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57화 — 벽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57 / 37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다음 공격은 오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들은 벽을 원했다.

정확히는 어떤 사람들은.

경비 책임자가 먼저 말했다.

“지금 낮아.”

“뭐가.”

“방벽.”

우리가 가진 건 흙과 나무를 대충 쌓은 낮은 구조였다.

도둑이나 가축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됐다.

무장한 사람이 마음먹고 넘으려 하면 어렵지 않았다.

“더 높이?”

“응.”

나는 계산했다.

사람.

흙.

돌.

나무.

시간.

일을 멈추고 벽만 만들 수는 없었다.

“너무 많이 들어.”

테멘이 말했다.

“다음에도 칼로 다 막을 거야?”

나는 옆구리 상처를 만졌다.

흉터는 이미 많이 옅어져 있었다.

그가 그걸 봤다.

“당신은 일어나도 다른 사람은 아닐 수 있어.”

그 말에 벽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문제는 공동 노동이었다.

사람들은 자기 집 고치기도 바빴다.

“왜 내가 저쪽 벽까지.”

“우리 집은 안쪽인데.”

“내 밭 먼저 해야 해.”

나는 화가 났다.

“벽 없으면 다 위험해.”

누군가 말했다.

“지난번엔 막았잖아.”

“다음도 똑같다는 보장 있어?”

말이 계속 돌았다.

그때 한 여자가 말했다.

“순서 정해.”

나는 그녀를 봤다.

“뭐.”

“집마다 하루.”

누군가는 노동.

못 나오면 재료.

둘 다 어렵다면 음식.

단순했다.

나는 왜 그 생각을 못 했나 싶었다.

여자는 말했다.

“근데 집 사람 수 다르니까 똑같이 하루는 안 돼.”

또 문제.

결국 성인 수와 형편을 섞어 정했다.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도 시작은 했다.

나는 공사 초기에 매일 나갔다.

흙을 나르고,

높이를 봤다.

며칠 지나 담당자를 세웠다.

그가 나보다 벽 공사를 잘 알게 됐다.

나는 또 개입하고 싶었다.

“저쪽 각도.”

그가 말했다.

“알아요.”

“물 빠지는 길은.”

“해놨어요.”

“나무 간격이—”

그가 나를 봤다.

“직접 하실래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테멘이 멀리서 웃었다.

벽 공사를 하며 가장 많이 다툰 건 높이가 아니었다.

통로였다.

문을 몇 개 둘지.

많이 두면 생활은 편했다.

공격 때는 위험했다.

적게 두면 안전했지만 사람과 가축이 몰렸다.

경비 책임자는 두 개만 원했다.

상인들은 네 개를 원했다.

아렘은 세 개.

테멘은 말했다.

“직접 걸어봐.”

그래서 실제로 아침에 사람과 가축이 가장 많이 움직이는 시간에 길을 막아봤다.

두 개는 바로 혼잡해졌다.

사람들이 욕했다.

네 개는 관리할 사람이 부족했다.

결국 세 개로 시작했다.

나는 웃었다.

“아렘이 맞았네.”

아렘이 자랑스러운 얼굴을 했다.

테멘이 말했다.

“이번에는.”

아렘도 그 말을 싫어했다.

공사가 끝난 뒤 벽 위에서 정착지를 내려다봤다.

집이 많았다.

연기.

길.

창고.

작은 시장.

사람들이 움직였다.

내가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컸다.

벽이 생기니 형태가 더 분명해졌다.

하나의 ‘곳’처럼 보였다.

그 느낌이 묘했다.

내가 만든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이 만들었다.

그런데 누군가 외지에서 오면 나를 먼저 찾았다.

그 사실이 마음 한쪽을 간질였다.

자랑이었다.

인정하기 싫은.

테멘이 옆에 올라왔다.

“뭘 그렇게 봐.”

“그냥.”

“네 거 같아?”

나는 바로 말했다.

“아니.”

그가 웃었다.

“너무 빨리 대답했네.”

“진짜 아니야.”

“그래.”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 침묵 때문에 더 신경 쓰였다.

나는 벽 아래를 봤다.

사람들이 자기 집을 고치고 있었다.

아이들이 뛰었다.

아렘이 누군가와 값을 두고 싸웠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없어도 있었을까.

아마 있었을 것이다.

조금 다른 모양으로.

