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50화 — 다시 사람들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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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지에서 맞는 두 번째 큰물이 왔다.
첫 번째는 내가 오기 전 일이었다.
사람들은 그때 몇 집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테멘은 어디까지 물이 왔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벽 한쪽에 손을 대며 말했다.
“여기.”
나는 그보다 위를 봤다.
“이번에는.”
“모르지.”
하늘이 며칠 동안 무거웠다.
강의 색이 바뀌었다.
물이 흙을 더 많이 품었다.
흐름이 빨라졌다.
나는 어릴 때 고향의 큰물이 떠올랐다.
집이 무너지던 소리.
진흙에서 나온 사람의 발.
아버지와 한 알씩 주워 담던 곡물.
그때는 아이였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나를 찾았다.
처음에는 물길 때문이었다.
“저쪽 막아?”
“아직.”
“곡물은?”
“높은 데로.”
“가축은?”
“벽 안쪽 말고 더 높은 쪽.”
질문이 계속됐다.
나는 테멘을 찾았다.
그는 이미 강을 보고 있었다.
“어디가 먼저 넘을 것 같아.”
그가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왜.”
“저번에도.”
“땅 바뀌었잖아.”
“그래도.”
나는 직접 갔다.
물길을 봤다.
테멘 말이 맞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렘은 창고 쪽에서 소리쳤다.
“뭘 먼저 옮겨!”
나는 잠깐 멈췄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이상한 감각이 왔다.
내가 대답해야 한다는 기대.
고향에서도 가족이 나에게 물은 적은 많았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나와 혈연도 없는 사람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름도 모르던 사람들.
나는 말했다.
“낮은 집부터 사람 빼.”
사람들이 움직였다.
“곡물은 작은 창고부터 비워. 큰 창고는 마지막.”
아렘이 물었다.
“왜.”
“작은 데가 먼저 잠길 수 있어.”
“가축?”
테멘이 말했다.
“서쪽 높은 곳.”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로.”
사람들이 움직였다.
우리는 물길을 완전히 막지 않았다.
48화의 실패가 떠올랐다.
막으면 다른 곳에서 터질 수 있었다.
넘칠 곳을 일부러 만들었다.
낮은 밭 일부는 포기했다.
그 밭 주인이 화를 냈다.
“왜 내 밭이야!”
나는 대답했다.
“여기 넘기면 집 두 줄 살릴 수 있어.”
“내 곡물은?”
“사람 먼저.”
그가 욕했다.
나는 받아들였다.
나중에 갚을 방법을 찾기로 했다.
물이 올랐다.
벽 하나가 무너졌다.
사람들이 소리쳤다.
한 아이가 집 안에 남아 있다는 말이 들렸다.
나는 뛰었다.
물이 무릎 위까지 올라왔다.
다른 남자 둘이 같이 왔다.
문 비슷한 구조가 물에 걸려 열리지 않았다.
셋이 밀었다.
열렸다.
안쪽에서 아이와 노인이 나왔다.
나는 아이를 안았다.
순간 사무가 어릴 때가 떠올랐다.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밖으로 나왔다.
다른 집 쪽에서 지붕 일부가 내려앉았다.
사람들이 달렸다.
비.
진흙.
소리.
그날의 기억은 장면보다 조각으로 남아 있다.
[기억]
아렘이 곡물 자루를 어깨에 지고 욕하던 얼굴.
테멘이 물속에 막대기를 넣어 깊이를 재던 모습.
누군가 울면서 가축 줄을 끌던 손.
아이 발에 붙은 붉은 진흙.
푸른 펜던트가 젖은 옷 안에서 피부에 달라붙던 감각.
밤이 되어서도 물은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높은 곳에 모였다.
나는 어릴 때 큰물 뒤 높은 땅에서 잤던 밤을 떠올렸다.
가축 냄새.
젖은 옷.
아기 우는 소리.
너무 비슷해서 순간 시간이 접힌 것 같았다.
차이는 하나였다.
그때 나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집 없어?
이번에는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내일 뭐부터 해?”
나는 대답하려다가 멈췄다.
테멘을 봤다.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왜 나 봐.”
아렘은 피곤해서 거의 누워 있었다.
사람들이 기다렸다.
나는 말했다.
“사람부터 확인해.”
부상자.
없는 사람.
그다음 물.
먹을 것.
잠자리.
집은 나중.
사람들이 하나씩 움직였다.
아침이 됐다.
물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집 몇 채는 무너졌다.
밭도 일부 잠겼다.
포기한 밭은 거의 망가졌다.
창고 하나는 젖었다.
그래도 곡물 대부분은 살았다.
내가 기억하는 한 그 큰물로 죽은 사람은 없었다.
[기록]
훗날 적은 초기 기록에서도 사망자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다만 이것이 정말 ‘0명’을 뜻하는지는 확신하지 않는다.
혼란 속에서 다른 곳에서 죽은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다.
물이 빠진 뒤 모두 진흙을 치웠다.
나는 벽을 다시 세우는 사람들을 봤다.
어릴 때와 똑같았다.
큰일이 끝나면 사람은 다음 날 벽부터 세운다.
한 남자가 내게 와 말했다.
“다음 물도 도와줄 거지?”
“다음 물?”
“또 오잖아.”
나는 웃었다.
“그렇겠지.”
“그럼 있어.”
