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16화 — 세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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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는 숫자를 예전처럼 빨리 보지 못하게 됐다.
처음에는 표식을 가까이 당겼다.
그다음 빛 좋은 곳으로.
“눈 아파?”
내가 물었다.
“조금.”
“치료.”
“노화.”
그 말이 싫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뭐 도와줄까.”
세나가 웃었다.
“잘 배웠네.”
그녀는 기록 일을 젊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넘겼다.
자기는 최종 확인과 교육.
딸도 일부를 맡았다.
손주를 키우는 시간도 늘었다.
세나는 손주에게 숫자 놀이를 가르쳤다.
작은 돌.
둘.
셋.
네.
손주는 자꾸 던졌다.
세나가 화냈다.
나는 웃었다.
“당신도 실패하네.”
“당신이 가르쳐봐.”
나는 사람 얼굴 보는 법을 가르치려 했다.
손주는 내 코만 잡았다.
세나가 크게 웃었다.
우리 둘이 늙지 않는 것처럼 웃는 순간도 있었다.
그 순간은 짧았다.
세나는 오래 앉았다 일어날 때 손을 짚었다.
나는 봤다.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알아챘다.
“봤지.”
“응.”
“세지 마.”
“안 세.”
이번에는 정말 세지 않았다.
세나가 기록 일을 줄이면서 한 가지 문제가 더 생겼다.
젊은 기록자들이 세나의 기준을 서로 다르게 이해했다.
한쪽은 숫자를 우선.
다른 쪽은 이유 설명을 더 길게.
셋째는 사람 이름과 관계까지 적었다.
기록이 다시 제각각이 됐다.
세나는 화내지 않았다.
모두 펼쳐놓고 물었다.
“나중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뭐가 제일 알아보기 쉬워.”
기준이 ‘세나가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음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가로 바뀌었다.
그 결과 새로운 양식이 생겼다.
핵심 수량.
결정 이유.
확실·추정·모름 표시.
작성자.
확인자.
필요하면 당사자 의견.
나는 그걸 보고 말했다.
“이제 세나 방식이 아니라 공동 방식이네.”
세나는 잠깐 조용했다.
“응.”
기분이 묘한 얼굴.
나는 이해했다.
자기가 만든 게 자기 이름을 벗어나는 순간.
성공.
상실.
둘 다.
“좋아?”
내가 물었다.
“좋아.”
“아쉬워?”
“조금.”
솔직해서 좋았다.
나는 약속지기 직위를 떠올렸다.
내가 없어도 돌아가게 만들면 성공인데,
내 이름이 지워지면 서운할 수 있다.
세나가 먼저 그 감정을 인정하는 걸 보고 배웠다.
그녀는 젊은 기록자들에게 자기 실패도 가르쳤다.
한 번은 잘못된 수량을 믿고 상단 식량을 부족하게 준비했던 일.
비가 와서 기록 일부를 잃은 일.
자기 기억만 믿다 사람 한 명 몫을 빼먹은 일.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도 있었다.
“왜 나한텐 말 안 했어.”
“왜 말해.”
“중요하잖아.”
“내 흑역사인데.”
세나는 웃었다.
테멘과 비슷했다.
실패를 교육에 쓰되,
개인에게는 굳이 자랑하지 않는다.
그날부터 기록 교육에 틀린 기록 사례도 포함됐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왜.
어떻게 발견했는지.
나는 이 방식이 좋았다.
완벽한 기록관 이미지를 만드는 것보다 실제로 안전했다.
세나의 눈은 계속 나빠졌다.
그래도 목소리는 강했다.
한 젊은 기록자가 너무 작은 글씨—표식—를 만들어 가져오자 세나가 화냈다.
“나만 못 읽는 게 아니라 늙으면 다 못 읽어.”
사람들이 웃었다.
결국 표식 크기도 조금 커졌다.
노화가 설계 기준이 됐다.
나는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젊은 사람만 쓰는 구조가 아니라,
늙은 사람도 쓸 수 있는 구조.
사회가 오래갈수록 사용자도 늙는다.
당연한데 자주 잊는다.
세나는 자기 몸의 변화를 불편함으로 끝내지 않고 제도에 넣었다.
“당신은.”
어느 날 말했다.
“뭐.”
“안 늙으니까 이런 거 놓칠 수 있어.”
나는 멈췄다.
맞았다.
계단 높이.
글자 크기.
걷는 거리.
무거운 문.
내 몸에는 괜찮은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해질 수 있었다.
나는 그 뒤 공공 장소를 볼 때 일부러 노인과 다친 사람에게 물었다.
“어디 불편해.”
사람들이 처음에는 의아해했다.
곧 많은 답이 나왔다.
