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8화 — 사무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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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가 내가 재산을 나누는 것을 알고 화를 냈다.
“왜 이래?”
“뭐가.”
“죽을 사람처럼.”
그 말이 이상했다.
내가 죽을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다니.
나는 말했다.
“네 엄마도 똑같이 말하더라.”
“그러니까 둘 다 이상한 거 아냐?”
“필요한 걸 주는 거야.”
“왜 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커졌다.
“떠나려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무가 내 팔을 잡았다.
힘이 셌다.
젊을 때보다 약해졌지만 여전히 강했다.
“아버지.”
“안 떠나.”
“언제까지?”
“네 엄마 살아 있는 동안.”
사무의 얼굴이 굳었다.
“그다음에는?”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모르겠다.”
사무가 손을 놓았다.
“나는?”
“뭐가.”
“엄마 죽으면 나는 안 중요해?”
그 말에 숨이 막혔다.
“그런 뜻 아니야.”
“그럼 무슨 뜻인데.”
“너는 네 삶이 있잖아.”
“아버지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무가 말했다.
“아버지는 항상 우리가 먼저 떠날 사람처럼 말해.”
“사무.”
“실제로 그렇잖아.”
그는 웃었지만 얼굴은 화가 나 있었다.
“나는 이제 아버지보다 늙었어.”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내 아이들이 아버지를 보면 뭐라고 해야 해?”
“할아버지라고 하잖아.”
“그 다음 아이들도?”
사무의 말이 빨라졌다.
“그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계속?”
나는 그 미래를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손자.
증손자.
그다음.
내가 계속 여기 있다면 사람들은 세대를 셀 것이다.
사무가 말했다.
“아버지가 떠나야 하는 건 알아.”
그가 먼저 그 말을 했다.
“근데 그게 싫어.”
나는 사무를 안았다.
성인이 된 뒤 처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무는 잠시 굳어 있었다.
그리고 내 등을 두드렸다.
“진짜 이상하다.”
“뭐가.”
“아버지 안고 있는데 동생 안는 것 같아.”
나는 웃었다.
사무도 웃었다.
둘 다 울지는 않았다.
◆사무와 크게 다툰 뒤 우리는 며칠 말이 적었다.
같은 마을에 살면서 말 안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어느 날 물길을 고치다 마주쳤다.
사무가 먼저 말했다.
“잡아.”
나무 한쪽을 들라는 뜻이었다.
나는 들었다.
둘이 말없이 옮겼다.
일은 잘됐다.
끝나고 사무가 물을 마셨다.
“아버지.”
“응.”
“나는 아버지 떠나는 거 싫어.”
“알아.”
“근데 남는 것도 싫어.”
나는 그를 봤다.
“왜.”
“내가 늙는 거 계속 보잖아.”
사무가 웃었다.
“아버지 눈에 나는 계속 죽어가는 사람 같을 거 아냐.”
“그렇게 안 봐.”
“보잖아.”
나는 부정하지 못했다.
사무가 말했다.
“그러니까 때 되면 가.”
“너는.”
“나는 내 가족 있잖아.”
그 말이 서운했다.
동시에 안도됐다.
사무에게 내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그게 당연한데도.
“그래도 가기 전에 말은 해.”
“응.”
“몰래 가지 말고.”
“응.”
“진짜.”
“알았어.”
사무는 그제야 웃었다.
“엄마보다 말 안 듣네.”
나는 욕했다.
그날 싸움은 끝났다.
사무와 화해한 뒤 우리는 일부러 둘이 시간을 보냈다.
사냥은 아니었다.
멀리 걷는 것도.
그냥 그의 집 벽을 고쳤다.
사무가 말했다.
“아버지는 떠나면 뭐 할 거야.”
“몰라.”
“또.”
“진짜 모르겠어.”
“왕 될 거야?”
나는 웃었다.
“왜 내가 왕이 돼.”
“사람들이 말 듣잖아.”
“여기서도 다 안 들어.”
