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3화 — 다른 말로 화내는 사람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기억]
처음 다른 언어 때문에 얻어맞을 뻔한 날이 있었다.
정착지는 작았지만 길목에 있었다.
사람이 많이 오갔다.
냄새부터 달랐다.
말린 생선 비슷한 냄새.
기름.
가죽.
연기.
우리 고향에서는 자주 맡지 못하던 향이 섞여 있었다.
나는 며칠 전부터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물을 뜻하는 말.
먹을 것.
잠자리.
값.
길.
그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안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음식을 파는 남자 앞에서 배운 말을 사용했다.
그가 얼굴을 굳혔다.
나는 발음이 안 좋았나 싶어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주변 사람들까지 조용해졌다.
남자가 천천히 일어섰다.
나는 값을 너무 깎았다고 생각했다.
손바닥을 펴 보였다.
“아니. 음식.”
다시 같은 단어를 썼다.
남자의 얼굴이 더 굳었다.
그가 내 가슴을 밀었다.
반사적으로 손목을 잡았다.
세게 잡지는 않았다.
그래도 분위기는 바로 싸움 쪽으로 갔다.
남자의 친구들이 가까이 왔다.
나도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뒤에서 여자가 웃었다.
크게.
너무 크게 웃어서 모두 그녀를 봤다.
젊은 여자였다.
머리에 천을 두르고 있었고,
한 손에는 곡물 자루를 들고 있었다.
그녀가 내가 쓴 단어를 따라 했다.
사람들이 다시 웃었다.
음식 파는 남자까지 화난 얼굴로 웃었다.
나는 영문을 몰랐다.
여자는 손짓으로 설명했다.
내가 음식을 달라고 한 게 아니었다.
정확히 무슨 뜻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모름]
다만 그 남자의 아내나 가족에 관한 꽤 무례한 표현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남자에게 사과했다.
이번에는 손짓으로.
그는 나를 한번 노려보고 앉았다.
싸움은 끝났다.
나는 그날 두 가지를 배웠다.
말을 조금 아는 사람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웃음이 싸움을 끝낼 때도 있다는 것.
그 젊은 여자는 다음 날에도 나를 보면 내가 틀린 단어를 일부러 말했다.
나는 싫어했다.
“그만.”
내가 그들의 말로 말했다.
그녀가 웃었다.
“그 말은 맞네.”
그 정도는 알아들었다.
나는 며칠 더 그곳에 머물렀다.
이유 중 하나는 언어였다.
그 여자는 내가 물건을 옮기는 일을 도와주면 말을 알려줬다.
정확히 스승과 학생은 아니었다.
그녀도 내가 왜 그렇게 집요하게 묻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건?”
“그건.”
“저건?”
“저건.”
“왜 이건 끝소리가 달라.”
그녀가 머리를 짚었다.
“그냥 그래.”
“왜.”
“몰라.”
나는 답답했다.
그녀는 더 답답해했다.
“당신은 말할 줄 알면 됐지 왜 다 알아야 해?”
네라가 했던 말과 비슷했다.
나는 잠깐 웃었다.
“왜 웃어.”
“아는 사람이 생각나서.”
“여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 표정을 보고 더 묻지 않았다.
나는 듣는 데 빠르게 익숙해졌다.
같은 말을 여러 사람이 다르게 발음하는 것도 알았다.
노인과 아이.
이곳 사람과 외지인.
말은 하나가 아니었다.
나는 처음에는 단어를 외웠다.
조금 지나서는 문장 전체의 리듬을 들었다.
누가 화났는지.
누가 농담하는지.
말을 못 알아도 감정은 먼저 들렸다.
그녀가 어느 날 말했다.
“당신은 귀가 좋네.”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머리가 좋다는 말보다.
언어는 입보다 귀에서 먼저 시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며칠 뒤 나는 장터에서 작은 통역 비슷한 일을 했다.
서로 다른 말을 쓰는 두 사람이 값을 두고 싸우고 있었다.
나는 양쪽 말을 완벽히 못했다.
그래도 숫자와 물건 이름은 알았다.
한쪽이 말한 값을 다른 쪽에 전했다.
상대가 화를 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알고 보니 단위를 잘못 이해했다.
사람들이 웃었다.
나는 얼굴을 감쌌다.
그 젊은 여자가 멀리서 소리쳤다.
“귀 좋다며!”
나는 욕했다.
그녀는 더 크게 웃었다.
