기.”
나와 대표들.
사절이 말했다.
“그게 제일 위지.”
나는 반박하려다 멈췄다.
외부 정의로는 그럴 수 있었다.
내부에서는 제한된 조정자.
외부에서는 최고대표.
둘 다 사실.
그날 밤 세나에게 말했다.
“이제 이름만 다른 것 같아.”
“뭐가.”
“왕.”
세나는 웃지 않았다.
“아직 달라.”
“왜.”
“왕이 뭔데.”
내가 묻던 질문을 돌려받았다.
나는 생각했다.
세습?
아니다.
라쿰 쪽도 꼭 세습만은 아니다.
군사권?
나는 제한적으로 있다.
세금?
공동부담을 조정한다.
법?
항소를 본다.
외교?
한다.
상징?
지팡이.
“그러게.”
세나는 말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당신 자리에서 뭘 기대하냐 아닐까.”
그 말이 좋았다.
아직 사람들은 내가 그들 위에서 소유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공동체 땅의 주인이 아니다.
사람의 주인도.
내 명령이 모든 일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 차이는 컸다.
그래서 기록에 썼다.
아직 왕은 아니다.
그리고 그 아래.
그러나 왕이 필요 없는 상태에서도 멀어졌다.
이 문장은 70화와 비슷했다.
그때는 가능성이었다.
이제는 구조가 되었다.
며칠 뒤 공동회의에서 외부 위협과 가뭄 대비를 같이 논의했다.
새 대표들.
젊은 기록자.
경비.
시장.
딸.
딸은 시장 대표 쪽에 앉아 있었다.
내 가족 자리도,
내 옆도 아니었다.
그 모습이 좋았다.
세나는 뒤쪽.
이제 말보다 듣는 시간이 늘었다.
나는 가운데가 아니라 옆쪽에 앉았다.
지팡이는 내 손에 있었다.
회의 시작 전에 땅을 한 번 쳤다.
툭.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생각했다.
이 소리를 내 아이의 아이도 기억할까.
그다음 세대도.
그리고 내가 여전히 여기 있다면.
그 질문이 처음으로 정치보다 무서웠다.
직위 재정리 회의에서 가장 긴 논쟁은 이름이 아니라 땅이었다.
어떤 대표가 말했다.
“약속지기가 공동 땅을 최종 관리해야 해.”
나는 바로 반대했다.
“왜.”
“공동 시설 늘잖아.”
길.
창고.
시장.
경비 지점.
소유와 사용이 겹치는 땅이 늘었다.
누군가는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
나는 위험을 봤다.
내가 공동 땅을 관리하면,
시간 지나 사람들은 땅이 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라쿰 쪽 일부 구조는 이미 그랬다.
지도자 집단과 중심지가 많은 토지를 통제.
효율적이지만 권력 기반.
“대표들 같이.”
내가 말했다.
“그러면 느려.”
“느려도.”
이번에는 세나도 내 편이었다.
공동 토지는 약속지기 개인 재산과 명확히 분리.
내 집.
세나 집.
가족 물건.
그건 개인.
공동 창고와 길.
그건 여러 대표가 함께 관리.
기록도 분리.
이 원칙은 훗날 왕이 된 뒤에도 중요한 문제로 남는다.
왕의 재산과 나라의 재산.
둘을 섞으면 편하다.
그리고 위험하다.
당시에는 분명히 나눴다.
아렘은 물었다.
“당신 죽으면 개인 거 누구한테.”
사람들이 웃었다.
나는 안 웃었다.
“가족.”
“안 죽으면.”
그가 농담했다.
잠깐 조용해졌다.
이제 이런 농담이 덜 가볍다.
나는 말했다.
“그럼 계속 내 거겠지.”
사람들이 웃었다.
억지로.
회의 뒤 한 젊은 대표가 찾아왔다.
“진짜 안 늙어요?”
처음으로 이렇게 직접.
나는 그를 봤다.
“왜.”
“우리 아버지가 당신이 자기보다 젊었을 때도 똑같았다고.”
대답을 피할 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말했다.
“느리게 늙는 편이야.”
“얼마나.”
