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54화 — 밤을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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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이 많아지면 도둑이 늘어난다.
사람이 모이면 갈등도.
큰물이 지나간 뒤 정착지는 전보다 안전해졌다는 소문이 났다.
그 말이 사람을 끌어왔다.
사람이 늘면 안전해지기도 했다.
동시에 훔칠 것도 늘었다.
처음에는 밤마다 두세 명이 번갈아 걸었다.
창고 주변.
물길.
가축 우리.
문제는 ‘걷는다’는 것만 정했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졸았다.
어떤 사람은 친구랑 이야기만 했다.
한 사람은 자기 집 주변만 지켰다.
어느 밤 창고 문이 깨졌다.
곡물 자루 몇 개가 사라졌다.
아렘은 거의 미쳤다.
“내가 말했잖아.”
“뭘.”
“열쇠 두 개로 나누자고.”
“그거랑 도둑이 무슨 상관.”
“문을 열었을 수도 있잖아.”
누가 안에서 도왔다는 의심이 바로 생겼다.
사람들은 외지인 숙영지를 먼저 의심했다.
“최근에 온 놈들.”
“밤에 돌아다녔어.”
“봤어?”
“누가 봤대.”
그 ‘누가’가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다.
밤이 되기도 전에 젊은 남자 몇 명이 외지인 숙영지로 갔다.
나는 뒤늦게 들었다.
달려갔다.
이미 서로 밀치고 있었다.
한쪽은 돌.
다른 쪽은 칼.
“멈춰!”
아무도 안 들었다.
나는 한 남자 손목을 잡았다.
그가 돌을 들고 있었다.
“놔!”
“내려놔.”
“저놈들이 훔쳤어.”
“봤어?”
“다 알아.”
“누가.”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외지인 쪽 남자가 칼을 반쯤 뽑았다.
나는 그 사이에 섰다.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양쪽이 동시에 덤비면 위험했다.
그래도 그 순간 다른 방법이 안 보였다.
“도둑은 찾는다.”
내가 말했다.
“지금은 돌아가.”
누군가 욕했다.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해?”
좋은 질문이었다.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나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테멘이 뒤에서 말했다.
“싫으면 지금 싸워.”
모두 그를 봤다.
“사람 몇 죽고 나서 내일 도둑 찾든가.”
그 말이 분위기를 조금 식혔다.
외지인 쪽도 칼을 완전히 넣었다.
우리 쪽 사람들은 욕하면서 물러났다.
다음 날 흔적을 찾았다.
곡물 자루 중 하나에서 작은 씨앗과 흙이 떨어져 있었다.
창고 뒤쪽으로 이어졌다.
그 길은 외지인 숙영지가 아니라 정착지 안쪽으로 갔다.
범인은 내부 사람이었다.
빚이 많았다.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고 곡물을 훔쳐 다른 곳에 넘기려 했다.
사람들이 화를 냈다.
“죽여.”
누군가 말했다.
나는 바로 반응했다.
“왜.”
“도둑이잖아.”
“곡물 돌려받았어.”
“그래도.”
범인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겁먹었다.
나는 그를 봤다.
48화의 젊은 도둑과 비슷한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계획적이었다.
여러 번 훔쳤다.
거짓말도 했다.
아렘은 내쫓자고 했다.
테멘은 일을 시켜 갚게 하자고 했다.
피해 본 집들은 더 강한 처벌을 원했다.
나는 한참 들었다.
결국 곡물과 손실을 노동으로 갚게 했다.
일정 기간 창고에 혼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두 명 이상 있을 때만.
누군가는 너무 약하다고 했다.
나는 말했다.
“죽이면 곡물 돌아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사건 뒤 경비를 제대로 정리했다.
순번.
어느 구역을 볼지.
문제 생기면 어떤 소리로 알릴지.
누가 누구를 깨울지.
경비가 혼자 판단하지 못할 때 누구를 부를지.
사람들이 물었다.
“이걸 다 외워?”
“표시 남겨.”
아렘이 좋아했다.
테멘은 귀찮아했다.
“밤 지키는데 글 공부까지 해야 해?”
“글 아니야.”
“표식 많으면 글이지.”
나는 그 말에 조금 웃었다.
경비 책임자도 한 명 세웠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보다,
겁먹었을 때 바로 소리칠 사람을 골랐다.
사람들이 의외라고 했다.
나는 돌에 깔렸던 날을 생각했다.
위험할 때 혼자 해결하려다 늦는 것보다,
도움을 빨리 부르는 사람이 낫다.
경비를 정식으로 세운 뒤 사람들은 무기를 어떻게 나눌지도 물었다.
좋은 칼은 많지 않았다.
창이나 긴 막대기,
돌,
사냥 도구.
사람마다 가진 것이 달랐다.
경비 책임자는 좋은 무기를 경비에게 몰아주자고 했다.
소유자들이 반대했다.
“내 건데.”
“공동으로 지키잖아.”
“잃으면.”
또 갈등.
나는 처음에는 필요할 때 징발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단어를 당시 어떻게 표현했는지는 모르지만 뜻은 같았다.
“위험할 때 빌려.”
