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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32화 — 장례

세상이 이름을 갖기 전에 · 32 / 37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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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라의 장례에는 사람이 많이 왔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았다.

우리와 오래 알고 지낸 사람.

사무의 친구.

이라의 가족.

손자들의 친구.

내가 이름도 모르는 젊은 사람들.

네라는 나보다 훨씬 평범하게 살았다.

왕도 아니었고,

전쟁을 이긴 적도 없었고,

멀리 여행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녀를 아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그 사실이 좋았다.

그리고 조금 부끄러웠다.

내가 네라의 삶을 ‘내 아내의 삶’으로만 생각한 적이 많았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사람들은 네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가 모르는 네라.

어떤 아이가 아팠을 때 먹을 것을 가져다준 네라.

젊은 여자가 출산할 때 밤새 곁에 있었던 네라.

사무와 싸운 이웃에게 먼저 사과하라고 한 네라.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네라가 있었다.

이라는 울었다.

사무도 울었다.

나는 거의 울지 않았다.

이미 전날 너무 많이 울어서라고 생각했다.

장례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갔다.

사무가 내 옆에 남았다.

“아버지.”

“응.”

“우리 집으로 가.”

“괜찮아.”

“혼자 있지 말고.”

“오늘은 여기 있을게.”

사무가 한참 나를 봤다.

나는 네라가 묻힌 곳을 봤다.

“내일 갈게.”

사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라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았다.

둘이 떠났다.

나는 해가 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왔다.

네라의 물건이 그대로 있었다.

물그릇.

옷.

작은 바구니.

벽의 선반.

나는 선반 앞에 섰다.

네라가 좋아했던 쓸모없는 물건들이 있었다.

예쁜 돌.

마른 씨앗.

깨진 작은 조각.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만졌다.

무엇을 버려야 할지 몰랐다.

결국 아무것도 버리지 않았다.

며칠 뒤 사무가 와서 물었다.

“이거 다 어떻게 할 거야?”

“모르겠어.”

“엄마 거잖아.”

“알아.”

“이라랑 나눠 가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했다.

네라의 물건들은 가족에게 나뉘었다.

푸른 펜던트만 내게 남았다.

사무가 말했다.

“그건 아버지가 가져.”

이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펜던트를 다시 목에 걸었다.

그날 이후 거의 벗지 않았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며칠 동안 네라 이야기를 했다.

그중에는 내가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많았다.

젊을 때 혼자 다른 마을까지 걸어가 곡물을 바꿔온 일.

아이 낳는 여자를 도우러 밤중에 강을 건넌 일.

사무가 어릴 때 크게 아팠을 때 사흘 동안 거의 못 잔 일.

나는 어떤 것은 알았고,

어떤 것은 몰랐다.

한 여자가 말했다.

“네라는 화낼 때 무서웠지.”

나는 웃었다.

“그건 알아.”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래도 먼저 사과했어.”

나는 잠깐 멈췄다.

“항상?”

“거의.”

나는 그 부분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내 기억 속 네라는 내가 잘못했을 때 오래 화를 냈다.

어쩌면 내가 잘못한 일이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네라가 여러 명처럼 느껴졌다.

내 네라.

사무의 엄마.

이라의 엄마.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조언자.

누군가가 미워했던 사람.

누군가가 고마워했던 사람.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얼굴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선반을 봤다.

네라가 좋아하던 돌 하나를 들었다.

나는 왜 좋아했는지 몰랐다.

그냥 예뻐서였을까.

누군가 줬을까.

특별한 날 주웠을까.

네라에게 물을 수 없었다.

사물은 남았지만 설명이 사라졌다.

그게 죽음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사무와 이라를 불러 물건을 나눴다.

이라가 돌을 집었다.

“이거 엄마가 좋아했어.”

“왜.”

“모르지.”

그녀도 몰랐다.

우리는 웃었다.

이유를 몰라도 좋아했던 사실은 남았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려 했다.

장례 뒤 며칠 동안 식사가 이상했다.

네라가 없는데도 사람은 먹어야 했다.

나는 배가 고픈 게 싫었다.

슬픈 사람 몸이 왜 배고픈지 이해되지 않았다.

사무가 음식을 가져왔다.

“먹어.”

“나중에.”

“지금.”

“배 안 고파.”

사무가 그릇을 내 앞에 놨다.

“아버지 배고픈 얼굴이야.”

나는 어이없어 웃었다.

“그런 얼굴도 있냐.”

“엄마가 맨날 말했어.”

네라가 없는 자리에서 네라 말을 누군가 대신했다.

