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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86화 — 내가 없는 열흘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86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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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부러 열흘 정도 정착지를 비웠다.

정확한 ‘열흘’ 개념과 당시 시간 단위는 다르지만,

지금의 언어로 옮기면 그 정도였다.

목적은 하나.

내가 없을 때 약속지기 구조가 돌아가는지.

세나는 같이 가지 않았다.

“그럼 시험 아니잖아.”

맞았다.

테멘도 남았다.

나는 경비 둘과 상인 무리 일부만 따라갔다.

강 아래 다른 시장을 보고 오는 길.

처음 이틀은 마음이 편했다.

셋째 날부터 궁금했다.

무슨 문제 생겼을까.

누가 회의했을까.

하렌은.

작은 마을은.

나는 돌아가자는 말을 세 번 삼켰다.

경비가 물었다.

“걱정돼요?”

“아니.”

그가 웃었다.

“얼굴이.”

다들 내 얼굴만 봤다.

다른 시장에서는 내가 약속지기라는 걸 아는 사람도 있었다.

소문이 더 멀리 갔다.

한 상인이 나를 찾아와 말했다.

“당신이 그 강 쪽 사람?”

“무슨 사람.”

“여러 마을 묶는 사람.”

나는 바로 부정했다.

“안 묶어.”

상인은 웃었다.

“그럼 왜 다 당신한테 연락해.”

이 질문이 불편했다.

외부에서는 내부의 복잡한 분담이 보이지 않았다.

테멘.

아렘.

하렌.

대표들.

그 모든 사람 대신 내 얼굴 하나가 기억되기 쉬웠다.

나는 그게 위험하다고 느꼈다.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우리 공동체 이름과 다른 대표들 이름을 많이 말했다.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른다.

열흘 뒤 돌아왔다.

정착지는 멀쩡했다.

회의 두 번.

물 문제 하나.

경비 사건 하나.

내 없이 처리됐다.

나는 안도했다.

세나가 기록을 건넸다.

“여기.”

읽었다.

한 결정은 내 생각과 달랐다.

작은 마을이 공동순찰 부담을 곡물 대신 노동으로 내게 한 것.

나는 잠깐 고치고 싶었다.

참았다.

문제 없었다.

그대로 뒀다.

테멘이 말했다.

“이제 떠나도 되겠네.”

가슴이 이상했다.

“한 해 끝나면.”

내가 말했다.

그는 코웃음을 쳤다.

나는 이번에는 화내지 않았다.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열흘 동안 다른 시장을 보는 일도 생각보다 도움이 됐다.

우리 정착지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다른 곳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어떤 곳은 시장 부담을 입구에서 바로 받았다.

어떤 곳은 거래 끝에.

어떤 곳은 아예 없고 특정 가문이 자리를 관리했다.

나는 계속 비교했다.

“우리 방식이 낫네.”

동행 경비가 말했다.

“또.”

“뭐.”

“테멘한테 맨날 혼나는 거.”

나는 웃었다.

그래도 다른 방식에서 배울 건 있었다.

한 시장은 분쟁 자리를 거래 장소와 멀리 떨어뜨렸다.

싸움이 시장 분위기를 망치지 않게.

우리도 판단 자리가 시장 가까웠다.

돌아가면 바꿔볼 생각을 했다.

곧 멈췄다.

내가 돌아가자마자 또 바꾸려는 것.

일단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물어보기로 했다.

길 위에서 작은 정착지 하나에 묵었다.

그곳 사람은 우리 ‘약속지기’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얼굴이 젊다던데.”

누군가 말했다.

나는 긴장했다.

“누가.”

“상인이.”

소문에 내 외모까지 붙기 시작했다.

아직 ‘안 늙는다’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냥 젊은 대표.

나는 그 말도 싫었다.

몇 년 더 지나면?

이곳에서도 세대가 바뀌면?

고향에서 벌어진 일이 반복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임기 종료가 단순한 정치 문제가 아니라 정체를 지키기 위한 시간 제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세나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른 시장에서 돌아온 뒤 나는 그곳에서 본 분쟁 공간 이야기를 꺼냈다.