소유자가 물었다.
“부러지면.”
“고쳐주지.”
“누가.”
“공동으로.”
“공동이 누군데.”
말이 막혔다.
결국 무기 목록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
누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비상시에 빌릴 의사가 있는지.
망가지면 어떻게 보상할지.
사람들은 귀찮아했다.
하지만 강제로 가져가는 것보다 나았다.
경비 훈련도 문제가 많았다.
젊은 사람들은 싸우는 기술에만 관심이 있었다.
“이렇게 찌르면 돼?”
“칼 뺏는 법은?”
나는 오히려 소리치는 법부터 가르쳤다.
“사람 부르는 게 먼저야.”
그들은 실망했다.
“혼자 막을 수 있으면.”
“왜 혼자 막아.”
“멋있잖아.”
나는 웃었다.
“죽으면 더 멋있나.”
말이 세게 나갔다.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나는 돌 밑에 깔렸던 날,
창고 싸움에서 옆구리가 찢긴 날을 떠올렸다.
“살아 있는 게 먼저야.”
그 말은 나 자신에게도 하는 것이었다.
어느 밤 순찰 중 정말 작은 일이 생겼다.
가축 한 마리가 울타리를 빠져나왔다.
경비 하나가 도둑이라고 착각해 신호를 냈다.
모두 깼다.
사람들이 화를 냈다.
경비는 얼굴이 빨개졌다.
“잘못 봤어요.”
경비 책임자가 혼내려 했다.
나는 막았다.
“신호 안 내고 진짜 도둑이면 더 나빠.”
사람들은 투덜거렸다.
그래도 넘어갔다.
그날 이후 ‘틀린 경보’가 부끄러운 일이 아니게 만들려고 했다.
위험을 숨기는 문화보다 과하게 알리는 문화가 낫다고 생각했다.
이 판단은 꽤 오래 유지된다.
다만 훗날 큰 나라가 되면 경보 하나가 군대를 움직이고 시장을 흔든다.
규모가 커지면 같은 원칙도 다시 설계해야 했다.
당시에는 그런 미래를 상상하지 못했다.
경비조직이 생기자 젊은 사람들 사이에 묘한 자부심도 생겼다.
밤을 지키는 사람.
무기를 들 수 있는 사람.
다른 사람보다 중요한 일을 한다는 느낌.
한 경비가 시장에서 자기 순번을 핑계로 값을 깎으려 했다.
“내가 밤에 지켜주잖아.”
상인이 화를 냈다.
“그래서 내 물건도 가져가?”
싸움이 날 뻔했다.
경비 책임자가 내게 데려왔다.
나는 처음에는 아주 화가 났다.
공동체를 지키라고 준 역할을 개인 이익에 썼기 때문이다.
바로 경비에서 빼고 싶었다.
테멘이 물었다.
“한 번인데?”
“한 번이면 괜찮아?”
“아니.”
“그럼.”
“다음에 어떻게 할지 규칙 없잖아.”
또 규칙이었다.
우리는 경비가 자기 역할을 이용해 물건이나 노동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정했다.
당연해 보였다.
당연한 것도 말하지 않으면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했다.
그 경비는 며칠 순번에서 빠졌다.
다시 들어오고 싶다고 했다.
나는 고민했다.
결국 받아줬다.
조건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
그는 싫어했다.
그래도 했다.
사람들이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금방 넘어갔다.
그날 나는 처벌의 목적을 처음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쫓아내는 것만이 답은 아니었다.
다시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만드는 것도 필요했다.
경비가 많아질수록 장비를 두는 곳도 따로 만들었다.
창.
끈.
불씨.
신호 도구.
누가 가져갔는지 표시.
작은 조직이 생기면 물건도,
규칙도,
기억도 따로 필요했다.
사람들이 그걸 귀찮아할 때마다 나는 말했다.
“안 해두면 나중에 더 귀찮아.”
그 말은 대부분 맞았다.
문제는 나는 모든 걸 기록하고 정리하는 쪽으로 점점 기울었다는 것이다.
테멘은 가끔 말했다.
“살기도 해야지.”
나는 대답했다.
“이거 하는 게 사는 거야.”
그는 고개를 저었다.
첫날 밤 나는 직접 순찰을 돌았다.
경비 책임자가 말했다.
“제가 하는데.”
“처음이잖아.”
“그럼 저를 왜 세웠어요.”
말문이 막혔다.
나는 결국 중간에 집으로 돌아갔다.
모든 걸 내가 확인하면 책임자를 세운 의미가 없었다.
그날 잠이 잘 안 왔다.
밖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일어나고 싶었다.
참았다.
아침에 창고는 멀쩡했다.
경비 책임자가 나를 보고 웃었다.
“안 죽었죠?”
“뭐가.”
“정착지.”
나는 기분 나쁜 척했다.
사실 안심했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일이 돌아갔다.
그 경험이 처음에는 좋았다.
나중에는 그 반대의 유혹도 생긴다.
내가 없어도 돌아가게 만드는 것보다,
내가 있어야 돌아가게 만드는 편이 권력을 유지하기는 쉽다.
그때의 나는 아직 후자를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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