“엄마 말은 듣잖아.”
“그건 왕보다 무서워서.”
사무가 웃었다.
그 대화가 나중에 떠오를 줄 몰랐다.
사무는 계속 물었다.
“다른 데서 가족 또 만들 거야?”
나는 손을 멈췄다.
생각해본 적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모르겠다.”
“엄마 싫어하겠다.”
“왜.”
“죽어서도.”
나는 화냈다.
사무가 웃었다.
조금 뒤 진지하게 말했다.
“그래도 만들어.”
“뭘.”
“가족.”
나는 그를 봤다.
“왜.”
“아버지 혼자 있으면 이상해질 것 같아.”
“지금도 이상하다고 하잖아.”
“더.”
우리는 웃었다.
사무는 내 미래를 나보다 쉽게 상상했다.
나는 네라 없는 미래를 생각하는 것조차 싫었다.
사무는 그 미래에서도 내가 계속 살아갈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차이가 또 아팠다.
사무와 벽을 고치던 날 그는 잠깐 쉬며 나를 봤다.
“아버지.”
“왜.”
“나 죽으면 울 거야?”
질문이 갑작스러웠다.
“무슨 소리야.”
“그냥.”
“그런 말 하지 마.”
사무가 웃었다.
“엄마랑 똑같이 화내네.”
“당연하지.”
“나는 아버지 장례 못 갈 것 같으니까 미리 묻는 거야.”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도구를 내려놨다.
“사무.”
“왜.”
“그만.”
그는 내 표정을 보고 웃음을 거뒀다.
“미안.”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내가 먼저 물었다.
“너는 내 장례 가고 싶어?”
사무가 생각했다.
“응.”
“왜.”
“내가 먼저 보내주고 싶지.”
“무슨 뜻이야.”
“아버지가 우리 다 보내는 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그 말이 아팠다.
사무는 계속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으면.”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잘 울어.”
나는 욕했다.
사무가 웃었다.
우리 둘은 그렇게 죽음을 농담으로 밀어냈다.
사무는 떠나는 날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었다.
“아침에 갈 거야?”
“모르지.”
“누구랑.”
“혼자일 수도.”
“어디로.”
“동쪽.”
“왜 동쪽.”
“길이 있으니까.”
사무는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는 계획도 없네.”
“가면서 만들면 돼.”
“그게 계획이야?”
나는 웃었다.
사무는 걱정이 많아졌다.
“먹을 건.”
“구하지.”
“아프면.”
“낫겠지.”
“사람들이 공격하면.”
“도망가고.”
사무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왜 맨날 아버지 욕하는지 알겠어.”
나는 화냈다.
사무가 웃었다.
그 모습이 어린 시절과 겹쳤다.
나는 순간 떠나기 싫어졌다.
사무가 말했다.
“그래도 가.”
“왜 자꾸 보내.”
“안 가면 더 못 갈 것 같으니까.”
그 말도 맞았다.
시간이 지나면 떠날 이유보다 남을 이유가 더 많이 생긴다.
사무가 벽을 두드렸다.
“여기나 마저 해.”
나는 도구를 들었다.
죽음 이야기는 그날 거기까지였다.
우리는 일을 마치고 집 앞에 앉았다.
사무가 어릴 때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 나 처음 혼낸 거 기억나?”
“도구 훔쳤을 때.”
“아니.”
“그럼.”
“강에 돌 던져서 사람 맞췄을 때.”
나는 기억이 없었다.
“그런 일 있었어?”
사무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봤다.
“엄청 혼냈는데.”
“내가?”
“응.”
나는 웃었다.
“미안.”
“뭐가.”
“기억 못 해서.”
사무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왜 미안해.”
“네 일인데.”
“내 일이지.”
또 그 말.
내 기억이 가족의 모든 순간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 깨졌다.
사무는 자기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이라도.
네라도.
나는 그중 하나일 뿐이었다.
불멸자가 된다고 해서 가족의 유일한 기록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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