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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10화 — 첫 번째 긴 그림자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110 / 37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두 번째 세 순환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나이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졌다.

아렘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분명 늙었다.

하렌도.

경비 책임자의 머리에는 흰색이 늘었다.

테멘의 젊은 담당자라고 부르던 사람들도 이제 젊지 않았다.

세나는 내 옆에서 같이 늙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나는 거의 그대로였다.

우리 딸은 어린아이에서 청소년에 가까워졌다.

나는 같은 얼굴.

이 장면을 거울 없이도 알 수 있었다.

사람들 눈이 알려줬다.

시장에 새로 들어온 젊은 사람은 나를 보고 물었다.

“진짜 그 약속지기?”

“응.”

“우리 아버지가 어릴 때도 당신 봤대.”

가슴이 서늘했다.

드디어 왔다.

부모 세대의 기억이 자식에게 넘어가는 단계.

고향에서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다.

“그때도 이 얼굴이었대.”

젊은이는 웃으며 말했다.

“과장했겠지.”

나는 같이 웃었다.

“그랬겠지.”

거짓말.

혹은 침묵.

세나는 저녁에 말했다.

“이제 바다보다 다른 문제 먼저겠네.”

“응.”

“떠날래.”

나는 딸을 봤다.

집.

시장.

공동체.

지팡이.

“지금?”

“언젠가는.”

또 그 말.

세나가 말했다.

“당신은 ‘언젠가’를 자꾸 뒤로 미뤄.”

맞았다.

문제는 떠난다고 끝나지 않았다.

직위.

가족.

외부 협정.

이제는 그냥 이름 바꾸고 사라지면 많은 사람이 실제 피해를 본다.

처음 정착지에 머물던 시절과 다르다.

내가 구조 안에 너무 깊이 들어갔다.

이게 바로 장기 권력의 덫이었다.

떠날 수 없어서 권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오래 가져서 떠날 수 없게 된다.

그날 공동회의에서 아주 젊은 대표 하나가 나를 보며 말했다.

“당신은 우리 아버지보다 젊어 보여.”

사람들이 웃었다.

이번에는 웃음이 조금 어색했다.

아렘은 화제를 돌렸다.

하렌도.

모두 알고 있었다.

세나는 나를 봤다.

나는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

툭.

한 번 짚었다.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그 소리가 예전보다 무겁게 들렸다.

회의 주제는 단순했다.

시장길 보수.

그런데 나는 사람 얼굴만 봤다.

누가 늙었는지.

누가 새로 왔는지.

내가 얼마나 그대로인지.

회의가 끝난 뒤 지팡이를 공동 보관소에 두었다.

딸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

“왜.”

“사람들이 왜 아버지 얼굴 봐.”

질문이 직접적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세나가 옆에 왔다.

딸은 우리 둘을 번갈아 봤다.

세나는 분명 몇 년의 흔적이 있었다.

나만 적었다.

“나는 조금 천천히 늙어.”

내가 말했다.

딸이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이번에는 진짜.

딸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거야?”

나는 오래 생각했다.

“잘 모르겠어.”

그게 가장 정확했다.

그날 밤 세나와 처음으로 공개적인 정체 관리를 이야기했다.

떠나는 방법.

후임.

내 죽음을 꾸미는 방법까지.

세나는 싫어했다.

“아직.”

“언젠가 해야 해.”

“그 언젠가 또.”

이번에는 반대 방향이었다.

나는 너무 빨리 미래를 준비했다.

세나는 말했다.

“사람들이 의심한다고 바로 죽은 척할 거야?”

“아니.”

“그럼 지금 할 일부터.”

또 현재.

나는 웃었다.

그날부터 우리는 세 단계로 생각했다.

첫째.

아직은 단순히 젊어 보이는 사람으로 둔다.

둘째.

직위 의존도를 더 줄인다.

셋째.

정말 설명이 불가능해지는 시점에는 떠난다.

계획은 합리적이었다.

문제는 첫째가 예상보다 오래 갔다는 것.

사람은 설명이 안 되는 것을 즉시 신으로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 합리화한다.

체질.

축복.

가문.

운.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합리화가 전설로 바뀐다.

우리는 아직 그 중간에 있었다.

시간은 이제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흘렀다.

첫 백 화까지 나는 거의 매 계절을 붙잡고 썼다.

그 뒤로는 그렇지 않다.

같은 회의.

