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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73화 — 세나가 남은 이유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73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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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는 원래 한 계절 안에 다시 떠날 생각이었다.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녀의 무리도 준비했다.

가죽을 묶고,

곡물과 말린 음식을 계산하고,

가축 상태를 봤다.

그런데 출발 이틀 전 남쪽 길에서 온 사람이 소식을 가져왔다.

길 하나가 위험하다고 했다.

작은 무장집단들이 오간다는 말.

세나는 바로 출발을 미뤘다.

“겁먹었어?”

내가 물었다.

그녀가 나를 봤다.

“응.”

69화의 내가 했던 대답과 같았다.

나는 웃었다.

“왜 웃어.”

“나도 그 말 했어.”

“그래서 살아 있잖아.”

세나는 길을 바꿀지,

기다릴지 계산했다.

남쪽 우회로는 더 길었다.

물도 적었다.

“여기 더 있어.”

내가 말했다.

너무 자연스럽게 나왔다.

세나가 나를 봤다.

“왜.”

“안전하니까.”

“그것만?”

“시장도 좋고.”

“또.”

나는 짜증이 났다.

“있기 싫으면 가.”

세나는 웃었다.

“있을 거야.”

그렇게 그녀는 남았다.

처음에는 자기 숙영지를 그대로 유지했다.

정착지 사람이 되지는 않았다.

아렘과 거래했고,

필요하면 기록을 고쳤고,

가끔 회의에 불려왔다.

어느 날 아렘이 말했다.

“그냥 여기 살아.”

세나는 즉시 대답했다.

“싫어.”

“왜.”

“내가 왜.”

나는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

“여기 뭐가 어때서.”

세나가 나를 봤다.

“당신도 여기 사람이 아니라며.”

말문이 막혔다.

맞았다.

내가 이곳을 집이라고 부르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살라고 하고 있었다.

세나가 길이 안전해질 때까지 머무는 동안 그녀 무리는 벽 밖 한쪽을 거의 자기 구역처럼 쓰기 시작했다.

천을 걸어 햇빛을 막고,

가축 줄을 정리하고,

짐을 종류별로 놓았다.

아렘이 보고 말했다.

“우리 창고보다 낫네.”

세나가 대답했다.

“당연하지.”

둘은 여전히 경쟁했다.

나는 그걸 구경하는 게 좋았다.

세나 무리 중에는 오래 같이 다닌 사람이 있고,

최근 합류한 사람도 있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이 몫 문제로 싸웠다.

세나는 둘을 앉혔다.

“누가 얼마나 일했는지.”

바로 기록을 꺼냈다.

한 사람이 말했다.

“저건 숫자잖아. 내가 아픈 사람도 돌봤어.”

기록에는 없었다.

세나는 멈췄다.

그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다.

정말 그가 며칠 동안 병자를 돌봤다.

세나는 몫을 고쳤다.

나는 물었다.

“기록이 틀렸네.”

“빠졌지.”

“그럼 기록 못 믿는 거잖아.”

세나가 짜증냈다.

“기억만 믿는 것보다 낫다는 거지, 신이 아니야.”

테멘이 들었으면 좋아했을 말.

나는 웃었다.

“왜 웃어.”

“아는 노인 생각나서.”

그날 세나가 기록 가장자리에 새 표시를 만들었다.

수량으로 바로 환산하기 어려운 일.

“이건 뭐라고 셀 건데.”

내가 물었다.

“나중에 볼 표시.”

“숫자 아니네.”

“다 숫자로 만들면 바보 돼.”

나는 세나를 다시 봤다.

그녀는 숫자를 잘 썼지만 숭배하지는 않았다.

그 점이 중요했다.

며칠 뒤 우리는 같이 시장 밖을 걸었다.

세나가 길의 안전을 확인하려고.

나는 따라간다고 했다.

“왜.”

“나도 볼 거 있어.”

“뭘.”

“그냥.”

세나는 웃었다.

“같이 걷고 싶다고 하면 죽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앞서갔다.

고향에서 네라가 늘 앞서 걷던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순간 멈췄다.

세나가 돌아봤다.

“왜.”

“아무것도.”

“그 말 자주 하네.”

우리는 계속 걸었다.

세나의 걸음은 빨랐다.

나는 일부러 맞출 필요가 없었다.

그 사실에 안도하고,

곧 죄책감을 느꼈다.

네라를 비교 대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세나는 네라가 아니었다.

당연한데도 마음은 자꾸 과거와 현재를 겹쳤다.

저녁에 돌아와 펜던트를 만졌다.

세나가 봤다.

“그거 항상 하네.”

“뭘.”

“불안하면.”

나는 손을 내렸다.

“아니야.”

“거짓말.”

나는 웃었다.

그 말을 하는 방식조차 네라와 달랐다.

그 차이가 좋았다.

사람을 다시 좋아하게 된다면,

죽은 사람을 대신하는 방식이면 안 된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아직 사랑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그냥 세나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였다.

세나는 며칠 뒤 물었다.

