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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93화 — “아닌데”가 사라진 날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93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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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멘은 어느 날 회의에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무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이미 자주 쉬고 있었으니까.

물길 젊은 담당자가 대신 왔다.

회의는 잘 끝났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려다 테멘 쪽으로 갔다.

문 앞에 사람이 있었다.

그 표정을 보고 알았다.

안으로 들어갔다.

테멘은 누워 있었다.

눈은 떠 있었다.

숨이 짧았다.

“왔냐.”

“응.”

“왜.”

“당신 안 와서.”

“좋잖아.”

“뭐가.”

“회의 됐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웃으려다 기침했다.

물 한 모금을 마셨다.

“물길은.”

“잘해.”

“누가.”

젊은 담당자 둘 이름을 말했다.

테멘은 고개를 끄덕였다.

“싸워?”

“맨날.”

“그럼 됐네.”

나는 웃지 못했다.

“당신 나아.”

“싫어.”

“뭐가.”

“귀찮아.”

나는 화가 났다.

“죽는 얘기 하지 마.”

테멘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사무한테도 그랬어?”

“응.”

“안 먹혔지.”

“응.”

“나도 안 먹혀.”

나는 욕했다.

테멘이 아주 작게 웃었다.

한참 조용했다.

밖에서 아이 소리가 들렸다.

시장 쪽에서 사람들 말소리.

정착지는 평소와 같았다.

테멘이 물었다.

“약속지기 또 됐지.”

“응.”

“얼마나.”

“새 구조 자리 잡을 때까지.”

그가 코웃음을 쳤다.

“끝 없네.”

“있어.”

“어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테멘이 눈을 감았다.

“내가 없으면.”

“그 말 하지 마.”

“들어.”

네라와 똑같았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사람들이 네 말 기다리지.”

“응.”

“네가 맞을 때 많고.”

“조금.”

“거짓말.”

나는 웃었다.

그가 계속했다.

“그래서 더 위험해.”

“알아.”

“아니.”

나는 그를 봤다.

테멘이 아주 천천히 말했다.

“틀리는 사람은 사람들이 의심해.”

“응.”

“계속 맞는 사람은 안 해.”

숨을 골랐다.

“그게 더 위험해.”

나는 손을 잡았다.

테멘 손은 거칠었다.

아버지.

사무.

모두 떠올랐다.

“그러면 어떡해.”

내가 물었다.

테멘이 대답했다.

“아닌데 하는 놈 옆에 둬.”

나는 웃다가 울었다.

“당신 같은 거?”

“나 같은 건 피곤해.”

“맞아.”

“그래도.”

한참 뒤 그가 말했다.

“내 말도 믿지 마.”

“왜.”

“나도 틀려.”

그게 마지막 긴 대화였다.

테멘은 그날 바로 죽지 않았다.

다음 날도 살았다.

그다음 날에는 거의 말을 못 했다.

나는 계속 갔다.

세나는 말리지 않았다.

물길 담당자들도 왔다.

테멘은 손짓으로 몇 번 지시했다.

마지막으로 확실히 들은 말은 거창하지 않았다.

젊은 담당자가 물 위치를 말하자,

테멘이 아주 작게 말했다.

“아닌데.”

사람들이 웃었다.

그날 밤 죽었다.

장례에는 사람이 많았다.

테멘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도 왔다.

평생 물 때문에 싸운 사람이었다.

어느 농부가 말했다.

“저 노인 때문에 물 못 가져간 날 많았어.”

다른 사람이 웃었다.

“그래도 당신 밭 안 말랐잖아.”

사람들이 테멘 이야기를 했다.

잔소리.

고집.

실수.

맞았던 일.

틀렸던 일.

나는 듣기만 했다.

테멘 장례 뒤 물길 담당자 둘이 싸웠다.

아주 크게.

누가 테멘의 ‘진짜 후계자’인지.

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화가 났다.

“그런 거 없어.”

둘 다 조용해졌다.

한 사람은 말했다.

“그래도 테멘이 마지막에 이 막대 저한테 줬어요.”

다른 사람은 말했다.

