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87화 — 외부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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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동안 다른 시장에서 만난 상인이 우리 쪽으로 찾아왔다.
거래만 하러 온 게 아니었다.
“약속지기 만나러.”
나는 싫었다.
“왜.”
“길 쓰는 얘기.”
그는 자기 상단이 공동순찰 길을 정기적으로 쓰고 싶다고 했다.
안전을 얻는 대신 곡물이나 물건을 일부 부담.
아렘은 바로 관심을 보였다.
세나는 더 신중했다.
“한 상단만?”
“다른 사람도.”
“그럼 길 쓰는 사람 다?”
문제가 커졌다.
길 유지 비용.
신호.
경비.
외지 상인 부담.
우리가 사실상 ‘통행 몫’을 받는 구조가 될 수 있었다.
하렌은 말했다.
“우리 길도 포함인데 왜 당신들이 받지.”
맞았다.
작은 마을도 길 일부를 관리했다.
세 공동체가 같이 정해야 했다.
회의가 열렸다.
외부 상인은 내부 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당신한테 내면 안 돼?”
그가 나에게 말했다.
모두가 조용해졌다.
나는 바로 말했다.
“안 돼.”
“왜.”
“내 돈 아니야.”
그 표현이 중요했다.
공동부담은 내 것이 아니다.
통행 부담도.
우리는 공동 창고와 별도로 길 유지 몫을 관리하기로 했다.
누가 얼마나 냈는지.
어디에 썼는지.
각 공동체 확인.
세나는 웃었다.
“당신 장부 늘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외부 상인과 사절이 계속 나를 찾자 세나는 이름을 하나 더 만들자고 했다.
사람 이름이 아니라 공동체 묶음의 이름.
“왜.”
“사람 대신 그 이름이 약속 주체가 되게.”
나는 관심이 생겼다.
지금은 외부에서 ‘그 젊은 사람과 약속했다’고 생각했다.
그걸 ‘강가 몇 공동체와 약속했다’로 바꾸는 것.
하렌은 찬성했다.
아렘도 장사 때문에 좋아했다.
테멘은 관심 없었다.
“이름이 또 밥 주냐.”
세나는 말했다.
“이번엔 돈 줘.”
그는 조금 관심 생겼다.
이름 후보가 여러 개 나왔다.
강을 뜻하는 말.
세 정착지 공통 지형.
시장 이름.
아무도 완전히 만족하지 않았다.
나는 내 이름이 들어간 제안이 나오자 바로 반대했다.
“그건 절대 안 돼.”
사람들이 웃었다.
결국 아주 평범한 지리명 비슷한 표현이 남았다.
현대어로 옮기면 세 물길의 약속 정도.
정확한 고대 명칭은 기억하지 못한다.
중요한 건 외부에 그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
다음 상인과의 합의 표식에는 내 개인 이름 대신 공동 명칭을 앞에 두었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이제 됐네.”
세나가 말했다.
“두고 봐.”
테멘 말투까지 닮아가고 있었다.
정말 문제는 남았다.
외부 사람은 공동 이름을 들은 뒤에도 물었다.
“그래서 책임자는 누구.”
나는 눈을 감았다.
그래도 조금씩 바뀌었다.
두세 번 거래한 상인은 나 대신 아렘을 찾았다.
물 문제는 하렌이나 테멘 쪽.
내 얼굴 하나에 붙던 기능이 조금씩 흩어졌다.
나는 이 변화를 좋아했다.
동시에 내 이름이 덜 불리는 날에는 묘하게 허전했다.
그걸 세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이미 알아챘을 것 같았다.
외부의 눈은 단순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공동체 이름도 그 욕구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개인 영웅 이야기보다 조금 복잡하지만,
제도 전체보다 단순한 이름.
공동 이름을 외부에 쓰기 시작한 뒤 가장 먼저 바뀐 건 상인 표식이었다.
예전에는 각 정착지 이름을 따로 썼다.
이제 일부 공동 길·시장 협정에는 새 이름을 붙였다.
멀리서 온 사람이 그 표식을 보고 말했다.
“여기서 보증한 거?”
나는 바로 말했다.
“전부는 아니야.”
표식은 특정 기준을 통과한 거래와 길 안전 협정을 뜻했다.
그 이상으로 해석하면 안 됐다.
하지만 사람은 상징을 크게 읽었다.