시장과 판단 자리를 조금 떨어뜨리자는 제안.

사람들은 이유를 물었다.

“싸움 소리 나면 장사 안 돼.”

아렘은 바로 찬성했다.

테멘은 관심 없었다.

사람들이 직접 가서 볼 수 없으니 그림 비슷하게 배치했다.

결국 옮겼다.

며칠 뒤 효과가 있었다.

시장 소음이 줄어든 건 아니지만,

분쟁 구경꾼이 줄었다.

당사자도 조금 편해했다.

나는 외부에서 배운 걸 가져오는 재미를 다시 느꼈다.

여행 욕망이 커졌다.

한곳에만 있으면 자기 방식이 세상 전부처럼 보인다.

다른 곳을 보면 비교할 수 있다.

세나에게 말했다.

“그래서 바다 가야 해.”

“갑자기?”

“다른 거 보려고.”

“원래 보고 싶었잖아.”

“그것도.”

나는 한 해 끝을 세기 시작했다.

남은 큰 계절.

수확.

물 일정.

정말 떠날 수 있을까.

한편 외부에서는 내 이름이 더 퍼졌다.

다른 시장 상인이 내가 젊다고 말한 소문도.

처음에는 별거 아니었다.

“생각보다 젊네.”

그 정도.

나는 웃었다.

몇 년 뒤에도 같은 말을 듣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걸 알고 있었다.

시간 제한이 점점 더 중요해졌다.

나는 거울 대신 물에 비친 얼굴을 봤다.

고향을 떠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슴이 서늘했다.

정치 때문만이 아니라 몸 때문에도 떠나야 할 시점이 언젠가 올 것이다.

문제는 약속지기 자리가 그 ‘언젠가’를 계속 뒤로 미룰 수 있다는 것.

나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에 나는 사람 얼굴을 봤다.

동행 경비.

상인.

새로 만난 사람.

모두 나보다 늙어갈 것이다.

나는 또 같은 패턴을 보고 있었다.

정착지가 멀리 보이자 이상하게 안도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감각.

나는 이곳을 아직 ‘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몸은 이미 그렇게 알고 있는지도 몰랐다.

문 앞에 세나가 있었다.

“늦었네.”

“기다렸어?”

“기록 쌓였어.”

나는 웃었다.

그게 세나다웠다.

테멘도 나왔다.

“없으니까 조용하더라.”

“좋았어?”

“응.”

아렘은 반대로 말했다.

“시장 협상 하나 망했어.”

“왜.”

“당신 이름 찾더라.”

나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없는 열흘은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보여줬다.

내부는 돌아갔다.

외부는 아직 나를 찾았다.

그 간격이 다음 문제였다.

열흘 비운 뒤 나는 일부러 담당자들에게 잘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칭찬을 안 하려는 게 아니었다.

내 승인을 받아야 성공한 일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

그런데 사람들이 기다렸다.

특히 젊은 기록 담당자.

내가 기록을 읽고 아무 말 없자 불안해했다.

“뭐 틀렸어요?”

“아니.”

“그럼.”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승인하지 않으려는 내 행동 자체가 또 승인권처럼 작동하고 있었다.

“잘했어.”

결국 말했다.

그 사람 얼굴이 밝아졌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세나는 웃었다.

“당신이 안 말한다고 힘 없어지는 거 아니야.”

맞았다.

권한은 의식적으로 쓰지 않아도 남아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승인 대신 질문을 하기로 했다.

“어려운 거 뭐였어.”

“다음엔 뭘 바꿀래.”

“누가 도왔어.”

평가보다 회고.

그 방식은 조금 나았다.

사람들이 자기 판단을 설명하게 됐다.

나도 배웠다.

한 회의에서는 내가 생각 못 한 이유로 결정한 부분이 있었다.

그걸 들으며 ‘나보다 낫다’고 느꼈다.

예전 같으면 기분 나빴을 것이다.

이번에는 실제로 기뻤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가 없어도 되는 미래가 진짜로 가능해 보였다.

END OF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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