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59화 — 판단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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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한 마리 때문에 처음으로 사람들이 나를 ‘공식적으로’ 앉혀놓은 날이 있었다.
그전에도 분쟁은 많았다.
다만 그날은 사람들이 장소를 준비했다.
그늘.
앉을 자리.
양쪽 당사자.
증인.
테멘.
아렘.
그리고 나.
나는 자리를 보고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해.”
한 사람이 말했다.
“지난번에 서서 하니까 다 소리치잖아.”
맞았다.
앉으면 조금 덜 싸웠다.
가축은 작은 소였다.
두 사람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사람은 귀 옆 상처를 증거로 말했다.
다른 사람은 특정 소리에 반응한다고 했다.
둘 다 맞았다.
증인도 있었다.
문제는 증인들이 서로 달랐다.
한 사람은 몇 달 전 첫 번째 집 우리에서 봤다고 했다.
다른 사람은 두 번째 집에서 어릴 때부터 키웠다고 했다.
나는 짜증이 났다.
“둘 중 하나 거잖아.”
테멘이 말했다.
“좋은 판단이네.”
“조용히 해.”
아렘은 웃음을 참았다.
나는 질문을 나눴다.
가축 나이.
언제 얻었는지.
어미는 어디 있었는지.
누가 먹이를 줬는지.
한 사람 답이 자꾸 바뀌었다.
그를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결정하려다 멈췄다.
48화가 떠올랐다.
확신이 빨리 생길 때가 오히려 위험했다.
“내일 다시.”
사람들이 불만이었다.
“왜.”
“더 볼 거야.”
다음 날 아침 소를 두 집 사이 먼 곳에 풀었다.
사람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
소는 한참 돌아다니다 한쪽 집 방향으로 갔다.
완벽한 증거는 아니었다.
그래도 두 번째 사람 표정이 바뀌었다.
조금 더 묻자 결국 인정했다.
그는 몇 달 전 잃어버린 자기 소와 비슷해 가져왔다고 했다.
“훔친 거잖아.”
사람들이 화를 냈다.
그는 부정했다.
“내 건 줄 알았어.”
어느 정도는 사실일 수도 있었다.
나는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그동안 들어간 먹이값 일부는 반대로 보상하게 했다.
양쪽 모두 완전히 만족하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괜찮은 것 같았다.
며칠 뒤 또 사람들이 왔다.
이번에는 땅 경계.
그다음은 빚.
다음은 폭행.
나는 말했다.
“나한테 다 가져오지 마.”
“그럼 누구한테.”
이 질문이 다시 나왔다.
나는 몇 사람을 정했다.
작은 문제는 그들이.
큰 문제는 여러 사람이 같이.
테멘이 말했다.
“당신이 정한 사람이 판단하면 결국 당신 판단 아니야?”
“아니지.”
“사람들이 그렇게 볼까.”
나는 짜증냈다.
“그럼 어떻게 해.”
“나한테 왜 물어.”
나는 웃었다.
그래도 방식을 바꿨다.
담당자를 내가 혼자 고르지 않고,
사람들이 추천하게 했다.
몇 명 중 선택했다.
임기도 정하지 않았다.
문제 생기면 바꿀 수 있게 했다.
현대적 제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한 사람이 모든 걸 듣지 않기 위한 작은 장치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생겼다.
사람들이 내게 묻기 시작했다.
“누가 맡는 게 좋을까요.”
나는 또 결정하고 있었다.
조금 다른 형태로.
판단 자리를 만든 뒤 사람들은 말하는 순서도 만들었다.
처음에는 다 같이 소리쳤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화를 냈다.
“한 명씩!”
그 말이 규칙이 됐다.
한쪽이 먼저 말하고,
다른 쪽.
그다음 증인.
중간에 끼어들면 멈췄다.
사소한 절차였다.
효과는 컸다.
사람은 자기 말을 끝까지 할 수 있다는 걸 알면 조금 덜 소리쳤다.
어느 날 여자 둘이 빚 문제로 왔다.
한쪽은 곡물을 빌려줬다고 했다.
다른 쪽은 선물이었다고 했다.
기록은 없었다.
증인도 애매했다.
나는 결론을 못 냈다.
예전 같으면 둘 중 더 믿음 가는 쪽을 골랐을 것이다.
이번에는 물었다.
“둘 다 뭘 원해.”
빌려준 쪽은 전부 돌려받고 싶다고 했다.
다른 쪽은 지금 그만큼 없다고 했다.
결국 일부를 지금,
나머지는 다음 수확 뒤 갚는 것으로 했다.
둘 다 불만이 조금 남았다.
