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9화 — 자기 밭에서 먹는 사람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물길은 다음 계절에 조금 나아졌다.
완벽하지 않았다.
그게 중요했다.
어떤 밭은 전보다 좋아졌다.
어떤 밭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어떤 사람은 자기 몫이 줄었다고 불평했다.
나는 처음에는 그 불평이 싫었다.
“전체적으로 나아졌잖아.”
내가 말했다.
테멘이 웃었다.
“전체가 밥 먹어?”
“무슨 뜻이야.”
“사람은 자기 밭에서 먹지.”
“그래도 다 같이 사는 거잖아.”
“배고픈 사람한테 전체 이야기 해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 말도 싫었다.
그리고 맞았다.
우리는 다시 조정했다.
물 쓰는 순서.
막을 수 있는 시간.
비가 적을 때와 많을 때.
사람들은 자기 몫을 표시하고 싶어 했다.
테멘은 기억하면 된다고 했다.
아렘은 표식을 남기자고 했다.
나는 아렘 쪽에 가까웠다.
기억은 틀린다.
이미 너무 많이 경험했다.
작은 표시를 만들었다.
어느 집이 어느 시간에 물을 쓰는지.
모두 읽는 문자는 아니었다.
그래도 약속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됐다.
어느 날 두 사람이 싸웠다.
한쪽은 상대가 자기 시간보다 오래 물을 썼다고 했다.
다른 쪽은 아니라고 했다.
둘 다 나를 찾아왔다.
“왜 나한테.”
내가 물었다.
“당신이 정했잖아.”
“테멘이랑 같이 했어.”
둘이 동시에 테멘을 봤다.
테멘이 말했다.
“나는 늙어서 귀 안 들려.”
거짓말이었다.
나는 그를 노려봤다.
결국 셋이 물길까지 갔다.
흙에 남은 흔적을 보고,
주변 사람 이야기를 들었다.
한쪽이 조금 더 오래 쓴 게 맞았다.
나는 다음번 그 집 사용시간을 줄이자고 했다.
그 사람이 화를 냈다.
“왜.”
“약속 어겼잖아.”
“내 밭 말랐어.”
“다른 밭도.”
“내 가족 굶으면 당신이 먹여?”
말문이 막혔다.
테멘이 옆에서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전체가 밥 먹냐고.”
나는 그를 노려봤다.
결국 처벌만으로 끝내지 않았다.
그 집 밭이 유독 물을 못 받는 이유를 다시 봤다.
작은 지형 문제도 있었다.
물길 일부를 손봤다.
약속 어긴 일은 그대로 인정시켰다.
그 과정은 훨씬 오래 걸렸다.
그날부터 사람들이 물 문제 말고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창고.
가축.
거래.
도둑.
누가 빌린 걸 안 돌려줬다는 일.
나는 처음에는 다 거절하려 했다.
“그건 나랑 상관없어.”
“그래도 생각 좀 말해줘.”
“왜.”
“물 문제 잘했잖아.”
48화의 실패를 기억하는 나는 그 말이 웃겼다.
“잘한 것만 봤어?”
“망가뜨린 것도 봤지.”
상대가 말했다.
“그래도 고쳤잖아.”
그 말이 이상했다.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게 아니었다.
도망가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 같았다.
실수하고도 남아서 수습하는 사람.
나는 작은 모임에 불려갔다.
처음에는 물 이야기만 들을 줄 알았다.
곡물 저장 위치.
최근 도둑.
외지인 거래.
겨울 준비.
질문이 계속됐다.
나는 듣기만 했다.
그러다 한 사람이 물었다.
“당신 생각은?”
나는 대답했다.
다음 문제.
또 물었다.
또 대답했다.
사람들이 다른 문제까지 가져오기 시작하자 나는 테멘에게 물었다.
“왜 나한테 와.”
“대답해주니까.”
“당신도 해.”
“나는 물만 해.”
“왜.”
“그것도 많아.”
나는 그 태도가 부러웠다.
자기 범위를 정하는 사람.
나는 잘 못했다.
누가 문제를 가져오면 해결법이 보이는 순간 입이 먼저 움직였다.
어느 날 가축 소유 문제를 들고 두 사람이 찾아왔다.
둘 다 자기 염소라고 했다.
표식이 지워져 있었다.
“테멘한테 가.”
내가 말했다.
테멘이 옆에서 바로 말했다.
“내가 왜.”
결국 셋이 앉았다.
한 사람은 자기 염소가 특정 소리에 반응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은 어릴 때부터 다리에 작은 흉터가 있다고 했다.
