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0화 — 네라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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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네라는 크게 아팠다.
이전에도 앓은 적은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기침이 길었다.
숨이 짧아졌다.
먹는 양이 줄었다.
나는 그녀 곁에서 거의 떠나지 않았다.
사무와 이라도 자주 왔다.
손자들도 왔다.
집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네라는 짜증을 냈다.
“내가 죽었어?”
사무가 말했다.
“아직 아니니까 왔지.”
“그럼 일해.”
이라가 웃었다.
네라도 웃다가 기침했다.
나는 물을 건넸다.
네라가 마셨다.
밤이 되면 사람들이 돌아갔다.
나는 불 옆에 앉았다.
네라는 누워 있었다.
한동안 잠든 줄 알았다.
그녀가 말했다.
“왜 안 자.”
“안 졸려.”
“거짓말.”
“진짜.”
네라가 눈을 떴다.
얼굴이 많이 야위었다.
“당신은 아프면 금방 낫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부럽다.”
그 말이 가슴을 찔렀다.
네라가 곧 덧붙였다.
“조금만.”
나는 웃었다.
“많이 부러워해도 돼.”
“싫어.”
“왜.”
“당신처럼 사는 것도 힘들 것 같아.”
나는 불을 봤다.
“아직 그렇게 오래 안 살았어.”
“나한텐 오래야.”
맞았다.
네라는 내게 가장 긴 시간을 함께 산 사람이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나는 잡았다.
피부가 얇았다.
“펜던트.”
네라가 말했다.
나는 목에서 꺼냈다.
푸른 장식이 불빛을 받았다.
밤에는 색이 더 짙어 보였다.
네라가 손가락으로 흠집을 만졌다.
“아직 있네.”
“있지.”
“잃어버리지 않았네.”
“말했잖아.”
“당신 말은 잘 못 믿겠는데.”
네라가 웃었다.
기침이 나왔다.
나는 등을 받쳤다.
기침이 멎은 뒤 네라가 말했다.
“나 죽으면 바로 가지 마.”
나는 굳었다.
“그 말 하지 마.”
“들어.”
“싫어.”
“좀 들어.”
네라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여전히 네라였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사무랑 이라랑 정리할 거 정리하고 가.”
“응.”
“싸우지 말고.”
“응.”
“나 묻고.”
나는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응.”
“그리고.”
네라가 숨을 골랐다.
“어디 가든 처음부터 신 같은 거 하지 마.”
나는 그녀를 봤다.
“내가 언제 신이었어.”
“당신은 잘난 척해서 언젠가 그럴 것 같아.”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네라도 웃었다.
기침했다.
나는 등을 쓸었다.
“안 할게.”
“진짜?”
“응.”
“약속?”
“약속.”
네라는 눈을 감았다.
손은 내 손 안에 있었다.
나는 그날 밤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불이 작아지면 나무를 넣었다.
밖에서는 바람이 불었다.
집 벽이 아주 작게 떨렸다.
네라는 새벽까지 살아 있었다.
그 겨울이 마지막 겨울이 될지는,
그때의 나는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
확신하고 싶지 않았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네라가 겨울에 아프기 시작했을 때 나는 처음에는 이번에도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여러 번 아팠다가 나았다.
사람은 자기가 바라는 패턴을 먼저 본다.
기침이 며칠 계속됐다.
나는 물을 더 데웠다.
먹을 것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네라는 짜증냈다.
“환자 취급 하지 마.”
“환자잖아.”
“아직 안 죽었어.”
나는 화냈다.
“그 말 하지 마.”
네라는 웃었다.
“또.”
“뭐가.”
“죽는 얘기 싫어하는 거.”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무와 이라도 왔다.
손자들도.
집이 시끄러웠다.
네라는 누워 있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일을 시켰다.
“저거 옮겨.”
“그릇 씻어.”
“애들 밖에서 뛰게 해.”
사무가 말했다.
“엄마 아픈 사람 맞아?”
“아프니까 더 말하는 거야.”
이라는 웃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마음이 놓였다.
네라가 여전히 네라 같아서.
하지만 밤이 되면 달랐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불이 작아지면,
네라 숨소리가 들렸다.
짧고 거칠었다.
나는 손을 잡았다.
손이 차가웠다.
“펜던트.”
네라가 말했다.
나는 목에서 꺼냈다.
푸른빛이 불에 닿아 어두워졌다.
네라가 뒤의 흠집을 만졌다.
“아직 있네.”
“있지.”
“진짜 안 잃어버렸네.”
“말했잖아.”
“당신 말은 잘 못 믿겠는데.”
네라가 웃었다.
기침했다.
나는 등을 받쳤다.
기침이 멎자 그녀가 말했다.
“나 죽으면 바로 가지 마.”
“하지 마.”
“들어.”
“싫어.”
“당신 진짜 말 안 들어.”
그 말투가 예전 같아서 웃음이 났다.
