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2화 — 길의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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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는 가치가 달라졌다.
집에서는 많이 가진 사람이 편했다.
길에서는 적게 가진 사람이 빨랐다.
나는 처음 떠날 때 꽤 가볍게 짐을 꾸렸다고 생각했다.
며칠 만에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칼.
옷.
물.
말린 음식.
작은 그릇.
도구 몇 개.
아버지 것이라고 믿는 오래된 칼.
끈.
천.
쓸모 있을 것 같아 챙긴 작은 물건.
하나씩 보면 별것 아니었다.
전부 들고 하루 종일 걸으면 달랐다.
어깨가 눌렸다.
허리가 아팠다.
발바닥이 갈라졌다.
집에서는 필요 없는 물건을 한쪽에 두면 됐다.
길에서는 필요 없는 물건도 계속 몸에 달라붙었다.
사흘째 작은 그릇 하나를 다른 물건과 바꿨다.
다음에는 여분의 도구.
또 다음에는 천 일부.
버리기는 아까웠다.
그래서 필요한 것과 바꿨다.
말린 음식.
더 좋은 끈.
물을 덜 새게 담을 수 있는 가죽 주머니.
그리고 정보.
처음에는 정보에 물건을 주는 게 아까웠다.
“저쪽 길에 물 있어?”
내가 물었다.
남자가 말했다.
“있지.”
“어디.”
그가 손을 내밀었다.
“뭐.”
“공짜로?”
나는 어이가 없었다.
결국 말린 음식 조금을 줬다.
그는 길을 알려줬다.
실제로 물이 있었다.
며칠 뒤에는 반대로 내가 길 정보를 팔았다.
그때 이해했다.
보이지 않는 것도 짐을 줄여준다.
잘못된 길 하루를 걷지 않게 해주는 말은 음식보다 값질 수 있었다.
어느 날 네 사람과 함께 걷게 됐다.
세 명은 물건을 옮기는 사람들이었고,
한 명은 그들과 함께 다니는 젊은 남자였다.
그들이 무슨 관계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가족일 수도,
고용된 사람일 수도 있다.
젊은 남자는 내 짐을 보자마자 웃었다.
“처음이지?”
“뭐가.”
“멀리 가는 거.”
“아닌데.”
거짓말이었다.
고향 바깥을 다닌 적은 있었지만,
돌아갈 날짜 없이 떠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내 물주머니를 가리켰다.
“그거 그렇게 매면 샌다.”
“안 새.”
다음 날 샜다.
물을 절반 가까이 잃었다.
그 남자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내 주머니를 봤다.
표정이 너무 즐거워서 화가 났다.
“웃지 마.”
“안 웃었어.”
“얼굴이 웃잖아.”
그는 결국 줄을 다시 묶어줬다.
매듭 방식이 달랐다.
주머니가 몸에 덜 부딪혔다.
그날부터 나는 그가 하는 걸 유심히 봤다.
짐을 묶는 순서.
밤에 바람을 등지고 불 피울 자리 찾는 법.
물을 마시는 양.
그는 반대로 내게 흔적 보는 법을 물었다.
어느 날 길 옆의 자국을 보고 내가 말했다.
“가축 지나갔어.”
“사람도?”
“있었어.”
“몇 명.”
“몰라.”
그는 웃었다.
“다 아는 건 아니네.”
“당연하지.”
그와는 말을 많이 했다.
이름도 들었을 것이다.
기억나지 않는다.
그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얼굴은 조금 남아 있다.
앞니 하나가 다른 이보다 약간 앞으로 나왔고,
물을 마실 때 꼭 두 번에 나눠 삼켰다.
이름만 없다.
기억은 중요도를 따르지 않는다.
우리는 열흘 조금 넘게 같이 걸었을 것이다.
어느 날 모래 섞인 바람이 불었다.
그들은 천으로 얼굴을 가렸다.
나는 준비가 늦었다.
입 안이 모래로 가득했다.
젊은 남자가 또 웃었다.
“멀리 다녀봤다며.”
“조용히 해.”
그날 밤은 네 사람이 서로 아주 가까이 붙어 잤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낯선 사람과 그렇게 가까이 자는 게 이상했지만,
길에서는 체면보다 체온과 바람막이가 중요했다.
다음 날 날씨가 좋아졌다.
우리는 다시 걸었다.
갈림길에서 그들과 헤어졌다.
그들은 오른쪽.
나는 강 쪽.
젊은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살아 있으면 또 보자.”
나도 손을 흔들었다.
