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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88화 — 세나와 강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88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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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와 단둘이 강을 걸은 것은 그날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일이 없었다.

정확히는 일을 안 하기로 한 날이었다.

세나가 먼저 말했다.

“오늘 기록 보지 마.”

“왜.”

“하루.”

“할 거 있는데.”

“내일.”

나는 따라갔다.

강은 낮았다.

물가에 작은 새들이 있었다.

세나는 길에서 본 도시 비슷한 곳 이야기를 했다.

큰 시장.

여러 언어.

멀리서 온 금속.

바다 냄새.

나는 바다 이야기에 바로 반응했다.

“봤어?”

“응.”

나는 멈췄다.

어릴 때 외지인이 손으로 그려준 끝없는 짠물.

평생 한 번은 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

“어때.”

“물 많아.”

“그게 다야?”

세나가 웃었다.

“당신 직접 봐.”

그 말이 오래 묻어 있던 길 욕망을 다시 깨웠다.

“언젠가.”

“당신의 언젠가도 길겠네.”

우리는 웃었다.

세나는 물었다.

“한 해 뒤 정말 떠날 거면 어디.”

“바다.”

처음으로 구체적인 목적지가 생겼다.

말하고 나니 설렜다.

동시에 마음 한쪽이 불편했다.

이곳 사람들.

테멘.

아렘.

세나.

“당신은.”

내가 물었다.

“나는 또 길.”

“같이 갈래?”

말이 너무 빨리 나왔다.

세나가 걸음을 멈췄다.

나도.

잠시 물소리만 들렸다.

“어디까지.”

그녀가 물었다.

“바다.”

“그 뒤.”

“몰라.”

세나는 웃었다.

“좋네.”

“뭐가.”

“처음부터 모른다고 하네.”

그녀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한 해 끝나면 생각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세나에게 바다 이야기를 더 들려달라고 했다.

그녀는 귀찮아했다.

“직접 보라니까.”

“아직 못 가잖아.”

“누가 잡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결국 이야기했다.

물이 끝없이 보이는 날.

바람 냄새가 다른 것.

강물처럼 마실 수 없다는 것.

큰 배 비슷한 것을 처음 본 경험.

나는 질문을 쏟았다.

“얼마나 커.”

“많이.”

“강보다.”

“비교가 안 돼.”

“끝 보여?”

“안 보여.”

어릴 때 외지인이 손을 크게 벌리며 말했던 것과 같았다.

나는 갑자기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세나가 웃었다.

“눈 반짝이네.”

“언젠가 갈 거야.”

“한 해 끝나면.”

“응.”

이번에는 바로 답했다.

그날 우리는 강가에 오래 있었다.

일 이야기를 거의 안 했다.

세나는 길에서 좋아했던 장소를 이야기했다.

나는 고향의 강.

네라.

사무와 이라.

처음보다 더 많이 말했다.

세나는 조용히 들었다.

“당신 아이들 있었네.”

“응.”

“후손도.”

“응.”

“찾고 싶지 않아?”

“약속했어.”

이라와의 약속을 설명했다.

세나는 한참 생각했다.

“잘했네.”

“왜.”

“당신이면 다 찾아다녔을 것 같아서.”

나는 웃었다.

“나를 뭘로 봐.”

“관리하는 사람.”

정확했다.

해가 지면서 추워졌다.

세나가 일어났다.

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잡았다.

일어선 뒤에도 한순간 손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우연이 아니었다.

둘 다 알았다.

세나가 먼저 놓았다.

“가자.”

우리는 돌아갔다.

그날 밤 나는 죄책감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세나도 늙을 것이다.

이 관계가 시작되면 끝도 온다.

그걸 이미 알고 있다.

예전의 나는 몰랐다.

네라와 사랑할 때는 끝을 상상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시작 전에 끝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다음 날 세나를 피했다.

그녀는 바로 알아챘다.

“왜.”

“바빠.”

“거짓말.”

“진짜.”

세나가 내 앞을 막았다.

“어제 손 잡아서?”

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사람 많은 데서 무슨 소리야.”

“그럼 없는 데서.”

그녀는 끌고 가지는 않았다.

그냥 기다렸다.

나는 결국 말했다.

“당신도 죽을 거잖아.”

세나 표정이 바뀌었다.

한참 뒤 말했다.

“당연하지.”

“나는.”

말이 막혔다.

아직 진실을 말할 준비가 없었다.

“뭐.”

“나는 사람 죽는 거 많이 봤어.”

세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앞으로도 보겠지.”

그 답이 내가 원한 위로는 아니었다.

