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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00화 — 지팡이는 왕홀이 아니었다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100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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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기를 시작하는 날 사람들은 또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했다.

첫 번째 약속지기 때는 매듭끈.

이번에는 외부에서도 알아볼 물건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

“왜.”

나는 물었다.

아렘이 말했다.

“사절 올 때 맨날 누가 누군지 묻잖아.”

하렌도 동의했다.

“회의 진행하는 사람 표시.”

나는 싫었다.

“옷 보면 되잖아.”

세나는 말했다.

“당신 옷 평범하잖아.”

“좋은데.”

누군가 지팡이를 제안했다.

테멘이 떠올랐다.

나는 바로 거절할 뻔했다.

그런데 설명을 들으니 실용적이기도 했다.

회의 때 발언 순서를 줄 때.

긴급 신호 사람을 보낼 때.

외부 사절이 누가 조정자인지 알아볼 때.

왕홀 같은 장식이 아니라,

그냥 긴 나무 막대.

세 갈래 매듭 표시.

하렌 쪽,

우리 쪽,

작은 공동체 묶음.

나는 조건을 붙였다.

“내 거 아니야.”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 거.”

세나가 말했다.

“다음 사람한테 넘겨.”

“응.”

나무는 강가에서 구했다.

너무 좋은 나무를 쓰지 않았다.

일부러.

금속 장식도 최소.

세나는 웃었다.

“좋은 거 쓰면 왕 같을까 봐?”

“응.”

“지금도 충분히.”

나는 무시했다.

지팡이가 완성된 날 작은 공동 모임이 열렸다.

사람들이 내게 건넸다.

나는 받았다.

무게는 별것 아니었다.

이상하게 손이 무거웠다.

아버지의 지팡이.

사무가 만든 지팡이.

테멘의 물길 막대기.

여러 기억이 겹쳤다.

“왜.”

세나가 물었다.

“옛날 생각.”

나는 지팡이를 땅에 짚었다.

툭.

소리가 났다.

그 순간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나는 놀랐다.

그냥 짚었을 뿐.

세나도 눈치챘다.

사람들이 그 소리를 신호처럼 받아들였다.

회의 시작.

그날부터 누군가 발언을 너무 겹치면 지팡이로 땅을 한 번 쳤다.

툭.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편했다.

너무 편했다.

나는 테멘이 살아 있었다면 싫어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말했다.

“입으로 해.”

며칠 뒤 외부 사절이 왔다.

라쿰 쪽 사람.

그는 지팡이를 보더니 바로 태도가 달라졌다.

“이제 제대로 됐네.”

“뭐가.”

“표시.”

“회의 도구야.”

그가 웃었다.

“그래.”

그 웃음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들에게는 지팡이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다.

권한의 표식.

사람들은 보이는 상징을 좋아했다.

설명보다 빠르니까.

문제는 상징이 뜻을 스스로 키운다는 것.

처음에는 회의용.

곧 외부 협상 때.

그다음 경비 점검 때도 들고 나오라는 말이 나왔다.

나는 거절했다.

“필요 없어.”

사람들은 말했다.

“그래도 알아보기 쉽잖아.”

편리함.

또.

나는 일부러 회의 외에는 두고 다녔다.

한 번은 외지인이 지팡이 없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게 좋았다.

세나는 말했다.

“기분 좋아?”

“응.”

“왜.”

“그냥 사람 같아서.”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집에서는 지팡이를 밖에 뒀다.

펜던트는 안에.

나는 그 구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공적인 물건은 문 밖.

개인의 기억은 몸 가까이.

지팡이를 처음 들고 외부 회의에 갔을 때 나는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들게 했다.

하렌.

“왜 나한테.”

“무거워.”

“별로 안 무겁잖아.”

“그래도.”

그는 눈치챘다.

“상징 싫어서?”

“응.”

하렌이 웃었다.

“그러면 만들지 말았어야지.”

맞았다.

회의 장소에 도착하자 외부 사람들이 하렌을 약속지기로 착각했다.

나는 조금 기뻤다.

곧 하렌이 나를 가리켰다.

“저놈.”

기쁨이 끝났다.

라쿰 쪽 사절은 지팡이를 내게 직접 건넸다.

“당신 거잖아.”

“자리 거야.”

“지금 당신 자리.”

그 논리가 점점 강해졌다.

지금 내 자리.

그러면 들고 있는 동안은 내 것인가.

집에 가져가면?

물려주면?

상징과 소유 경계가 흐려지기 쉬웠다.

그래서 회의가 끝나면 지팡이는 공동 보관소에 두기로 했다.

내 집에 가져가지 않았다.

첫날 밤부터.

세나는 말했다.

“잘했네.”

“왜.”

“집에 있으면 익숙해져.”

“나무 막대인데.”

“왕관도 처음엔 물건이겠지.”

그 말에 기분이 나빴다.

우리는 왕이라는 단어를 농담으로만 쓰고 있었다.

그런데 외부 사람들은 이미 나를 비슷한 틀로 이해하려 했다.

어느 사절은 내 옆에 앉은 세나를 보고 물었다.