“너도.”
다시 보지 못했다.
당시에는 특별한 이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길에서 만난 사람은 대부분 그런 식으로 사라졌다.
이름을 묻고,
밥을 나누고,
몇 밤 같이 자고,
다른 방향으로 간다.
처음에는 그게 서운했다.
나중에는 편해졌다.
서로의 과거를 다 알 필요도 없고,
미래를 약속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고향에서는 관계가 뿌리였다.
길에서는 관계가 그늘 같았다.
필요할 때 잠깐 쉬고,
다시 걸으면 됐다.
다만 그날 밤 혼자 불을 피울 때,
그가 묶어준 물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매듭을 손가락으로 한번 눌렀다.
사람은 떠나도 배운 건 남았다.
◆그들과 함께 걷는 동안 길의 규칙을 더 배웠다.
물을 발견했다고 바로 많이 마시지 않는 것.
발이 아프다고 멈추기 전에 신발 비슷한 가죽부터 확인하는 것.
해가 가장 뜨거울 때는 걷는 양을 줄이는 것.
밤이 춥다면 불보다 바람을 먼저 막는 것.
나는 사냥과 강가 생활은 익숙했지만 장거리 이동은 초보였다.
젊은 남자가 그걸 즐겼다.
“또 처음이지?”
“뭐가.”
“발.”
내 발뒤꿈치가 벗겨져 있었다.
“별거 아니야.”
“내일 걸어봐.”
다음 날 별거였다.
한 걸음마다 아팠다.
그가 가죽 조각을 잘라 받쳐줬다.
나는 고맙다고 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말 안 해도 알아.”
“뭘.”
“고마운 거.”
“아닌데.”
“그럼 돌려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웃었다.
그 무리에는 나이 든 여자도 한 명 있었다.
처음에는 짐만 관리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실제로는 길을 가장 잘 알았다.
어느 날 사람들이 오른쪽 길로 가려는데 그녀가 반대했다.
“저쪽 물 없어.”
젊은 남자가 말했다.
“지난번엔 있었어.”
“지금은 말랐어.”
“어떻게 알아.”
여자가 하늘을 보고,
풀을 보고,
지나온 길의 가축 흔적을 봤다.
“저쪽에서 오는 무리가 물을 안 싣고 왔잖아.”
나는 그제야 알아챘다.
길 정보는 표지판이 아니라 사람과 짐에도 있었다.
우리는 왼쪽으로 갔다.
조금 돌아갔지만 물이 있었다.
나는 여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다 기억해.”
“다 안 기억해.”
“그럼.”
“바뀐 걸 봐.”
그 말이 좋았다.
지도처럼 외우는 게 아니라 변화까지 보는 것.
나는 이후 길을 배울 때 장소보다 징후를 더 봤다.
또 하나 배운 것은 냄새였다.
사람이 많이 지나간 길.
가축이 머문 자리.
썩은 물.
비 온 흙.
밤에 바람 방향이 바뀌면 냄새도 바뀌었다.
내 세계가 넓어질수록 눈보다 코와 귀가 더 중요해졌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짐 일부를 잃어버렸다.
작은 천 꾸러미였다.
모두 길을 되짚었다.
젊은 남자가 짜증냈다.
“그냥 가.”
짐 주인은 거절했다.
“중요해.”
“뭔데.”
“내 거.”
그 이유만으로 충분했다.
우리는 반나절을 돌아가 결국 찾았다.
나는 속으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푸른 펜던트를 생각했다.
누가 내게 그것 때문에 반나절 돌아가겠냐고 물으면,
나는 하루라도 돌아갔을 것이다.
사람마다 짐의 무게는 몸무게와 다르다는 걸 알았다.
갈림길에서 헤어질 때 젊은 남자가 내 물주머니 매듭을 한번 당겨봤다.
“이번엔 안 새겠네.”
“내가 다시 묶었어.”
“내 방식으로.”
“이제 내 방식이지.”
그가 웃었다.
“도둑.”
“길에서 배운 건 주인 없어.”
그 말은 내가 했다.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네.”
서로 손을 들었다.
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걷고 나서야 이름을 한번 중얼거려보려 했다.
이미 정확하지 않았다.
놀랐다.
열흘 넘게 같이 있었는데.
나는 길가에 서서 몇 번 기억하려 했다.
소리 두 개가 떠올랐다.
둘 중 어느 것이 맞는지 몰랐다.
결국 포기했다.
이름은 사라졌지만 매듭은 남았다.
그게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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