비슷한 수확.

시장 다툼.

물길 보수.

아이 성장.

그 모든 날을 하나씩 적으면 수천 년을 끝낼 수 없다.

[기록]

두 번째 세 순환은 끝났다.

나는 다시 연임했다.

그다음에도.

매번 자동은 아니었다.

중간 확인도 했다.

반대도 있었다.

한 번은 다른 사람에게 넘길 가능성이 꽤 높았다.

그런데 큰 외부 분쟁이 생겼다.

또 한 번은 가뭄 복구가 끝나지 않았다.

또 한 번은 라쿰 쪽 지도부가 바뀌어 새 협정을 다시 맺어야 했다.

매번 이유가 있었다.

그게 핵심이다.

아무도 어느 날 선언하지 않았다.

‘이 사람을 평생 지도자로 두자.’

나도 선언하지 않았다.

그냥 다음 기간.

그리고 다음.

그 사이 아이가 자랐다.

처음 걷던 아이가 시장에서 실제로 작은 일을 돕는 나이가 됐다.

세나 머리에도 흰 가닥이 생겼다.

아렘은 허리가 조금 굽었다.

하렌은 회의 중 눈을 오래 비볐다.

내 얼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제 농담을 덜 했다.

오래된 사람은 말을 피했다.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오히려 이상함을 못 느꼈다.

그들에게 나는 처음부터 이 얼굴이었다.

이게 더 무서웠다.

이전 세대는 기억했다.

‘저 사람은 왜 안 늙지?’

다음 세대는 말했다.

‘약속지기는 원래 저렇게 생겼다.’

사람 기억은 이상함을 정상으로 바꿨다.

어느 날 젊은 대표가 말했다.

“제가 어릴 때도 지팡이 들고 계셨죠.”

“응.”

“우리 아버지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잠깐 웃었다.

“정말 오래 하시네요.”

그 정도.

그에게는 정치적 장기집권이 먼저 보였다.

생물학적 이상은 두 번째.

나는 세나에게 말했다.

“이제 가야 해.”

그녀는 늙어가고 있었다.

내 비밀을 알고도 남았다.

“딸은.”

딸은 이제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시장 기록과 거래에 관심이 많았다.

약속지기에는 관심이 적었다.

그게 좋았다.

“데려갈 수는 없지.”

내가 말했다.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딸에게도 삶이 있었다.

이라와의 약속이 또 떠올랐다.

자식 삶을 자기 삶에 묶지 말 것.

그런데 이번에는 문제가 달랐다.

내가 떠나면 세나는?

“같이 갈래.”

내가 물었다.

세나는 오래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

가슴이 아팠다.

“왜.”

“딸 여기 있잖아.”

“우리도 갈 수 있잖아.”

“왜 애 삶까지 옮겨.”

정확했다.

세나는 계속했다.

“그리고.”

“뭐.”

“나는 여기 좋아.”

네라가 했던 말.

이번에는 세나 방식.

나는 또 같은 선택 앞에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늙어가고,

나는 떠나야 한다.

이번에는 약속지기라는 권력까지 붙어 있었다.

떠나지 못할 이유가 더 많았다.

그래서 세 단계 계획을 수정했다.

첫째.

직위 의존도를 더 줄인다.

둘째.

내 나이에 대한 설명을 직위명 계승 쪽으로 자연스럽게 돌릴 수 있게 한다.

셋째.

정말 필요할 때는 후임에게 이름과 역할을 넘기고 사라진다.

두 번째가 위험했다.

후대가 여러 사람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

나는 거짓 역사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세나는 말했다.

“당신이 직접 거짓말 안 해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거야.”

맞았다.

이미 외부 기록이 그랬다.

같은 이름.

같은 직위.

긴 시간.

상식적인 사람은 세습명이라고 본다.

나는 굳이 바로잡지 않기로 했다.

이게 첫 제도적 익명화였다.

내 몸을 숨기기 위해 직위의 연속성을 이용한다.

정치와 생존이 완전히 얽혔다.

그날 공동 보관소에서 지팡이를 꺼냈다.

손잡이가 닳아 있었다.

내 손 때문에.

다음 사람이 들 물건인데,

마모 자체가 내 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나는 천을 새로 감을까 생각했다.

그러지 않았다.

흔적을 지우는 것도 기록 조작 같았다.

그대로 뒀다.

회의장에 들어갔다.

