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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8화 — 내가 틀렸다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48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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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험은 잘됐다.

그게 문제였다.

물을 잠깐 모았다가 나누는 구조는 예상대로 움직였다.

아래쪽 밭에도 물이 조금 더 갔다.

위쪽 밭은 크게 손해 보지 않았다.

사람들이 구경하러 왔다.

“외지인 머리 좋네.”

누군가 말했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아주 좋았다.

테멘은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내가 물었다.

“뭐가.”

“잘됐잖아.”

“작은 건.”

“큰 데도 하면 되지.”

그가 나를 봤다.

“벌써?”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되는 거 봤잖아.”

“작은 데서.”

“물은 똑같아.”

“또 그 말.”

나는 그를 무시했다.

몇 사람이 더 큰 구간도 바꾸자고 했다.

아래쪽 밭 사람들은 특히 좋아했다.

물을 더 받을 수 있으니까.

나는 계획을 그렸다.

정확한 도면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흙 위에 선.

돌 위치.

물길.

고향에서 본 방식도 섞었다.

거기서는 비슷한 둑이 잘 버텼다.

테멘이 말했다.

“여기 흙 다르다.”

“알아.”

“비 오면 무거워져.”

“그래서 돌 더 넣잖아.”

“물 올라오는 속도도 달라.”

나는 짜증을 냈다.

“그럼 평생 아무것도 안 바꿔?”

테멘이 조용해졌다.

그 침묵을 나는 동의로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하면 오만했다.

공사는 시작됐다.

사람들이 노동을 냈다.

흙을 팠다.

돌을 옮겼다.

나는 여기저기 지시했다.

처음 며칠은 잘됐다.

물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이 내게 고맙다고 했다.

아렘은 농담했다.

“이제 창고 일 안 해도 되겠네.”

나는 웃었다.

비가 왔다.

처음에는 반가웠다.

물이 차오르는 걸 보려고 밖에 나갔다.

테멘도 있었다.

그는 둑 한쪽을 오래 봤다.

“저기.”

“왜.”

“너무 빨라.”

물이 예상보다 빨리 불었다.

흙이 젖었다.

돌 사이로 작은 물길이 생겼다.

나는 막으라고 했다.

사람들이 흙을 가져왔다.

잠깐 괜찮아졌다.

그다음 둑 한쪽이 무너졌다.

소리는 크지 않았다.

낮고 무거운 소리.

물이 한꺼번에 옆으로 쏟아졌다.

사람들이 소리쳤다.

밭 하나가 바로 잠겼다.

다른 쪽 흙벽도 무너졌다.

나는 뛰었다.

돌을 옮겼다.

사람들을 불렀다.

소용없었다.

그날 막을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비가 그친 뒤 밭 하나는 거의 망가져 있었다.

곡물이 쓰러졌다.

흙이 쓸려갔다.

주인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나는 설명하려 했다.

“비가 예상보다—”

테멘이 나를 봤다.

나는 말을 바꿨다.

“흙이.”

또 멈췄다.

공사한 사람 하나가 말했다.

“저쪽을 더 단단히 했으면.”

나는 바로 대답했다.

“그래서 내가 돌 더 넣으라고 했잖아.”

그 말을 하는 순간 테멘 표정이 바뀌었다.

“당신이 하자고 했잖아.”

조용했다.

나는 화가 났다.

“나 혼자 했어?”

“아니.”

“그럼 왜.”

테멘이 말했다.

“결정은 당신이 했지.”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이 싫었다.

너무 맞아서.

밤이 됐다.

나는 망가진 밭으로 다시 갔다.

물이 빠진 진흙이 발에 붙었다.

망가진 곡물이 눕혀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 큰물을 떠올렸다.

아버지.

어머니.

무너진 집.

그때는 자연이 망가뜨렸다.

이번에는 내가 손을 댔다.

물론 비가 왔다.

흙이 약했다.

사람들도 공사했다.

그래도 시작한 것은 나였다.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 혼자 한 거 없어.

성공할 때는 그 말을 싫어했다.

실패하니 더 싫었다.

망가진 밭의 주인은 마렉이라는 남자였다고 기록해두자.

[추정]

이름의 소리는 정확하지 않다.

그에게는 아이 셋이 있었다.