몇 번 거래가 잘되자 공동 표식만 보고 물건을 사려는 사람도 생겼다.
아렘은 좋아했다.
“신뢰 생겼네.”
나는 불안했다.
나쁜 물건 하나면 반대로 전체가 손해.
그래서 검사 기준을 더 분산했다.
한 사람 확인이 아니라 둘.
자기 물건은 자기 확인 불가.
72화에서 만든 원칙과 연결됐다.
제도는 서로 복제됐다.
좋은 방식 하나가 다른 분야로 퍼졌다.
나쁜 방식도 그럴 수 있었다.
이걸 보며 나는 규칙을 더 조심해서 만들게 됐다.
한번 성공하면 사람들은 다른 데도 똑같이 쓰고 싶어 한다.
조건이 다른데도.
내가 과거 경험을 다른 땅에 그대로 적용하다 밭을 망친 것과 비슷했다.
제도도 경험이었다.
복사하기 전에 땅을 봐야 했다.
사람을 봐야 했다.
나는 처음으로 ‘사람보다 이름이 오래가는 구조’를 의식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외부 사람 눈에는 우리 구조가 복잡했다.
그래서 자꾸 한 사람을 찾았다.
그 한 사람이 내가 되기 쉬웠다.
공동체 이름을 만들고 난 뒤 처음으로 그 이름으로 외부 선물을 받았다.
특정 개인에게가 아니라,
‘세 물길의 약속’에.
곡물과 천.
아렘은 좋아했다.
“이제 제대로 됐네.”
나는 선물이 어느 창고로 가야 하는지부터 고민했다.
우리 쪽에 두면 다른 공동체가 불편해한다.
하렌 쪽도 마찬가지.
결국 일부는 나눴고,
일부는 공동 순찰 지점 비상물자로 뒀다.
이런 작은 문제도 공동체 정체성을 실제로 만들었다.
이름만 붙인다고 하나가 되는 게 아니었다.
공동으로 받은 것을 어디에 둘지.
누가 쓰는지.
누가 기록하는지.
그런 실무가 더 중요했다.
외부 사절 하나는 내게 개인 선물도 따로 줬다.
좋은 장식.
나는 이번에는 받지 않았다.
“공동 선물로.”
그가 불편해했다.
“당신 몫인데.”
“내 몫 없어.”
정말 그런가.
내가 시간과 위험을 더 쓰는 건 사실이었다.
누군가는 대표에게 더 많은 몫을 줘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세나와 이 문제도 이야기했다.
“받으면 안 돼?”
내가 물었다.
“받을 수 있지.”
“그런데.”
“공개해.”
단순했다.
개인 선물을 받더라도 숨기지 않는다.
이해관계 있는 사람이 준 큰 선물은 공동 확인.
나는 그 원칙을 택했다.
완전히 금지하는 것보다 현실적이었다.
첫 공개 선물은 좋은 천이었다.
사람들이 웃었다.
“약속지기 옷 좀 바꿔.”
나는 기분 나빠졌다.
실제로 옷이 낡아 있었다.
세나는 그 천으로 옷 일부를 고쳐줬다.
직접 바느질한 것은 아니고,
잘하는 사람에게 맡겼다.
나는 새 옷을 입고 회의에 갔다.
사람들이 웃었다.
“진짜 대표 같네.”
그 말이 싫었다.
그런데 옷은 편했다.
권력은 때로 아주 사소한 편리함으로 몸에 스며든다.
외부의 편의가 내부 권력을 키울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하렌이 말했다.
“사절 오면 당신만 찾더라.”
“당신도 나오잖아.”
“그래도 당신 이름 먼저.”
나는 불편했다.
세나는 말했다.
“그럼 외부 회의도 돌아가면서 나가.”
좋은 생각.
다음 상단 협상에는 하렌이 앞에 섰다.
그다음은 아렘.
나는 일부러 뒤에 앉았다.
상인들이 계속 나를 봤다.
그래도 말은 다른 사람이 했다.
몇 번 반복하자 조금 나아졌다.
이런 식으로 나는 내 얼굴을 구조에서 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부분도 있었다.
소문은 제도보다 단순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강가 여러 마을을 묶는 젊은 사람.
그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표현을 싫어했다.
테멘은 말했다.
“더 짧아서 잘 퍼지겠네.”
정말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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