확인했다.
둘 다 맞았다.
더 어려워졌다.
주변 사람에게 물었다.
누군가 그 염소가 며칠 전 어느 무리와 같이 있는 걸 봤다고 했다.
말이 엇갈렸다.
나는 짜증이 났다.
“둘이 반씩 가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봤다.
염소를 반으로 나눌 수는 있었다.
죽이면.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
테멘이 웃었다.
“좋은 생각이네.”
“조용히 해.”
결국 하루 더 기다렸다.
염소를 풀어놨다.
저녁이 되자 한 집 우리 쪽으로 스스로 갔다.
완벽한 증거는 아니었다.
그래도 한쪽이 포기했다.
이 사건 뒤 사람들이 내가 판단을 잘한다고 소문냈다.
나는 황당했다.
“염소가 했잖아.”
아렘이 말했다.
“기다리자고 한 건 너지.”
나는 그 말을 기억했다.
결정하지 않는 것도 결정일 수 있었다.
또 다른 문제는 도둑이었다.
창고에서 작은 양이 계속 사라졌다.
아렘은 외지인 탓을 했다.
나는 길 위에서 외지인으로 의심받던 기분을 알고 있었다.
“봤어?”
“아니.”
“그럼 왜.”
“외지인이 많아졌잖아.”
나는 증거 없이는 아무도 잡지 말자고 했다.
아렘은 불만이었다.
밤에 창고 근처를 지켜봤다.
범인은 정착지 안 사람이었다.
젊은 남자.
가족 먹일 곡물이 부족했다.
그를 잡고 나서 더 어려워졌다.
아렘은 내쫓자고 했다.
테멘은 갚게 하자고 했다.
마렉은 한동안 공동 일에 더 참여시키자고 했다.
나는 셋의 말을 들었다.
예전의 나라면 하나를 바로 골랐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 젊은 남자에게도 물었다.
“왜 말 안 했어.”
그가 대답했다.
“달라고 하면 안 줄까 봐.”
창고가 있는데 사람이 굶어서 훔쳤다.
그건 도둑 개인의 문제이면서,
저장 방식의 문제이기도 했다.
우리는 곡물을 돌려받는 대신 그가 일정 기간 일을 하게 했다.
가족에게는 최소량을 남겼다.
아렘은 너무 약하다고 했다.
테멘은 너무 복잡하다고 했다.
나는 둘 다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그 방식으로 끝났다.
며칠 뒤 누군가 또 다른 분쟁을 가져왔다.
나는 말했다.
“이제 진짜 그만.”
상대가 물었다.
“그럼 누구한테 가.”
나는 테멘을 봤다.
그가 바로 시선을 피했다.
아렘을 봤다.
그도.
그 순간 알았다.
사람들은 ‘정답을 아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앉아서 듣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게 생각보다 위험한 자리라는 것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그 무렵부터 나는 하루가 끝나면 작은 메모 비슷한 표식을 남겼다.
누가 왔는지.
무슨 문제였는지.
결정을 했는지 미뤘는지.
완전한 문장은 아니었다.
기호와 이름 일부.
아렘이 보고 말했다.
“창고 장부 흉내네.”
“더 나아.”
“왜.”
“사람 문제도 적잖아.”
그가 웃었다.
“그게 더 위험한 거 아냐?”
“왜.”
“사람이 알면 싫어할 텐데.”
나는 멈췄다.
맞았다.
기록은 기억을 돕지만,
누군가에게는 감시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나는 사람들 사적인 이야기는 줄이고,
약속과 물건과 날짜에 가까운 것만 남기기로 했다.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일도 권력이 될 수 있다는 걸 아주 조금 느꼈다.
그날 밤 아렘이 말했다.
“떠날 생각이었지?”
“왜.”
“처음 왔을 때 그런 얼굴이었어.”
“무슨 얼굴.”
“짐 풀 생각 없는 얼굴.”
나는 웃었다.
“요즘은?”
그가 내 집 비슷한 공간을 봤다.
짐은 아직 대부분 묶여 있었다.
“아직 반쯤.”
“그게 뭐야.”
아렘이 곡물 한 줌을 집어 입에 넣었다.
“좀 더 있어.”
“왜.”
“쓸모 있잖아.”
말이 예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신이 축복했다거나,
특별하다거나,
늙지 않는다거나.
그런 말이 아니었다.
쓸모 있다.
지금 여기에서.
나는 그날 짐 하나를 풀었다.
여분의 천을 꺼내 벽 쪽에 걸었다.
아렘이 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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