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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85화 — 한 해의 중간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85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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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지기 임기의 절반쯤 지나자 나는 역할에 익숙해졌다.

그게 가장 위험했다.

처음에는 매번 권한을 확인했다.

“이건 내가 정해도 돼?”

“이건 대표들 불러야 해.”

“이건 담당자 일.”

시간이 지나자 바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익숙하니까.

사람들도 이의를 덜 제기했다.

어느 날 시장 통로 위치를 내가 혼자 바꿨다.

작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상인 세 명이 찾아왔다.

“왜.”

“사람 막혀서.”

“전보다 넓혔는데.”

“우리 자리 가렸어.”

나는 실제로 가봤다.

통로는 넓어졌다.

하지만 한쪽 가판이 사람 흐름에서 벗어났다.

“다시 옮기면.”

상인은 말했다.

“어제 옮기느라 하루 썼어.”

48화의 밭이 떠올랐다.

규모는 작아도 같은 패턴.

내가 효율을 봤고,

당사자는 자기 생활을 봤다.

나는 사과했다.

원래 위치와 새 위치 사이에서 다시 조정했다.

그날 세나에게 말했다.

“나 또 했어.”

“뭘.”

“혼자.”

세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익숙해졌네.”

“왜 안 혼내.”

“이미 아는데.”

그게 더 기분 나빴다.

나는 약속지기 권한 중 혼자 바꿀 수 있는 것을 줄였다.

비상 아닌 공간 변경.

공동 부담.

경비 규칙.

반드시 담당자와 당사자 확인.

아렘은 답답해했다.

“시장 통로까지 회의?”

“짧게.”

테멘은 말했다.

“한 번 데였네.”

“조용히 해.”

임기 중간쯤에는 내 생활 방식도 달라졌다.

아침에 누가 찾아오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물.

어느 날은 시장.

특정 계절에는 곡물.

나는 문제를 듣기도 전에 답을 예상했다.

그게 위험했다.

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

“벽 밖 길 때문에.”

나는 바로 말했다.

“다음 회의에.”

그가 당황했다.

“아니, 아이가 없어졌어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길 문제라고 생각하고 말을 잘랐다.

아이 수색은 즉시 시작했다.

다행히 아이는 강 아래에서 발견됐다.

다친 곳은 없었다.

나는 그날 크게 반성했다.

익숙한 문제 분류가 사람 말을 듣기 전에 답을 만들고 있었다.

세나는 말했다.

“그래서 첫 문장 듣고 자르지 마.”

“당신은 맨날 자르잖아.”

“나는 문제 요약하라고 자르는 거고.”

“똑같아.”

“아니.”

우리는 싸웠다.

결론은 내가 먼저 충분히 듣는 쪽.

그날부터 누가 오면 먼저 물었다.

“무슨 일이야.”

그리고 끝까지 한 번은 들었다.

작아 보이는 습관.

효과가 컸다.

또 하나의 변화는 사람들이 내 기분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

내가 피곤하면 말을 줄였다.

내가 웃으면 더 편하게 이야기했다.

한번은 내가 다른 일 때문에 화난 상태로 회의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거의 반박하지 않았다.

결정은 빨랐다.

나중에 기록을 보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너무 쉽게 갔다.

놀랐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내 표정 하나가 압력이 된 것이다.

다음 회의에서 일부러 말했다.

“오늘 내가 화나 보여도 반대해.”

사람들이 웃었다.

하지만 테멘은 진지하게 말했다.

“원래 그래야지.”

권력은 명령만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순간 더 조용하게 작동했다.

그 사실이 무서웠다.

나는 회의에서 마지막에 말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먼저 다른 사람.

내 의견은 뒤.

이 방식도 완벽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여전히 내 표정을 봤다.

그래서 어떤 때는 아예 자리를 비웠다.

82화의 연습이 여기서 도움이 됐다.

임기 중간 평가 비슷한 모임도 했다.

