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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60화 — 기다리는 사람들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60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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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물이 오기 전이었다.

두 번째 큰물 이후 몇 계절이 지난 시점.

하늘이 며칠 동안 무거웠다.

강의 색이 바뀌었다.

테멘은 물높이를 봤다.

나는 그 옆에 섰다.

“많이 와?”

“모르지.”

“저번보다.”

“아직.”

우리는 정착지로 돌아왔다.

중앙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물 담당.

창고 담당.

경비.

가축.

새로 들어온 가족 대표 몇 명.

아렘.

마렉.

그리고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왜 다 있어?”

내가 물었다.

한 사람이 말했다.

“기다리는 중.”

“뭘.”

“어떻게 할지.”

나는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각자 준비하면 되잖아.”

사람들이 서로를 봤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한 정적.

테멘은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나는 화가 났다.

“왜 나만 봐.”

누군가 말했다.

“당신이 지난번에 했잖아.”

“같이 했지.”

“그래도.”

또 그 말.

그래도.

내가 마지막에 말했고,

사람들이 움직였고,

큰 피해를 피했다.

그 기억이 사람들 안에 남아 있었다.

나는 테멘을 봤다.

“당신이 말해.”

“왜.”

“물은 당신이 더 알아.”

테멘이 사람들을 봤다.

“물은 내가 말하지.”

그리고 나를 가리켰다.

“사람은 네가 정해.”

“왜.”

“저 사람들이 너 보잖아.”

나는 그 말이 싫었다.

동시에 어쩔 수 없다고 느꼈다.

시간은 많지 않았다.

나는 질문부터 했다.

“낮은 집 사람 다 옮겼어?”

아직이라는 답.

“그럼 먼저.”

사람들이 움직였다.

“창고는?”

아렘이 말했다.

“작은 곳 두 개부터 비울 수 있어.”

“해.”

“가축은 서쪽 높은 데?”

가축 담당자가 물었다.

테멘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

나는 말했다.

경비 책임자는 물었다.

“벽 쪽 먼저 세워요?”

“아니. 강 쪽 사람 빼는 거 도와.”

사람들이 흩어졌다.

명령은 짧았다.

움직임은 빨랐다.

그 순간 이상한 감각이 왔다.

편했다.

내가 말하면 사람이 움직였다.

일일이 설득하지 않아도 됐다.

누가 왜 해야 하냐고 다시 묻지 않았다.

몇 달 전 벽 공사 때와 달랐다.

나는 그 효율이 좋았다.

너무 좋았다.

해가 질 때쯤 준비가 대부분 끝났다.

이번 물은 지난번만큼 크지 않았다.

일부 밭이 젖고,

낮은 집 하나가 손상된 정도.

사람들은 안도했다.

나는 오히려 불편했다.

큰 위기가 아니었는데도 모두가 내 말을 기다렸다는 사실.

그날 밤 테멘이 불 옆에 앉아 물었다.

“어땠어.”

“뭐가.”

“사람들이 한 번에 움직이는 거.”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테멘이 웃지 않았다.

“좋았지.”

“편했어.”

솔직하게 말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시작이야.”

“뭐가.”

테멘은 불을 봤다.

“내가 말하면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편해지는 거.”

나는 짜증이 났다.

“그럼 매번 다 모여서 싸워?”

“아니.”

“빠르게 해야 할 때도 있잖아.”

“맞아.”

“그럼 뭐가 문제야.”

테멘이 말했다.

“문제 없을 수도.”

나는 숨을 내쉬었다.

“또 그 말.”

그는 웃었다.

“근데.”

이번에는 진지했다.

“나중에 비 안 오는데도 사람들이 기다리면?”

나는 말이 없었다.

그 질문은 오래 남았다.

며칠 뒤 실제로 그런 일이 생겼다.

비도 없고,

공격도 없고,

급한 일도 없는 평범한 아침.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유는 새로운 가족들이 바깥 어디에 집을 지을지 정하기 위해서.

누군가 말했다.

“당신 오면 시작하려고.”

나는 멈췄다.

“나 없이 해.”

사람들이 당황했다.

“그래도.”

“왜.”

“당신이 마지막에 봐야.”

나는 화가 났다.

“내가 땅 주인이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테멘이 멀리서 보고 있었다.

나는 그날 모임에 앉지 않았다.

“당신들끼리 정해.”

정말 돌아섰다.

한참 뒤 사람들이 나를 불렀다.

결론이 안 났다고.

나는 참으려 했다.

결국 갔다.

양쪽 이야기를 듣고 중간안을 냈다.

사람들이 받아들였다.

끝났다.

너무 쉽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나빴다.

내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내가 있으면 편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 차이는 중요했다.

그리고 나도 같은 이유로 그 자리에 앉고 있었다.

편해서.

평범한 날에도 사람들이 기다리기 시작한 뒤 나는 일부러 자리를 비운 적이 있다.

시험이었다.

하루 동안 강 위쪽으로 갔다.

테멘에게도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오늘 없어.”

그 정도만.

해 질 때 돌아왔다.