그 답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벽은 계절이 바뀌기 전에 완성됐다.

성벽이라고 부르기엔 낮고 거칠었다.

그래도 사람 흐름을 제한했다.

가축 출입구.

밤 경비 위치.

비상시 모일 곳.

사람들은 완성된 벽을 보며 좋아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다.

위에 올라갔다.

나는 소리쳤다.

“내려와!”

아이들이 안 들었다.

테멘이 말했다.

“왕 같다.”

나는 바로 돌아봤다.

“그 말 하지 마.”

“왜.”

“싫어.”

“농담인데.”

그는 웃었다.

당시에는 정말 농담이었다.

하지만 벽이 생기자 안과 밖이 더 분명해졌다.

누가 안에 사는지.

누가 밖에서 오는지.

밤에 문 비슷한 통로를 닫을지.

외지인을 언제 들일지.

벽은 방어만 만드는 게 아니었다.

경계를 만들었다.

경계가 생기면 규칙이 필요했다.

어느 날 늦은 밤 한 가족이 도착했다.

아이 둘.

지친 가축.

문을 닫을 시간이 지난 뒤였다.

경비는 들이지 않으려 했다.

“규칙.”

나는 밖으로 나갔다.

가족은 며칠 굶은 얼굴이었다.

“왜 늦었어.”

길에서 가축 하나가 쓰러졌다고 했다.

경비 책임자가 말했다.

“한 번 열어주면 계속 그래요.”

맞았다.

나는 고민했다.

결국 들였다.

대신 이름과 이유를 남겼다.

다음 날 사람들이 물었다.

“규칙 왜 만들었어.”

나는 답했다.

“사람 살리려고.”

“그럼 규칙은.”

테멘이 말했다.

“판단하려고 있는 거지, 생각 안 하려고 있는 건 아니야.”

나는 그 말을 좋아했다.

훗날 규칙이 많아질수록,

그 원칙을 잊기 쉬워진다.

벽이 완성된 뒤 첫 비가 왔다.

사람들은 공격보다 물을 걱정했다.

흙벽이 젖으면 약해졌다.

배수구를 만든 곳에서 물이 잘 빠지는지 모두 확인했다.

한쪽 구간에 물이 고였다.

공사 담당자가 뛰어왔다.

“막혔어요.”

나는 바로 손을 대려 했다.

그가 말했다.

“제가 할게요.”

나는 멈췄다.

사람 몇 명이 흙을 걷어냈다.

물이 빠졌다.

내가 안 해도 됐다.

테멘이 옆에서 일부러 크게 말했다.

“세상 안 무너졌네.”

“조용히 해.”

비가 끝난 뒤 벽 일부가 조금 내려앉았다.

수리가 필요했다.

사람들은 실망했다.

나는 오히려 안심했다.

완벽한 벽이라고 믿는 것보다,

고칠 곳이 보이는 게 나았다.

그날 벽 점검 순번을 만들었다.

경비만 보는 게 아니라,

비 뒤에는 공사 담당도.

아렘은 또 표식을 만들었다.

테멘은 투덜거렸다.

정착지는 점점 ‘누가 무엇을 언제 하는 곳’이 되어갔다.

사람들은 편해졌다.

그리고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어느 남자가 경비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아이가 생겨 밤에 자고 싶다는 것.

경비 책임자는 사람이 부족하다고 반대했다.

나는 순간 말했다.

“조금만 더 해.”

그 남자 얼굴이 굳었다.

사무와 이라가 떠올랐다.

내가 필요하다고 해서 남의 삶을 계속 붙잡으려던 습관.

나는 바로 말을 바꿨다.

“아니. 그만해.”

경비 책임자가 나를 봤다.

“사람 부족한데.”

“다른 사람 찾아.”

그 남자는 고맙다고 했다.

나는 오히려 미안했다.

역할을 만드는 것만 생각하고,

사람이 그 역할을 떠날 권리는 생각하지 못했다.

작은 제도 하나에도 입구와 출구가 둘 다 필요했다.

벽 위에서 아이들이 또 뛰었다.

나는 다시 소리쳤다.

“내려와!”

이번에는 한 아이가 외쳤다.

“왕처럼 말하지 마!”

사람들이 웃었다.

테멘은 거의 쓰러질 정도로 웃었다.

나는 그날 벽 공사보다 더 피곤했다.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