“사무랑 이라랑 정리할 거 정리하고.”
“응.”
“싸우지 말고.”
“응.”
“나 묻고.”
나는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응.”
네라는 눈을 감았다.
조금 있다 다시 말했다.
“그리고.”
“뭐.”
“어디 가든 처음부터 신 같은 거 하지 마.”
나는 그녀를 봤다.
“내가 언제 신이었어.”
“당신은 잘난 척해서 언젠가 그럴 것 같아.”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네라도 웃었다.
또 기침했다.
“안 할게.”
“약속?”
“약속.”
네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약속은 그래도 믿어.”
나는 그 말이 고마웠다.
그날 밤 나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불이 작아지면 장작을 넣었다.
네라 숨소리를 들었다.
밖에서는 바람이 불었다.
벽이 아주 작게 떨렸다.
나는 계속 생각했다.
아침이 오면 조금 나아질 거라고.
그 생각 외에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 겨울 네라가 조금 나은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더 잔인했다.
아침에 일어나 앉았다.
혼자 물도 마셨다.
밖에 나가겠다고 했다.
나는 반대했다.
“조금만.”
네라가 말했다.
“집 냄새 지겨워.”
우리는 문 앞까지 나갔다.
햇빛이 약했다.
바람이 차가웠다.
네라는 담요 비슷한 천을 두르고 앉았다.
아이들이 멀리서 놀고 있었다.
그녀는 한참 봤다.
“저기 누구야.”
나는 이름을 말했다.
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컸네.”
“응.”
“사무 어릴 때 같아.”
나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네라는 웃었다.
“당신은 맨날 모른대.”
“당신이 그러라며.”
“말은 잘 듣네.”
우리는 잠깐 웃었다.
네라가 숨을 고르다 말했다.
“나 죽는 거 너무 미워하지 마.”
나는 바로 얼굴을 굳혔다.
“또.”
“들어.”
“싫어.”
“당신은 죽음을 사람이 한 짓처럼 미워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맞았다.
누군가 네라를 데려가는 것처럼 느꼈다.
싸울 상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라가 말했다.
“아무도 잘못한 거 아니야.”
“그게 더 싫어.”
“알아.”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그래도 살아.”
나는 펜던트를 만졌다.
네라가 손을 얹었다.
“그거 있잖아.”
“이게 뭐.”
“내가 만든 거.”
“알아.”
“나중에 나 생각 안 나면 그거 봐.”
나는 화가 났다.
“당신 생각 안 날 리 없어.”
네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더 무서웠다.
그녀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아직 인정하지 못했다.
네라가 잠든 뒤 나는 그 손을 놓지 않았다.
밤이 길었다.
불은 몇 번 꺼질 뻔했다.
나는 장작을 넣었다.
바깥 바람 소리가 컸다.
한 번은 네라가 눈을 떴다.
“아직 안 자?”
“응.”
“왜.”
“그냥.”
네라가 손을 움직였다.
펜던트를 찾았다.
나는 손에 올려줬다.
그녀가 눈을 감은 채 만졌다.
“흠집 아직 있어?”
“응.”
“다행이네.”
“뭐가.”
“완벽하면 내 거 같지 않잖아.”
나는 웃었다.
네라는 아주 작게 웃었다.
“자.”
“당신 자.”
“나는 자고 있잖아.”
“지금 말하잖아.”
“꿈이야.”
그녀다운 말이었다.
나는 웃다가 울 뻔했다.
네라가 다시 잠들었다.
나는 한동안 그녀 얼굴을 봤다.
주름.
흰 머리.
얇아진 피부.
그 모든 것이 네라였다.
젊은 얼굴로 돌리고 싶다는 생각과,
지금 얼굴을 잊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나는 어느 쪽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봤다.
그 밤의 네라를.
살아 있는 사람처럼.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네라 숨 사이의 간격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숨.
다시.
숫자를 세면 내가 뭔가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못 했다.
한 번은 간격이 너무 길어 몸을 일으켰다.
네라가 숨을 내쉬었다.
나는 안도했다.
그녀가 눈을 뜨지 않은 채 말했다.
“세지 마.”
나는 놀랐다.
“안 자?”
“당신 숫자 세는 소리 들려.”
“소리 안 냈는데.”
“숨이 달라.”
네라는 내 손을 잡았다.
“당신은 맨날 세.”
“뭘.”
“사람 나이. 상처. 날. 숨.”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안 세면 무서워?”
“응.”
처음으로 인정했다.
네라가 내 손을 조금 힘줘 잡았다.
“그럼 오늘만 세지 마.”
“왜.”
“그냥 있어.”
나는 숫자를 멈췄다.
쉽지 않았다.
숨이 들릴 때마다 다음을 기다렸다.
그래도 세지 않았다.
그날 나는 아무것도 고치지 않고,
아무것도 알아내지 않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네라 옆에 앉아 있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