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5화 — 사무의 마지막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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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가 마지막으로 사냥을 가자고 한 날이 있었다.
나는 말렸다.
“걷기도 힘들면서.”
“갈 수 있어.”
“왜 굳이.”
“아버지랑 가고 싶어서.”
그 말이면 충분했다.
우리는 둘만 갔다.
예전처럼 멀리 가지 않았다.
사무는 지팡이를 짚었다.
내 아버지가 생각났다.
발을 내딛는 방식까지 비슷했다.
나는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사무가 말했다.
“더 빨리 가도 돼.”
“싫어.”
“옛날에는 맨날 앞서갔잖아.”
“그래서 혼났어.”
“엄마한테?”
“응.”
사무가 웃었다.
우리는 사냥감을 거의 찾지 못했다.
사무가 작은 흔적을 가리켰다.
“저기.”
나는 봤다.
“오래된 거야.”
“알아.”
“왜 말해.”
“아는 척하려고.”
나는 웃었다.
점심 무렵 나무 그늘에 앉았다.
사무가 물을 마셨다.
“아버지.”
“응.”
“나 어릴 때 기억나?”
“많이.”
“뭐가.”
나는 몇 가지를 말했다.
도구를 훔친 일.
열이 났던 일.
강에서 빠진 일.
사무가 웃었다.
“그건 이라야.”
나는 멈췄다.
“뭐?”
“강에 빠진 건 이라.”
나는 확신했다.
사무였다.
“아닌데.”
“이라 맞아.”
사무가 웃었다.
“아버지도 이제 기억 틀리네.”
나는 반박하려 했다.
그런데 확신이 흔들렸다.
장면은 선명했다.
어린아이.
젖은 머리.
내가 끌어올렸다.
그게 사무인지 이라인지 얼굴이 없었다.
사무가 말했다.
“괜찮아.”
나는 그 말을 싫어했다.
“뭐가 괜찮아.”
“잊어도 된다고.”
“너까지 그러냐.”
“이라가 그 말 했어?”
“응.”
사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는 한참 말없이 앉아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사무가 말했다.
“오늘 아무것도 못 잡았네.”
“네가 느려서.”
“아버지가 못 찾아서.”
우리는 계속 싸웠다.
아주 오래전처럼.
그날이 우리가 같이 간 마지막 사냥이었다.
◆사무와 마지막 사냥을 나간 날 우리는 처음부터 사냥감을 잡을 생각이 별로 없었다.
사무도 알았다.
나는 더 잘 알았다.
그냥 길을 같이 걷고 싶었다.
사무는 지팡이를 짚었다.
아버지의 지팡이였다.
그걸 보는 순간 세 사람이 겹쳤다.
아버지.
젊은 사무.
지금의 사무.
“왜.”
사무가 물었다.
“지팡이.”
“좋지.”
“할아버지 거였는데.”
“내가 만들었잖아.”
“그랬지.”
사무가 웃었다.
“결국 내 거네.”
우리는 천천히 걸었다.
중간에 쉬었다.
사무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아버지.”
“응.”
“나 어릴 때 아버지가 제일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어.”
“왜.”
“맨날 혼냈잖아.”
“네가 말을 안 들었지.”
“엄마가 더 무서웠어.”
우리는 웃었다.
“근데 지금은.”
사무가 말했다.
“아버지 불쌍해.”
나는 바로 화를 냈다.
“뭐가.”
“혼자 남을 것 같아서.”
“아직 안 남았어.”
“곧.”
“사무.”
“알아. 죽는 얘기 싫어하지.”
나는 돌을 던졌다.
사무가 말했다.
“나는 아버지 생각보다 괜찮아.”
“왜 다들 괜찮대.”
“진짜 괜찮으니까.”
그는 하늘을 봤다.
“많이 살았어.”
“더 살 수 있잖아.”
“그러면 좋고.”
사무가 웃었다.
“안 되면 할 수 없고.”
나는 그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사무가 말했다.
“아버지는 끝이 없는 게 익숙해졌나 봐.”
그 말은 정확했다.
나는 끝을 생각하면 화가 났다.
사무는 끝이 있다는 전제로 살았다.
같은 삶인데 구조가 달랐다.