“부인?”

세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는 태도가 더 공손해졌다.

“그럼 당신도—”

세나가 바로 끊었다.

“나는 시장 기록이랑 거래 쪽.”

사절이 이해 못 한 얼굴.

그에게 통치자의 배우자는 통치 권력과 연결되는 존재였던 모양이다.

세나는 그걸 싫어했다.

집에 돌아와 말했다.

“내가 당신이랑 산다고 내 일이 바뀌는 건 아니야.”

“알아.”

“사람들은 안 아는 것 같아.”

“그럼 계속 말해야지.”

이 문제는 앞으로 더 커진다.

주인공의 배우자.

아이.

가족.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권력과 연결하려 한다.

나는 이미 사무와 이라 때 가족을 내 삶에서 독립시키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국가 규모에서는 훨씬 어려웠다.

세나가 임신 가능성을 이야기한 뒤부터 이 문제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아이가 태어나면?

사람들은 그 아이를 약속지기 후계자로 볼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나도.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미리 합의했다.

아이를 가져도 직위와 무관.

기록에도 남긴다.

아렘이 말했다.

“태어나지도 않은 애 규칙부터 만드네.”

“나중에 싸우기 싫어서.”

하렌은 말했다.

“사람들이 그래도 기대할걸.”

“그럼 아니라고 계속 말해.”

세나는 웃었다.

“당신 평생 말해야겠네.”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평생.

내 평생은 얼마나 길까.

지팡이를 공동 보관소에 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들이 막대기를 들고 약속지기 놀이를 했다.

한 아이가 땅을 쳤다.

“조용!”

다른 아이들이 웃었다.

나는 멈춰 봤다.

상징이 이미 복제되고 있었다.

아이들 놀이 안에서.

그게 귀엽고 무서웠다.

세나는 내 손을 잡아 끌었다.

“가자.”

“저거 봐.”

“애들 놀잖아.”

“내 흉내.”

“그러니까 더 보지 마.”

우리는 집으로 갔다.

그날 밤 지팡이는 공동 보관소에 있었고,

푸른 펜던트만 내 목에 있었다.

나는 그 구분이 오래 갈 거라고 믿었다.

그 믿음도 진심이었다.

몇 계절 지나면서 지팡이 표식은 여러 기록에 등장했다.

물 합의.

시장.

외교.

사람들은 약속지기 직위를 사람보다 먼저 그리기 시작했다.

후대 연구자가 보면 한 직위가 세대별로 이어졌다고 생각할 만했다.

실제로 그런 의도로 만든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사람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

첫 세 순환이 지나도 나는 같은 얼굴이었다.

아직 사람들은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금 젊어 보이는 정도.

세나는 알고 있었다.

몇몇 가까운 사람은 의심했다.

시간은 더 필요했다.

그리고 시간은 나에게 너무 많았다.

[기록]

아주 훗날 이 시기의 표식 몇 개를 본 사람들은 지팡이를 왕홀이라고 불렀다.

나는 그 해석을 이해한다.

긴 막대.

대표자.

공동체 표식.

외교 기록.

모든 조건이 맞는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왕이 아니었다.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중요한 차이는 이것이다.

왕홀은 주인의 권력을 상징한다.

그 지팡이는 원래 다음 사람에게 넘기기 위해 만든 물건이었다.

그 의도는 진짜였다.

나도 진심이었다.

줄리언은 100번째 기록을 끝내고 오래 화면을 보지 않았다.

대신 연구자가 보내온 새 이미지를 열었다.

나일계 초기 정착지 유물 도판.

정확한 출처는 아버지 자료와 다르다.

후대 발굴 보고서에 실린 단순화된 표식.

길쭉한 막대 모양.

위쪽 세 갈래 표시.

줄리언은 회고록 삽화와 나란히 놓았다.

비슷했다.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연구자의 설명이 붙어 있었다.

해당 모티프가 통치권, 제의권, 수리 관리권 중 무엇을 뜻하는지는 확정할 수 없습니다. 후대 왕권 상징과 연결하는 해석도 있으나, 초기 단계에서는 행정·의례적 도구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줄리언은 웃었다.

아버지 회고록과 너무 잘 맞는 애매함.

그다음 문장이 더 중요했다.

문제는 이 모티프가 비슷한 형태로 꽤 긴 기간에 걸쳐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동일 인물의 사용이라기보다 직위 또는 집단 표식으로 보는 편이 일반적으로 자연스럽습니다.

줄리언은 회고록 문장을 떠올렸다.

그 자리는 정말 여러 세대를 건넜다. 다만 처음 몇 세대 동안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바뀌지 않았다.

그는 펜던트 상자를 봤다.

이제 웃기지 않았다.

스위스 보관소에 연락할 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읽고 싶었다.

직위가 언제 사람보다 커졌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언제 이 젊은 약속지기를 단순한 인간 이상으로 보기 시작했는지.

101번째 기록을 열었다.

첫 문장은 짧았다.

첫 번째 세 순환이 끝났을 때, 나는 물러나지 못했다.

END OF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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