그래서 좋았다.

그녀는 불가능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살아 있잖아.”

네라가 했던 말과 닮았다.

하지만 세나 목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나와 가까워진 뒤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사람들이 눈치챘다는 점이었다.

아렘이 먼저.

“요즘 둘이 많이 걷네.”

“그래서.”

“아무것도.”

그 표정이 전혀 아무것도 아니었다.

테멘은 더 직접적이었다.

“숫자 여자랑 살 거야?”

나는 거의 물을 뿜었다.

“뭐?”

세나는 옆에서 웃었다.

“왜. 싫어?”

나는 대답을 못 했다.

테멘이 만족한 얼굴로 떠났다.

사람들 눈은 빨랐다.

나는 관계에 이름을 붙이는 게 두려웠다.

이름을 붙이면 끝도 더 선명해지는 느낌.

세나는 달랐다.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그 다음은.”

“뭐.”

“나중.”

“아직 안 왔잖아.”

네라와는 다른 방식으로 같은 곳을 찔렀다.

나는 결국 말했다.

“좋아해.”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게 다야?”

“뭐 더 있어.”

나는 웃었다.

그날 우리는 처음으로 서로를 안았다.

거창하지 않았다.

강가도 아니고,

시장도 아니고,

세나 숙영지 옆.

사람들이 지나가다 볼 수 있는 곳.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숨길 일이 아닌 것처럼.

밤에는 두려움이 다시 왔다.

세나가 먼저 말했다.

“또 미래 죽이고 있지.”

“뭐.”

“나.”

나는 말이 없었다.

“당신 얼굴에 다 써 있어.”

나는 말했다.

“나는 사람보다 오래 있을 수도 있어.”

거의 진실.

세나는 잠깐 멈췄다.

“얼마나.”

“몰라.”

“많이?”

“아마.”

그녀가 내 얼굴을 오래 봤다.

나는 더 말할 준비가 안 됐다.

세나는 억지로 묻지 않았다.

“그럼 나중에 더 말해.”

그 한마디가 고마웠다.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내 비정상을 아주 조금 열었다.

거짓말을 줄였다.

완전한 진실은 아니었다.

그래도 시작이었다.

세나와 관계가 가까워진 뒤에도 우리는 일할 때 자주 싸웠다.

오히려 더.

내가 그녀 의견을 특별히 봐준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세나도 싫어했다.

어느 회의에서 세나가 기록 기준을 제안했다.

나는 반대했다.

사람들이 둘을 번갈아 봤다.

아렘이 웃었다.

“집 가서 싸워.”

세나가 바로 말했다.

“집 없어.”

사람들이 더 웃었다.

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회의 끝나고 세나에게 말했다.

“왜 그렇게 말해.”

“사실이잖아.”

“사람들이.”

“알면 어때.”

나는 아직 관계가 공적 판단에 영향을 준다는 의심이 무서웠다.

세나는 더 현실적이었다.

“그러면 더 공개하면 되지.”

그녀와 관련된 시장 거래나 기록 분쟁은 내가 마지막 판단에서 빠지는 경우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과하다고 생각했다.

곧 편해졌다.

누군가 우리 관계를 이유로 의심해도 답이 있었다.

“그건 내가 안 정해.”

개인 관계와 공적 역할을 분리하는 작은 장치.

완벽하진 않았다.

사람들은 그래도 세나가 내게 영향 준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줬다.

테멘도.

아렘도.

영향과 특혜는 같지 않았다.

그 차이를 계속 관리해야 했다.

세나는 말했다.

“사람 좋아하면 영향 받는 게 당연하지.”

“그럼.”

“숨기지 말고 결정 구조만 나눠.”

나는 그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사랑이 생기면 정치에서 없었던 것처럼 만들 수는 없다.

대신 혼자 결정하지 않게 할 수 있다.

이 생각은 훗날 왕비 문제에서도 중요해진다.

그날부터 우리는 아주 조금 가까워졌다.

누구도 관계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그날 돌아오는 길에 세나 손이 내 손등에 잠깐 닿았다.

우연인지 아니었는지 모른다.

나는 잡지 않았다.

잡고 싶었다.

그 마음을 알아챘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집에 돌아와 푸른 펜던트를 꺼냈다.

죄책감이 올 줄 알았다.

생각보다 적었다.

네라를 잊은 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네라를 지우는 일도 아니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

그날 밤 오랜만에 미래를 상상했다.

왕도,

정착지도 아닌 미래.

길.

바다.

세나.

나는 잠들기 전까지 그 생각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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