“나도 몰라.”
그는 한참 봤다.
“축복인가.”
“모르겠어.”
“좋죠?”
나는 세나를 생각했다.
부모.
네라.
사무.
이라.
테멘.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응.”
젊은 대표는 이상한 얼굴이었다.
아마 이해 못 했을 것이다.
그는 돌아갔다.
나는 세나에게 말했다.
“이제 직접 묻네.”
“응.”
“얼마나 남았을까.”
“또 미래.”
“이번에는 봐야 해.”
세나도 부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후임 계획을 더 실제적으로 만들었다.
다음 큰 임기 말에는 내가 약속지기 직위에서 내려오는 걸 기본안.
전시조정자도 다른 사람 훈련.
외부 협상 상대에게도 후임 후보를 미리 소개.
내 개인 이름은 공식 기록에서 점점 줄이고 직위명 위주.
사람들이 후대에 여러 사람이라고 해석해도 굳이 수정하지 않음.
단, 내부 원본은 거짓 계보 만들지 않음.
우리 딸에게도 설명했다.
“아버지 떠날 수도 있어.”
딸은 오래 조용했다.
“언제.”
“몇 순환 안에.”
“엄마는.”
세나가 대답했다.
“나는 여기 있을 수도.”
딸 얼굴이 굳었다.
“둘이 따로?”
나는 대답하기 어려웠다.
세나가 말했다.
“아직 정한 거 아니야.”
가족에게 내 생존 전략은 또 하나의 불안이었다.
내가 들키지 않기 위해 떠나면,
다른 사람은 관계 비용을 낸다.
이걸 영웅적인 방랑으로만 쓰면 거짓이다.
딸은 말했다.
“그냥 알려지면 안 돼?”
가장 단순한 질문.
나는 침묵했다.
“사람들이 아버지 이상한 거 알아도.”
세나는 나를 봤다.
나는 말했다.
“어떻게 될지 몰라.”
숭배.
두려움.
감금.
이용.
전쟁.
아직 경험하지 않았지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래도 계속 도망가는 것도.”
딸이 말을 멈췄다.
“알아.”
나는 말했다.
정답은 없었다.
120화의 끝에서 나는 왕이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 왕권만이 아니었다.
한 사회가 늙지 않는 지도자를 알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그 질문이 처음으로 숨길 수 없을 만큼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회의 지팡이를 공동 보관소에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세나는 먼저 자고 있었다.
흰 머리가 불빛에 보였다.
나는 옆에 누웠다.
펜던트를 풀어 손에 쥐었다가 다시 목에 걸었다.
공적인 자리는 내려놓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시간에서는 내려올 자리가 없다.
그 사실이 더 무거웠다.
◆줄리언은 120번째 기록을 읽고 메모했다.
왕권 형성 시점: 아직 아님.
그 아래.
그러나 실질적 최고조정자 기능은 이미 존재.
그는 문장을 오래 봤다.
역사가라면 어디서 왕권이 시작됐다고 볼까.
칭호가 바뀐 날?
세습이 시작된 날?
군사권을 가진 날?
제사를 주관한 날?
혹은 후대가 왕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날?
아버지 회고록은 의도적으로 그 경계를 흐리고 있었다.
아니.
실제 경계가 흐렸던 것일지도.
스위스 보관소에서 답장이 왔다.
열람 가능 날짜.
두 개.
줄리언은 이번에는 바로 하나를 선택했다.
연구자에게도 같은 날짜를 보냈다.
비행 일정을 잡기 직전 펜던트 상자를 열었다.
푸른색.
짧은 흠집.
그는 한참 봤다.
그리고 뚜껑을 닫았다.
이번 여행에 펜던트를 가져갈 생각은 없었다.
증거를 찾으러 가는 사람이 감정적 증거까지 들고 갈 필요는 없었다.
대신 사진과 기록 번호만.
그 선택이 아버지와 조금 닮았다고 느꼈다.
개인의 기억과 공적인 검증을 분리하는 것.
줄리언은 여행 가방을 꺼냈다.
회고록 속 주인공은 점점 한곳에 붙들리고 있었다.
현대의 아들은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