정착지는 멀쩡했다.

당연했다.

그런데 중앙 쪽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 문제가 하루 종일 결론 나지 않았다고 했다.

새 집 위치.

“왜 안 정했어.”

내가 물었다.

사람들이 말했다.

“당신 없었잖아.”

화가 났다.

“테멘은.”

“물 일이 아니라고.”

“아렘.”

“자기 일 아니라고.”

둘 다 일부러 그랬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나는 둘을 불렀다.

“왜.”

테멘이 태연하게 말했다.

“당신 없어도 하라며.”

“그래서 해야지.”

“사람들이 당신 기다린다니까.”

아렘도 고개를 끄덕였다.

“보여주려고.”

나는 욕했다.

그날 밤 셋이 오래 이야기했다.

“그럼 어떡해.”

내가 물었다.

테멘이 말했다.

“사람들이 직접 정하게 해.”

“안 되니까 기다렸잖아.”

“기다리게 만든 것도 우리지.”

“무슨 뜻.”

아렘이 설명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담당자.

판단자.

마지막 확인.

우리가 계속 구조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그 구조 밖에서 결정할 이유가 줄었다.

나는 가슴이 조금 답답해졌다.

질서를 만들수록 자율이 줄 수 있다는 생각.

그때는 처음이었다.

다음 모임에서 말했다.

“집 위치 같은 건 근처 사는 사람들이 먼저 정해.”

“싸우면.”

“그때 가져와.”

“누가 기준 정해.”

“당신들.”

사람들은 불안해했다.

나는 버텼다.

첫 두 건은 오래 걸렸다.

세 번째부터 조금 빨라졌다.

모두 성공한 건 아니었다.

결국 다시 가져온 일도 있었다.

그래도 전부 나를 기다리지는 않았다.

나는 만족했다.

테멘이 말했다.

“이제 됐네.”

“뭐가.”

“조금 덜 왕 같아.”

“그 말 하지 말라니까.”

아렘이 웃었다.

나는 둘을 노려봤다.

사람들이 내 말을 기다리는 걸 내가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작은 순간에서 드러났다.

어느 날 외지 상인 무리가 왔다.

정착지 입구에서 경비와 이야기하다 나를 봤다.

누군가 물었다.

“저 사람이 여기 책임자야?”

경비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나를 봤다.

나는 듣지 못한 척했다.

아렘이 옆에서 말했다.

“물어보잖아.”

“뭐라고 해.”

“당신 마음대로.”

나는 순간 ‘그렇다’고 하고 싶었다.

설명하기 편했다.

대신 말했다.

“책임자가 하나인 곳 아니야.”

상인은 이해 못 한 얼굴이었다.

“그럼 누구랑 거래 이야기 해.”

“아렘.”

“물은.”

“테멘 쪽.”

“안전은.”

“경비 책임자.”

상인은 짜증냈다.

“그럼 당신은 뭐야.”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렘이 웃었다.

테멘도.

나는 기분이 나빴다.

내 역할은 무엇인가.

사람을 정하는 사람?

마지막에 보는 사람?

문제가 겹칠 때 결정하는 사람?

그런 역할에는 아직 이름이 없었다.

상인은 결국 말했다.

“그럼 제일 높은 사람은?”

이번에도 침묵.

사람들이 나를 봤다.

나는 그 시선이 싫으면서 좋았다.

“없어.”

내가 말했다.

상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상한 곳이네.”

그는 아렘을 따라갔다.

나는 그 자리에 잠깐 서 있었다.

테멘이 말했다.

“아쉬워?”

“뭐가.”

“제일 높은 사람 아니라고 해서.”

“아니.”

“거짓말.”

네라가 살아 돌아온 것 같은 말이었다.

나는 테멘을 노려봤다.

그날 밤 기록을 남길 때 손이 오래 멈췄다.

나는 권력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적으려 했다.

쓰지 않았다.

정확하지 않았다.

나는 왕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말이 먹히는 것은 좋았다.

내가 만든 방식이 잘 돌아가는 것도.

사람들이 내 판단을 인정하는 것도.

그 욕구를 부정하면 더 위험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식으로 남겼다.

나는 아직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참 뒤,

그 아래.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마음에 든다.

그 두 문장은 서로 충돌했다.

둘 다 사실이었다.

그날 이후 내가 떠날 수 있는 사람인지,

떠나지 못하는 사람인지 점점 알 수 없게 됐다.

그날 밤 기록에 또 한 줄을 남겼다.

사람들이 기다리는 습관도 만들 수 있고, 없앨 수도 있다.

그리고 잠시 뒤 한 줄을 더 붙였다.

다만 기다려주는 것이 기분 좋을 때가 있다.

그 문장은 지우고 싶었다.

지우지 않았다.

기억보다 기록이 나를 더 정직하게 만들 때가 있었다.

그날 밤 작은 기록에 한 줄을 남겼다.

[기록]

사람들이 내 말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 아래 다른 표식.

확신할 수 없는 생각.

지금의 언어로 옮기면 이렇다.

나도 그들이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사실이 가장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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