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89화 — 끝이 가까워질수록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한 해의 끝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내 임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다음에도 하지.”
아렘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안 해.”
“왜.”
“한 해라 했잖아.”
“잘하잖아.”
이 말이 가장 위험했다.
잘하니까 계속.
나는 테멘을 봤다.
그는 이번에는 바로 놀리지 않았다.
“후임 생각해.”
나는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하렌?
자기 공동체가 따로 있었다.
아렘?
시장과 곡물에 치우쳤다.
경비 책임자?
방어 쪽.
작은 마을 대표?
경험이 적다.
세나?
여기 남을지 확실하지 않다.
테멘?
본인이 죽어도 안 한다.
“왜 사람을 하나만 찾지.”
세나가 물었다.
“자리 하나니까.”
“나눌 수도 있잖아.”
나는 멈췄다.
약속지기 역할을 둘이나 셋으로 나누기.
회의 진행.
기록.
긴급 연락.
이미 분리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시험했다.
아렘은 기록과 물자.
하렌은 회의 진행.
경비 책임자는 긴급 연락.
나는 아무 역할 없이 한 번 앉았다.
회의는 굴러갔다.
다만 갈등이 생기자 셋이 서로 미뤘다.
“이건 당신.”
“아니, 저쪽.”
결국 모두 나를 봤다.
나는 웃었다.
“왜.”
하렌이 욕했다.
“이래서 한 명 필요하다고.”
테멘이 말했다.
“필요한 게 한 명인지, 습관인지 모르지.”
또 시험.
이번에는 세 사람이 합의해야 끝나게 했다.
느렸다.
그래도 됐다.
나는 가능성을 봤다.
한 명의 약속지기 대신 작은 평의회 같은 것.
이름은 없었다.
세나는 좋아했다.
“이걸로 넘기면 되겠네.”
나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후임 구조를 시험하는 동안 나는 세 사람에게 매듭끈의 의미를 각각 나눠 설명했다.
회의.
기록.
긴급.
“이거 정말 필요해?”
아렘이 물었다.
“상징이잖아.”
“당신은 상징 싫어하잖아.”
“그래서 나눴잖아.”
하렌은 자기 몫 끈을 손목에 감았다.
아렘은 허리에 묶었다.
경비 책임자는 장비 옆에 달았다.
같은 물건도 사람마다 다르게 썼다.
나는 그걸 보고 웃었다.
첫 공동회의는 예상보다 잘됐다.
두 번째도.
세 번째에서 충돌.
강 상류 물길과 시장길 보수 시기가 겹쳤다.
아렘은 시장.
하렌은 물.
경비는 길 안전.
셋 다 우선이라고 했다.
나는 관객처럼 앉아 있었다.
속으로 답이 보였다.
일정을 나누면 된다.
말하고 싶었다.
참았다.
세나는 옆에서 내 손을 봤다.
주먹이 꽉 쥐어져 있었다.
“말하고 싶지.”
나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응.”
“참아.”
한참 싸운 끝에 그들이 결국 같은 결론을 냈다.
내가 생각한 것과 거의 같았다.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말했으면 훨씬 빨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들 논리로 도착했다.
다음에는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 밤 정말 바다로 떠날 준비를 조금 했다.
짐을 확인했다.
오래 묶어둔 것.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했다.
아버지 칼.
펜던트.
길 장비.
세나가 와서 봤다.
“진짜 준비하네.”
“응.”
“기분 어때.”
“좋아.”
“거짓말.”
나는 웃었다.
“좋고 이상해.”
세나는 자기 짐도 일부 확인했다.
나는 묻지 않았다.
같이 갈지.
그녀가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다.
이번에는 대신 결정하지 않으려고.
후임 구조가 꽤 잘 돌아가면서 사람들 일부는 정말 내가 떠나도 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이상했다.
원했던 결과.
그런데 왜 서운한가.
한 아이가 말했다.
“다음 약속지기 누가 해?”
“약속지기 없어질 수도 있어.”
내가 답했다.
아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당신 뭐 해.”
“여행.”
“왜.”
“바다 보러.”
아이는 이해했다.
“보고 와.”
그 말이 너무 쉬워서 웃었다.
어른들은 그렇게 못 했다.
