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7화 — 물이 모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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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지는 강 가까이에 있었지만 물이 부족했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다.
강이 있는데 왜.
며칠 지켜보니 이유가 보였다.
물이 있다는 것과,
필요한 때 필요한 곳까지 물이 간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위쪽 밭이 먼저 가져갔다.
아래쪽은 마른 날이 많았다.
좁은 물길은 쉽게 막혔다.
누가 밤에 흙을 쌓아 자기 밭 쪽으로 돌리면 다음 날 다른 사람이 허물었다.
싸움이 자주 났다.
“네가 막았잖아.”
“원래 여기로 오는 물이야.”
“거짓말.”
욕.
밀침.
가끔 주먹.
나는 처음에는 구경만 했다.
고향에서도 비슷한 일을 봤다.
그 점이 문제였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내가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저쪽을 조금 낮추면.”
사람들이 나를 봤다.
“뭐?”
나는 물길을 가리켰다.
“여기서 너무 막아. 조금 좁히고 아래로 더 보내면 돼.”
나이 든 남자가 말했다.
“당신이 뭘 알아.”
맞는 말이었다.
나는 이곳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기분이 나빴다.
“물 흐르는 건 똑같지.”
노인이 코웃음 쳤다.
“땅은 안 똑같아.”
그가 바로 테멘이었다.
이 이름 역시 지금 내가 기억하는 소리에 맞춰 적는 것이다.
테멘은 물길을 오래 관리해온 사람이었다.
정확한 직책 같은 것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사람들이 물 문제 생기면 부르는 노인.
그는 나를 처음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외지인이 며칠 보고 다 아네.”
나는 화가 났다.
“해보면 알잖아.”
“망하면?”
“고치면 되지.”
테멘이 나를 쳐다봤다.
“남의 밭인데?”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날 밤 나는 혼자 물길을 걸었다.
테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가 맞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
높낮이.
흙 상태.
물이 빠지는 방향.
밭 위치.
밤이라 정확히 보기 어려웠다.
다음 날 다시 갔다.
내가 처음 말한 방법대로 했다면 한쪽 밭은 오히려 더 물이 적어졌을 것이다.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테멘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나를 보더니 말했다.
“해봤어?”
“뭘.”
“혼자 걸어봤냐고.”
“아니.”
“거짓말 못하네.”
나는 그가 싫어졌다.
며칠 더 봤다.
아이들이 작은 물길에서 진흙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물을 손으로 막았다가 놓았다.
한 아이가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거기서 두 방향으로 흘려보냈다.
나는 쪼그리고 앉아 봤다.
아이들이 나를 이상하게 봤다.
“뭐 해?”
“봐.”
“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을 멀리 끌어오기보다,
중간에서 잠깐 모았다가 나누는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아렘 창고에서 작은 판과 진흙을 가져왔다.
모형을 만들었다.
돌.
흙.
작은 물길.
물을 부었다.
무너졌다.
다시.
또 무너졌다.
아렘 아들이 옆에서 웃었다.
“못하네.”
“조용히 해.”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쯤에 원하는 모양이 나왔다.
나는 테멘을 불렀다.
그는 모형을 오래 봤다.
“이거 누가 생각했어.”
“내가.”
아이가 옆에서 말했다.
“내가 했어.”
나는 아이를 노려봤다.
테멘이 처음으로 웃었다.
“둘이 했네.”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설명했다.
중간에 물을 조금 모으고,
넘치는 양은 다시 본 물길로 돌린다.
한쪽이 전부 가져가지 못하게 한다.
테멘은 손가락으로 진흙을 조금 무너뜨렸다.
“여기 터져.”
“더 단단히 하면.”
“비 많이 오면.”
“넘치는 길 만들고.”
그는 또 다른 곳을 가리켰다.
질문이 계속됐다.
나는 처음에는 짜증났지만,
답하다 보니 내가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 보였다.
테멘은 마지막에 말했다.
“작게 해보자.”
“왜 작게.”
그가 나를 봤다.
“남의 밭이라고 했지.”
나는 입을 다물었다.
시험할 밭의 주인을 찾아갔다.
설명했다.
그는 물었다.
“망하면?”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같이 복구할게.”
그가 한참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시작했다.
내 경험이 다른 사람의 삶에 다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적어도,
먼저 물었다.