젊은 사람들이 일어났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이제 적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나를 외지인이라고 보던 세대가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지팡이를 짚었다.

툭.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그 소리를 듣고 문득 생각했다.

이건 더 이상 임시직의 소리가 아니다.

세대가 기억하는 소리가 되고 있다.

줄리언은 110번째 기록을 읽고 화면을 닫았다.

이번에는 날짜 계산부터 했다.

회고록의 계절 표현,

홍수 순환,

세나 임신과 딸 성장,

라쿰 사절 교체.

정확한 연도는 불가능했다.

그래도 보수적으로 잡아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아버지의 외형이 거의 그대로라는 서술이 과장이라 해도,

정상적인 정치 경력보다 길었다.

줄리언은 A-17 자료 목록을 다시 열었다.

직위 표식.

지팡이 모티프.

반복되는 이름.

후대 연구자라면 동일 직위의 세습이라고 보는 게 당연했다.

그게 가장 합리적이었다.

문제는 아버지의 개인 기록이었다.

세나.

딸.

테멘.

아렘.

같은 관계가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여러 사람의 직위명 계승으로 읽으려면,

회고록 자체가 의도적으로 한 사람처럼 합쳐 쓴 거대한 소설이어야 한다.

여전히 가능했다.

줄리언은 메모에 썼다.

대체 설명 A: 여러 세대의 기록을 한 화자로 편집.

잠시 뒤.

대체 설명 B: 현대 창작.

그 아래는 비워뒀다.

세 번째 설명을 쓰고 싶지 않았다.

연구자에게서 새 메일이 도착했다.

스위스 보관소 현장 열람 일정이 가능하다면, 재료 분석이 아닌 비파괴 관찰만으로도 필기층과 매체 차이는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줄리언은 이번에는 달력을 닫지 않았다.

가능한 날짜를 봤다.

그리고 회신했다.

열람 권한을 확인하겠습니다. 가능한 일정 두 개를 곧 보내겠습니다.

보내고 나서 손이 조금 떨렸다.

회고록 안에서 아버지는 점점 움직이기 어려워지고 있었다.

현대의 줄리언은 처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록]

이 시기 이후의 외부 기록에는 같은 약속지기 이름이 너무 오래 반복되기 시작한다.

후대 학자들이 내린 가장 자연스러운 설명은 두 가지였다.

첫째.

여러 사람이 같은 칭호와 이름을 계승했다.

둘째.

후대 기록자가 몇 세대를 한 사람으로 합쳤다.

둘 다 합리적이다.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줄리언은 110번째 기록에서 멈췄다.

연구자가 새 파일을 보내왔다.

고대 계보·직위명 중 동일 이름이 비정상적으로 긴 기간 나타나는 사례에 대한 논문 몇 편.

왕명 반복.

직위명 계승.

후대 편집.

역사학은 이미 이런 문제를 다루는 방법이 있었다.

불멸자를 가정할 필요는 없다.

그게 정상이다.

줄리언은 오히려 안도했다.

아버지 이야기를 믿지 않아도 역사는 설명된다.

그런데 A-17 자료 목록 한쪽에 이상한 항목이 있었다.

세대별 필적 차이: 없음 또는 판정 불가.

줄리언은 확대했다.

초기 표식은 글씨가 너무 단순해서 동일인 판정이 어렵다.

그런데 후대에 문자성이 높아진 자료 몇 점은—

비슷한 손 습관이 반복된다는 내부 감정 메모.

정식 감정서는 아니었다.

아버지 재단 소속 보존가가 오래전에 적어둔 개인 소견.

줄리언은 바로 믿지 않았다.

한 사람이 여러 세대 문서를 썼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

모방.

서기관 훈련.

같은 작업장.

가능성 많다.

그래도 한 문장이 눈에 남았다.

작성자들은 달라졌어도 이상하지 않은 기간인데, 획을 멈추는 위치가 지나치게 비슷하다.

줄리언은 자기 메모 파일을 열었다.

확인된 것 / 확인되지 않은 것

새 줄을 추가했다.

확인되지 않은 것: 동일 필적이 수십 년 이상 지속되었는가.

저장.

그 아래 한 줄을 쓰려다 멈췄다.

확인된 것: 나는 점점 믿고 싶어지고 있다.

쓰지 않았다.

대신 111번째 기록을 열었다.

이제 이야기는 한 인간의 정상적인 정치 경력보다 길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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