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6화 — 아들이 죽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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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부모가 자식의 죽음을 보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 말이 생긴 이유를 나는 안다.
사무는 아주 오래 살았다.
당시 기준으로는 특히 그랬다.
정확한 나이를 숫자로 말하는 건 어렵다.
그러나 그와 같은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은 거의 남지 않았다.
그는 손자와 증손자를 봤다.
머리는 거의 하얗게 되었다.
걸음은 느렸다.
마지막 몇 달은 거의 누워 있었다.
나는 곁에 있었다.
사무가 나를 볼 때마다 웃었다.
“아버지는 진짜 그대로네.”
어느 날 말했다.
“싫어?”
“조금.”
나는 손을 잡았다.
사무의 손은 내 아버지의 마지막 손과 닮아 있었다.
“미안하다.”
내가 말했다.
사무가 인상을 썼다.
“뭐가.”
“그냥.”
“그냥 미안한 건 없어.”
“네가 먼저 늙어서.”
사무가 잠시 나를 봤다.
“아버지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그래도.”
“그 말은 내가 해야지.”
“왜.”
“내가 먼저 가니까.”
그는 숨을 고르며 웃었다.
“아버지 혼자 두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무가 말했다.
“이라 아직 있잖아.”
“응.”
“그다음엔 가.”
“응.”
“진짜.”
“응.”
사무가 눈을 감았다.
잠든 줄 알았다.
한참 뒤 다시 말했다.
“아버지.”
“왜.”
“다음에 아들 낳으면 너무 오래 키우지 마.”
나는 웃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귀찮아.”
그게 마지막 농담이었다.
사무는 그날 밤 죽었다.
나는 울었다.
이번에는 바로 울었다.
아버지의 장례보다,
어머니의 장례보다,
네라의 죽음보다 더 크게 울었던 것 같다.
확신할 수 없다.
슬픔은 비교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다만 그날 처음 알았다.
나는 자녀보다 오래 사는 부모가 되었다.
그리고 그건 어떤 승리도 아니었다.
◆사무가 죽기 전 며칠 동안 사람들은 계속 찾아왔다.
그가 오래 살았기 때문이다.
손자.
증손자.
친구의 자식들.
예전에 같이 일한 사람.
사무는 지쳐도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그게 싫었다.
“쉬어.”
“저 사람들 왔잖아.”
“내일 와도 돼.”
“내일 내가 없으면?”
나는 화가 났다.
사무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했네.”
“뭘.”
“죽는 얘기.”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무가 손짓했다.
가까이 가니 내 손을 잡았다.
“아버지.”
“응.”
“나는 아버지랑 살아서 좋았어.”
그 말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나도.”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
“뭘.”
“먼저 가는 거.”
나는 울지 않으려고 했다.
사무가 웃었다.
“아버지는 울면 이상해.”
“왜.”
“얼굴은 젊은데 우는 건 늙은 사람 같아.”
“무슨 소리야.”
사무는 숨이 차서 오래 웃지 못했다.
조금 뒤 아주 작게 말했다.
“엄마한테 내가 잘 컸다고 해.”
나는 바로 대답했다.
“당신이 직접 해.”
사무는 눈을 감았다.
“그러면 좋겠네.”
그 말 뒤로 대화는 길지 않았다.
사무가 죽었을 때 나는 손을 놓지 못했다.
부모 때와 똑같이.
네라 때와도.
나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사람처럼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사람은 죽으면 손부터 차가워졌다.
나는 그 변화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매번 기다렸다.
혹시 이번에는 다를까.
한 번쯤 돌아오지 않을까.
그런 일은 없었다.
사무가 죽은 뒤 장례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사람들 얼굴을 잘 보지 못했다.
모두 사무를 알고 있었다.
각자 다른 사무를.
어떤 사람은 좋은 이웃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고집 세다고 했다.
누군가는 돈 빌려주고 안 재촉한 일을 말했다.