◆테멘을 따라 물길을 처음 제대로 걸은 날은 반나절이 넘게 걸렸다.
그는 늙었지만 걸음이 느리지 않았다.
나는 처음에 몇 번 앞서갔다.
그가 말했다.
“그렇게 빨리 가서 뭘 봐.”
나는 속도를 줄였다.
그는 흙을 손으로 집었다.
문질렀다.
냄새도 맡았다.
“뭐 해.”
“봐.”
“보고 있잖아.”
“손으로.”
나는 따라 했다.
겉으로 비슷해 보이는 흙도 물을 머금는 느낌이 달랐다.
한쪽은 쉽게 뭉쳤다.
다른 쪽은 손가락 사이로 부서졌다.
“이건 둑 만들기 나빠.”
테멘이 말했다.
“왜.”
“비 오면 내려가.”
“돌 넣으면.”
“돌만 있으면 땅이 아니지.”
그는 계속 걸었다.
밭마다 주인이 달랐다.
어떤 곳은 여러 가족이 같이 썼다.
어떤 물길은 누구도 자기 것이라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손을 댔다.
나는 물리적인 구조만 보다가 사람 관계를 보기 시작했다.
“저쪽 막으면 여기 좋아지잖아.”
내가 말했다.
테멘이 물었다.
“저쪽 누구 밭인지 알아?”
“아니.”
“그럼 먼저 알아.”
“물이랑 무슨 상관.”
그는 멈춰 나를 봤다.
“물이 사람 밭으로 가는데.”
나는 입을 다물었다.
고향에서도 비슷했을 것이다.
다만 나는 가족과 이웃 관계를 이미 알고 살아서 ‘사회’를 따로 의식하지 않았다.
외지인이 되니 모든 것이 새로 보였다.
테멘은 사람 이름도 많이 알았다.
누가 누구와 싸웠는지.
누가 어느 집과 혼인했는지.
어느 집이 지난 가뭄 때 남에게 물을 양보했는지.
“그걸 왜 알아.”
내가 물었다.
“물 나누려면 알아야지.”
나는 이해하기 시작했다.
공정한 기준만 세운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어제 물을 양보한 사람이 오늘 먼저 받을 수도 있고,
지난번 약속을 어긴 집은 감시가 필요했다.
기억이 제도였다.
문제는 테멘이 죽으면 그 기억도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당신 없으면 누가 해.”
내가 물었다.
테멘이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놈.”
“다 알아?”
“모르겠지.”
나는 그 말을 싫어했다.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하지만 무엇을.
물 사용 시간만?
가족 관계까지?
사람들의 신뢰까지 어떻게 적을 수 있을까.
테멘은 어느 날 나를 자기 집 비슷한 곳으로 불렀다.
벽에는 오래된 막대기 몇 개가 기대어 있었다.
각각 눈금 같은 흠집이 있었다.
“이게 뭐야.”
“물.”
나는 하나를 들었다.
“물이 왜 막대기에 있어.”
테멘이 밖으로 나가 강가에 꽂아 보였다.
물이 어디까지 왔는지 표시한 것이었다.
해마다 같은 막대를 쓴 건 아니었다.
그래도 대략 비교할 수 있었다.
“기록이네.”
내가 말했다.
테멘은 어깨를 으쓱했다.
“기억 못 하니까.”
나는 웃었다.
“당신도?”
“내가 뭐 신이냐.”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테멘에게는 그냥 농담이었다.
나는 막대기의 오래된 흠집을 손으로 만졌다.
사람 기억 대신 남은 표시.
단순했다.
그래서 강했다.
그날부터 나도 물높이와 공사 결과를 더 자주 표시하기 시작했다.
머릿속 경험만 믿지 않고 밖에 남기는 습관.
훗날 기록과 행정에 집착하게 되는 시작 중 하나였다.
그날 저녁 모형을 다시 만들었다.
아렘의 아들이 옆에서 놀았다.
테멘은 내가 실패할 때마다 어디가 왜 무너지는지 묻기만 했다.
답을 바로 주지 않았다.
“알면 말해주면 되잖아.”
“네가 하잖아.”
“같이 하자며.”
“같이 보는 거지.”
나는 그가 정말 싫었다.
그래도 다음 날 또 불렀다.
그는 또 왔다.
그게 테멘과 내 관계의 시작이었다.
서로 좋아해서가 아니라,
서로 없는 부분이 보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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