나는 오래 살아도 늙지 않기 때문에 노화를 경험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장수는 모든 경험을 주지 않는다.
세나가 그걸 가르쳤다.
세나는 어느 날 자기 기록 선반을 정리했다.
필요 없는 것.
공동으로 넘길 것.
가족에게 둘 것.
나는 불안해졌다.
“왜 정리해.”
“눈 안 좋아지잖아.”
“그것뿐?”
“그리고 늙잖아.”
“또.”
세나는 짜증냈다.
“당신은 죽음 이야기만 나오면 왜 싸워.”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푸른 펜던트를 가리켰다.
“네라는 자기 물건 정리 안 했어?”
“했어.”
“그럼 나도.”
맞았다.
세나는 자기 가장 중요한 기록 몇 개를 공동 보관소에 넘겼다.
시장 단위 비교.
외부 길.
공동부담 변화.
그리고 별도 묶음 하나는 딸에게 줬다.
개인 기록.
길에서 만난 사람.
가족.
나에 대한 메모도 있었을 것이다.
“내 얘기 있어?”
“응.”
“뭐라고.”
“안 보여줘.”
“왜.”
“내 거니까.”
나는 웃었다.
개인의 기록.
공적인 기록.
또 구분.
세나는 끝까지 잘했다.
세나는 시력이 떨어져도 사람 목소리는 잘 구분했다.
회의에서 누가 어떤 표식을 냈는지 직접 보기보다 읽어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젊은 기록자들이 긴장했다.
세나 앞에서 틀리면 바로 걸렸다.
“그거 수량 순서 바뀌었어.”
“어떻게 알아요?”
“어제 들었으니까.”
기억은 여전히 좋았다.
나는 웃었다.
“눈 없어도 되겠네.”
세나가 나를 노려봤다.
“그 말 다시 해.”
“미안.”
그녀는 기록 기관 비슷한 것을 더 분명히 만들었다.
한 사람이 쓰고,
다른 사람이 읽고,
셋째가 중요한 수량을 확인.
아렘 창고에서 시작된 복수 확인이 여기까지 왔다.
왜.
자기가 직접 못 보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세나는 자기 약함을 구조 변화로 바꿨다.
나는 그 점을 존경했다.
“당신 없어도 되게 하는 거네.”
내가 말했다.
“응.”
“기분 안 나빠?”
“조금.”
솔직했다.
“그래도 해야지.”
우리 둘 다 같은 문제를 다른 곳에서 겪고 있었다.
나도 약속지기 자리를.
세나도 기록.
다만 그녀가 더 잘 내려놓았다.
어느 날 젊은 기록자 하나가 중요한 수량을 잘못 읽었다.
세나는 바로 잡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봤을 것.
나중 확인 단계에서 발견됐다.
세나는 집에 와 기분이 안 좋았다.
“내가 봤으면.”
내가 말했다.
“또.”
그녀가 나를 봤다.
“뭐.”
“내가 더 잘하니까 내가 한다.”
세나가 웃었다.
“당신 말 듣기 싫네.”
“나도 당신한테 많이 들었어.”
우리는 같이 웃었다.
세나는 다음 날 젊은 기록자를 혼내지 않았다.
“확인 구조가 잡은 거야.”
실수 한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일한 것.
이 관점이 중요했다.
사람은 틀린다.
잘하는 사람도 늙는다.
기억도 흐려진다.
그러니 사람이 완벽해야만 굴러가는 구조를 만들면 안 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내 자리를 생각했다.
아직도 많은 위기에서 ‘내가 있어야’ 굴러갔다.
그건 내 능력 자랑이 아니라 구조 실패일 수 있었다.
세나가 말했다.
“이제 알았어?”
“뭘.”
“왜 내가 계속 당신 없어도 되게 하라 했는지.”
“알았어.”
“진짜?”
“조금.”
세나는 만족한 얼굴이었다.
몇 달 뒤 기록자들은 세나 도움 없이 중요한 공동부담 정리를 끝냈다.
그녀는 마지막 결과만 들었다.
틀린 게 없었다.
세나가 말했다.
“좋네.”
그리고 조금 울었다.
나는 처음에는 못 본 척했다.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잡았다.
사람은 필요 없어지는 순간에도 슬플 수 있다.
그 슬픔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필요를 유지하려고 다른 사람 성장을 막지 않는 것.
그게 더 중요했다.
어느 날 내가 말했다.
“당신 기록이 나보다 오래 남겠네.”
세나가 말했다.
“사람보다 오래 남으라고 만든 거잖아.”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내가 물었다.
세나는 나를 봤다.
“당신은 너무 오래 남아.”
농담 같았다.
둘 다 웃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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