나는 결국 먹었다.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며칠 뒤 조금씩 돌아왔다.

그게 또 죄책감이었다.

맛있는 걸 먹고 좋다고 느끼는 순간.

네라가 죽었는데.

이라는 말했다.

“엄마 살아 있어도 먹으라고 했을 거야.”

“알아.”

“그럼 먹어.”

나는 먹었다.

장례 뒤 네라 물건을 나눌 때도 비슷했다.

어떤 물건은 누가 가져갈지 바로 정해졌다.

이라가 오래 쓰던 바구니.

사무가 필요로 하던 도구.

옷은 천으로 다시 쓸 사람에게.

나는 이상하게 아무것도 고르지 못했다.

사무가 물었다.

“아버지는 뭐 가져갈 거야.”

나는 펜던트를 만졌다.

“이미 있어.”

사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상 권하지 않았다.

선반의 작은 돌과 씨앗까지 사람들이 나눠갔다.

집이 비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네라가 두 번째로 사라지는 것 같다고 느꼈다.

처음은 몸.

두 번째는 생활.

물건이 사라지고,

자리가 바뀌고,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네라가 이 집에 살았다는 흔적이 줄었다.

이라가 말했다.

“그래도 없어지는 건 아니야.”

“뭐가.”

“엄마.”

“어디 있는데.”

이라는 자기 가슴을 가리키지 않았다.

그런 거창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나 말투.”

나는 웃었다.

정말 그랬다.

이라가 화낼 때 네라와 똑같았다.

사무도.

손자들 중 몇 명도.

사람이 남는 방식이 꼭 물건이나 기억만은 아니었다.

습관.

말투.

손 쓰는 방식.

그게 생각보다 오래 갔다.

네라 물건을 나누는 일은 하루에 끝나지 않았다.

어떤 날은 상자 하나만 열고 끝냈다.

그 안에서 천 조각이 나왔다.

이라가 알아봤다.

“이거 내 옷 만들고 남은 거.”

나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언제.”

“어릴 때.”

“진짜?”

“엄마가 말했어.”

이라는 천을 코 가까이 가져갔다.

“냄새는 없네.”

당연했다.

수십 년 된 천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했다.

냄새가 남아 있을 가능성을 아주 조금 기대한 것 같았다.

다른 날에는 오래된 작은 도구가 나왔다.

사무가 말했다.

“엄마 이걸로 내 옷 고쳤는데.”

“확실해?”

“응.”

“나는 왜 기억 안 나지.”

사무가 웃었다.

“아버지는 그때 밖에 있었겠지.”

그 말이 맞을 것이다.

나는 네라와 평생 함께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네라 삶의 많은 시간을 보지 못했다.

내가 사냥 나가고,

다른 마을에 가고,

자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동안 네라도 자기 삶을 살았다.

죽은 사람을 기억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모든 시간을 안다고 착각한다.

사실 아주 일부만 같이 있었던 것이다.

그 생각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네라가 존재했다는 사실.

내 기억 밖에서도 네라는 충분히 살았다.

사무가 물었다.

“이 집은 어떻게 할 거야.”

나는 주변을 봤다.

“모르겠어.”

“누가 살면 되지.”

처음에는 싫었다.

다른 사람이 네라 자리에서 자고,

다른 아이가 네라 선반을 만지고,

다른 냄새가 집에 배는 것.

하지만 빈집으로 두는 게 더 나은가.

결국 젊은 가족 하나가 들어왔다.

첫날 나는 멀리서 봤다.

아이가 문을 뛰어다녔다.

어른들이 물건을 옮겼다.

네라 집이 다시 사람 소리로 채워졌다.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조금 좋았다.

집이 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리언은 네라의 장례 부분을 두 번 읽었다.

두 번째에는 화면보다 책상 위의 펜던트를 더 많이 봤다.

처음 상자를 열었을 때 그는 흠집부터 확인했다.

연대와 재료를 생각했다.

증거가 되는지부터 계산했다.

지금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이것을 만든 적이 있다.

누군가의 손에서 다른 손으로 넘어갔다.

그 사실만큼은 확실했다.

그 사람이 정말 네라였는지는 모른다.

아버지가 정말 그 옆에 있었는지도.

줄리언은 장갑을 끼지 않은 손으로 펜던트를 만질 뻔하다 멈췄다.

결국 장갑을 꼈다.

“아빠라면 이것도 뭐라고 했겠지.”

혼잣말했다.

답은 없었다.

그는 펜던트를 다시 넣고 뚜껑을 닫았다.

이번에는 잠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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