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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6화 — 사람이 많은 곳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46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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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부상 뒤 나는 혼자 다니는 시간을 줄였다.

몸은 회복됐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이 있는 곳은 귀찮았다.

질문.

소문.

갈등.

그래도 사람이 없는 곳보다 안전할 때가 많았다.

특히 다쳤을 때는.

길을 오래 따라가다 강이 넓어지는 곳에서 큰 정착지를 봤다.

내가 자란 곳보다 훨씬 컸다.

집이 많았다.

낮은 흙벽이 이어졌다.

창고 같은 건물도 있었다.

가축 냄새와 연기 냄새가 섞였다.

물건을 옮기는 사람.

곡물을 재는 사람.

아이.

외지인.

서로 다른 말을 쓰는 사람.

처음에는 시끄러워서 머리가 아팠다.

나는 며칠만 머물 생각이었다.

몸 상태도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먹을 것과 새 물주머니가 필요했다.

일거리를 찾았다.

짐을 나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내 몸이 강하다는 걸 숨기기 위해 일부러 남들 속도에 맞췄다.

그전에는 그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제는 사람 눈에 띄는 게 싫었다.

창고에서 일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지인 둘이 싸우는 걸 봤다.

나는 최근 배운 말을 조금 알아들었다.

중간에서 뜻을 전했다.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도 싸움이 줄었다.

그걸 본 상인 하나가 나를 불렀다.

“그 말도 알아?”

“조금.”

“저쪽 말은?”

“더 조금.”

그가 웃었다.

“없는 것보다 낫네.”

그는 나를 며칠 고용했다.

곡물 자루를 세고,

외지인에게 값을 전하고,

필요하면 짐도 옮겼다.

나는 그 남자를 지금 아렘이라고 적겠다.

[추정]

실제 소리가 정확히 같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아렘은 말이 많았다.

사람을 보면 출신부터 물었다.

“어디서 왔어?”

“강 위쪽.”

“어디.”

“멀리.”

“얼마나.”

“많이.”

그는 답답해했다.

“가족은?”

나는 잠깐 멈췄다.

“예전에 있었어.”

아렘은 이번에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그럼 오래 일해도 되겠네.”

“왜.”

“집에 돌아가라고 하는 사람 없잖아.”

그 말이 기분 나빴다.

그렇다고 틀리지도 않았다.

아렘은 계산에 밝았다.

글을 현대적 의미로 썼다고 말하기 어려운 시대였지만,

표식과 수량을 관리하는 방식이 있었다.

그는 곡물 자루를 그냥 눈으로 기억하지 않았다.

작은 표식을 남겼다.

몇 개가 들어오고,

몇 개가 나갔는지.

나는 그 방식을 유심히 봤다.

아렘이 말했다.

“왜.”

“이렇게 하면 안 잊어?”

“덜 잊지.”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아렘에게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이는 창고에 자주 왔다.

일은 안 하고 방해를 많이 했다.

내가 자루를 쌓으면 사이로 기어들어갔다.

“나와.”

“왜.”

“무너져.”

“안 무너져.”

조금 뒤 하나가 쓰러졌다.

아렘이 소리쳤다.

나는 웃었다.

사무가 어릴 때 생각났다.

그날 저녁 처음으로 이곳에서 조금 편하다고 느꼈다.

사람이 많아서 오히려 아무도 나를 자세히 보지 않았다.

나는 그냥 외지인 노동자였다.

말을 조금 하는 사람.

힘이 좀 좋은 사람.

그 이상이 아니었다.

그게 좋았다.

아렘의 창고는 정착지에서 냄새가 가장 복잡한 곳 중 하나였다.

곡물.

마른 흙.

가죽끈.

사람 땀.

가끔 쥐.

아렘은 쥐를 제일 싫어했다.

“사람 도둑은 잡으면 되는데 저건 작아.”

그는 작은 구멍을 발견하면 바로 막았다.

곡물 자루 아래에는 받침을 뒀다.

바닥 습기가 올라오지 않게.

나는 고향에서도 저장을 봤지만 규모가 달랐다.

많이 모이면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한 자루가 상하면 그 자루만 버리면 됐다.

여러 자루가 붙어 있으면 곰팡이와 벌레가 퍼졌다.

아렘은 매일 일부를 확인했다.

“다 외우는 거야?”

내가 물었다.

“못 외워.”

그는 작은 표식을 보여줬다.