누군가는 싸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사무를 아들로만 알고 있었다.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네라 때와 똑같았다.
사람이 내 관계 안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
장례 뒤 손자가 내게 와 말했다.
“할아버지.”
이번에는 누구를 부르는지 잠깐 헷갈렸다.
나였다.
“왜.”
“아버지 지팡이.”
사무가 쓰던 지팡이.
그의 아들이 들고 있었다.
“이거 가져가실래요?”
나는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아버지.
사무.
이제 그 지팡이는 두 사람의 시간이었다.
“네가 가져.”
“왜요.”
“네가 만든 건 아니지만.”
나는 웃었다.
“네 할아버지가 만들었고, 네 아버지가 썼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팡이는 다시 다음 손으로 갔다.
나는 그걸 보며 조금 편해졌다.
모든 것을 내가 들고 갈 필요는 없었다.
어떤 기억은 다른 사람이 들고 가도 됐다.
사무 장례 뒤 그의 집에 사람들이 계속 찾아왔다.
한 젊은 남자가 나에게 말했다.
“사무 어르신한테 빚이 있습니다.”
나는 무슨 뜻인지 물었다.
곡물을 빌린 적이 있다고 했다.
“갚으러 왔어요.”
나는 사무 아들에게 물었다.
그는 기록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가 그냥 준 걸 수도 있어요.”
젊은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빌린 겁니다.”
결국 그는 곡물을 가져왔다.
사무 아들이 절반만 받았다.
나머지는 돌려줬다.
“아버지가 살아 있으면 이렇게 했을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놀랐다.
사무의 판단이 사람들 안에 남아 있었다.
그가 직접 명령하지 않아도.
죽은 뒤에도.
그날 밤 나는 생각했다.
좋은 삶은 사람이 사라진 뒤 다른 사람이 비슷한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그건 왕이나 법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일이었다.
하지만 오래 갈 수 있었다.
나는 사무에게 배운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
사무가 죽은 날 밤 나는 그의 집 밖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안에서 자고 있었다.
울다 지친 아이들.
어른들.
나는 들어가지 못했다.
네라 죽던 날과 비슷한 공기가 있었다.
한 손자가 나와 앉았다.
아주 오래된 침묵 끝에 그가 물었다.
“증조할아버지는 안 주무세요?”
나는 웃었다.
“안 졸려.”
“아버지도 마지막까지 증조할아버지 얘기 했어요.”
“뭐라고.”
“말 안 듣는다고.”
나는 크게 웃었다.
눈물이 같이 났다.
손자가 당황했다.
“왜요.”
“맞아서.”
“뭐가요.”
“내가 말 안 듣는 거.”
그 아이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같이 웃었다.
사무는 죽고도 나를 혼내고 있었다.
그 사실이 좋았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사무 없는 미래를 아주 조금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무 장례가 끝난 뒤 나는 그의 손자들과 잠깐 앉았다.
그중 하나가 물었다.
“증조할아버지는 아버지 어릴 때부터 지금 얼굴이었어요?”
질문은 단순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아이들은 서로를 봤다.
“그럼 아버지가 늙는 거 다 봤네요.”
“응.”
“무서웠어요?”
나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응.”
그 아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버지는 증조할아버지 안 무서워했어요.”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사무가 나를 두려워한 적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 몸을 이상하게 생각했고,
자기가 먼저 죽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결국 나를 ‘아버지’로 먼저 기억했다.
그 사실이 고마웠다.
나는 아이들에게 사무 어릴 때 이야기를 몇 가지 해줬다.
도구 훔친 일.
사냥 따라오겠다고 고집부린 일.
내 말을 안 들은 일.
아이들은 웃었다.
사무가 죽은 날 저녁에 웃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사무가 죽음 하나로만 남지 않았으니까.
그는 오래 살아서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나는 그중 일부를 기억하고 있었고,
이 아이들은 또 자기 방식으로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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