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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5화 — 돌이 떨어진 날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45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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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정말 이상하다고 인정하게 된 사건은 길 위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 전에도 알고 있었다.

열병에서 너무 빨리 일어났다.

깊은 상처가 흔적도 거의 남기지 않았다.

나이를 먹는 속도도 달랐다.

그래도 설명을 붙일 수 있었다.

운.

체질.

집안.

조금 느린 노화.

돌이 떨어진 날 이후에는 그 설명이 부족해졌다.

비가 며칠 온 뒤였다.

길이 미끄러웠다.

강을 바로 따라가면 돌아가야 해서 낮은 비탈을 넘어가는 길을 택했다.

누군가 다니는 길이었다.

발자국도 있었다.

그래서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위에서 작은 돌 하나가 굴러왔다.

발로 피했다.

조금 뒤 더 큰 돌.

이번에는 옆으로 움직였다.

세 번째는 보지 못했다.

소리만 들었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

그다음 기억이 없다.

[기억]

눈을 떴을 때 얼굴 한쪽이 흙에 닿아 있었다.

숨을 들이마시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소리를 내려고 했다.

작은 신음만 나왔다.

등과 다리 위에 돌과 흙이 얹혀 있었다.

완전히 매몰된 것은 아니었다.

그게 내가 살아남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오른팔은 움직였다.

왼팔은 처음에 감각이 없었다.

다리를 움직이자 통증이 올라왔다.

머리에서 피가 흘러 눈 옆으로 굳어 있었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사람!”

내 말이 어느 언어였는지도 모른다.

고향 말이었을 수도 있다.

최근 배운 말이었을 수도.

대답은 없었다.

한참 누워 있었다.

해가 보이는 각도가 바뀌었다.

목이 말랐다.

물주머니는 손에 닿지 않았다.

그 사실이 제일 무서웠다.

죽는 것보다 먼저 물 생각을 했다.

몸을 빼려고 했다.

돌을 밀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통증 때문에 정신이 끊겼다.

얼마 뒤 깼다.

해가 더 낮았다.

나는 그때 처음 다른 공포를 느꼈다.

혹시 죽지 않으면?

그 생각은 이상했다.

몸은 죽을 것처럼 아팠다.

그런데 내가 정말 죽지 않는다면,

여기에서 계속 살아 있으면?

돌 밑.

움직일 수 없음.

물 없음.

나는 그 순간 불멸을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죽을 수 있는 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돌을 밀었다.

이번에는 몸을 조금 비틀 수 있었다.

피부가 벗겨졌다.

다리에서 뜨거운 통증이 올라왔다.

상관없었다.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결국 어깨 한쪽이 빠져나왔다.

그다음 몸.

마지막으로 다리를 당겼다.

비명을 질렀다.

다리 모양이 이상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러졌거나 심하게 손상됐을 것이다.

갈비뼈도 몇 개는 부러졌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뼈 이름과 손상 정도를 알 방법이 없었다.

나는 기었다.

물주머니를 찾았다.

찢어져 있었다.

바닥에 젖은 흔적만 남았다.

웃음이 나왔다.

웃자 갈비뼈가 아파 다시 신음했다.

낮은 곳으로 내려가면 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기어갔다.

몇 걸음.

쉼.

몇 걸음.

다시.

해가 지기 전에 작은 물웅덩이를 찾았다.

깨끗하지 않았다.

그래도 마셨다.

토했다.

다시 마셨다.

그 뒤 며칠은 기억이 조각나 있다.

[추정]

나는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열이 올랐다.

숨을 쉴 때마다 아팠다.

한 번은 비가 와서 물을 받을 수 있었다.

먹을 것은 조금 남아 있었다.

씹기조차 힘들었다.

나는 펜던트를 손에 쥐고 네라를 생각했다.

사무.

이라.

부모.

그때는 모두 죽은 사람들이 먼저 떠올랐다.

살아 있는 후손보다.

이상한 일이었다.

‘결국 죽는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두렵기도 했고,

안도되기도 했다.

드디어 다른 사람과 같아지는구나.

잠들었다.

깨어났다.

또 잠들었다.

어느 날 숨을 들이마셨는데 전날보다 덜 아팠다.

다리를 움직였다.

통증은 있었지만 움직였다.

며칠 뒤 상체를 세웠다.

처음에는 바로 쓰러졌다.

다시.

이번에는 조금 오래 버텼다.

상처는 닫히고 있었다.

머리의 피도 멈췄다.

붓기도 줄었다.

나는 믿고 싶지 않았다.

한참 뒤 일어섰다.

벽이나 나무를 잡지 않고는 못 섰다.

그래도 섰다.

몇 주 뒤 걸었다.

절뚝거렸지만.

그다음 더 걸었다.