테멘이 말했다.
“잘했네.”
“왜.”
“둘 다 화났잖아.”
나는 웃었다.
완벽한 만족이 공정함의 증거는 아니었다.
하지만 반대로 모두 화났다고 공정한 것도 아니다.
기준은 계속 어려웠다.
판단을 맡는 사람이 몇 명 생기자 그들끼리도 결론이 달랐다.
같은 유형의 사건에 다른 처분.
사람들이 불평했다.
“저 집은 됐는데 우리는 왜.”
나는 처음으로 과거 결정을 다시 찾아봤다.
표식과 메모가 도움이 됐다.
비슷한 사건은 비슷하게 하려고 했다.
그 순간 ‘선례’ 비슷한 것이 생겼다.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는 않았다.
다만 사람들은 기억했다.
“지난번에 이렇게 했잖아.”
나는 그 문장을 점점 많이 들었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묶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그리고 조금 답답했다.
상황이 다른데도 사람들이 똑같이 하라고 요구할 때가 있었다.
테멘이 말했다.
“그러니까 왜 기록했어.”
“안 하면 또 기억 다르다고 싸우잖아.”
“하면 옛날이 발목 잡고.”
“그럼 어떡해.”
“생각해.”
나는 욕했다.
그는 늘 답 대신 문제를 하나 더 줬다.
판단 자리에는 점점 구경꾼도 늘었다.
처음에는 당사자 가족만 왔다.
나중에는 관련 없는 사람도 앉아 들었다.
나는 싫었다.
“왜 있어.”
“배우려고.”
“뭘.”
“다음에 우리 일 생길 수도 있잖아.”
그 말은 이해됐다.
공개된 판단은 기준을 공유하는 효과가 있었다.
동시에 당사자는 자기 사정이 모두에게 드러나는 걸 싫어할 수 있었다.
어느 여자가 말했다.
“사람들 내보내.”
빚 문제였다.
나는 구경꾼을 내보냈다.
사람들이 불평했다.
그날 또 하나의 원칙이 생겼다.
모두가 알아야 하는 일과,
당사자만 알아도 되는 일을 나눈다.
기준은 애매했다.
폭행처럼 공동 안전과 관련된 건 공개.
가족 안의 작은 재산 다툼은 제한.
하지만 경계는 계속 흔들렸다.
테멘이 말했다.
“너 진짜 일 만든다.”
“사람들이 가져오잖아.”
“안 받으면 되지.”
“그러면 싸우잖아.”
“가끔 싸우게 둬.”
그 말은 여전히 어려웠다.
나는 갈등을 보면 해결하고 싶었다.
해결되지 않은 상태를 견디지 못했다.
어느 날 형제 둘이 부모가 남긴 땅을 두고 왔다.
나는 반으로 나누자고 생각했다.
둘 다 싫어했다.
한쪽은 물길 가까운 절반이 더 좋다고 했다.
다른 쪽은 집 가까운 쪽.
단순한 절반이 공정하지 않았다.
오래 이야기하다 둘이 직접 교환 조건을 만들었다.
나는 거의 한 일이 없었다.
끝나고 테멘이 말했다.
“봤지.”
“뭘.”
“가만있어도 되잖아.”
나는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맞았다.
판단하는 자리의 역할이 항상 ‘답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서로 답을 만들 때까지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일이었다.
그걸 배우고 나자 내가 말하는 횟수가 조금 줄었다.
사람들은 오히려 더 오래 말하게 됐다.
회의 시간은 늘어났다.
아렘은 싫어했다.
“예전이 빨랐어.”
“틀릴 때도 빨랐지.”
그는 인정하기 싫은 얼굴이었다.
우리 모두 효율과 참여 사이에서 계속 흔들렸다.
테멘이 밤에 말했다.
“이제 진짜 위험해졌네.”
“뭐가.”
“당신.”
“왜.”
“사람들이 당신 말만 듣는 게 아니라.”
그는 물을 마셨다.
“당신이 고른 사람 말도 듣잖아.”
나는 잠깐 생각했다.
“좋은 거 아니야?”
테멘은 대답했다.
“좋을 수도.”
또 그 말.
나는 싫어했다.
“왜 맨날 그렇게 말해.”
“미래 모르니까.”
“당신은 모르는 걸 너무 편하게 말해.”
“너는 너무 불편하게 말하고.”
우리는 서로 봤다.
아렘이 옆에서 말했다.
“둘 다 그만.”
그날 나는 처음으로 느꼈다.
내가 직접 명령하지 않아도,
내가 만든 구조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칼보다 오래가는 힘이었다.
그 사실이 조금 무서웠고,
조금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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