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64화 — 시장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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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와의 긴장이 조금 가라앉자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았다.
거래가 완전히 끊기면 싸움이 더 커질 거라고 아렘은 계속 말했다.
“욕하면서도 사고팔게 해야 해.”
“그게 돼?”
“사람은 돼.”
정말 그랬다.
어제 싸운 집이 오늘 가죽을 사고,
물을 두고 욕한 사람이 다음 날 곡물을 팔았다.
그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시장 날 외지인 무리 하나가 들어왔다.
다른 곳에서 여러 물건을 가져오는 사람들이었다.
가죽.
작은 금속 조각.
말린 향료 비슷한 것.
천.
그 무리 중심에 여자가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다.
사람 수를 보거나 짐을 드는 걸 보면 남자들이 더 눈에 띄었다.
그런데 값을 정하는 순간 모두 그녀를 봤다.
그녀는 빠르게 셌다.
자루.
동물.
사람.
날짜.
누가 뭘 들고 왔는지.
말투도 빨랐다.
아렘과 두 마디 나누더니 바로 화를 냈다.
“값 바꿨잖아.”
아렘이 말했다.
“안 바꿨어.”
“지난번이랑 달라.”
“이번 수확 다르잖아.”
“그럼 미리 말해야지.”
나는 옆을 지나가다 멈췄다.
여자가 나를 봤다.
“당신이 여기 책임자?”
“아니.”
아렘이 동시에 말했다.
“비슷해.”
나는 아렘을 노려봤다.
여자는 관심 없다는 듯 물었다.
“당신들 시장 기준 누가 정해.”
“상인들.”
“그럼 왜 다 말이 달라.”
아렘이 반박했다.
“당신 쪽도 그렇잖아.”
“그래서 나는 적어.”
그녀가 작은 판 비슷한 것을 꺼냈다.
표식이 빼곡했다.
지난번 거래.
수량.
값.
나는 그걸 유심히 봤다.
여자가 말했다.
“뭘 봐.”
“기록.”
“당신도 해?”
“조금.”
“얼마나.”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 침묵을 무시했다.
“지난번에 이만큼 샀고 이만큼 냈어. 이번엔 수확 나빴다 해도 차이가 너무 커.”
아렘과 다시 다퉜다.
결국 중간 값에서 거래가 됐다.
여자는 이기고도 웃지 않았다.
다음 물건으로 넘어갔다.
테멘이 멀리서 봤다.
“무섭네.”
나는 말했다.
“당신보다.”
“그건 아니지.”
잠시 뒤 여자가 내게 왔다.
“여기 물 쓰려면 누구한테 물어.”
나는 테멘을 가리켰다.
“저기.”
“창고.”
“아렘.”
“경비.”
또 가리켰다.
여자가 한숨을 쉬었다.
“당신은 뭐 하는데.”
60화 외지 상인과 같은 질문.
나는 점점 싫어졌다.
“여러 개 겹치면 듣는 사람.”
“쓸데없이 길네.”
그녀는 테멘에게 갔다.
몇 분 뒤 둘이 싸우고 있었다.
“이 물 양으로 우리 가축 다 못 먹여.”
“그러니까 적게 데려오든가.”
“시장 열어놓고 가축 데려오지 말라고?”
“내가 열었냐.”
나는 웃었다.
여자가 바로 나를 봤다.
“웃을 일 아니야.”
테멘도 동시에 나를 봤다.
처음으로 둘이 의견이 같았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세나의 무리는 다른 상단과 조금 달랐다.
한 가족 중심도 아니었다.
여러 사람이 합쳐졌다 흩어지는 구조였다.
누군가는 두 계절만 같이 다니고,
누군가는 몇 년.
세나는 사람을 붙잡아두지 않았다.
대신 조건을 분명히 했다.
먹을 것 몫.
손실 책임.
가축 관리.
누가 어느 거래를 맡는지.
나는 그걸 보며 놀랐다.
“다 정해?”
“안 정하면 싸워.”
“그래도 사람 바뀌잖아.”
“그러니까 적어.”
또 기록.
세나의 표식은 우리 것보다 더 정교했다.
그녀는 여러 언어의 숫자 표현도 알았다.
말은 완벽하지 않아도 거래 수량은 틀리지 않으려고 했다.
아렘이 그녀를 싫어하는 이유도 비슷했다.
세나는 실수를 바로 찾았다.
“이거 지난번보다 한 자루 적어.”
“아니.”
“세어.”
정말 적었다.
아렘은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다.
나는 재미있었다.
세나는 나에게도 똑같았다.
“당신 사람 너무 많이 불러.”
“왜.”
“회의.”
“문제 많으니까.”
“말하는 사람 많으면 결정 늦어.”
“사람들 의견 들어야 하잖아.”