내 실패가 ‘밭 하나 망가졌다’는 말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그날 저녁 그의 집 앞에 갔을 때 가족이 젖은 곡물을 골라내고 있었다.

쓸 수 있는 것.

버릴 것.

아이 하나가 나를 보자 안으로 들어갔다.

마렉은 아무 말도 안 했다.

내가 먼저 말했다.

“미안하다.”

그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들었어.”

“복구할게.”

“밭은 복구하지.”

그가 나를 봤다.

“이번 계절은?”

나는 답을 못 했다.

곡물은 다음 계절에 다시 자라지만,

이번 수확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처음으로 피해를 시간으로 생각했다.

흙을 다시 쌓는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 가족이 몇 달 먹을 것이 줄었다.

나는 아렘에게 갔다.

“곡물 빌릴 수 있어?”

“얼마.”

말했다.

아렘이 눈을 크게 떴다.

“왜.”

설명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네가 갚을 거야?”

“응.”

“어떻게.”

“일해서.”

아렘은 나를 오래 봤다.

“진짜 여기 남겠네.”

“이거 갚을 때까지.”

그는 곡물을 빌려줬다.

공짜는 아니었다.

나는 창고 일을 더 했다.

마렉은 처음에는 받지 않으려 했다.

“동정 필요 없어.”

“동정 아니야.”

“그럼.”

“내가 망가뜨렸잖아.”

그는 결국 받았다.

조건을 붙였다.

“다음 공사는 내가 들어가서 본다.”

“왜.”

“내 밭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 물길을 다시 만들 때 마렉도 같이 있었다.

그는 기술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기 땅을 나보다 잘 알았다.

어디가 늘 먼저 젖는지.

어디는 겉만 마르는지.

어느 곳에 가축이 자주 밟는지.

그 정보가 설계보다 중요할 때도 있었다.

테멘은 일부러 내 앞에서 마렉에게 물었다.

“여기 어때.”

나는 기분이 나빴다.

곧 그 감정이 부끄러웠다.

왜 내가 중심이어야 하는가.

내가 시작했기 때문에?

내가 아이디어를 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원한다면 누가 맞는지가 더 중요했다.

새 구조는 전보다 단순했다.

화려하지 않았다.

물을 덜 모았다.

넘치는 길을 더 넓혔다.

효율은 조금 떨어졌다.

대신 버텼다.

첫 비가 왔을 때 나는 밤에 나가 확인했다.

테멘도.

마렉도.

물이 예상대로 흘렀다.

아무도 환호하지 않았다.

그냥 서서 봤다.

마렉이 말했다.

“이번엔 괜찮겠네.”

그 말이 성공했다는 칭찬보다 좋았다.

나는 그 뒤에도 아렘에게 빌린 곡물을 갚기 위해 한동안 창고 일을 했다.

사람들은 물길을 고친 사람이라고 불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망가뜨린 사람이기도 하다.

둘 다 맞았다.

이 경험 덕분에 훗날 누군가 내 성공만 이야기하면 불편해졌다.

적어도 한동안은.

다음 날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했다.

“내가 틀렸다.”

조용했다.

누군가는 내가 변명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크게 하면 될 줄 알았어.”

나는 망가진 밭 주인을 봤다.

“복구할 때 내가 먼저 일할게.”

그는 한참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터 다시 팠다.

이번에는 테멘에게 먼저 물었다.

“어디부터.”

그가 나를 봤다.

“왜 나한테.”

“당신이 여기 더 오래 봤잖아.”

그는 웃지 않았다.

“이제야.”

우리는 흙을 만졌다.

물이 언제 늘어나는지 물었다.

오래 산 사람들 이야기도 들었다.

어느 해에 어디가 무너졌는지.

어디 땅은 겉으로 단단해 보여도 젖으면 내려앉는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누가 어느 밭을 쓰는지.

누가 물을 먼저 가져가면 왜 싸움이 나는지.

공사를 하면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이익을 보는지.

그 모든 것이 물길이었다.

며칠 뒤 아렘이 말했다.

“전보다 말 적어졌네.”

“좋잖아.”

“아니. 이상해.”

나는 그를 무시했다.

테멘이 옆에서 말했다.

“조금 사람 됐지.”

나는 욕했다.

그는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그 실패는 오래 남았다.

내가 경험이 많다는 것과,

이곳에서 맞는 답을 안다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그 사실을 나는 이후에도 몇 번이나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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