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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82화 — 내 자리에 다른 사람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82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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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임기 끝에 정말 물러나고 싶었다.

그래서 후임이라는 말을 빨리 꺼냈다.

사람들은 웃었다.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아렘이 말했다.

“한 해는 금방 가.”

내가 대답했다.

테멘은 코웃음을 쳤다.

세나는 진지했다.

“지금부터 봐야 해.”

우리는 약속지기 일을 나눠서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회의 시작은 하렌.

기록 확인은 세나와 아렘.

공동 연락은 경비 책임자.

나는 마지막 합의 확인만.

첫날은 잘됐다.

나는 일부러 거의 말하지 않았다.

회의 끝에 하렌이 물었다.

“그래서.”

모두가 나를 봤다.

“뭐.”

“끝난 거 맞아?”

“당신이 진행했잖아.”

하렌이 웃었다.

“습관이지.”

사람도 문제였고,

나도 문제였다.

둘째 회의에서는 아예 안 가기로 했다.

세나는 말했다.

“진짜?”

“응.”

“뒤에서 듣고 있지 마.”

“안 해.”

나는 강 위쪽으로 갔다.

테멘도 따라왔다.

“왜 와.”

“네가 몰래 돌아갈까 봐.”

“당신 할 일 없어?”

“오늘은.”

우리는 물길을 걸었다.

몇 시간 뒤 돌아오니 회의는 끝나 있었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

정착지도 무너지지 않았다.

나는 안도했다.

그리고 조금 서운했다.

세나가 내 얼굴을 보고 바로 알아챘다.

“잘됐는데 왜.”

“뭐가.”

“당신 없어도 됐잖아.”

“좋지.”

“얼굴은 아닌데.”

나는 무시했다.

결과를 물었다.

세나는 일부러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기록 봐.”

나는 기록을 읽었다.

합의는 내가 했을 법한 것과 조금 달랐다.

시장 부담을 내가 생각한 것보다 줄였다.

처음에는 틀렸다고 느꼈다.

이유를 읽었다.

작은 상인들이 부담을 피하려 바깥에서 거래하는 일이 늘었다는 것.

합리적이었다.

나는 그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이게 중요했다.

내가 없을 때 다른 사람이 내 방식과 다르게 결정해도,

잘못이 아니면 그대로 둔다.

세나는 말했다.

“이제 좀 자리 같네.”

“뭐가.”

“당신이 아니라.”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며칠 뒤 더 큰 시험이 왔다.

하렌과 작은 마을 사이에 길 사용 문제.

내가 없을 때 회의를 열었다.

결론이 안 났다.

사람들이 나를 불렀다.

나는 바로 가지 않았다.

“한 번 더 해.”

두 번째 회의에서 합의됐다.

내가 없어도.

그날 밤 매듭끈을 손에 들고 오래 봤다.

이 물건을 다른 사람이 차는 모습이 처음으로 상상됐다.

조금 이상했다.

조금 좋았다.

내 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히는 시험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결과보다 방식이었다.

하렌은 회의를 짧게 끝냈다.

사람들이 불만을 다 말하기 전에 결론부터 냈다.

효율적이었다.

일부는 뒤에서 욕했다.

아렘은 반대였다.

거래 문제를 너무 오래 들었다.

작은 수치까지.

물 문제 사람들은 지쳤다.

세나는 기록을 잘 남겼지만 사람 말이 길어지면 잘랐다.

테멘은 아예 회의를 싫어했다.

“필요한 사람끼리 얘기하면 되지.”

각자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

나는 그걸 보며 또 ‘내가 제일 균형 좋네’라고 생각했다.

바로 그 생각 때문에 시험이 필요했다.

어느 날 세나가 말했다.

“점수 매기지 마.”

“뭘.”

“사람들.”

“안 매겨.”

“얼굴이 매겨.”

나는 기분이 나빴다.

정말 마음속에서 비교하고 있었다.

누가 나보다 잘하는지.

못하는지.

후임으로 적합한지.

사람을 관계보다 기능으로 보고 있었다.

나는 일부러 그날부터 기록에 ‘후임 후보’ 같은 표시를 안 남겼다.