그녀는 생각했다.
“그건 맞아.”
내가 이긴 것 같았다.
“근데 같은 말 세 번 하는 사람은 빼.”
나는 웃었다.
실제로 회의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사람이 많았다.
세나는 회의 방식까지 건드렸다.
무슨 문제인지 먼저 한 문장.
필요한 정보.
그다음 의견.
나는 마음에 들었다.
테멘은 싫어했다.
“사람 말하는 걸 왜 잘라.”
세나는 말했다.
“해 질 때까지 들을 거야?”
둘은 싸웠다.
나는 중간에서 즐겼다.
세나가 어느 날 나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저 노인 말 다 들어.”
“맞을 때 많아서.”
“틀릴 때도 있잖아.”
“그럼 내가 신나지.”
세나는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그 웃음이 좋았다.
곧 표정이 돌아왔다.
“그런데 당신 너무 많이 해.”
“뭘.”
“다.”
그 말은 테멘도,
사무도,
이라도 했던 말.
나는 짜증이 났다.
“다들 왜 똑같은 말 해.”
세나는 말했다.
“그러면 문제 당신 아니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를 싫어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그런데 다음 날 시장에서 그녀를 먼저 찾았다.
나도 이유는 몰랐다.
세나는 숙영지에서도 사람을 숫자로만 다루지 않았다.
한 짐꾼이 발을 다치자 다음 날 이동 계획을 바로 바꿨다.
나는 말했다.
“한 사람 때문에?”
세나가 나를 봤다.
“사람 수 세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잃지 않으려고.”
“그럼 하나 빠지면 계획 바꿔야지.”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에게 숫자는 사람을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빠진 사람을 알아채는 방식이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날 저녁 세나는 자기 무리 사람 이름을 거의 전부 알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나는 우리 정착지 새 사람 이름을 자꾸 잊고 있었다.
조금 부끄러웠다.
세나는 말했다.
“모르면 물어.”
“지도하는 사람이 이름도 몰라?”
“그래서 아는 척할 거야?”
나는 또 졌다.
세나가 시장에 머문 셋째 날 작은 사기가 하나 생겼다.
우리 쪽 상인이 외지인에게 곡물 자루를 팔면서 바닥에 돌을 조금 넣었다.
무게를 늘리려고.
세나가 발견했다.
그녀는 바로 사람들 앞에 자루를 쏟았다.
돌이 굴러나왔다.
시장 전체가 조용해졌다.
상인은 처음에 실수라고 했다.
세나는 자루 두 개를 더 열었다.
둘 다 돌.
“이것도 실수?”
그녀가 물었다.
나는 화가 났다.
우리 정착지 이름이 거래 신뢰와 연결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상인을 시장에서 내쫓고 싶었다.
아렘은 일정 기간 거래 금지를 제안했다.
테멘은 피해 배상부터 하라고 했다.
세나는 말했다.
“먼저 돈 돌려줘.”
당연한 순서였다.
상인은 피해를 갚았다.
그 뒤 일정 기간 공동 표식을 쓰지 못하게 했다.
거래 자체는 할 수 있었지만 ‘이곳이 보증하는 물건’처럼 팔 수 없게.
이 처분은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다른 상인들이 가장 두려워한 건 시장에서 쫓겨나는 것보다 신뢰 표식을 잃는 일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평판이 물건처럼 가치가 있다는 걸 봤다.
세나는 말했다.
“칼보다 싸게 통제되네.”
“사람 믿음을 통제하는 게 좋은 말은 아닌데.”
“그럼 관리.”
“그것도.”
세나는 웃었다.
“당신 말 까다롭네.”
그날 저녁 우리는 시장 끝에 앉아 말린 과일을 먹었다.
세나가 물었다.
“당신 원래 뭐 하던 사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또 물었다.
“농부?”
“한때.”
“사냥꾼?”
“조금.”
“전사?”
“별로.”
세나가 내 손을 봤다.
“거짓말.”
“왜.”
“칼 잡는 손.”
나는 손을 접었다.
“많이 살았어.”
말이 이상하게 나왔다.
세나가 웃었다.
“다들 많이 살아.”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그 무리는 벽 밖 숙영지에 자리 잡았다.
며칠만 머문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들었다.
그 여자를 지금 세나라고 적겠다.
[기록]
이 이름은 비교적 초기 기록에 여러 번 비슷한 소리로 남아 있어 다른 이름보다 확신이 조금 높다.
세나는 첫날부터 나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불편했다.
다음 날 아침 그녀가 내 문 앞에 서 있었다.
“일어나.”
“왜.”
“창고 보러 가.”
“왜 내가.”
“아렘이 당신도 보래.”
아렘을 나중에 혼내기로 했다.
세나는 이미 걷고 있었다.
나는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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