“이걸 보지.”

나는 그 방법을 좋아했다.

내 기억보다 물건에 맡기는 방식.

그 무렵 나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관찰했다.

누가 누구에게 먼저 인사하는지.

누가 시장에서 좋은 자리를 쓰는지.

어느 가족이 물을 더 쉽게 얻는지.

정착지는 고향보다 컸고,

사람이 많다는 건 규칙이 더 많다는 뜻이었다.

규칙 중 일부는 말로 정해져 있었다.

일부는 그냥 모두가 알고 있었다.

외지인인 나는 후자를 자주 놓쳤다.

어느 날 창고 앞에 짐을 내려놨다가 누군가가 화를 냈다.

그 자리는 특정 집이 물건을 내리는 자리라고 했다.

“표시 없잖아.”

내가 말했다.

상대가 어이없어했다.

“다 아는데.”

나는 몰랐다.

아렘이 나중에 말했다.

“여기 오래 있으면 알아.”

“얼마나.”

“오래.”

그 말이 묘하게 들렸다.

나는 사람들보다 ‘오래’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었다.

아렘의 아들은 나를 좋아했다.

내가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이었다.

고향 이야기는 잘 안 했다.

대신 길 이야기.

바람.

도둑.

다른 말.

아이는 눈을 크게 떴다.

“사람 죽였어?”

“아니.”

“왜.”

“안 죽여도 됐으니까.”

그는 실망했다.

아이들은 전투 이야기에 더 재미를 느꼈다.

나는 일부러 과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망친 이야기를 했다.

아렘이 옆에서 웃었다.

“영웅 되긴 글렀네.”

“되고 싶다 한 적 없어.”

“다행이네.”

그 말이 나중에 자주 떠오른다.

나는 정말 영웅이 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이때는.

어느 저녁 아렘이 창고 문을 닫으며 말했다.

“여기 사람들 네 이름 어려워해.”

“알아.”

“그냥 다른 걸 쓰지.”

“이미 다른 건데.”

“원래 이름도 따로 있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렘은 나를 봤다.

“도망자야?”

“아니.”

“빚?”

“없어.”

“사람 죽였어?”

“아니.”

“그럼 됐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사람은 모든 과거를 알아야 같이 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렘에게 나는 지금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면 충분했다.

나는 그곳에 조금 더 머물기로 했다.

‘조금’이라는 말을 여전히 자주 썼다.

정착지에는 시장 비슷한 날이 있었다.

평소보다 외지인이 많이 들어왔다.

천막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가림막 아래 물건을 펼쳤다.

곡물.

말린 생선.

가죽.

돌도구.

금속 조각.

장식.

냄새와 소리가 뒤섞였다.

나는 처음 며칠 그곳을 돌아다니기만 했다.

물건보다 사람을 봤다.

같은 물건도 사람에 따라 값이 달랐다.

말투.

친분.

급한 정도.

아렘이 말했다.

“값은 물건에만 붙는 게 아니야.”

“그럼.”

“누가 사고 누가 파는지에도.”

나는 그게 불공평하다고 했다.

아렘은 웃었다.

“세상 처음 봐?”

나는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실제로는 처음 보는 세상에 가까웠다.

고향에서도 거래는 했지만 관계가 좁았다.

여기서는 모르는 사람끼리도 값을 정했다.

나는 통역을 하면서 작은 실수를 여러 번 했다.

숫자를 하나 잘못 전해 거래가 깨질 뻔했다.

상대가 화를 냈다.

나는 바로 인정했다.

“내가 잘못 들었어.”

아렘은 나중에 말했다.

“예전 같으면 변명했을 것 같은 얼굴인데.”

“내 예전을 어떻게 알아.”

“지금 얼굴 보면 알아.”

나는 웃었다.

실패를 인정하는 일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48화에서 더 크게 배울 일이 남아 있었지만.

며칠이 몇 주가 됐다.

나는 짐을 완전히 풀지는 않았다.

항상 일부는 묶어뒀다.

아렘이 어느 날 그걸 보고 말했다.

“도망갈 사람 짐이네.”

“무슨 뜻.”

“사는 사람은 저렇게 안 둬.”

“내가 뭘 하든.”

그는 웃었다.

“떠날 거야?”

나는 정착지 밖 강을 봤다.

“아마.”

언제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나도 몰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곳은 길 위의 또 하나의 잠자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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