“기록은 제가 받았어요.”

역할 도구가 권위 표식으로 바뀌고 있었다.

테멘이 원한 건 아니었다.

나는 둘을 데리고 테멘 가족에게 갔다.

아들이 이야기를 듣더니 웃었다.

“아버지라면 둘 다 욕했을 텐데.”

정확했다.

그는 말했다.

“막대 준 건 막대 쓰라고 준 거고, 기록 준 건 기록 보라고 준 거겠지.”

후계자 지명과는 다르다.

둘은 민망해했다.

결국 물길 담당은 공동으로 계속했다.

한 사람이 현장.

한 사람이 기록과 조정.

상황 따라 역할도 바꿨다.

테멘이라는 한 사람을 다시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게 더 나았다.

며칠 뒤 물길 회의에서 실제로 두 사람 의견이 갈렸다.

사람들은 나를 봤다.

나는 일부러 물었다.

“테멘이면 뭐라고 했을까.”

한 담당자가 말했다.

“아닌데.”

사람들이 웃었다.

다른 사람도 웃었다.

그 웃음이 장례보다 더 오래 남았다.

테멘 집은 가족이 계속 살았다.

나는 지나갈 때마다 들어가고 싶었다.

처음에는 자주 갔다.

곧 줄였다.

가족에게는 테멘 없는 삶이 필요했다.

내가 자꾸 가서 그의 이야기를 하면 집 전체가 장례 뒤에 멈출 수도 있었다.

이것도 사무와 이라 때 배운 것.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일과,

남은 사람의 삶을 붙잡는 일은 다르다.

어느 날 테멘 아들이 먼저 나를 불렀다.

작은 칼을 보여줬다.

“아버지 거.”

“알아.”

“쓸까요.”

“당신 거잖아.”

그가 웃었다.

“그럼 쓰죠.”

칼은 다시 생활 도구가 됐다.

좋았다.

테멘의 물길 막대도 현장에서 계속 쓰였다.

기록도.

사람도,

물건도,

역할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다음으로 갔다.

나는 푸른 펜던트를 만졌다.

네라의 물건은 계속 내게 있었다.

그건 일부러 다음으로 넘기지 않은 물건.

개인의 기억.

나는 두 종류의 유산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공동체에 남길 것.

나 혼자 들고 갈 것.

장례 다음 날 회의가 있었다.

물길 담당자 하나가 내 제안에 반대했다.

“아닌데요.”

정확히 그 말.

회의가 잠깐 조용해졌다.

나는 그 사람을 봤다.

그는 겁먹은 얼굴이었다.

내가 화낼 줄 알았던 모양이다.

나는 웃었다.

“왜.”

그가 이유를 설명했다.

정말 내가 놓친 게 있었다.

테멘은 죽었다.

그 말은 남았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조금 안심했다.

테멘이 죽고 며칠 뒤 나는 그의 물길 기록을 혼자 읽었다.

글이라고 부르기엔 거친 표식.

물높이.

사람 이름의 일부.

큰비.

실패.

내가 아는 방식과 달랐다.

나는 몇 군데를 고쳐 적고 싶었다.

더 보기 좋게.

세나가 막았다.

“왜.”

“원본 두고 따로 정리해.”

“같은 내용인데.”

“같지 않을 수도 있잖아.”

나는 멈췄다.

내가 보기 쉽게 정리하는 순간,

테멘이 남긴 애매함과 순서가 사라질 수 있었다.

우리는 원본을 그대로 두고,

옆에 새 정리본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원문’과 ‘정리’가 분리됐다.

이것도 훗날 내 기록 습관에 크게 남는다.

사람 말과 내가 해석한 말을 같은 줄에 쓰지 않는 것.

테멘의 표식 하나는 끝내 뜻을 알 수 없었다.

물길 담당자 둘도.

가족도.

나는 짜증이 났다.

세나는 말했다.

“빈칸.”

84화에서 배운 방식.

우리는 그대로 남겼다.

뜻 모름.

그 표식을 볼 때마다 테멘이 아직 나한테 문제 하나를 남겨둔 것 같았다.

이상하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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