“당신은 왜 안 가.”

“또 그 얘기.”

“나도 남았잖아.”

“당신은 길 위험해서.”

“당신은?”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람들.

물길.

창고.

테멘.

아렘.

경비.

시장.

하렌.

수많은 이유가 떠올랐다.

그중 어떤 것도 한 문장으로 안 됐다.

“할 일이 있어서.”

세나가 말했다.

“할 일은 가는 곳마다 있어.”

그 말도 맞았다.

우리는 그날 처음 오래 둘만 걸었다.

연애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 질문하고 반박했다.

세나는 내 고향을 물었다.

나는 이전보다 조금 더 말했다.

강.

가족.

아내.

아이.

“다 죽었어?”

“응.”

세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래서 떠났어?”

“그것만은 아니야.”

“그럼.”

“나를 이상하게 봤어.”

“지금도 그러잖아.”

나는 웃었다.

“여긴 아직 덜.”

세나는 내 얼굴을 봤다.

“몇 년 있으면 또.”

그 말에 가슴이 조금 내려앉았다.

나는 그 가능성을 애써 안 보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도 늙는다.

테멘도.

아렘도.

세나도.

내 얼굴은?

“그러면 또 갈 거야?”

그녀가 물었다.

“모르겠어.”

세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강까지 갔다.

저녁빛이 물에 길게 걸렸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늘 떠날 준비하면서 집 만드는 사람 같아.”

나는 그 문장을 싫어했다.

너무 맞아서.

세나가 더 머물게 되자 그녀의 숙영지도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에는 언제든 떠날 수 있게 모든 짐이 묶여 있었다.

가죽끈.

천.

자루.

가축 줄.

며칠 지나 하나가 풀렸다.

그다음 다른 하나.

나는 어느 날 그걸 보고 말했다.

“이제 짐 풀었네.”

세나가 바로 대답했다.

“다 안 풀었어.”

정말 일부는 여전히 묶여 있었다.

나는 웃었다.

“나랑 똑같네.”

“뭐가.”

“반은 사는 사람, 반은 떠나는 사람.”

세나는 자기 짐을 봤다.

“나는 원래 그래.”

“계속?”

“길에서 사니까.”

그 말이 부러웠다.

나는 떠나는 사람이고 싶어 했는데,

정작 떠날 때마다 어딘가를 집으로 만들었다.

세나는 반대로 길 자체를 생활로 만들었다.

그녀에게 정착은 예외였다.

나에게는 어느 순간 정착이 기본이 되어가고 있었다.

세나는 자기 무리 일부에게 작은 집 비슷한 것을 짓게 했다.

벽은 가볍게.

지붕도 쉽게 뜯을 수 있게.

나는 말했다.

“더 튼튼하게 하면 오래 쓰잖아.”

“오래 있을지 모르는데.”

“머문다며.”

“머무는 거랑 눌러앉는 건 다르지.”

나는 그 차이를 생각했다.

그날 저녁 그녀와 같이 식사했다.

아렘도,

테멘도 없었다.

둘만.

세나는 시장에서 얻은 향 강한 풀을 음식에 넣었다.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또 싫지.”

“이제 괜찮아.”

“거짓말.”

그녀는 웃었다.

“네라라는 사람도 그렇게 말했어?”

나는 손을 멈췄다.

처음으로 세나가 이름을 물었다.

이전 대화에서 아내가 있었다고만 말했다.

“왜.”

“당신 펜던트 이야기할 때 표정 달라져.”

나는 한참 말이 없었다.

“네라.”

처음으로 세나에게 그 이름을 말했다.

정확한 이름인지조차 모른다는 설명도 했다.

세나는 비웃지 않았다.

“그럼 왜 그 이름 써.”

“내가 기억하는 데 제일 가까워서.”

“충분하네.”

그 말이 좋았다.

나는 네라가 펜던트를 준 이야기를 아주 짧게 했다.

세나는 물건을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것도 좋았다.

한참 뒤 그녀가 자기 과거를 조금 말했다.

아주 멀리 태어난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이 여러 지역을 오갔다.

한곳에 오래 머문 기억이 적었다.

“그럼 고향 없어?”

내가 물었다.

세나는 생각했다.

“있겠지.”

“어디.”

“사람 있는 데.”

네라라면 비슷한 말을 했을까.

아니.

네라는 분명 특정한 집과 강을 좋아했다.

세나는 사람이 움직이면 고향도 움직이는 쪽이었다.

둘은 달랐다.

그 차이가 또 좋았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세나를 네라와 비교하지 않고 오래 바라볼 수 있었다.

세나가 물었다.

“왜 봐.”

“그냥.”

“사람 얼굴 세는 습관 있어?”

나는 웃었다.

“예전에 많이 혼났어.”

“누구한테.”

“다.”

그날 밤 세나는 자기 숙영지로 돌아갔다.

나는 붙잡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그녀가 다시 시장에 있는 걸 보고 조금 안도했다.

머무른다는 건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다음 날에도 같은 사람이 보이는 것부터 시작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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