시간이 지나자 절뚝거림도 줄었다.

나는 상처를 만졌다.

흉터는 있었지만 점점 옅어졌다.

그 정도 부상을 당한 사람이 다 이렇게 회복하는지 나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 비교할 경험이 충분했다.

아니었다.

나는 길가에 앉아 오래 생각했다.

나는 죽지 않는가?

그 말은 여전히 너무 컸다.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한 번 살아남았다고 영원히 산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결론을 골랐다.

나는 잘 죽지 않는다.

그 정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웠다.

특히 돌 밑에 갇혀 있던 시간을 떠올리면.

나는 그날 이후 죽음보다 갇히는 일을 더 무서워하게 됐다.

불.

물.

무너진 건물.

깊은 구덩이.

나중에는 감옥.

살아남는 몸이 있다면,

움직이지 못한 채 살아남는 것이 가장 나쁜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 생각을 안고 나는 다시 길을 걸었다.

예전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회복은 한 번에 오지 않았다.

하루 좋아졌다가 다음 날 다시 열이 났다.

다리를 딛고 두 걸음 걸은 날에는 너무 기뻤다.

세 번째 걸음에서 쓰러졌다.

나는 흙을 주먹으로 쳤다.

“왜.”

누구에게 묻는지도 몰랐다.

몸은 이상할 만큼 빨리 낫고 있었는데,

내 기대는 그보다 더 빨랐다.

물을 구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기어서 갈 수 있는 거리 안에 있어야 했다.

비가 오면 가죽과 천을 펼쳐 물을 받았다.

해가 뜨면 작은 그늘을 만들었다.

먹을 것은 곧 바닥났다.

처음 며칠은 몸이 아파 배고픔도 잘 느끼지 못했다.

회복되기 시작하자 배고픔이 더 무서워졌다.

나는 벌레도 먹었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뿌리를 조금씩 씹었다.

잘못 먹고 토한 적도 있다.

그때 알았다.

상처가 빨리 낫는 몸도 굶주림을 없애주지는 않는다.

나는 여전히 물과 음식이 필요했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안심됐다.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어느 날 멀리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쳤다.

대답이 왔다.

두 남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나를 보고 놀랐다.

“여기서 뭐 해?”

나는 위쪽 비탈을 가리켰다.

말이 잘 안 통했다.

그래도 다친 사람이라는 건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물을 줬다.

한 명은 내 다리를 봤다.

“부러졌어.”

정확한 단어는 달랐겠지만 뜻은 그랬다.

“알아.”

나는 말했다.

그들은 가까운 작은 숙영지까지 나를 데려갔다.

혼자였으면 회복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못 했을 수도 있다.

그 차이를 나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은 내가 며칠 만에 일어나는 걸 보고 이상해했다.

첫날에는 누워 있던 외지인.

며칠 뒤 앉음.

그다음 걸음.

한 여자가 물었다.

“원래 이렇게 빨리 나아?”

“몰라.”

거짓말이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알았다.

그녀는 상처를 살폈다.

“이상하네.”

나는 몸을 가렸다.

“좋은 거지.”

“그렇지.”

그녀는 더 캐묻지 않았다.

나는 안도했다.

사람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남의 이상함에 오래 관심을 두지 않을 때도 있었다.

자기 일이 더 바쁘니까.

회복되는 동안 나는 숙영지 일을 조금씩 도왔다.

앉아서 끈을 꼬았다.

작은 도구를 수리했다.

걷기 시작한 뒤에는 물을 옮겼다.

받은 도움을 갚고 싶었다.

한 남자가 말했다.

“다 낫고 가.”

나는 대답했다.

“거의 나았어.”

그는 내 걸음을 봤다.

아직 절뚝거렸다.

“거의?”

나는 웃었다.

“조금 남았어.”

몇 주 뒤 정말 떠날 수 있을 때가 왔다.

사람들은 내가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하며 놀랐다.

나도 놀랐다.

다리의 통증은 거의 없었다.

가슴도.

피부의 상처는 이미 많이 줄었다.

나는 떠나기 전 비탈 쪽을 한번 봤다.

다시 그 길로 가지 않았다.

먼 길을 택했다.

예전의 나라면 지름길을 고집했을 것이다.

한 번 실패한 길을 다시 이겨보고 싶어서.

이번에는 아니었다.

살아남는 데 자존심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 사고 뒤로 나는 높은 곳을 지날 때 위를 더 많이 봤다.

강을 건널 때 빠져나올 길을 먼저 봤다.

잠잘 때도 무너질 수 있는 벽 아래는 피했다.

사람들은 나중에 내가 겁이 없다고 생각했다.

반대였다.

아주 오래 살아남은 사람은 두려움이 적은 게 아니라,

두려워해야 할 목록이 길어진 사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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