그날 거래는 결국 성사됐다.
나는 작은 음식 조각을 대가로 받았다.
처음으로 말이 노동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손으로 짐을 들지 않아도 값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이 신기했다.
떠나는 날 여자가 물었다.
“이제 어디 가?”
“강 아래.”
“거긴 말 또 달라.”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웃었다.
“가서 또 누구 아내 욕하지 마.”
나는 대답 대신 손을 흔들었다.
그 뒤로 새로운 곳에 가면 먼저 들었다.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조금 더 들었다.
이 습관은 오래 살아남았다.
칼보다 여러 번 나를 살렸다.
◆그 정착지에서는 말뿐 아니라 행동도 몇 번 틀렸다.
물을 받을 때 그릇을 내미는 방식.
누구보다 먼저 먹는 게 무례한 자리.
반대로 오래 사양하면 상대를 의심한다고 받아들이는 거래.
나는 말을 배우면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틀렸다.
어느 날 젊은 여자가 작은 식사 자리에 나를 데려갔다.
사람들이 음식을 가운데 두었다.
나는 배가 고파 바로 손을 뻗었다.
그녀가 내 손등을 쳤다.
“왜.”
주변 사람이 웃었다.
가장 나이 든 사람이 먼저 손을 대고 나서야 다른 사람들이 먹었다.
“말해주면 되잖아.”
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답했다.
“보면 알잖아.”
“처음인데 어떻게 알아.”
“그러니까 봐.”
그 말 뒤로 나는 새로운 곳에 가면 입뿐 아니라 손을 더 늦게 움직였다.
누가 먼저 앉는지.
누가 말을 시작하는지.
어떤 물건은 어느 손으로 주는지.
사람은 규칙을 말로 다 설명하지 않는다.
그 규칙을 모르고도 살아온 외지인이 가장 쉽게 실수한다.
그녀와 나는 어느 날 단어 하나를 두고 오래 다퉜다.
나는 같은 물건에 두 단어를 쓰는 이유를 물었다.
“이건 이 말이라며.”
“저 사람들은 저 말 써.”
“왜.”
“다른 데서 왔으니까.”
“그럼 어느 게 맞아.”
그녀가 짜증냈다.
“둘 다.”
나는 그 답이 싫었다.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려야 편했다.
그녀는 말했다.
“당신은 왜 말에도 왕을 만들려고 해?”
“무슨 뜻.”
“하나만 맞다고 하잖아.”
나는 웃었다.
“왕이 뭔지는 알아?”
그녀가 나를 이상하게 봤다.
당시 그 지역에서 ‘왕’에 해당하는 개념과 내가 지금 쓰는 단어는 정확히 같지 않았을 것이다.
[추정]
지금의 언어로 옮기면 그런 의미였다.
그녀는 말을 배우는 내 방식도 바꿨다.
단어를 하나씩 외우는 대신 상황을 같이 기억했다.
물을 달라.
물을 줘도 되냐.
물이 어디 있냐.
물값이 얼마냐.
같은 ‘물’도 문장 안에서 달랐다.
나는 밤마다 작은 표시를 남겼다.
소리와 의미를 기억하기 위한 것.
완전한 문자는 아니었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표식.
며칠 뒤 내가 쓴 걸 다시 봤다.
몇 개는 뜻을 잊었다.
그녀가 보더니 웃었다.
“왜 적어.”
“잊으니까.”
“귀 좋다며.”
“귀랑 기억은 달라.”
그녀는 잠깐 진지해졌다.
“당신도 잊어?”
그 질문이 이상했다.
“당연하지.”
“왠지 안 잊을 것 같아서.”
“왜.”
“말 너무 빨리 배우니까.”
나는 웃었다.
그때는 누군가 나를 특별하게 보는 말이 싫지만은 않았다.
칭찬 같았으니까.
훗날 그 감각이 얼마나 위험해지는지 아직 몰랐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가 내 발음을 고쳐줬다.
나는 일부러 예전에 실수한 무례한 단어를 말했다.
그녀가 손을 들었다.
나는 피했다.
둘 다 웃었다.
“이제 맞게 말해.”
“알아.”
“진짜?”
나는 음식 이름을 정확히 말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사람 하나는 안 맞겠네.”
그렇게 헤어졌다.
이름은 또 희미하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내게 남긴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곳에서는 먼저 듣고,
그다음 보고,
마지막에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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