아렘은 손해를 계산했다.
하렌은 외부 협상.
경비 책임자는 비상 상황.
테멘은 아무 말 안 했지만 내가 정말 떠날 거라고는 믿지 않는 얼굴.
세나는 결정하지 않았다.
“같이 갈 거야?”
내가 결국 물었다.
그녀가 웃었다.
“기다리라며.”
“이제 못 기다려.”
“왜.”
“한 해 끝나잖아.”
세나는 한참 생각했다.
“갈 수도.”
“그게 답이야?”
“당신의 모르겠다보다 낫지.”
나는 웃었다.
그날 밤 둘이 각자 짐을 확인했다.
세나 짐은 길에 익숙했다.
내 짐은 오래 묶여 있어 끈 일부가 굳어 있었다.
그걸 풀면서 세월이 느껴졌다.
처음 이곳 왔을 때 묶은 짐.
몇 계절이 지났다.
나는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다.
아버지 칼 손잡이를 다시 감았다.
펜던트 줄도 확인했다.
세나가 말했다.
“그거 진짜 안 잃어버리네.”
나는 멈췄다.
네라의 말.
똑같은 뜻.
“응.”
“왜 그런 얼굴.”
“옛날 말 생각나서.”
세나는 더 묻지 않았다.
떠날 준비가 실제가 되자 정착지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
시장 냄새.
벽의 아이 낙서.
테멘 기침.
아렘 목소리.
경비 신호.
나는 벌써 그리워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가고 싶었다.
두 감정이 같이 있는 게 이제는 조금 익숙했다.
그날 밤 처음으로 미래가 실제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이 자리를 맡고,
나는 길을 떠난다.
바다.
세나가 갈 수도.
안 갈 수도.
어느 쪽도 내가 정할 일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했다.
사절이 오기 전날 나는 정말 마지막 인사를 몇 개 시작했다.
아렘에게 말했다.
“곧 갈 수도 있어.”
그는 믿지 않았다.
“응.”
“진짜.”
“응.”
“시장 물건 하나만 보고 가.”
“왜.”
“새로 들어온 금속.”
나는 결국 보러 갔다.
테멘에게도 말했다.
“한 해 끝나면.”
“알아.”
“진짜 갈 거야.”
“응.”
이번에는 놀리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이상했다.
“왜 아무 말 안 해.”
테멘이 나를 봤다.
“가고 싶으면 가.”
“그게 다야?”
“뭐 더.”
나는 서운했다.
테멘이 웃었다.
“붙잡아줄까?”
“아니.”
“그럼.”
그는 기침했다.
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혹시 내가 떠난 뒤 죽으면.
이 생각 때문에 또 남을 수 있었다.
테멘이 내 얼굴을 봤다.
“그 생각 하지 마.”
“뭘.”
“내 장례.”
나는 놀랐다.
“가.”
그가 말했다.
“내가 죽으면 죽는 거지.”
사무와 이라가 했던 말.
나는 싫어했다.
그리고 필요했다.
세나에게도 이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말했다.
“남는 이유가 사람이라면 끝없어.”
맞았다.
사람은 늘 누군가 남는다.
떠나려면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면 안 된다.
나는 이번에는 정말 가기로 했다.
그래서 사절이 내 이름을 부른 순간,
화가 난 이유는 단순했다.
외부 문제가 또 내 출발을 미루려고 하는 것 같아서.
물론 사절은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다.
그는 그냥 가장 익숙한 이름을 찾았을 뿐이다.
권력의 관성은 악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편리함만으로도 충분했다.
며칠 뒤 사절이 도착했다.
내 이름부터 불렀다.
나는 정말 화가 났다.
그날 저녁 바다 이야기를 다시 생각했다.
정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외부 소식이 들어왔다.
강 아래 더 큰 정착지 하나가 우리 공동부담과 순찰 구조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
사람을 보내겠다고.
아렘은 좋아했다.
“시장 커진다.”
테멘은 한숨.
세나는 나를 봤다.
나는 바로 말했다.
“다음 사람이 하면 돼.”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며칠 뒤 사절이 왔다.
그는 첫 인사부터 말했다.
“약속지기를 만나러 왔다.”
나는 눈을 감았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