대신 업무별로 누가 잘하는지만 담당자들이 알게 했다.

후임 한 명을 찾는 것보다,

역할 자체를 여러 사람이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더 중요했다.

두 번째 무참석 회의에서는 작은 사고가 있었다.

대표 한 명이 다른 사람 말을 무시하고 회의를 끝냈다.

나중에 불만이 폭발했다.

사람들이 나를 찾아왔다.

“당신 있을 때는 안 이랬어.”

나는 속으로 기분이 좋아질 뻔했다.

참았다.

“다시 회의해.”

“당신이 해.”

“아니.”

사람들이 불만이었다.

나는 끝까지 안 들어갔다.

두 번째 회의에서 당사자끼리 사과하고 결정이 수정됐다.

시간은 두 배 들었다.

그래도 됐다.

세나는 말했다.

“당신 들어갔으면 한 번에 끝났을 수도.”

“그렇겠지.”

“후회해?”

“조금.”

“그래도.”

“그냥 둬야지.”

그 대답을 하고 나니 마음이 이상하게 편했다.

모든 실패를 내가 막으면,

다른 사람은 실패를 배울 기회도 없다.

이건 가족에게도 못 했던 일이었다.

사무 집 벽을 내가 고치려 했고,

이라 일에 끼어들었다.

이제 공동체 전체에서 같은 습관을 참는 중이었다.

테멘은 말했다.

“늦게 철드네.”

“당신은 언제 철들었어.”

“아직.”

그 대답은 마음에 들었다.

후임 시험을 하면서 사람들도 점점 평가하기 시작했다.

“하렌은 너무 빨라.”

“아렘은 돈 얘기만.”

“세나는 말 끊어.”

“테멘은 회의 안 와.”

사람들은 내게 와 그 평가를 말했다.

나는 처음에는 재미있게 들었다.

곧 문제가 보였다.

그들이 나와 비교하고 있었다.

“당신이 제일 낫긴 해.”

이 말이 자꾸 나왔다.

기분이 좋았다.

정말.

그래서 더 위험했다.

나는 어느 날 공개적으로 말했다.

“나랑 비교하지 마.”

사람들이 웃었다.

“왜.”

“다음 사람은 나처럼 할 필요 없어.”

하렌이 말했다.

“그럼 잘하면 되는 거지.”

“잘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어.”

이 말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나는 내가 해온 방식을 표준으로 만들려는 경향이 있었다.

후임이 다르면 틀렸다고 느낄 수 있었다.

세나는 일부러 회의 기록 양식도 조금 바꿔봤다.

나는 불편했다.

“왜 위치 바꿨어.”

“더 보기 좋아.”

“원래도 됐는데.”

“원래라서 좋은 건 아니잖아.”

사소한 표식 위치 하나에도 내가 집착한다는 걸 보고 스스로 놀랐다.

자리를 오래 맡으면 방식이 자기 정체성처럼 붙는다.

그걸 깨려면 일부러 다른 사람이 손대게 해야 했다.

며칠 뒤 후임 후보 중 한 사람이 내게 물었다.

“당신 방식대로 하면 돼요?”

나는 대답하려다 멈췄다.

예전 같으면 구체적으로 설명했을 것이다.

“아니.”

“그럼.”

“결과만 봐.”

“어떻게.”

“사람들이 말할 수 있고, 기록 남고, 급할 때 움직이고, 나중에 고칠 수 있으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답이 마음에 들었다.

방법보다 조건.

그렇게 해야 다음 사람이 자기 방식을 만들 수 있다.

이 생각은 훗날 후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가장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기도 했다.

후임 시험이 진행될수록 사람들은 한 명을 찾는 대신 여러 명을 보기 시작했다.

“회의는 하렌이 낫네.”

“기록은 세나.”

“시장 건 아렘.”

이 말들이 퍼졌다.

나는 듣고 조금 기뻤다.

내 이름 없이도 역할이 설명되는 순간이 늘었다.

다만 외지인은 여전히 나부터 찾았다.

내부와 외부에서 내 비중이 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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