돌아오는 길에 사무가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이번에는 내가 맞췄다.
그날 사냥감은 하나도 없었다.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자 사무가 말했다.
“다음에는 진짜 뭐 하나 잡자.”
나는 대답했다.
“네가 빨리 걸으면.”
사무가 욕했다.
사무와 사냥에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조금 왔다.
사무는 비를 싫어했다.
어릴 때도.
“빨리 가.”
그가 말했다.
“누가 급하대.”
“비 맞잖아.”
“조금인데.”
“아버지는 안 늙어서 감기도 안 무섭지.”
농담이었다.
나는 바로 대답했다.
“병 걸려.”
“빨리 낫잖아.”
“아픈 건 똑같아.”
사무가 웃었다.
“그건 알아.”
우리는 나무 아래 잠깐 섰다.
빗물이 잎에서 떨어졌다.
사무가 손을 내밀었다.
“이거 기억나?”
“뭐.”
“어릴 때 비 오면 엄마가 우리 둘 다 집에 잡아넣었잖아.”
“너만.”
“아버지도.”
나는 기억이 없었다.
“아닌데.”
“맞아.”
또 기억이 달랐다.
사무가 말했다.
“아버지는 자기 멋있는 것만 기억하는 거 아냐?”
“무슨 소리야.”
“혼나고 넘어진 건 다 이라래.”
나는 욕했다.
사무는 크게 웃었다.
기침이 나와 잠깐 멈췄다.
나는 바로 쳐다봤다.
사무가 눈을 흘겼다.
“또 장례 얼굴.”
“기침했잖아.”
“비 맞아서.”
그는 일부러 크게 숨 쉬었다.
“살아 있어.”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날 비 냄새와 사무 웃음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목소리 전체는 흐려졌는데,
그날 웃음의 리듬은 조금 남아 있다.
기억은 정말 공평하지 않다.
사냥에서 돌아온 뒤 사무는 며칠 동안 피곤해했다.
나는 바로 걱정했다.
“병원”—그 시대에는 그런 말을 쓸 수 없지만, 치료를 잘 보는 사람에게 데려가자고 했다.
사무가 거절했다.
“그냥 늙어서 그래.”
“늙어서 피곤한 게 어디 있어.”
사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가 그걸 어떻게 알아.”
말문이 막혔다.
맞았다.
나는 늙어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이 늙는 걸 수십 년 봤지만,
몸으로 늙는 감각은 몰랐다.
사무가 말했다.
“다리 아픈 것도, 숨 차는 것도, 자고 일어나도 피곤한 것도.”
그는 자기 몸을 가리켰다.
“아버지는 몰라.”
나는 인정하기 싫었다.
오래 살았는데 모르는 게 더 늘었다.
사무가 웃었다.
“부럽지?”
“아픈 게?”
“아니. 내가 아버지 모르는 거 아는 거.”
나는 욕했다.
사무는 만족한 얼굴이었다.
그 대화 덕분에 조금 편해졌다.
사무가 늙는 일은 내가 실패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해도 사무가 자기 몸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저 옆에 있으면 됐다.
사냥 뒤 사무가 며칠 쉬는 동안 나는 그의 집 일을 조금 도왔다.
이번에는 허락을 먼저 물었다.
“도와줄까.”
사무가 웃었다.
“이라가 교육 잘했네.”
“필요 없어?”
“있어.”
우리는 곡물을 옮겼다.
사무는 옆에서 지시했다.
예전 같으면 내가 지시했을 것이다.
이 역할 변화가 이상했지만 싫지는 않았다.
사무가 말했다.
“아버지.”
“응.”
“나 죽으면 우리 애들 일까지 다 하지 마.”
“왜.”
“그 애들도 자기 방식 있어.”
나는 한숨을 쉬었다.
“다들 똑같은 말 하네.”
“아버지가 못 알아들으니까 계속 하는 거지.”
그 말이 너무 가족 같아서 웃었다.
나는 약속했다.
“필요하면 도울게.”
“물어보고.”
“알았어.”
사무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우리 마지막 몇 달 동안 자주 반복된 대화였다.
내가 도와주려 하고,
사무가 경계를 정하고,
결국 조금씩 서로 맞추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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