세나가 하자고 했다.

“왜.”

“끝날 때 처음 듣지 말고.”

사람들에게 약속지기 역할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말하게 했다.

나는 처음에 그 자리에 앉으려 했다.

세나가 말했다.

“나가.”

“왜.”

“당신 앞에서 욕하겠어?”

기분이 나빴지만 맞았다.

나는 밖에 있었다.

한참 뒤 기록만 받았다.

좋은 점.

회의가 덜 엉킨다.

외부 사람이 찾기 쉽다.

합의 기록이 잘 이어진다.

비상 때 빠르다.

나쁜 점.

내가 너무 많이 끼어든다.

내가 화나면 분위기가 굳는다.

사람들이 나만 기다린다.

새 담당자가 자기 판단을 못 한다.

내가 모든 걸 오래 기억한다고 착각한다.

마지막 문장에서 손이 멈췄다.

오래 기억한다고 착각한다.

누가 말했는지 기록하지 않았다.

일부러 익명으로 했기 때문이다.

나는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정확하다고 느꼈다.

그날 밤 개인 기록에 썼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방식은 내가 나를 보는 것과 다를 수 있다.

너무 당연한 문장.

실제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다음 날 사람들에게 결과를 공개했다.

“고칠 거 있어?”

누군가 물었다.

나는 말했다.

“많네.”

사람들이 웃었다.

그 뒤 회의에서 화가 나면 잠깐 쉬는 규칙을 나 자신에게 만들었다.

누가 공식적으로 강제한 건 아니다.

내가 목소리를 높이면 테멘이나 세나가 손을 들었다.

“나가서 물 마셔.”

처음엔 모욕 같았다.

몇 번 해보니 효과가 있었다.

돌아오면 생각이 달라질 때가 많았다.

내 감정도 공동체가 관리해야 할 위험 요소가 된 셈이다.

그 사실이 부끄럽고 유용했다.

임기 중간부터 외부 사람들은 나를 더 쉽게 찾았다.

약속지기라는 역할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루는 세 무리가 동시에 왔다.

상인.

작은 마을 사람.

강 위쪽 농부.

각자 자기 일이 제일 급하다고 했다.

나는 세나가 만든 분류를 썼다.

사람 다칠 위험.

기한.

대체 담당자.

그런데 셋 다 자기 일을 첫 번째로 만들 이유를 잘 설명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유리해지는 문제가 생겼다.

조용한 사람은 급해도 뒤로 밀릴 수 있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말을 잘하는 능력도 권력이라는 걸 실감했다.

이후 가능하면 담당자가 사실관계를 먼저 정리하고,

당사자 설득력은 뒤에 듣게 했다.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도 목소리 큰 사람이 항상 먼저 되는 건 줄었다.

어느 노인은 회의에서 거의 말을 못 했다.

그의 딸이 대신 설명했다.

처음에는 ‘당사자가 말해야지’라고 생각했다.

곧 마음을 바꿨다.

사람마다 말하는 능력이 다르다.

자기 일을 다른 사람이 대신 설명해도 됐다.

대신 본인 뜻인지 확인.

이런 작은 규칙이 하나씩 늘었다.

나는 점점 이 일이 단순히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다.

사람들이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

그게 훨씬 중요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구조를 만든 사람은 결과에도 영향을 준다.

권력은 결론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질문 순서,

자리,

시간,

누가 말할 수 있는지에도 있었다.

임기 중간이 지나며 나는 약속지기 일을 더 잘하게 됐다.

동시에 더 경계해야 했다.

능숙함은 실수를 줄이기도 하지만,

자기 방식이 당연하다는 착각을 키우기도 했다.

그날부터 내 역할에 대한 제한이 하나 더 생겼다.

나는 스스로 묶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 동안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나중에 내가 ‘제한을 풀어야 할 이유’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때의 나는 아직 그 미래를 몰랐다.

END OF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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