다른 사람이 말했다.
“당신이 여기 있는 게 낫다.”
나는 주위를 봤다.
이곳은 내 고향이 아니었다.
나를 태어날 때부터 아는 사람도 없었다.
네라.
사무.
이라.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내게 남으라고 했다.
큰물이 오기 전날 밤에는 거의 아무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사람들이 높은 곳으로 물건을 옮겼다.
곡물 자루가 줄지어 이동했다.
가축은 평소와 다른 곳에 묶여 계속 울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신나 했다.
어른들이 심각하다는 걸 보고 조용해졌다.
테멘과 나는 밤에도 물높이를 확인했다.
그는 막대기에 표시를 해뒀다.
“얼마나 빨라.”
내가 물었다.
“전보다.”
“얼마나.”
“빨라.”
나는 정확한 숫자를 원했다.
테멘에게는 필요 없었다.
그는 수십 년 본 감각으로 판단했다.
나는 그게 불안했다.
동시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렘은 창고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옮길지 결정했다.
모든 걸 살릴 수는 없었다.
“이 자루는 젖었어.”
그가 말했다.
“위로 옮겨도 썩어.”
사람이 힘들게 만든 곡물을 일부러 버리는 결정.
고향 큰물 뒤 어머니가 검은 점 생긴 곡물을 버리던 장면이 떠올랐다.
“버려.”
내가 말했다.
아렘이 바로 밖으로 던졌다.
예전 같으면 아까워했을 것이다.
이미 배웠다.
살릴 수 없는 것을 붙잡으면 살릴 것을 놓친다.
물이 본격적으로 넘쳤을 때 가장 힘든 것은 소리였다.
사람들이 동시에 불렀다.
“여기!”
“이쪽!”
“도와줘!”
나는 몇 번이나 어디로 가야 할지 멈췄다.
모든 곳에 갈 수 없었다.
그 사실이 화가 났다.
낮은 집에서 사람을 먼저 빼기로 한 원칙을 반복했다.
누가 곡물을 살려달라고 해도 사람부터.
가축을 살려달라고 해도 아이부터.
모두가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한 남자는 자기 가축 쪽으로 가려는 걸 내가 막았다.
“저게 전부야!”
그가 소리쳤다.
“아이 먼저!”
“내 아이는 안전해!”
나는 순간 멈췄다.
그렇다면 그의 가축도 중요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그쪽을 맡겼다.
우선순위는 규칙이었지만 상황은 계속 달라졌다.
한번 정한 답만 반복하면 안 됐다.
그날 나는 지시보다 질문을 더 많이 했다.
“거기 사람 있어?”
“몇 명?”
“물 어디까지?”
“빠져나오는 길 있어?”
대답을 듣고 결정했다.
내가 모든 걸 직접 볼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물이 내려간 다음 날 마렉이 자기 밭을 봤다.
48화에서 망가졌던 그 밭.
이번에는 일부만 잠겼다.
그가 말했다.
“전보다 낫네.”
나는 웃었다.
“그 말 좋아하네.”
“완벽하다고 하면 거짓말이잖아.”
테멘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복구를 시작했다.
나는 진흙을 나르려 했다.
어떤 사람이 막았다.
“당신은 저쪽 가봐.”
“왜.”
“사람들이 또 물어봐.”
“뭘.”
그가 웃었다.
“다.”
나는 중앙 쪽으로 갔다.
정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벽부터 세울지.
공용 곡물을 얼마나 풀지.
젖은 집 사람을 어디에 재울지.
나는 순간 뒤돌아가고 싶었다.
테멘에게 맡기고.
아렘에게.
누구에게든.
그런데 이미 몇 달 동안 내가 자꾸 답했다.
사람들은 그 습관을 배웠다.
나는 말했다.
“한 명씩.”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그날 해가 질 때까지 문제를 들었다.
다 해결하지 못했다.
몇 개는 내일로 미뤘다.
예전의 나는 미루는 걸 실패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피곤한 상태에서 틀린 결정을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밤에 돌아와 짐 매듭을 풀었다.
하나.
둘.
셋.
완전히 풀지는 않았다.
푸른 펜던트를 손에 쥐었다.
네라가 있었다면 뭐라고 했을까.
‘또 남네.’
아마 그랬을 것 같았다.
정확한지는 모른다.
나는 혼자 웃었다.
다음 날 테멘이 문 앞에 왔다.
그 뒤로 두 사람.
그리고 아이 하나.
아이가 말했다.
“아버지가 물어보래.”
나는 문틀에 기대었다.
“뭘.”
“물이요.”
테멘이 웃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들어와.”
이번에는 내가 먼저 안쪽에 자리를 만들었다.
그날 저녁 나는 내가 쓰던 공간으로 돌아갔다.
벽 쪽에 여전히 묶여 있는 짐이 있었다.
칼.
도구.
여분의 옷.
언제든 떠날 수 있게.
나는 한참 봤다.
그다음 매듭 하나를 풀었다.
칼을 벽에 걸었다.
물주머니를 선반에 올렸다.
아버지 칼도 꺼냈다.
푸른 펜던트는 목에 그대로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문을 열었을 때 테멘이 서 있었다.
“왜.”
내가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물길.”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침부터?”
테멘이 뒤를 가리켰다.
사람 둘이 더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문을 더 열었다.
“들어와.”
그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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